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언스

3월 062009 Tagged with , , , , , , , , 4 Responses

커뮤니케이션은 확신이다

지난해 3월 생쥐머리 새우깡과 칼날 참치캔, 6월 너트 라면, 9월 중국산 분유가공품 멜라민 파동을 겪으면서 식약청이 밟는
수순은 이처럼 매번 똑같았다. 처음엔 위험 식품에 대한 금지조치를 내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하겠다”
고 발표한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록 실제로 변하는 것은 없고 잊을 만하면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터진다.


(중략)

그런 와중에 감기약 파동이며, 쓰레기 만두, 기생충알 김치 등 식품 파동은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일이 터지면 부산하게 법석 떨다 다시 원위치하는 식약청의 자세도 꿋꿋하게 변함이 없다. [조선일보]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코칭을 진행하다보면, 많은 위기상황에 관련 된 메시지들 중 공통된 부분이 있다. 메시지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런류의 메시지들이 공통적으로 반복된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당 위기는 이미 발생한 것이고 공중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이 알기 원하는 바는 왜 그 위기가 발생했고, 그 위기를 어떻게 관리를 했고, 앞으로 어쩔꺼냐 하는 것인데 위의 메시지는 바로 맨 마지막에 해당하는 핵심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같이 코칭을 진행하는 어시스턴트 코치들이나 일부 인하우스들이 코칭세션이 끝나고 모여 이런 말들을 나누곤 한다는 거다.

“사실…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이 메시지가 약간 너무 무성의 한 것 같지 않아요? 약간 믿음이 간다기 보다는…뭐랄까 그냥 이 상황을 일단 면피하려 한다는 그런 이미지가 들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시 정확한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내 생각은 이렇다.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의 메시지를 믿지 못하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면 당연히 그 메시지는 실패한 것이다. 그런 뒷받침없는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오디언스들에게도 신뢰를 형성하지 못한다. 이것은 메시지의 문제라기 보다는 진정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얼마나 우리 스스로가 최선을 다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의 문제다’

거짓말이나 확신없는 말을 할 때는 항상 스스로 불안하다. 오디언스는 그 불안함을 느낀다. 커뮤니케이션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있다.

12월 282008 Tagged with , , , , , , , , , , , , , , , , 7 Responses

Insights from CCP

어제 토요일 부터 약 3주간 주말마다 Crisis Communication Coach 양성을 위한 CCP를 시작했다. 총 12명의 Coach Wannabe들께서 참가 해 주셨다. 모두 현직에서 PR 업무를 하고 있으면서 Crisis Communication을 부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과 하루 종일 귀중한 주말 시간을 함께 하면서 Crisis Communication에 대한 여러가지 이슈들을 토론하고, insight들을 공유했다. Crisis Communication Coach에게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인 Case Study 부분은 각자가 전형적인 Crisis Communication Habits에 대한 insight들을 제공해서 더욱 유익했다.

몇가지 다시 한번 확인 하거나 새롭게 얻은 Crisis Communication 관련 insight들을 정리 해 본다.

1. 기업과 실무자의 철학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Crisis Communication은 성공할 수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Crisis Communication은 기술이나 노하우가 아니다. 성공적 Crisis Communication 철학이 부재하면 절대로 Crisis Communication은 성공할 수 없다. Crisis Communication을 논하면서 부실한 철학을 소급해 안타까워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2. Crisis Comunication을 실행함에 있어 자신이 항상 기업 Mantra 위에 서있는가를 확인 점검 할 것

모든 어려운 상황과 복잡성을 쉽고 단순하게 정리해 주는 힘은 ‘원칙’에서 온다. 아무리 어려운 질문도 ‘원칙’에 충실하면 단숨에 해결이 된다. 수없이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그 안에는 원칙이 핵심이다. 비행기가 추락을 했다. 기업의 crisis communication 원칙은 무엇인가? 박살이 난 채 불에 타고 있는 비행기가 중요한가? 그 안에서 죽어가는 탑승객들이 중요한가? 기업에게 무엇이 더 중요하고, 빨리 관리를 해야 하고, 누구와 대화를 해야 하는가를 원칙에 입각해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3. 시각을 180도 바꿔라.

