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1월 212009 Tagged with , , , 2 Responses

품격이 아쉬운 M&A 커뮤니케이션

산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렵지만 한화의 입장만 고려해 편의를 봐준다면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이사회에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돈이 없고, 능력이 안 되고, 조건이 서로 맞지 않는다면 협상은 결렬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산은은 인수합병 후에도 대우조선이 잘 되고 인수기업도 살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돈이 없고, 능력이 안 되고, 조건의 서로 맞지 않는다면…” 산은이 돌아선 한화의 등에 다시 한번 마지막 칼을 꼽았다. 제3자가 들어도 언짢은 말이다. 마치 사귀던 남자 친구가 돌아섰을 때 하는 스무살 여자아이 같은 수준의 메시지다.

M&A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약간의 품격도 없다. 한국 기자들이 리얼한 보도를 하는건지…아니면 비지니스 주체들이 리얼한 메시지들을 즐기는 건지…도통 알수가 없다.

품격이 없다. 서로간.

1월 092009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커뮤니케이션 민감성과 CEO

보통 집에서 회사까지는 걸어서 출근을 하는 데 오늘 아침에는 시간이 약간 늦어 두정거장을 버스를 탔다. 붐비는 버스 안에서 내 앞에 서있던 한 여성승객은 출근차림에 책 한권을 손에 들고 읽고 있다. 어깨 넘어로 책 본문을 보니 ‘공중관계(PR)’이라고 제목이 되어 있다. 호의형성…언론관계…뉴스릴리즈…이런 단어들이 눈에 들어 오는 것을 보니 아마 홍보팀에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분같다.

그 책에 써있던 공중들과의 호의형성…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됬다.

“기업들이…아니 더 정확하게 CEO들은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마음이 있을까?”

경험상 사람들이 모두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외출해서 친구들과 대화하고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시간이 나면 혼자 방안에 앉아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블로그 같은 것을 오픈해서 매일 매일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포스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남이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기분나빠 하면서 블로그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즉, 기업들도 모든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특히 CEO분들에게 “왜 내가 그 공격적이고 비이성적(?)인 환경단체랑 웃으면서 이야기 해야 하는거야?”하는 마음속 생각이 있다면 NGO 커뮤니케이션이 전사적으로 잘 될리가 없다.

보통 CEO들께서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기 않는 타입들께서는 각개 공중들에 대해 이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 (사실 이런 편견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지 않는 건지,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지 않기 때문에 이런 편견이 강화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기자
그 X들. 맨날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것들만 들쳐내고, 잘못 보도를 해도 사과는 없고, 아주 무책임하지. 그 X들이랑은 마주 앉아 있는 것도 곤역이야. 문제랑 연결되니 가능하면 섞이지 않는게 차리리 안전하다고 봐. 가끔씩 광고나 캠페인 청탁이라도 들어오면 없는 예산에 그게 무슨 손해야…

정부
꼴통들이지. 비효율적인데다가 관료적이야. 그 저번에 담당사무관 정도가 나에게 전화걸어 거들먹 거리는 것만 생각하면 치가 떨려. 잘 못 보이면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그냥 꾸벅거리는 거지. 될 수 있으면 그쪽 사람들과 엮이지 않게 좀 대관업무팀장이 걸러 냈으면 해.

NGO
다 걔네들도 비지니스지. 지네들도 다 알아.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 그렇게 큰 문제 없다는 걸 안다구. 그렇다고 우리 제품을 물고 늘어지지 않으면 자기네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거 아냐. 그러니까 그냥 무조건 미친척하는 거지. 아주 질이 낮아요.

소비자
아니 소비자들 컴플레인이 없는 기업이 어디있어. 소비자들은 잘 해주면 잘해줄수록 불평이 늘게 마련이야. 비정상적인 소비자들은 또 얼마나 많아? 말도 안되는 전화 걸어와서 협박하고, 언론에 제보한다고 하고 말이지. 마음 같아서는 콱 소송이라도 해서 아주 패가망신을 시켜버리고 싶은데…참 신경쓰이지.

