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7월 212009 Tagged with , , , , , , , , , , , 2 Responses

TV 고발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

최근들어 TV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홍보담당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대부분 중소업체나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곤 하지만, 그 비판대상이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향하게 되면 즉각적으로 또는 일정시간이 경과된 이후에 직간접적으로 연락이 온다.

보통 이런 보도가 나가게 되면 홍보팀에게 가장 신경쓰이는 이해관계자는 ‘오너 또는 CEO’다 (사실 이게 현실아닌가?)

문제는 그분들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시면 만사 이상무인데…그분들이 대노하신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보통 “우리 홍보팀은 뭐하는데야?” 정도 수위의 메시지들이 내려오면 홍보팀은 말 그대로 위기다.

당연히 홍보팀은 허둥지둥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게 된다. 여기서 재발방지라는 것은 해당 고발 TV프로그램이 지적한 문제의 재발 방지라기 보다는 TV고발 프로그램에 우리회사가 방영되는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쪽으로 기울어 진다. (이 부분은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는 아니다)

TV 고발 프로그램을 경험한 기업들의 자세 또는 유형들을 한번 정리해 본다.

  • TV 고발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해 관계 형성을 도모한다. (심지어 작가들의 리스팅을 하거나, 사적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 광고 철회나 법적인 대응을 검토한다.
  • 비지니스 접점을 대상으로 언론 대응 기초들을 공유한다. (주로 Do’s and Don’ts)
  • 좀더 나은 대응을 위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 좀더 나은 역할과 책임의 분담 및 공유를 위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
  • 사내에 대변인을 지정하고 훈련한다.
  • 좀더 나은 내부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역이나 지점에 언론의 공격이 있을 경우 실시간으로 상황이 내부에서 공유되는 비상연락 시스템)
  • 매뉴얼을 만든다. (이 부분은 거의 대부분이 심적인 안정감 때문이다…)
  • TV 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대부분 취재주제들을 사전에 공지하면서 일반공중들의 고발이나 의견을 묻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집중한다)
  • 오너 또는 CEO에게 TV 고발 프로그램의 제작 프로세스등을 브리핑해 드린다. (일종의 면역효과를 노림)
  • 해당 TV고발 프로그램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담당자나 임원을 인사조치한다.
  • 일선 홍보팀 인력들에게 언론관계를 강화하라 지시하면서 접대비 예산을 늘린다.


이렇게 많은 사후 대응 및 개선안들이 나온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것들이 대부분 안(Plan)으로 남아있다가 사라진다는 거다. 그 이유로는

  • 오너 또는 CEO의 관심과 우려도가 점차 소멸된다.
  • 긴급함에 비해 예산확보가 만만하지 않다.
  • 위와 같은 시스템을 확보하고 나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 원인으로 제시할 부분들이 없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 인하우스 담당자들이 확실하게 그 결과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한다. (시스템의 얼개를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


결국 상식적으로도 동일한 고발 프로그램은 반복되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이나 역량은 항상 제자리 걸음이다. 작년에 구멍났던 접점들이 또 우수수 뚤린다. 4주에서 5주 정도를 공부하고, 분석하고, 취재하는 고발 프로그램 제작자들 보다도 공부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상황파악이나 논리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고발 프로그램 한편 제작비 정도의 일부 투자가 아까워서 못한다.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는거다.

이게 본능이니 어쩌겠나…저항할 수 없다.

5월 262009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살아있는게 이기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위기극복에 성공한 CEO의 공통점으로 “단기 재무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략하에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추구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CEO들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뿐 아니라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를 돌파해야 하며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선제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임직원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위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주문했다. [전자신문]

삼성경제연구소에서 CEO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냈다. 내용을 읽어보면 내심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들이 많다. “이렇게 해서 이 기업이 성공을 했구나!”하는 이해다.

하지만, 한편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또 여러 클라이언트사들의 성공과 실패를 같이 목격하면서 얻은 insight를 기반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다:

첫째, 장기적인 전략하에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추구하다가 잘려나간 CEO를 여럿 봤다. 이런 전략은 이사회와 오너 그리고 직원들 모두가 함께 공유를 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CEO의 리더십만으로는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이사회와 오너들은 왠만해서는 중장기 플랜을 싫어 한다는 거다. 10년후에 1조를 버는 플랜보다, 다음 분기에 달랑 10억을 버는 플랜을 선호하는 법이다.