항상 안타까운 것은 PR 실무자가 회사의 시각만으로 이슈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훌륭한 PR 실무자들은 제3자의 시각을 굳건히 견지하고 있는 자들이다. 회사의 시각만으로 이슈들을 바라보는 것은 외눈박이와 다름이 없다. 또 PR 실무자가 회사의 시각만을 견지하고 있다면 다른 회사 구성원들도 똑같은 상황에서 PR 실무자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성공적 Crisis Communication을 위해서 항상 이렇게 주문을 한다. “일단 오디언스의 입장에 서서 그 이슈를 바라봐바. 어떤 느낌을 가질 것 같아?”

그런데 이게 힘들다. 진짜 힘들다. 거의 불가능해 보일 만큼 힘들다.

4. 프로세스를 잊지마라

위기가 발생했다. 첫번째 해야 할일은 해당 위기상황을 둘러싼 상황의 파악이다. 상황파악 이후 포지션을 정해야 한다. 포지션을 정한 후 키메시지를 만들고,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일련의 프로세스다. 이를 건너 뛰거나 앞뒤로 뒤죽박죽 전개하다 보면 항상 Crisis Communication에 헛점이 드러나게 되고, 오디언스를 화나게 하게 되며, 해당 기업은 실패의 쓴잔을 마신다.

5. 아이디어로 승부하지 말아라

Crisis Communication에서 경계해야 할 몇가지가 있다면, 아이디어, 고집, 피해의식, 비인간적 감정, 두려움 일 것이다. 특히 아이디어로 접근하지 말자. 커뮤니케이션은 아이디어로 되는 것이 아니다.

6. 목적과 목표를 잊지말라. 단, 그 목적과 목표는 오디언스의 관점에서 결정되어져야 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이전으로 돌려 놓아야 하는 것은 오디언스의 마음과 감정과 평가다. 불타버린 건물이나, 리콜해 공장에 쌓여있는 제품이나,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장이나, 앞으로 전개될 손해배상 소송들은 그 다음 이슈다. Crisis Communication은 오디언스에게 stick되어 있는게 정상이다. 여론의 법정에서 이기기 위해 오디언스가 중심이 되는 목적과 목표를 잘 설정해 시작을 하라는 말이다.

7. 많은 부분 법은 여론에 후행한다.

잘 못 관리된 위기는 성난 여론을 만들어 내고, 그 성난 여론은 새롭거나 강력한 법과 규제들을 만든다. 이러한 사회적 강제력들은 다시 기업에게 채찍이 되고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단순히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이 해프닝으로만 마무리 되지는 않는다.

8. Crisis Communication을 위해 클라이언트를 설득 하는 것은 아무리 유능한 코치라도 무척 어렵다.

기업과 인하우스 실무자들이 공유해 왔던 기존 철학과 해당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그들내에서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180도로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어렵다. 이러한 견고성을 푸는 방법은 코치의 강력한 명성과 커뮤니케이션 스킬뿐이다. 그리고 그에 하나를 더 하자면, 변화 하고자 하는 기업과 인하우스 실무자들의 태도다. 이 중에 하나도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인하우스와 코치가 마주 앉았다면…결과는 뻔하다. 미안하지만 시작해 볼 필요도 없다. 차라리 External Council에게 지불 할 fee 몇천에서 몇억을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기부하는게 낫다.

9. 성공했다 주장하거나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crisis communication이 많지만…사실은 아니다

Crisis Communication 평가에 관한 문제인데, 이는 근본적으로 정치적이고 내부중심적이고 편향적이다. 간단하게 말해 기업의 CEO가 박수를 쳐 주시면 그게 성공이다. 그렇지만…이 박수가 진정한 오디언스의 평가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10. Devil’s Advocate이 되라

이것이 Crisis Communication Coach의 역할이자 임무다. 될 수 없다거나 또는 힘들다면 코치가 되겠다는 생각은 빨리 포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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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2008 Tagged with , , , 12 Responses

핵심은 오디언스지…

세스 고딘 가라사대…”Most presentations (and I’ve seen a lot) are absolutely horrible.”

Slide:ology의 Doug  가라사대…”Find the shape that truly expresses your company’s unique take on the world. Go creative. Hire an artist. Get out the finger paints. Make something new!”

Presentation Zen의 Garr 가라사대 “In a great story — and in a great speech — there is ebb and flow, there is silence and there may be thunder. There is the abstract and the concrete.”