직원
회사차원에서는 이정도도 최선을 다해주는 거라고 봐. 공장 가 봐. 애들 다 놀아. 아주 슬슬 걸어다니고, 기계들이 일 다해. 공기 좋은데서 오후에 일찍 퇴근해서 테니스나 치고 팔자 좋지 그정도면. 본사 것들도 마찬가지야. 야근 맨날한다고 해도 일하는 걸 보면 맘에 안들어. 이번에 새로 만든 광고도 좀 봐바. 마케팅 상무를 날리던가 해야지. 개념이 없어.

노조
얘들은 진짜 문제야. 사사건건 관여하고, 지네들이 경영진이야. 이래라 저래라. 차라리 그러면 지네들이 최대 주주가 되던가
말이야. OO공장 노조위원장있지. 그 선수가 가장 문제가 많아. 내가 조사해 보니 주중에 골프도 하고, 밤에는 거의
지역유지행세를 하더만…그 선수 언젠가는 손을 한번 봐야지. 어짜피 중국으로 이전하는 중이니 공장을 닫아 버리는 것도 좋은
대응책이 되겠어.

투자자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아. 말들도 많고 루머도 많고. 아주 관리가 힘들어. 그리고 투자자들이 우리회사에 대해 잘 알고 투자하나? 그냥 여기저기 몰려 다니는 개미같은 인간들 아냐. 주주총회 같은게 제일 싫어. 몇주 가지지도 안은 것들이 총회꾼으로 행세나 해대고. 이번에도 아주 보이지 않게 그 녀석들을 손볼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나?

커뮤니티
공장 주변 마을들에서 목소리 키우는 그 노인정 모임들 말이야. 그런건 공장장이 대충 막걸리하고 돼지고기나 삶어서 가져다 주고 그러면 되지 왜 나보고 신경을 쓰래? 거기 노는 아줌마들 공장 청소나 그런 용역으로 채용 좀 해서 살살 달래줘. 가능한 기존 예산에서 조용하게 관리 좀 하라고…

기타 공중
그냥 욕먹지 않고 조용한게 최고야. 칭찬도 필요 없어. 그 많은 사람들에게 다 칭찬받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그런다고 비지니스가 잘된다는 근거도 없어. CSR이라는 것도 다 한번 지나가는 경영 Fad야. 예전에는 뭐 좋은 일 안했어? 지금까지 년말마다 양로원에 가져다 준 라면박스만 수백만 박스야. 홍수나면 성금내고, 평화의 댐때 우리가 얼마나 냈었어? 기억나?

이렇게 줄줄이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CEO의 편견에 대해 한꺼번에 물어 본적은 없지만, 서로 다른 각 CEO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런 이해관계자 관점들이 종종 오버랩된다.

이렇게 ‘혐오’스러운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CEO들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동기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싫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커뮤니케이션 할 마음이 없으면 점점더 그 이해관계자에 대한 민감성은 떨어진다.

한마디로 신경을 끄게 되는거다. 가끔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부정적인 문제를 제기하면…갑작스럽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냥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진 그대로를 원하기 때문이다.

CEO분들이 ‘소비자대상’을 받으러 수상식에 오셔서 수상소감을 밝히시면서 “우리는 소비자들을 사랑합니다.” 또는 “소비자는 왕입니다. 소비자 만족을 넘어 소비자 기절을 위해 더욱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시는 것을 본다.

진짜 그 CEO분의 마음도 그럴까? Authenticity의 문제다.

 

12월 182008 Tagged with , , , , , , , 4 Responses

PR이 없어야 PR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예정되지 않은 중소기업중앙회 임직원 회식 자리에 나타나 함께 식사를 하고 소줏잔을 기울였다는 기사를 봤다.

이대통령, 중기인(中企人)들과 ‘깜짝 만찬’

최근 미국 Big3의 세 CEO들이 워싱톤DC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왔다가 비난이 일자 두번째 청문회는 디트로이트에서 워싱턴DC까지 CEO들이 직접 차를 몰고 간다는 보도자료를 냈었다.

하지만, 일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자료를 내는 방식이 너무 진부한 것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스토리를 만들려면 PR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 같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통적인 퍼블리시티의 습관을 버려야 이제는 제대로 된 스토리가 생겨난다는 의미겠다.

만약.

