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의 블로그나 트위터들이 속속 성장해 나가면서 ‘우리 소셜미디어 전략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가야 할까?’하는 고민들이 여기저기 들리기 시작한다. 얼마 전까지 ‘우리도 소셜미디어를 시작해야 할까?’하는 고민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그에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조금 제대로 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니즈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기업 소셜미디어가 기업의 영속적 성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듣기(Listening)’ 부분이 아닐까 한다. 단순 CS적인 차원을 넘어 기업 활동과 관련한 여러 대화들을 듣고
답하고 공감하는 ‘인간적 툴‘로서의 기업 소셜미디어를 그려보자는 것이다.
왜 기업 소셜미디어는 들어야(listen) 하는가?
첫째, 기업 소셜미디어 컨텐츠는 따분하기 때문.
기업이나 공공기관 블로그를 보라. 대부분이 따분한 내용들과 표현들로 범벅 되어있지 않나. 나는 OO피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 피자의 블로그나 트위터에는 관심이 없다. 당연히 그 블로그에 연이어 올라오는 포스팅을 본적이 없다. 다른 기업이나 공공기관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재미있어 깜짝 놀라 RSS 구독을 누르거나, 트위터 대화 내용이 재미있어 팔로윙을 한적도 결코 없다. 소비자들을 따분하게만 하지 말고 듣기도 하라.
둘째, 기업 소셜미디어가 공유하는 정보는 다른 소스를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
단풍구경을 간다. OO산의 단풍이 어떤지에 대한 정보를 위해 꼭 OO산 국립공원 블로그를 방문해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블로그 관리자들은 그런 성지의 역할을 꿈꾸겠지만) 그런 공식 블로그 보다 수백에서 수천 배 더 많은 생생한 정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자신이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데, 소비자들은 그런 정보를 꼭 그곳에서 소비할 의향이 전혀 없다. 방문하지 않는 소비자들을 그리워 말고 차라리 그냥 찾아 들어라.
셋째, 소셜미디어 유저들이 물어오기 때문.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대화의 단초가 되고, 경청의 바탕이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와 우리브랜드와 우리 제품과 우리 서비스에 대해 많은 소셜미디어 유저들은 대화 하고 질문 하고 있다. 평가 하고 있다. 컴플레인 하고 있다. 그런 물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물어오는 질문은 꼭 챙겨 들어라.
넷째, 소셜미디어 유저들이 간절히 원하기 때문.
수 많은 소비자들과 공중들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기 원하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오는 정보에 대한 니즈보다, 자신들이 기업에게 하고픈 이야기에 대한 니즈가 훨씬 강력하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트위터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 되 오는 정보가 없어 아쉬워 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들은 없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는 답변이나 정보를 받지 못해 아쉬워 하고 화를 내는 사람들은 많다. 그들이 원하는 걸 해주기 위한다면 들어라.
다섯째, 정보는 여러 곳에서 얻을 수 있지만, 답변은 그 곳으로부터만 얻을 수 있기 때문.
OO제품에 대한 정보나 사용후기, 평가 등은 수 백 개의 사이트와 블로그와 트윗들을 통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OO제품에 대한 나의 컴플레인이나 제안 그리고 요청은 소셜미디어상에서 그 제품의 공식 블로그나 트위터를 대상으로 밖에 할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정보는 꼭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공해야 한다 믿으면서,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은 제발 다른 곳에 가서 해달라 기도한다는 부분이다. 소셜미디어를 아름다운 천국으로만 꾸미려 하지 말고 일단 들어라.
여섯째, 기업이 제대로 된 관계를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
기업 소셜미디어가 대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는 항상 즐겁고 유리한 대화만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대화는 일방 주입이 아니라 쌍방향 왕래다. 듣지 않고 어떻게 대화를 하나? 즐겁고 좋은 이야기만 듣고 싫은 소리에는 귀를 막아 버리는 게 대화인가?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배신감을 선물하진 말자. 제대로 된 관계는 들음에서 출발한다. 들어라.
일곱째,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들어야 하기 때문.
소비자가 왕이기 때문. 소비자들의 의견을 우선순위 제일로 놓기 때문. 우리 회사가 소비자들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 소비자가 우리에게 월급을 주시는 분들이기 때문.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기 때문. 소비자가 항상 옳기 때문. 이런 말만 하지 말고 실제로 들어라.
이상의 일곱 이유들 때문이 기업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듣는 훈련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 몇몇 기업이나 공공기관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들어라’ 이야기하면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듣지 못할’ 이유를 제기한다.
첫째, 너무 많은 고객 컴플레인에 대한 예상과 두려움.
둘째, 고객 컴플레인을 처리하는데 느끼는 한계(답 없음)
셋째, 기존 CS 시스템과 아무 차별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구조상 딜레마.
넷째, 소셜미디어상에서 고객 컴플레인들이 넘치다 보면 부정적 SOV만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
다섯째, 관리 인력과 예산의 부담 여섯번째, 기업문화적인 한계 (왜 가만히 있는 소비자들을 소셜미디어로 휘저어 놓느냐 하는 오너의 불만, 소비자들은 불평하기 마련이라는 기존 인식 등)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소셜미디어가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주는 창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미리 버리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어떤 시스템과 도구 그리고 프로세스도 문제들을 단박에 해결해 주지 못했지 않나?
소셜미디어는 그냥 대화의 툴일 뿐이다. 말을 주고 받고 공감하면 그게 전부다. 소비자들이나 공중들도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문제를 완전 해결 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해당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모른 체 하고 있다’는 느낌만 주지 않으면 성공이다. 더 나아가 자기들이 원하는 대화만 하려 하고 소비자인 우리가 싫은 소리를 하면 바로 입을 닫아 걸어 버리는 이중성에 소비자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게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우선 그냥 듣기만 잘하면 된다. 무척 공포스럽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