둘째, 발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를 돌파하려던 CEO들을 옆에서 봤다.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이 기존 시장을 성장시키는 것 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위기 돌파를 위한 신시장 개척은 어떻게 보면 더욱 더 위험한 발상이다. 보통 그럭저럭 이도저도 안되니까 새롭게 무언가 해 볼려 손을 댔다가 회사의 생명을 단축시키곤 하기 때문이다.

셋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선제적 투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단 위기시에는 거의 모든 회사들은 심리적인 위축을 경험하게 되고, 보수적인 투자 양상을 띄게 되지 않나. 선제적 투자라는 말은 아카데믹한 단어일 뿐 현실적이지 않다. 선제적 투자는 호기에 성장성을 더욱 배가시키기 위해서 주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시기가 더 투자회수율이 높다.

넷째.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기존 상황을 알면 실현 가능성이 적다. 임직원들은 외부이해관계자가 아니라 내부이해관계자다. 매일 매일 하루 20시간가량을 회사 생각과 업무를 하면서 사는 사람들인 경우들이 많다. 이들에게 불안감이 일단 조성되었다면 99%는 그 실체가 있다는 이야기다. 구조조정, 회사매각, 매출하락, 경영진교체등이 실체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임직원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진 않는 법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대화에 메시지가 부족한게 당연하다. 성공하지 못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이다.
 
다섯째, ‘살아있는 회사가 이긴 회사’라는 점이다. 순간 반짝하면서 사라지는 회사나 브랜드를 여럿 봤다.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아보여도 수십년 살아있는 회사는 근본적으로 강한 무엇이 있었다. (물론 시원하게 반짝 거려 보지는 못했어도)

결국 성공한 CEO의 공통점이 이런 것들이어서 회사가 성공한 것이 아니라…성공할만한 기업들이니까 이런 공통적인 활동이 ‘가능’했었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본다. 99.99999%의 기업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5월 20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오너 기업에게 이상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란?

어제 모 대학원 강의를 진행하면서 실무자 수강생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오너(Owner)들이 현직에서 최고의사결정을 하는 오너 기업들에게 있어
위기란 어떤 의미이고, 또 효율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란 또 어떤 것일까?


이런 생각이다.

보통 전문 경영인들이 경영을 하시는 일반 기업들의 경우에도 CEO와 일선간에는 위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다르게 마련인데…이 오너분들의 위기관은 분명 더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오너께서 싫어하시는 주제, 표현, 평가, 비유, 접근방식에서 심지어 단어 하나에 까지 오너 각각에 따른 ‘위기’ 요소는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게 고민인거다. 예전 모시던 모 CEO께서는 기사나 각종 보도자료에 ‘규모의 경제’라는 단어와 ‘모멘텀’이라는 단어를 개인적으로 무척 싫어 하셨던 분이 있다. (이유는 아직도 모른다…)

그 분 앞에서 프리제테이션을 하다가 무의식 중에라도 ‘모멘텀’이라는 단어가 입 밖에 튀어 나오면 금방 싸늘해 지는 표정을 읽게 된다. 심지어 기자가 기사에 우리 회사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모멘텀’이라는 중립적인 단어를 쓰더라도 당장 기사에 대한 타박이 돌어오기 일쑤였다.

심지어 대기업 오너분들께 그 사생활이라던가, 자녀분의 가시적 행동들, 평생 오너분께서 가슴에 품어 오신 트라우마등을 언급하고 자극하는 기사는 그 어떤 이슈보다도 ‘위기’로 판정될 가능성이 많은게 현실이다. (실제로도 매장에서의 고객 트러블 몇번 보다 오너와 관련된 부정적인 소형 기사 하나가 더 큰 위기로 받아 들여지곤 한다)

오너 기업에게는 위기에 대한 정의도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게 당연하고, 각각의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와 시스템도 그에 따라 달라야만 한다. 어떤 위기관리 시스템이 이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일까?