그 세명의 CEO들이 자사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몰고 디트로이트에서 워싱톤 DC까지 운전을 해 간다고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그냥 실제로 운전을 해 간다 생각해보자. 분명히 GM사장이나 크라이슬러 사장등은 운전을 하는 루트 중간 중간에 주유소도 들를것이고, 하이웨이 근처 식당에서 식사도 할 것이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 빼서 마실 수도 있고, 모텔에 머물 기회도 생길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예정없이 만날 것이고, 그들과 대화하고 사진을 찍을 것이다. 웨고너 사장을 만난 소비자들은 그의 사진과 그가 모는 자동차 사진을 블로그나 페이스북등에 올릴 것이고, 메신저로 친구들에게 자랑 할 것이다. 그러한 소비자들의 수는 수백명 이상일 것이고 그들이 만든 생생한 스토리들은 수천 수만개가 될 것이다.

이런 insight에 근거해서…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앞으로 TV 카메라나 신문사 사진기자들을 동반하는 현장방문은 그만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국민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청와대나 공공기관의 인사들을 뒤에 병풍처럼 세우는 것도 그만하시는 게 좋다.

기자들에게 미리 현장방문을 고지하고, 기자들이 정보보고를 올리고, TV 카메라를 배정받고, 대통령의 현장방문에 동반하는 인사들을 미리 선정하고, 동선을 짜서 이벤트를 미리 준비해 놓고…이런 식으로 PR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가능한 대통령께서는 갑작스럽게 출현해 핸드폰에 사진으로 많이 찍히려고 노력하시는 게 좋다. 국민들 하나 하나와 개인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데 모든 관심을 기울이시는 게 좋다. 그들에게 개인적인 선물을 주시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서 그들이 각자의 미니홈피에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하게 하는 것이 좋다. 가능한 그들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대통령을 만났었다는 일을 재미있게 스토리텔링 하게 하는 게 좋다. 대통령이 중학생, 노점상, 공장일꾼, 주부, 할아버지, 직장인, 장애인 들과 같이 찍은 많은 핸드폰 직찍 사진들이 구글 이미지 검색에 수만개 걸려있게 하는 것이 좋다.

이번 중소기업중앙회 회식 참석은 그런면에서 아주 좋은 스토리 메이킹 시도다. 현장방문의 사진은 가능한 아마추어 타입일 수록
좋다. 기자들이 그 다음날 그 회식 자리 여직원 한명이 찍은 핸드폰 사진을 구하기 위해 안달을 하게 해야 한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청와대 사진사가 동반했던 것 같다)

기존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 좀더 기존 미디어들의 몸을 달게 하는 법이다. 그럴수록 스토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것이다.

12월 172008 Tagged with , 0 Responses

기자들과 홍보팀장들이 송년회에서 하는 이야기

송년회 시즌을 맞아서 거의 매일 저녁 친한 기자들 또는 홍보팀장들과 식사와 술을 한잔씩 한다. 어제도 모 경제지 부장님을 보시고 몇개 회사 홍보팀장들이 모여 같이 삼결살과 꽁치 김치찌게를 먹으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몇차수 술자리를 옮기면서 대화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니…참 재미있다. 몇가지 분야로 대화 주제를 나눌 수 있다.

1. 사람 이야기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

요즘 OOO이는 뭐해? 왜 안보여?
OOO회사 OOO홍보팀장은 이제 몇살이냐? 장가갈 마음은 접은거야?
OOO팀장은 요즘 춤에 빠졌데요. 룸바니 살사니 그런거 배우러 다녀…흉칙하게…나이먹어서.
OOO코리아의 OOO 홍보실장….그 자식은 상종 못할 인간이더만…

2. 경제 이야기

요즘 사업들은 어때?
아니 보도자료에서는 니네 잘 나간다고 그렇게 뿌리면서 실상은 왜 그꼴이래?
구조조정할 계획은 없데?
사장 날라가는 거 아냐?

