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나 정부나 항상 홍보 관련 부분(시스템)들은 돌고 돈다. 마케팅이나 영업 처럼 비지니스의 중심축이 아니라는 이유로 홍보파트는 항상 시스템의 우여곡절을 겪는다. IMF때도 그랬고, 기업이나 정권이나 왕보스가 바뀌면 항상 변화를 겪는다.
홍보파트는 보통 CEO와 연결이 많이 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경영인 신임 CEO로서 바뀌게 되면 전임 CEO아래에서 일하던 홍보파트장은 자리가 참 아슬아슬해진다. 강력한 충성도를 보이면서 면모를 쇄신하면 살아남는거고…아니면 아웃이다.
이 과정에서 홍보파트장만 교체하면 되는 데 보통 보쓰들은 시스템 자체에 손을 댄다. (이건 분명히 이전 CEO의 시스템에 대한 차별화이지만…회사 전체로서는 기존 자산의 붕괴를 의미할 때가 많다)
기존 CEO가 수동적인 홍보 시스템을 운영해 왔어서 적극적인 홍보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반대가 문제다.
이런 경우 신임 CEO가 전임과 차별화를 위해서 내세우는 로직은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과도하게 홍보를 할 필요가 있나?”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홍보조직원 예산과 팀을 축소한다. 아웃소싱을 통해서 에이전시 중심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인하우스에는 에이전시 관리 업무만 일임한다.
출입기자들은 에이전시를 통해 간접 관리(?) 하려한다. 그러나 출입기자들이 바보들이 아닌이상 이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감지하게 마련이다. 당연히 기자들이 이러한 기업의 태도에 반감을 가지게 되고, 일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실수들이 일어나고, 잡음이 생겨난다.
부정적인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진다. 회사는 에이전시를 닥달한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에이전시를 갈아치워 볼까도 구상한다.
결국은 몇개 에이전시를 갈아 치워보거나 컨설팅펌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조사해 달라 요청한다. 에이전시들을 갈아 치울 수록 기자들의 원성과 보답(?)들은 줄을 잇게 된다. 조사결과를 보고하는 컨설팅펌은 ‘출입기자들과의 스킨쉽과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적한다.
이런 저런 고생을 하고 한껏 부정적인 기사들과 원성들을 떠앉고…이 기업의 홍보시스템은 그 이전과 비슷한 ‘적극적인 인하우스 중심의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조심스럽게 예산이나 인원도 늘어나고. 이런 해프닝을 조성한 CEO는 겸연쩍어 한다. 그리고 실무선을 탓 한다. 책임에서 자유로와 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다시 그 자리다. 많은 자산 붕괴와 신뢰 하락을 머금고 그대로 그자리에 돌아온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도 이런 기업과 똑같이 제자리로 돌아와 서 있다. 어떻게 기업과 정부가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볼 수록 놀란다.
(출처: 한겨레, 2008. 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