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은 나누라고 있는 것 | |||||||||||||||||||||||||||||||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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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출근길 운전 중 홍길동 홍보팀장은 알 수 없는 번호에서 걸려온 휴대전화 콜을 받았다. “저 안녕하세요. 저 OO일보 OOO인데요. △△△차장에게서 팀장님 번호 받아 전화하는 겁니다. 급하게 확인 좀 해 주실께 있습니다.” 불길하다. 출입기자가 아니다. “저 O기자님. 제가 운전 중인데요. 바로 회사로 들어가는 데 한 십분 정도 후 제가 이 번호로 전화 드리면 안되겠습니까?” “아…네…저 급하니까. 빨리 전화 주세요.” “근데…확인 하실 게 어떤 일인가요? 먼저 간단하게만 이라도…” “아뇨. 이따 말씀드릴께요. 빨리 전화 부탁합니다.” 딸깍. 홍 팀장은 회사 도착까지 한 십 분간 여러 가지 가정들을 떠 올린다. ‘공장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 ‘우리 제품에 이상이 있어 무슨 제보가 들어간 거 아닌가?’ ‘얼마 전 회사에 M&A설 소문이 도는데..그것 때문인가?” 맑은 아침이지만 갑자기 홍 팀장의 마음에는 구름이 잔뜩 낀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미리 출근해 있는 홍보팀원들을 다 모은다. “여기서 기자들에게 전화 받은 사람 있어?” “무슨 어제부터 도는 이야기 들은 사람?” “사내에 무슨 꺼리가 있을게 있나?” 답변들은 다 한가지로 “아니오”다. 더욱 홍 팀장은 막막해 진다. 홍 팀장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잠깐 고민 하다가 아까 그 기자에게 전화를 건다. “네..아까 전화 드린다고 했던 OOO입니다.” “네…O팀장님, 저…거기 사장님 이력이 어떻게 되시죠? X대 출신에 예전에 OOOO 활동하시고 하셨지요?” “네..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뇨. 근데 최근에 왜 거기 사장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보유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셨지요? 한 80억 원어치 되시는 것 같은데…” “네? 그거야…” 왜, 스트레스 홍보팀장 혼자 받나? 홍 팀장의 머릿속에 불꽃이 튄다. 아 이거 큰 건이다. “O기자님,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만나서 이야기하시죠. 제가 계신 그곳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아뇨…저희 마감 아시잖아요. 제가 정신이 없어요. 일단 제가 물어보는 부분만 컨펌 해 주세요.” “저희 사장님 관련해서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방금 그 보유주식 매각문제도 제가 파악을 해야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누구랑 이야기해야 하나요? 혹시 CFO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연락처 좀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통화하고 싶습니다.” “저…O기자님, 그럴게 아니라 제가 알아보고 바로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홍 팀장은 전화를 끊고 손목시계를 내려다 봤다. 8시다. 뭔가 대형 이슈가 터진 것 같은데 사장님이나 임원들이 전원 출근하려면 앞으로 한 10~20분은 더 있어야 한다. 사장님에게 1보를 보고 하자니…너무 아는 게 없다. 사장님에게 전화로 횡설수설하느니 주변 정보들을 더 찾을 필요가 있겠다. 홍 팀장은 평소 친분 있던 같은 OO일보 산업부장과 증권부장에게 주변 정보를 얻으려고 전화를 한다. 그런데 둘 다 전화 통화가 안 된다. 회의 중 인가. 전화해 달라는 문자를 넣어두고. 사장님께 어떻게 보고를 드리고 설명을 드려야 하나 궁리 한다. 최근 정치면과 사회면 그리고 증권면에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 세부 모니터링을 팀원들에게 지시했다. 바로 밑 김 과장에게는 재무팀 동기를 통해 왜 사장님이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을 매각했는지 정확하게 어느 정도인지 등등을 우회적으로 알아보라 지시했다. 