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소리로 남녀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남자는 이유를 들어야 화가 풀리고, 여자는 화가 풀려야 그 이유를 듣는다”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워크샵을 할 때 종종 이렇게 코칭한다.
공중들은 ‘여성적인 커뮤니케이션 태도’를 가지게 된다.
그러니 일단 공감하고 공감하고 공감해서 그들의 감정을 잘 관리하고
그 후에 메시지를 전달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위기나 논란 그리고 이슈에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 더 흥분하고 억울해 하고 화를 낸다는 게 문제다. ‘왜 저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지?’하면서 자신들의 본능적인 감정에 충실하곤 한다. 그러니 공중과의 접점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화를 내는 형국이 되고, 항상 기업은 칼날을 잡고 있기 때문에 칼 자루를 쥔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에 의해 난도질 당하게 된다.
오늘 한진중공업 오너와 CEO의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흔히 기업들은 ‘국회청문회에 나가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 일성을 하고 청문회에 임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미 충분히 인지하다시피 어떤 기업이나 개인도 국회청문회에 나와서 속 시원하게 해명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경우가 없다. 이 부분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아쉽게도 기업은 말하기 위해서 청문회에 나가는 게 아니다. 절대 그럴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국회청문회를 이끌어 나가는 국회의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단계는 보통 이렇다
질문하기 ==> (답변) 듣기 ==> 공감 또는 반박 (종종 이 마지막 단계는 생략되기도 함)
글자 순서와 반대로 그대로 문청(聞聽)의 순서를 가진다.
당연히 답변을 하는 증인이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듣기 ==> 공감 또는 반박 결정 ==> 답변하기
먼저 의원의 질문을 잘 듣고 공감하면서 답하는 청답(聽答)의 순서를 견지해야 한다.
문제는 많은 증인들이 최초부터 청문회에 나가서
말하고 ==> 듣기 ==> 공감 또는 반박하기
이렇게 자신도 억울함을 토로하고 그 다음에 질문을 듣고자 하는 답청(答聽)하려는 의욕이 넘친다는 데 있다.
국회의원도 말하려 하고, 증인도 말하려 하는 상황이 이래서 벌어진다. “나에게 답변할 기회를 달라”는 불평도 그래서 나온다. 당연히 증인의 이런 최초 생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의 감정을 상하게 만든다. ‘뭐야? 저렇게 자기 말만 하려면 나를 왜 불렀어? 나는 언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야?’하는 스트레스가 발생하게 된다.
일정 수준의 이런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면 그 이후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증인에게 ‘의식의 마비’ 현상을 초래하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게 되면 애드립이나 폭언, 실언, 비아냥, 울컥함, 듣지 않음, 자포자기 등등의 증인의 실제 반응으로 표면화된다.
말하려는 의향을 빨리 접어라
국회청문회의 주인공은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이다. 이 청문회에서 기업 경영진이 안전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시 말해 최초부터 청문회를 앞 글자의 순서대로 ‘먼저 듣겠다(聽, Listen)’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하고 그들의 심기를 감안해
- 충분히 의원들의 질문이나 훈계를 듣고(聽, Listen)
- 공손하게 공감하고 (반박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단 잘 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교정 노력 필요)
- 기회가 있을 때 미리 준비한 핵심 메시지로 ‘간략하게’ 답한다.
이 순서를 머릿속에 넣고 청문회에 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안전하고 이롭다.
물론 기존 미디어트레이닝의 커뮤니케이션 기법과는 많이 다르다. 청문회는 정치적 이벤트이고, 커뮤니케이션의 장은 기본적으로 아니다. 여기에서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적인 안전함이다. 이것만 취하면 승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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