3. 특정 회사 이야기

OO이 OO을 살 마음은 있는거지?
내가 듣기로는 OOOO이 OOOO을 시켜서 OOO을 매입하고 바로 OOO에게 넘겨서 차익실현 할라고 한다던데…
OOO은 이제 맛이 갔어요. 거기 홍보팀도 아주 개념들이 없어…
OOO회사 요즘 왜 그래? 기자들에게 아주 안좋게 찍혔어…다들 조지잖아…

4. 재테크 이야기

내 친구가 그걸 8억에 샀어. 근데 지금은 200억이래.
펀드가 박살나서 아주 요즘엔 죽을맛이에요.
야. 그래도 당신은 시골에 땅있겠다, 별장에…뭘그렇게 찡찡대
아니 그렇게 스테디셀러를 내신분이 말이죠…인세만 그게 얼마유? 어휴…

5. 건강 이야기

당신 OOO먹어라, 그게 요즘 항생제로 유행인데 한방이더만…목아플때도 좋구.
요즘 OOOO을 먹어요. 와이프가 아침마다 섞어주는 데 죽겠어…
야..요즘엔 남자로서 인생이 거의 끝나간다는 느낌이 들어…
제 머리가 그렇게 많이 빠졌어요? 이거 케어 받는건데 그래도…
요즘엔 골프도 싫다.

보통 이렇다.

톤앤매너를 분석해 보면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70-80%가량 같다. 어제도 그 자리에 없던 기자들 세네명과 홍보팀장 세네명 그리고 유명 회사 사장들과 임원들 그리고 그룹사 오너 몇명을 안주로 씹었다.

기자들과 홍보담당자들이 모이면 이런 안주가 제격이다. 칭찬하고 찬양하는 대화는 맛이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2월 112008 Tagged with , , , , 6 Responses

어떻게 대답을 하지…?

모 포텐셜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나서 질의 응답을 진행하는데 이런 재미있는 질문이 나왔다.

“OOO기자, OOO기자, 그리고 OOO 기자
이 세명의 장점을 이야기 해보세요.”

흠…

그 셋 모두 수년동안 출입기자로 친구로 선배로 알고 지내던 분들인데…새삼 그들 각각에 대한 ‘장점’을 이야기 하라시니…나 스스로도 난감하다. 다행히 우리 막내 AE가 이분은 이래서 좋으시고, 저래서 좋으시고…해서 가까스로 답변을 해 넘겼다.

회사로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

저 OO일보 OOO기자와 친해요

이 말이 성인들끼리 하는 말 중에서 얼마나 낯간지러운 말인지… 갑자기 창피해진다. 초등학교 시절에 “너 용민이랑 친해?” “나 너랑 안 놀~아” 뭐 이랬던 기억은 있지만…참 다 늙어가는 처지에 “제가 용민이랑 친합니다….” 참 이말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기자랑 친하다. 잘안다…어떻게 이 주장을 입증할 수 있을까?

홍길동 기자와는 같이 사우나 다니는 사이입니다. 이꼴 저꼴 다 본 사이죠. 이래야 하나…?

아니면…성춘향 기자는 여기자라서 같이 사우나는 못가구요… 같이 주말에 쇼핑 다니는 사이죠….
이런 사례가 좋을까…?

참 지금 까지 스스로 친하다고 생각했던 기자들 얼굴을 하나 하나 떠 올리면서 어떻게 우리가 친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혼자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창피한 마음으로…

아 창피하다.

12월 112008 Tagged with , , , , , 4 Responses

PR을 말이다…

“OO기자, 혹시 OOOO 기업 홍보실에 대해 좀 잘 알아? 그래도 자네가 이쪽 출입통이니 만나 봤을 것 같은데…거기 홍보실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 있어?”

“어디?????”

“OOOO기업…자네 나와바리일텐데…”

“흠…잘 모르겠네. 거기 사람들 몇번 만나 본 것 같기는 한데…기자들 잘 안만나는 것 같아. 잘 몰라. 기사 쓴 적도 없고…”

“그래???”

인하우스도 간간히 에이전시의 레퍼런스를 기자들에게 따지만…에이전시도 비딩을 준비하면서 인하우스에 대해 해당 업계 출입 기자들에게 레퍼런스를 딴다.

이런 경우 인하우스에게 해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RFP에서 어떤 것을 원하시던…야심찬 신제품 론칭을 계획하고 계시던…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꿈꾸고 계시던… 먼저 해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저희가 PR을 잘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저희가 PR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말은 듣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가만히 이 말을 생각해 보자.

