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19)
위기관리, 벽을 허물어라
실제 위기관리 자문을 위해 기업 내부에 들어가 관찰해 보면, 일부 기업에서는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도 부서간 넘기 힘든 벽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보통 위기시에는 힘을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지만, 실제 부서간의 강한 벽은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큰 가로막으로 작용한다.
이런 부서간 장벽은 의도적인 것일 때도 있고, 일부는 제대로 된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일 경우도 있다. 이런 류의 장벽이 사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의도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면 아무리 위기시라도 그 장벽을 단숨에 허물기는 쉽지가 않다. 단, 평소에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 경우에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런 장벽을 확실하게 허물고 하나로 뭉치는 목표가 쉽게 달성된다.
보통 부서간 비의도적 장벽이 존재하는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되면, 보고라인이 뿔뿔이 흩어져버리는 특성이 있다. 보고라인의 정점은 CEO이지만, 각 부서가 각자 두서없이 통합되지 않은 정보들과 위기대응 방안들을 보고해댄다. 마케팅은 PR부서가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해가고 있는지 업데이트 받지 못한다. 법무팀이 움직이는 방향을 PR이 알지 못하거나, 고객관리팀이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 법무팀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고객관리팀이 접수한 심각한 고객 컴플레인이 PR에게 공유되지 않고, 법무팀에게만 연결되어 진행된 후 더욱 악화되어 언론에 접수 공개되는 경우들이 이런 내부 원인 때문이다. PR팀은 전혀 해당 사실에 대해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초기대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생산은 해당 고객의 컴플레인의 원인을 그때부터 알아보기 시작하고, 회사의 공식대응은 계속 지지부진 늘어진다.
이런 조직에서 위기관리를 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마치 옆을 보지 못하도록 눈가리개를 씌운 말들이 앞만 보고 섞여 뛰어가는 엉터리 경마의 느낌을 받는다.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앞을 가로막으면서, 자기의 앞길만 신경을 쓰는 판국이 된다.
반대로 조직내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들을 위기시 여러 말의 말들이 일렬로 함께 끄는 마차 행렬 같은 느낌을 준다. 각자가 앞을 보고 달리지만, 하나의 축에 일렬로 서 주어진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하다는 모습이다. 한눈에 그들이 어떤 일을 어떤 방향으로 하고 있는지 눈에 들어오는 것도 특징이다.
CEO는 스스로 자신이 보고 받은 내용들이 하부 부서 상호간에도 공유 되어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는데 이 부분도 문제가 된다. CEO는 위기대응을 지시하면서도 이 부서가 현재 업데이트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오해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 업데이트 된 정보 없이 CEO로부터 일방적인 대응 지시를 받은 부서는 관련 정보와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역으로 다른 부서들을 돌아다니면서 귀동냥을 하게 된다. 대응 시간은 길어지고, 대응의 품질은 하락한다.
CEO는 이런 부서들을 바라보면서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대응이 느리고, 형편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문제는 부서간 실시간 정보공유와 업데이트가 CEO 보고 ‘이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프로세스의 전후가 바뀌고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사내에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하는 것을 가장 첫 번째 단계로 제시한다. 이는 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해당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면대면 상황에서 공유 한다는 의미다. 위기관리위원회는 실제 오프라인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위기가 완전하게 관리 될 때까지 함께 하면서 실시간으로 정보와 상황들을 공유하고 기록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위기관리위원회는 보통 CEO 또는 위기관리매니저(Crisis Manager 또는 Chief Risk Officer)에 의해 소집되고 리드된다. 구성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각 부서들의 책임자들이 참석한다. 중요한 실무관련 팀장급들도 배석이 가능하다. 또한 일부 부서 책임자가 부재시에는 차순위 책임자가 대신하여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고 부서 고유의 역할을 대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고시간과 지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CEO가 위기관리위원회를 지휘하고 현장에서 초기 상황보고부터 경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효과적인 방식은 위기관리 매니저가 모든 상황정보와 전략적인 포지션 세팅을 완료하고, CEO에게 세부적 브리핑을 하는 프로세스다. CEO가 스스로 위기관리에 대한 프로세스와 전략도출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CEO 스스로의 생각에 빠져 위기대응을 지시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CEO는 이런 ‘공유된’ 정보들 중 우선순위에 따라 필터링 된 보고를 받고, 큰 대응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 옳다. 일부 CEO들은 대응 보도자료 문구 하나, 해명문 표현 몇 개, 해명광고 대상 매체 선정등 세부적인 일선의 위기대응 활동까지 관여 하곤 하는데, 이는 효율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않은 일이다.
위기시 기업의 위기관리는 CEO의 강력한 리더십, 위기관리 위원회의 발전적인 협업, 그리고 실무그룹들의 실질적인 실행력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다. 그 어느 부분이라도 모자람이 있으면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것은 무척 힘들어진다.
한번 평소에라도 우리 회사내부의 보고라인과 정보 공유 형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부서간 전문화가 분명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것이지만, 이런 전문화가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 단절과 격리를 뜻해서는 안 된다. 기술적으로 부서별 전문화라는 것은 실행역량에 있어서 전문성을 보유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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