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

12월 132010 Tagged with , , , 0 Responses

지금 어떻게 워룸에 모이라는 거죠? : 실제적인 워룸 역학

오전 9:00 기업 위기관리 리더(상무)가 위기관리 위원회 소집을 명령했다. 그날 새벽 5시(한국시간) 미국 LA지사 물류창고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는 지사의 보고가 있었기 때문.

새벽부터 CEO에게 1차 상황보고를 끝낸 위기관리 리더(상무)는 CEO로 부터 즉각 ‘위기관리 위원회’를 소집해 세부 대응책들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상무는 출근시간직후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인 각 부서 임원들과 주요 팀장들에게 본사 20층 워룸(대형 컨퍼런스룸)에 집합하도록 명령했다.

오전 9:10 20층 워룸에는 물류팀장 한명만 앉아있다. 상무는 “다들 어디간 거죠? 아직 다른 분들은 출근 안 했나?” 물류팀장은 “글쎄요. 다들 집합공지는 받았을 텐데요? 제가 다시 전화해 보겠습니다”

오전 9:20 다섯 명의 팀장들이 모였다. 전체 20명의 임원들과 팀장들 중 15명이 아직 집합하지 않았다. 인사팀장이 다가와서 이야기한다. “현재 마케팅 이사와 마케팅 팀장은 CF촬영 때문에 호주 출장중이라네요. 그리고 생산부사장님과 법무팀장은 휴가 중이고요, 인사 부사장, 해외영업팀장, 홍보팀장은 오늘 지방출장이 있어 각각 부산, 대구, 제주에 있습니다. 8분만 더 모이면 전체가 됩니다.”

오전 9:30 총 10명의 임원들과 팀장들이 모였다. 왜 이렇게들 늦게 워룸에 집합하느냐 물어보니 다들 이유들이 있다. ‘애가 아파서 출근이 늦었다’ ‘어제 회식 때문에…’ ‘오전에 일찍 처리할 업무들이 있어서’ ‘미국지사와 통화하느냐고…’ ‘기자들에게 전화 받느냐고…’ 다들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오전 9:35 위기관리 리더(상무)가 새벽에 발생한 미국 지사의 사고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이와 관련해 분사에서 처리하거나 대응해야 하는 전략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분장하고, 업무 데드라인을 설정했다. 다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무언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별로 이번 위기가 그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것 같지 않다.

위기관리 리더인 상무는 이렇게 생각한다. ‘직원들이 회사 업무에 대한 오너십들이 부족해. 자신들에게 맡겨진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도 모르고, 관심조차 없어. 오늘 같은 경우에도 위기관리 위원회가 워룸에 집합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 대응 회의에도 관심이 없고, 별로 위기관리를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 해. 총체적인 문제야. 심각해…’

이런 경우 직원들은 반응은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들에게는 근본적으로 서두르거나 데드라인에 신경을 쓸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평소 업무에도 몇몇 특수업무 부서만 빼놓고는 시간이나 분단위로 데드라인에 신경을 쓴 경험들이 별로 없다.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무조건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을 욕하거나, 탓하기만 해서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워룸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까?

 

  • CEO가 소집시간에 맞추어 정확하게 워룸에 들어와 초기 10분을 지켜보거나, 초기 브리핑과 당부의 말씀을 전달한다.
  • 매뉴얼상에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이 소집 당시 워룸 참석이 불가능할 때에는 하위 매니저들이 임무를 대신해 참석케한다.
  • 원활하게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크기의 원탁 테이블을 중심으로 모여 앉게 한다.
  • 위기관리 매뉴얼과 R&R관련 문서들을 배치한다.
  •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전원 노트북을 사용하게 한다. 데스크탑에서 근무하는 환경에서는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이라고 해도 위기시 자신의 데스크에서 떠나기가 힘들다.
  •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워룸에 체류하는 동안 데스크 전화를 어시스턴트들이 받아주거나, 홍보팀과 같은 일부는 데스크 전화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포워딩 세팅 한다.
  • 워룸내 원할한 무선 인터넷, 복수의 프린터와 팩스, 복사기 등을 설치한다. (모두 무선 세팅+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의 노트북과 연동 세팅)
  • 필요한 웹사이트들과 인트라넷, 보고서, 동영상 및 기차 자료들을 모두 함께 열람 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프로젝터들을 설치해 여러 개 스크린들에 쏘아 놓는다. (스피커 포함)
  • 필요 시 여러 TV 뉴스들을 비교 상영할 수 있도록 대형 TV들을 복수로 설치한다.
  • 상황들을 적어 공유할 수 있도록 모든 벽면에 대형 포스트잇 챠트들을 붙이거나, 대형 화이트보드를 설치한다.
  • 음료, 커피와 간단한 허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스낵코너를 세팅한다.


그래도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핵심 하나가 남았다.

위기관리 리더인 임원이 조직에서 실제 파워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 그러면 많은 부분이 열악해도 스스로 해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