잘하려 하기 보다…그전에 제대로 하려고 노력해 보자.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Bolt 처럼 세계 신기록을 목표로 잡지 말자는 거다. 일단 PR한번 제대로 해 보자는 거다. 세계 신기록은 나중에 좀 하자는 거다. 그게 진정 전략적이라는 거다.

아멘.

사용자 삽입 이미지

12월 042008 Tagged with , , , , , , , 2 Responses

어떤 사모펀드사 회장님에 대한 기억…

오비맥주 인수설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오늘 두산주류BG 인수설에서도 회자가 되고 있는 MBK 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기사를 읽으면서 MBK 파트너스가 어떤 회사인가 기사를 몇개 읽어 보다가 이 분의 성함이 자꾸 입에 익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1999년 1월의 기억이 난다.

쥬니어 시절. 나는 당시 외환 은행과 관계를 맺고 있던 살로먼 스미스 바니 증권의 PR을 대행하고 있었다. 쥬니어 시절 흔치 않은 단독 보도자료 배포. 인사 보도자료다.

당시 기억으로는 영문으로 된 짤막한 보도자료 원문을 한글로 급히 번역해 기자들에게 팩스로 넣었고, 새로 임명되신 분의 증명판 사진을 받아 퀵서비스로 기자들에게 돌려야 하는 아주 복잡한(?)일이 었다. (당시에는 이메일을 쓰지 않는 기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사진과 같은 자료들은 하드 카피를 모두 퀵서비스로 보내 기자의 손에 직접 들려주거나 매체 사진부로 전달을 해야 했었다.)

보도자료를 팩스로 배포 한 후 follow up call을 하고 있는데 모 종합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쥬니어 AE 제임스: 네, 정용민입니다.

기자: 예 저 OOO에 ㅁㅁㅁ인데요. 방금전에 보도자료 말이에요. 살로먼 스미스 바니꺼…

쥬니어 AE 제임스: 네, ㅁ기자님.

기자: 이 사람의 한국 직급이 뭐예요?

쥬니어 AE 제임스; 네, 한국 직급은 상무이십니다.

기자: 근데 한국투자부문대표라는 건 또 뭐예요?

쥬니어 AE 제임스: 음…살로먼 스미스 바니 증권에서 한국투자부문을 총괄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렇게 표기를 한 것이구요. 영문 직급으로는 Director라고 하시니 상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이 사람이 한국하고 또 아시아지역 투자금융 대표라는 겁니까? 상무인데? 이사람 보다 높은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쥬니어 AE 제임스: (헷갈리기 시작한다) 흠…저희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이분이 한국과 아시아 지역 투자금융부의 대표라고 하시니 이 부문에서는 가장 높으신 분이시죠.

기자: 아니…가장 높은 분이에요? 아니면 가장 높은 것 같은 분이예요? 확실해요?

쥬니어 AE 제임스: (더욱 헷갈리면서) ㅁ기자님, 혹시 그 부분이 확인 필요하시면 제가 다시 알아보고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시면…

기자: 됐어요. 어짜피 안쓸꺼거든…근데 다음부터는 이런 보도자료 쓸 때 좀 확실하게 써요. 이게 뭐야…이게…

(딸깍)

쥬니어 AE 제임스: 흑흑흑…..흑흑흑….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다음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다음날 매일경제를 비롯한 여러 경제지들에서는 나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잘 다루어 주었다. 그 때는 몰랐는데…당시 기사를 지금 읽어보니 약간 헷갈리긴 하다. 그렇지만…어쩌랴 영문을 그대로 번역한 것 뿐인데…(당시 클라이언트는 직역을 강조하셨었다)

아무튼 그런 기억이 있어서 그나마 십년 가량이 지난 지금 그분의 성함이 기억에 잊혀지지 않고 있다. 이제 그분은 더욱 큰 분이 되셨다. 그나마 그에 대한 좋은 소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던 기억이 있다는 게 영광이다.