홍 팀장은 고민한다. 사장님께서 출근하셨단다. 사장실로 무겁게 올라가고 있는 동안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아까 O기자가 다시 전화를 해 온 거다. “O기자님, 바로 전화 드리겠습니다.” 사장실 복도를 걸어간다. OO일보 증권부 O부장 전화가 울린다. “O부장님, 죄송한데…바로 전화드릴께요” 사장 비서가 사장실로 홍 팀장의 입장을 알리는 순간. 다시 홍 팀장의 휴대폰이 울린다. 아까 재무팀에 자초지종을 알아오라고 지시했던 김 과장의 보고전화다. “어, 김 과장, 뭐래?” “네…팀장님. 이게 좀 복잡하고 심각합니다. 사장님께서….” “알았다” 사장님 앞에 선 홍 팀장이 보고를 한다. “사장님, 오늘 아침 OO일보 측에서 문의가 왔습니다. 사장님 신상과 최근 주식 매각 관련 사안 인데요…” “아. 그거? 벌 것 아니야. 개인적인 일이니까 신경 쓸 거 없다 그래. 왜 기자들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갖지? 홍 팀장이 너무 느슨한 거 아니야?” 홍 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장님, 제가 보기에 이번 이슈는 상당히 문제가 큰 것 같습니다. 최근 정치 상황과 회사 경영상황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저희가 정확하게 사실을 파악 해야…” “아니..거…당신 일이나 똑바로 해요. 기자들한테도 쓸데 없이 신경 쓰지 말고 지네들 일이나 잘하라고 하고…” 직감적으로 큰 문제다 느낀 홍 팀장은 ‘일단은 막아야겠다’는 결정을 한다. 사장실에서 뛰어 내려오자 마자 홍 팀장은 OO일보로 차를 몰아 간다. 전화가 계속 울려댄다. 전화들을 계속 받으면서 문제가 보통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헐레벌떡 OO일보 편집실에 들어 선다…여기저기 눈길도 주지 않는 데스크들의 바쁜 모습을 거스르면서 편집국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시작한다… 위기는 팀워크에 대한 도전… 홍 팀장은 어디선가 따르릉 하는 자명종 소리를 들었다. 눈을 뜬 홍 팀장은 온몸이 다 젖어 몸을 일으킨다. 어제 기자들과 마신 술에 머리가 깨지는 것 같다. 오늘은 토요일 아침 9시. 꿈이다. 너무 너무 바빴고 죽을 만큼 고민 됐던 꿈이다. 자신의 홍보팀원들 얼굴이 스르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 많은 녀석들은 내가 그렇게 바쁠 때 무얼 한 거야. 사장님은 역시나 관심이 없으시더군. 이거 진짜 그런 일이 생기는 거 아니야… 아침 마음이 너무 심난하다. 홍 팀장은 생각한다. “다음주 출근 하면 꼭 ‘위기발생시 업무분장’을 다시 해 봐야 하겠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있던 업무분장은 도대체 어땠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 모니터링은 폭넓게 잘돼가고 있는지, 예전에 알고 지냈던 여러 부장들과도 간만에 전화 한 통씩 돌려봐야지. 그리고…” 대부분의 홍보팀장들은 위기시 이렇게 개인전을 펼친다. 시간과 정보의 압박 때문에 차라리 내가 혼자 하는 게 낫다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홍보팀 내 역할은 분담을 하라고 있는 거다. 혼자 다 하는 게 잘하는 게 결코 아니다. 여럿이서 완벽하게 손발을 맞추는 게 잘하는 거다. 위기는 팀워크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왜 스트레스를 혼자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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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07월 21일 14:50:50 / 수정 : 2008년 07월 21일 14:52:30 |
이번 기고문에서는 약간 글의 형식을 바꾸어 봤다. 일종의 스토리텔링 스타일인데…피드백을 봐서 재조정을 해야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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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to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역할은 나누라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