  • 오너의 의중을 가장 정통하게 읽고 업데이트 받는 주체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이끌어야 한다.
  • 오너의 부정적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모든 민감한 이슈들을 미리 미리 차단해 가시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보수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으로 교정하는 프로세스를 매순간 견지해야 한다.
  • 위기관리에 있어서 오너가 생각하시는 결과를 필히 도출할 수 있도록 평시 역량을 관리해 놓아야 한다.
  • 위기관리 조직과 시스템을 항상 스피디하게 최대한 운용해 해당 이슈를 관리 할 수 있도록 조직화 해 놓아야 한다.

일반적인 기업의 위기관리 프로세스 처럼…상황분석, 포지션설정, 대응 방안 및 메시지 설정, 실행등의 단계를 거치지 않는 게 이 시스템의 특징이다.

이슈가 발생되면 상황분석은 단 일초에 이루어진다.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 하는 판단이 그 기준이다. 동물적인 순발력으로 긍정과 부정을 나눈다. 그 후 포지션은 항상 동일하다. 긍정은 논의 주제가 되지 않고, 상황분석이 부정으로 결론 나면 포지션은 항상 하나다. 해당 부정적인 이슈를 즉각 ‘대응 소멸’하는 포지션이다. 그 대응방안이 세부적으로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멸시키는 활동을 수행 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과나 무관심등은 불가능한 옵션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메시지다. 오너 시스템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어떻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하는가는 항상 딜레마다. 내부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감안해서 메시징을 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기에는 타겟 공중들의 수용성 부분이라던가, 공감하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이 부분 또한 결론은 하나다. 오너들은 그분들 자체가 포지션이고, 전략이며, 메시지다. 위기관리를 위한 카운슬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필요할 뿐 기본적으로 상시 카운슬은 필요하지가 않다. 외부 전문가들이 오너분들을 설득하거나 교정하는 프로세스 또한 현실적이지가 못하다.

오너 기업에서의 위기관리 시스템이란 우리나라 홍보팀과 홍보실들이 예전부터 이어 내려오면서 견지했던 바로 그 시스템의 모습이다. 바로 그 모습이 오너기업의 특수성과 그 안에서의 경험을 녹여낸 이상적인 시스템이었다. 현실이 그렇다.

3월 272009 Tagged with , , , , , , , , , 4 Responses

회사 사장들 처럼 독재가 어딨어?

일본에서는 경영진이 기자회견장에 우르르 몰려나와 머리를 90도로 숙이며 국민에게 사죄하는 광경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제품에서
조그만 결함이 발견되거나 자사 직원들이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도 대국민 사죄는 약방의 감초처럼 꼭 따라다닌다. 일본에서 공적
책임을 따질 때 ‘사과(아야마리)’라는 단어 보다 ‘사죄(샤자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것도 책임의 무게를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매일경제]



기업의 위기시 클라이언트에게 “아무래도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하면 10중 10이 모두 ‘노(No)’를 하신다. 이 ‘No’라는 의미는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CEO 또는 오너께서 허리를 굽히는 등의 퍼포먼스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실 이런 결정은 CEO 또는 오너 스스로 하신다 하실 때만 가능하지, 내부에서 아무리 ‘공개 장소로 나가시라’ 해도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심지어 그런 요청이나 조언을 하는 인하우스도 되레 총 맞기 쉽상이다. 그래서 매우 민감하다.)

이번 사건이 상당히 위태롭고 중대한 사태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CEO나 오너께서 허리를 굽히시는 것은 그들을 ‘두번 죽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의외로 팽배하고 견고하다. 따라서 이런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위기 관리 코치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 아무 이득이 없다.

반대로 정치권이나 공공기관 그리고 NGO등에서는 의외로 자주 허리를 숙인다. (생각같아서는 그 반대일 듯 한데 아니다) 이들은 그 만큼 명분에 죽고 사는 비지니스를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제 여러 대기업 임원들이 모여 술자리 중 한임원에게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회사 사장 처럼 독재가 어디있어? 회사 사장에게 반기를들거나 비판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나? MB같은 경우에도 CEO출신이라고 하지만 민주적 경영 개념이 있을 수 없잖아. 특히 현대라는 기업 자체의 리더십에서도 현재까지 민주적 측면을 발견하기 힘든데…MB가 그런 민주적인 태도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지…”

그 이야기에 대해서 상당히 공감을 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업이 민주적 리더십을 가지고 비지니스를 해 나가고 있다고 착시한다. 바로 이런 기업의 독재적인 리더십이 위기관리의 성공률을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은 아닐까?