그 밖에 Guy Kawasaki, Steve Jobs 등 여러 선수들의 말을 빌리더라도…”스토리로 승부 해, 파워포인트의 bullet point로 빡빡하게 만든 텍스트 슬라이드는 갖다 버려…”이런 말들을 자주 접한다.

문제는 얼마 전에도 포스팅했었지만…오디언스가 누구냐 하는 데 딜레마가 있지 않나 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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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식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스토리텔링을 하면…두 부류의 반응이 나온다.

A 그룹: “뭐가 뭔지…슬라이드를 보면 무슨 이야긴지 알 수가 없잖아. 세부적인 내용은 어디 간 거야? 흠…모르겠어…성의 없이 보이기도 하고…”

B 그룹: “어머. 정말 기억에 남는 프리젠테이션이었어요. 비주얼에서 연상되는 내용들이 아주 강렬해서요. 아주 독특한 경험이었네요…”

A 그룹의 반응에 당황한 나머지 다음과 같은 스타일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동일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면…또 여지없이 두 부류의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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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의 A그룹: “거봐…훨씬 좋잖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이해가 되네. 아주 슬라이드 읽기도 편하고 말이지. 나중에 프린트해서 읽어볼 수도 있고…성의도 있어 보여~.”

그 이전의 B그룹: “흠…텍스트가 너무 많아서 눈이 아파요. 스토리 보다는 슬라이드에 집중하게 돼서 전달률이 떨어지네요. 좀 더 기억할 만한 스토리 텔링이 필요하다고 봐요. 실망스러워요.”

이렇다.

놀랍게도 프로들끼리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당연히 두 개의 반응들이 나타난다.

에이전시 프로파일을 아래와 같이 만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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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그룹: “흠…좋아보이긴 하는데…우리 회사를 소개하는데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이는 건 조금…좀 더 디테일하게 우리 회사의 업적을 써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중에 클라이언트가 읽어 볼 경우도 대비해서…”

B 그룹: “이전 텍스트 슬라이드 파일보다 임팩트가 훨씬 강해요. 우리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해요. 사실 빡빡한 텍스트는 논문 같아서 우리가 무엇을 했다는 것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는 것 같았거든요.”

사내 A그룹의 반응이 여지없이 찜찜해서 그러면 이전 슬라이드 파일로 클라이언트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하겠다고 하면서 예전 슬라이드를 꺼내 놓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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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A그룹: “어…조오타~”

앞의 B그룹: “치…또 예전으로 돌아갔네 뭐. 난 몰라…”

똑같은 강의, 세미나, 워크샵, 미디어 트레이닝 자리에 서서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슬라이드를 가지고 진행해도…어떨때는 ‘아주 impressive했어요~!’하고 어쩔때는 ‘뭐가 뭔지..알수가 없네’하는 반응이 나오곤 한다. 아주 딜레마인데…내가 아직 extreme & universal professional이 되지 못해서 그러는 건지…아니면 오디언스들의 취향이 제각각 달라서인지…그 원인을 두고 고민이다.

이제 더 이상 역겨운 텍스트 파일 투성이의 파워포인트 bullet slide들을 걸어두고 스토리텔링을 하기는 싫은데 말이다. 어째야 하나.

10월 082008 Tagged with , , , , , , , , , 4 Responses

위험한 칼 – 비유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이 자사 제품의 안전성 등과 관련 된 위기에 봉착했을 때 첫 번째로 주장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실 이 함유 물질이라는 게 인체에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 문제에요…’이다.

일단 제품에 들어가거나 함유되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그게 사실 영향이 없이 미미하기 때문에…이렇게 까지 난리를 칠 문제는 아니다 라는 포지션에 최초부터 무게를 많이 둔다. 사실 억울하기도 하겠다.

이 상황에서 커뮤니케이터들은 오디언스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을 하고 ‘좀 더 알기쉽게 이해’ 시키기  위해 ‘비유’라는 날선 칼을 섣불리 뽑아드는 유혹을 버리지 못한다.

예를들어, (사실과는 관계없음)

  • 우유에 든 OOO은 60kg 성인이 하루에 100리터씩 연속 10년에 걸쳐 마셔야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 이 제품에 든 호르몬의 함유량은 아주 적어서 인체에 흡수 되더라도 태평양에 소주잔 하나 정도의 물을 붓는 것과 같다.
  • 이 와인에 든 살충제 잔여 성분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로 매일 2-3병씩 20-30년에 걸쳐 마셔도 문제가 없다.
  • 이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골퍼가 맑은 날씨에 골프를 치다가 벼락에 맞을 확률 보다 더 적다.
  • 이번 처럼 비행기가 추락한 경우는 여러분들이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당할 사고의 10만분의 1이다.