12월 012008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뜨거운 목욕탕에서…

노씨는 며칠 동안 꺼두었던 휴대전화를 이날 다시 켰으나 취재진의 전화를 받지는 않았다. 정재성 변호사 역시 취재진과 연락을
끊었다. 정 변호사는 전날 “(노씨와) 직접 만나기도 하고 전화통화도 하며 검찰 조사에 대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며
“검찰에서 찔끔찔끔 흘리는 내용이나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과는 달리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자들에게 이야기해 봐야 믿어 주지도 않고 오히려 말꼬투리를 잡아 엉뚱하게 보도할 것이기 때문에 기자들과 통화하지
말라고 노씨에게 조언했다
”며 “(노씨는) 어쨌든 건강하게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한 개인의 문제일 때도 그렇지만 기업이 어떤 부정적인 이슈를 겪고 있을 때 위의 밑줄친 것과 같은 대응이 상당히 일반적이다. 검찰의 경우에는 아주 이런 분야에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공공 기관들 중 가장 이런 information vacuum을 잘 활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기본적으로 이런 대응은 정보의 불균형에 기인한다.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일단 A라는 쪽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대편 당사자인 B의 반응이 있어야 일단 그림이 형성된다. A의 주장만 있거나, 그럴리는 없겠지만 B의 반응만 있다면 김이 빠진 그림이 된다.

따라서 기자들은 일단 A의 주장이 있으면 그림을 만들기 위해 B를 접촉하게 된다. 그러나 B에 대한 접촉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마련이다. 그러면 그 다음이 주변 인물들인 B’, B”, B”’를 접촉해 정보를 얻고자 한다. 만약 이 또한 모두 실패한다면…익명을 요구하거나, 업계 전문가가 튀어 나오거나, 지인들에 의하면…이 된다.

정보의 품질과 정확성은 B로부터의 직접적인 정보 이외에는 거의 사실로서의 기사가치는 없다. 이는 기사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장식이고 장치일 뿐이다. 결국 적절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이 B로 부터 충분히 이루어 지지 않는 한 사실이 아닌 루머와 억측과 가정들이 해당 information vacuum을 채우기 마련이다.

이슈관리 기법을 목욕 욕조에 비유해 보자. 커다란 빈욕조에 100도짜리 뜨거운 물을 틀어 놓는다. 뜨겁다. 시간이 가면 점점 더 뜨겁다. 그 안에 들어 앉아 있는 당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찬물을 트는 거다. 그것도 먼저 틀어 놓은 뜨거운물의 온도를 상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양을 한꺼번에 쏟아부어 화상을 피하는 게 유일한 길이다. 타이밍과 분량 그리고 물을 쏟아 붇는 효율성도 핵심이다.

  • 욕조: Total SOV(Share of Voice)
  • 뜨거운 물: 자신 또는 자사 이슈에 대한 부정적인 Voice
  • 찬물: 자신 또는 자사 이슈에 대한 긍정적인 Voice
  • 욕조안의 사람: 자신 또는 자사
  • 뜨거운 물/찬물을 품어대는 수도꼭지들: 언론 /기자  – 가끔씩 찬물 수도꼭지 인 줄 알고 트는데 뜨거운 물이 나올수도 있으니 주의. 이는 사전 관계의 문제.
  • 욕조 바깥 사람들: 여론

그러지않고…그 뜨거운 물속에서 어짜피 찬물은 틀어봐야 뜨거운물에 섞일 뿐이니 찬물을 틀지 않겠다…버텨봐야 자기만 손해다. 화상을 입어 죽을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목욕탕을 많은 사람들이 들여다 보고 있다는 거다. 뜨거운 물이 배꼽까지 차오르는 데도 벌겋게 데어 가면서 꿈적없이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자기가 자기 죄를 아니까 자살을 하려 하는구나…쯧쯧…이래 죽나 저래 죽나 뭐…똑같겠지…”

여론의 법정은 이렇게 잔인하다. 그래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필요하다.  

11월 192008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기자와 미디어 트레이닝

가끔은 클라이언측에서 요청을 받아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하면서 현직 또는 전직 기자분들을 모셔서 함께 하는 경우들이 있다. 클라이언트측에서는 미디어 트레이닝 내용 중 특히 인터뷰 Q&A중 민감한 이슈들이 있기 때문에 인터뷰 세션에서는 해당 기자분을 트레이닝 장소에서 격리 요청하거나, 먼저 세션을 마치고 돌아가시기를 권한다.

재미있는 것은 아주 드물게 기자가 미디어 트레이닝 인터뷰 세션을 참관하게 되면 그후 공통적으로 이렇게 평을 하는 것이다.