 

3월 102009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위기관리가 힘든 이유

얼마든지 전체 가전시장의 불황을 탓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간의 자만을 반성하고 스스로 고개를 숙였다. 한순간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대리점 사장단은 뜨거운 박수와 눈물로 협력과 단결을 약속했다. 이 사건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의 수많은 전설 중 백미로 꼽히는 ‘아타미 회의’ 장면이다. 이를 계기로 본사 영업본부장으로 복귀한 마쓰시타는 전사
차원의 논의를 거쳐 지역별 판매회사망을 조직하는 등 회사를 부활시켰다. [
중앙일보]



위기관리와 관해 일본의 마쓰시다의 위기경영을 본받자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쓰시다가 실행한 위기관리 사례에 대해 중앙일보에서 하나의 예를 들었다.

일본기업들의 위기관리 방식을 보면 국민성과 비슷하게 상당히 사과에 익숙(!)하고 사과 이후에 관대함을 느낀다. 반대로 우리는 사과에 상대적으로 인색하고 사과를 해도 그리 관대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면에서 우리나라에서 위기관리가 좀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사과의 효력은 사과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사과 이후 개선 활동의 품질과 진정성에서 효력이 나오기 마련이다. 흔히들 사과 하면 됐지…뭘 더 바래…이런 식으로 사과에 임하니까 효력이 의심되는 거다.

또 사과의 효력은 사과 주체의 무게감(명성)과도 비례한다. 문제는 무게감 있는 인사(오너 또는 CEO)는 절대 사과하려 하지 않는 다는 게 딜레마지만. 그래서 어렵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9월 122008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2 Responses

왜 조직은 위기시 비이성적인가?

(참고: 상당히 긴글입니다)

지평의 mu님께서 위기관리와 평판에 대한 아주 과학적이고 또한 현실적인 멋진 포스팅을 해 주셨습니다. 제 이전글과 mu님의 글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하나 드는 추가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왜 삼성 같이 이성적인 조직이 위기시에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할까?”

좋습니다. 삼성을 빼고 다시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굳이 삼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왜 이성적인 조직들이 위기시에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할까?”

mu님께서는 그 원인을 인간의 뇌구조별 역할에 촛점을 맞추셔서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참 insightful한 설명이십니다. (항상 멋진 정보들을 주셔서 아주 고맙습니다.)

저는 조직적인 원인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위기가 발생되면 보통 CEO에게 보고가 됩니다. 특히 회사 내외부의 큰 문제는 CEO 보고가 최우선 대응 절차가 되겠습니다. CEO는 보고를 받고나면 일단 기분이 나쁩니다. 가뜩이나 처리할 많은 문제들이 많은데 이렇게 중대한 사안들이 자꾸 보고 되니 마음도 불편하고, 짜증도 나겠지요.

특히 오너 그룹사들의 CEO들이 전문경영인일 경우에는 자신의 프로파일하고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민감합니다. 자칫 노조문제나 산재처리 문제로 자신의 사내 입지가 불투명해지면 향후 커리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CEO들이 위기에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생각은 ‘조용한 무마’가 일반적입니다. 그룹 오너에게 소리가 안들어가게, 사내외로 안알려지게…조용히 사건 당사자들과 실무선에서 적당히 처리하는 것 만큼 이상적인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위기가 그렇게 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때 CEO가 다음 선택으로 하는 포지션이 무엇일까요? 조용한 무마가 힘들다면, 그 다음은 ‘회사의 이익을 대변한 강력한 대응’으로 대상을 무력화 시키는 것입니다. 이왕 벌어진 위기를 자연 소멸시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아주 강력한 리더십(?)으로 해당 위기를 인위적으로 소멸시켜야 사후에 어느정도 정상 참작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이런사례들은 예전 70-80년대 그룹사 리더들이 보여준 대노조정책, 대직원정책, 대정부정책, 대언론정책에서 많은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대응 포지션에서 재미있는 점은 그러한 대응이 성공하면 사내외적으로 강력한 리더로 재포지셔닝이 되고, 여러가지 무리를 일으켜 실패하게 되면 아주 악독한 깡패가 된다는 것입니다.

