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의 우리 사무실 빌딩에는 나름 유명한 빌딩 관리인이 있다. 처음 계약을 하러 왔을 때는 약간은 추레해 보이는 그 노인이 이 빌딩의 실제 주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이분이 유명할까 궁금했다. 이 분은 이 지역에서 아주 오래 사신 듯 하다. 거의 모든 주변 빌딩과 업소에서 일하는 분들과 친하다. 인근 사립 주차장의 월 사용료를 그 분 추천 한마디로 확 깎을 수 있고, 급하면 인근 건물 지하에도 일정기간 주차가 가능하다.
하루의 대부분을 자신의 빌딩 정문에서 시간을 보내고, 지나가는 자동차들과 빌딩에 들르는 자동차들을 지휘(!)하신다. 모든 입주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관리비와 관련된 징수업무를 아주 열정적으로 하신다.
폭설이 왔다.
폭설이 온 요 며칠간 그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빌딩 앞 도로 골목에는 역삼동 인근 그 어디보다도 더 많은 눈이 쌓여 있다. 차들이 헛바퀴를 돌면서 골목에서 곤욕들을 치른다.
그런데도 그 분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사정이 있을까?
그 빌딩 관리인을 생각하면서 드는 이런 느낌.
기업이나 조직이 평시에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듯 하지만, 위기가
발생되면 즉각 침묵하는 모습과 비교가 되는 거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가 숨어
버린 거다.
그 동기가 어떻건 이유가 무엇이건 침묵하거나 보이지 않으면 이해관계자들은 항상 오해 할 수 있다. 맥락에 비추어 그것이 그 위기관리 주체에게 부정적이거나 이해관계가 얽힌 것이라면 더더욱 부정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그 열정적으로 주변을 주름잡았던 그 빌딩 관리인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할까? 궁금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