“흠…근데요…그렇게 공격적인 질문에 그렇게 평이하게 답변을 하시면 질문하는 기자가 상당히 성의 없게 답변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서 안 좋습니다.”

“그렇게 안전하게 답변하는 취지는 이해하겠는데요…조금 알맹이가 없네요.”

“같은 말만 반복하시니까…조금 너무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꺼리를 전혀 발견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기자들이 싫어합니다.”

맞다. 분명한 기자들의 시각이다. 아주 좋은 조언이다.

그러나 코칭을 받으시는 클라이언트들은 상당히 괴로운 표정이 되신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이 틀림 없다.

‘아니, 오늘 하루 종일 저 미디어 코치는 안전하게 답변하라, 키 메시지를 반복하라고 했는데,
저 기자는 또 그렇게 하면 기자가 싫어한다고 하고, 기사 꺼리를 던지라고 하고 그러네…
우리 보고 어쩌라는 거야?’

결론을 말하자면 둘 다 맞다.

하지만, 답변 주체가 다른게 문제다. 답변 주체가 회사를 대표해서 훈련을 받아온 대변인 (CEO, 홍보임원, 홍보팀장)들이냐, 아니면 위기상황이 발생해 어쩔수 없이 언론과 맞닥뜨리게된 현장 실무 책임자냐 하는 게 다르다.

평소에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해 본 경험이 없는 모든 조직원들은 ‘안전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유일 무이한 지상과제다. 최대한 애드립을 방지하고, 예측을 거부하고, 가정에 민감하고, 단언하지 않는 방식이 최고다. 약간은 답답해 보이더라도 핵심 메시지에 머무르는 것이 최고다. (기자들도 전문적인 홍보담당자가 아닌 분들에게는 이렇게 대응해도 그리 화를 내지는 못한다.)

당연히 훈련받은 프로 대변인들은 좀더 풍성하게 꺼리를 가지고 트레이드를 한다. 이들은 안전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이 이미 몸에 익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좀더 많은 사례, 수치, 계획, 분석결과등을 제시할 수 있다. 메시지를 좀더 미디어 프렌들리하게 디자인해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 어떤 부분을 꼭 강조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선순위도 안다.

기자들은 이런 사람들의 답변 방식을 이야기 하는 거다. 하지만…그 외 분들은 기자들이 원하는데로 이렇게 하시면 위험하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꼭 기억하셔야 한다.

11월 042008 Tagged with , , , , , , 4 Responses

피드백의 힘

주간회의를 마치고…

쥬니어 시절에 가장 두려운 것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피드백이었다. 클라이언트나 기자들 또는 같은 동료들로 부터 진정한 피드백을 받는 것은 흔치는 않았지만 솔직히 너무 두려웠다. 당시에는 홍사모라는 PR인 커뮤니티가 있었던 시절이고 1만명이 넘는 PR실무자들과 전공학생들이 멤버들이었기 때문에 그들로부터의 피드백 또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많이 변했지만 당시에는 내 스스로 주변으로 부터의 피드백에 대해 맞서 싸우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만큼 피드백은 두려웠고, 인정하기 싫은 면들이 많아 보였다. 나 자신 스스로가 실패자 같이 느껴졌고, 이 피드백 때문에 앞으로 나의 갈길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다음 가장 소중한 것을 꼽으라면 나는 피드백을 꼽고싶다. 적절한 피드백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특히나 상사로부터의 피드백은 항상 소스라치게 쓰지만…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힘’이 된다. 클라이언트들로 부터의 피드백. 가끔은 이건 아닌데…하다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이유가 있었구나…하는 공감과 이해의 여유를 가지게 된다.

피드백이 없으면 카이젠도 없다. 문제가 무엇인지 스스로는 잘 알지 못한다. 멘토가 필요한 이유나 모니터가 필요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나에게 쓴소리를 하는 상사. 미울만큼 날카로운 클라이언트. 상처를 받을 만큼 잔인한 동료. 자신을 처절하게 울리는 기자들. 이들 모두가 자신에게 힘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배울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그 배울점만을 챙기는 것은 아니다. 그게 문제다. 피드백은 분명 큰 힘이다.  

1 5 6 7 8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