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셜 클라이언트들로 부터 RFP가 오면 항상 꼼꼼히 읽어 보게 되는데, 항상 공통적이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다. 오늘도 한 포텐셜 클라이언트의 RFP를 한참 동안 읽다가 앞뒤가 맞지 않는 프로세스를 또 발견했다.
포텐셜 클라이언트들이 보내오는 RFP의 제목은 ‘OOOO사의 중장기 홍보전략 수립 프로젝트’다. 기간은 수개월을 준단다. 경쟁비딩을 통해 선정된 회사에게 자신들의 중장기 홍보전략 수립 과정 전반을 맡길 예정이란다. 물론 홍보전략은 실행 플랜으로 도출되어져서 각종 진단조사들의 결과들과 함께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이 되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비딩을 한다는 공고가 바로 RFP다. 에이전시측에서는 한 거대한 조직의 중장기 홍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서 큰 부담과 함께 의무감 마져 느끼게 된다. 오랜 기간 동안의 조사 분석을 통해 진짜 제대로 된 중장기 홍보전략과 실행 플랜을 마련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일단 이 일을 따내기 위해서는 제안서를 내야한다. 제안서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는 이런 항목에 가장 큰 점수를 부여한다고 RFP에 나와있다.

이상하다. 연구용역을 수행할 ‘플랜’을 잡아 오라는 것인지…’연구 용역을 수행’해서 가지고 오라는 것인지 혼돈스럽다. 평가부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 하는 항목들이:
- 홍보환경 및 홍보시스템 분석의 적정성
- 중장기 홍보목표 및 전략도출의 적정성
- 홍보발전 방안의 우수성 및 실현가능성
- 실행 프로그램의 구체성 및 합리성
- 연구용역 수행을 위한 접근방법
이 부분들이란다.
홍보환경 및 홍보시스템 분석의 적정성이란…분석을 해오면 자신들이 적정한지 안한지를 평가하겠다는 의미인 듯 하다. 중장기 홍보목표 및 전략도출의 적정성이란 목표와 전략을 보여주면 평가를 하겠다는 것 같다.
홍보발전 방안의 우수성 및 실현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의미는 방안을 실제로 보여 주어야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겠다. 게다가 실행 프로그램의 구체성 및 합리성이라는 부분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실제로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그냥 짜오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경쟁비딩에서 비계량적으로 평가 해야 할 부분은 실제적으로 마지막 부분 하나이어야 옳다. 연구용역수행을 위한 접근방법 하나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다리(대교)를 놓는 용역을 발주하면서 다리를 실제로 만들어 오면 강에다 걸쳐보고 맘에 들면 그 때 공사를 시작 시키겠다 하는 것인데…이게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이렇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졌는지 모르겠다.
이런류의 용역 수주 경쟁에 매일 밤낮으로 뛰어들어 아웅다웅 아이디어 싸움과 포장 기술의 업그레이드에 몰두하고 있는 에이전시들도 가엾다. 스스로가 가엾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