CEO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위기관리 과정에서 더욱 더 냉철하고, 압도적이며, 안전한 방법들을 강화하게 합니다. 이를 위해 법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지원을 받습니다. 또한 각종 stakeholder들로 부터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실무진들을 움직입니다. 그 예가 홍보팀과 대관업무팀, 그리고 HR의 노무팀들이 되겠지요.

여기서 또 재미있는 부분은 CEO의 위기대응 포지션을 좀더 강화하기 위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협조한다는 것이지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항상 조직을 뒤로 하고 (멀리 떨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디언스 즉, 공중들을 바라보고 살펴야 하는 사람들인데, 반대로 CEO를 바라보고 공중을 등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렇죠. 일종의 타협이라고 하는데…글쎄요.

정확하게 말해서 해당 CEO의 그러한 포지션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어서 옳은 포지션이다 하면 그보다 더 좋은 카운슬링 환경은 없겠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CEO의 경직되고, 인간미없고, 오만한 포지션이 절대 해당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판단되면 전문가들은 CEO를 설득해야 합니다. 조직이 성공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설득의 결과는 항상 뻔합니다.

왜냐하면 CEO는 해당 위기가 ‘회사의 위기’ 이전에 자신의 인생이 걸린 ‘개인적 위기’이기 때문에 조직적인 차원의 중장기적 접근이 별로 강력한 소구점을 찾지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죠. 일종의 방어기재이기도 합니다.

담배를 피다 걸려 당장 학교에서 짤릴 것 같은 학생에게
방과후 자율학습을 해야 대학을 가니 같이 공부하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학생에게 제일 시급한 건 일단 정학이나 퇴학은 면하고 봐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그 다음에 대학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거죠. 절대 소구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CEO의 강력한 포지션은 당연히 아래 모든 실무자들에게 정확하게 투영 됩니다. 특히나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들은 그 파급력과 alignment가 더욱 강하죠. 사실 실무자들에게는 공중관, 즉 공중을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이 부족합니다. 회사의 중차대한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내외부 공중에 대한 시각을 반영해 interactive한 자율성을 발휘한 경험이 부족하고, 그런 시스템도 없기 때문이죠. (그나마 외부 공중을 interactive하게 모니터링하는 곳은 마케팅과 홍보쪽이 아닌가 합니다)

한마디로 실무자들은 시키는데로 하면 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상당히 내부적인 시각이지만 그게 실무자에게 맡겨진 역할이자 임무죠. 외부공중과의 접점에 있는 이 실무자들이 내부시각을 100% 반영하여 움직이기 때문에 외부 공중들은 그 실무자들의 대응을 보면서- 인간미-를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기계로 보는거죠.

위기관리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분들이 ‘사과를 진정성을 가지고 해라’ ‘오디언스의 편에 서라’ ‘공감을 표하고 care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라’ ‘단어 선택을 잘해라’ ‘그들의 마음을 읽어라’ ‘충분히 배상하고 용서를 빌어라’ ‘앞으로 나와라. 숨지마라’ ‘인간적인 얼굴을 보여줘라’ ‘빨리 대응해라’…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하는데 사실 이 모든 조언들은 ‘기업을 사람으로 간주할 때 주문할 수 있는 원칙’이라는 겁니다.

조직은 절대 사람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적 주문이 먹힐리 없습니다. CEO는 개인적인 방어가 가장 큰 니즈이며, 실무자들은 CEO의 의중에 부합하게 잘 움직여야 한다는 개인적 니즈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니즈들이 조직의 포지션을 구성하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미가 있을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죠.

개인적 니즈 + 개인적 니즈 = 기계적 실행

그래서, 위기관리에 성공한 조직들이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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