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

10월 182011 Tagged with , , 5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대한생명의 사과광고, 원칙을 강조하는 멋진 샘플

위기가 문제가 아니다.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위기를 잘 못 관리하는 것 바로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멋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사례가 하나 생겼다.

대한생명의 18일자 조간 사과광고를 보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좀 더 세부적으로 사과광고)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멋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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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여러번 강조했었지만, 사과나 해명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해당 사건에 관련한 ‘기업의 원칙’을 확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 원칙을 기반으로 해당 사건을 해석하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위기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으로 부터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신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position)을 가지고 있는거야?’라는 부분인데, 많은 기업들은 해당 사건에 대한 ‘기업의 원칙’은 언급을 회피한 채 말 그대로의 해명 또는 자기합리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반해 대한생명은 사과문을 통해 그들의 ‘원칙’ 그리고 ‘신념’을 확실하게 언급했다. 그리고 그에 기반해 이번 사건을 이렇게 해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그 원칙에 기반한 개선 계획과 약속을 제시했다.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의 원칙’을 기반으로 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사과문이다. 참 잘된 사과문이다.

이 사과문 메시지를 만든 분에게 상을 드려도 될만하다. 멋지다.

9월 222008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완벽한 위기 시나리오가 존재 하나?

매뉴얼이나 시뮬레이션을 준비하면서 위기 시나리오를 개발하다 보면 줄 곳 하나의 공통된 장벽에 부딪히곤 한다. (위기 시나리오라는 것은 특정 위기 발생을 예상해보고, 그 위기가 실제 어떤 전개 파장을 일으킬 것인가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스토리 전개 라인) 시나리오가 과연 실제 위기 발생 시 정확하게 그 파장의 방향과 소스를 예측해 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위기란 혼돈(chaos)인데 어떻게 수천 수백의 변수들을 예측해 정확한 시나리오를 개발할 수 있나 하는 부분이 한계다. 그러나 많은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은 위기를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보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위기를 하나의 정형화 된 무생물 조각 덩어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실제로 위기관리를 많이 해 보지 않은 실무자들이 종종 이런 시각들을 견지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위기는 절대로 정형화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종종 이런 비유를 들곤 한다.

“끓고 있는 기름에 갑자기 찬 물 컵을 부었다고 생각해 봐. 기름방울들과 물방울 수천 수만 개가 사방으로 튀겠지. 위기가 발생한 이후 확산이 바로 그 모습이다”

사실 위기가 관리의 대상인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변수들 대부분을 전혀 예측 통제할 수 없는데 관리라는 의미가 존재하기는 할까?

위기 시나리오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위기 시나리오는 실제 위기 발생과 그 이후의 전개 방식을 ‘일부’ 경험해 보기 위한 하나의 샘플 (맛보기)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다. 아주 일부를 실제 환경에서 한번 시뮬레이션(모의실험) 해 본다는 의미다.

매뉴얼에 제시된 위기 예상 시나리오들은 하나의 큰 그림일 뿐이다. 확률상 그대로 전개되는 위기도 없고, 그대로 관리되는 위기도 없다.

이렇게 예측이 불가능한 위기 확산 형태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자산들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위기를 일부라도 관리할 수 있다.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자산들은 우리의 포지션, 조직, 역할과 책임, 그리고 메시지다. 시나리오는 하나의 그러한 자산들을 관리하는 경험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