뭐 이런 식의 그럴듯한 비유를 하곤 한다.

내심 커뮤니케이터들은 모여서 이런 메시지를 보고 무릎을 탁 치면서 ‘역시 프로야. 이렇게 알기 쉽게 비유를 멋지게 하다니 말이지. 자…이런 우리의 메시지를 듣고도 이해를 못 하는 오디언스들은 다 문제가 있어…좌익이나 변태들일 꺼야…’ 이런 공감대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핵심은 오디언스들의 마음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고 적절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면서 피부에 와 닿는 비유라고 해고 오디언스의 마음이 닫혀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안 믿는다는 데 어쩔껀가.

닫힌 마음에 대고 아무리 메시지라는 창을 날려 봤자 힘만 드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일단 오디언스의 마음에 공감 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닫힌 문을 함께 천천히 열어가라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비유도 그다음이라는 말이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기가 먹어치운 우유병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열라는 거다. 그 엄마의 머리통을 때리면서 ‘이 바보야…인체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니까…이 빙신아…;하는 기업이 되지 말자는 거다. 그 엄마의 불안함을 같이 진정성을 가지고 느끼고 그 엄마와 대화를 하려 노력하려는 거다. 같은 입장이 돼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공감을 하자는 거다.

그 이후에 그 엄마가 눈물을 닦고 기업에게 ‘진짜 이 우유가 안전한 게 확실한가요? 진실을 말해 주세요. 네?’ 할 때 …그 때 적절한 비유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하자는 거다. 그때 가야 메시지의 흡수가 가능하고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아닌가.

멋진 비유. 좋다. 하지만…커뮤니케이션에는 순서와 타이밍이 있다. 이 부분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지 않고 메시지의 배열을 교과서적으로 때려 넣어 날리는 커뮤니케이터는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

관련글: 위험한 비유와 지식의 저주
관련글: 포지션을 정해야 메시지가 통한다
 

9월 122008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2 Responses

왜 조직은 위기시 비이성적인가?

(참고: 상당히 긴글입니다)

지평의 mu님께서 위기관리와 평판에 대한 아주 과학적이고 또한 현실적인 멋진 포스팅을 해 주셨습니다. 제 이전글과 mu님의 글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하나 드는 추가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왜 삼성 같이 이성적인 조직이 위기시에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할까?”

좋습니다. 삼성을 빼고 다시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굳이 삼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왜 이성적인 조직들이 위기시에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할까?”

mu님께서는 그 원인을 인간의 뇌구조별 역할에 촛점을 맞추셔서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참 insightful한 설명이십니다. (항상 멋진 정보들을 주셔서 아주 고맙습니다.)

저는 조직적인 원인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위기가 발생되면 보통 CEO에게 보고가 됩니다. 특히 회사 내외부의 큰 문제는 CEO 보고가 최우선 대응 절차가 되겠습니다. CEO는 보고를 받고나면 일단 기분이 나쁩니다. 가뜩이나 처리할 많은 문제들이 많은데 이렇게 중대한 사안들이 자꾸 보고 되니 마음도 불편하고, 짜증도 나겠지요.

특히 오너 그룹사들의 CEO들이 전문경영인일 경우에는 자신의 프로파일하고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민감합니다. 자칫 노조문제나 산재처리 문제로 자신의 사내 입지가 불투명해지면 향후 커리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CEO들이 위기에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생각은 ‘조용한 무마’가 일반적입니다. 그룹 오너에게 소리가 안들어가게, 사내외로 안알려지게…조용히 사건 당사자들과 실무선에서 적당히 처리하는 것 만큼 이상적인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위기가 그렇게 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때 CEO가 다음 선택으로 하는 포지션이 무엇일까요? 조용한 무마가 힘들다면, 그 다음은 ‘회사의 이익을 대변한 강력한 대응’으로 대상을 무력화 시키는 것입니다. 이왕 벌어진 위기를 자연 소멸시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아주 강력한 리더십(?)으로 해당 위기를 인위적으로 소멸시켜야 사후에 어느정도 정상 참작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이런사례들은 예전 70-80년대 그룹사 리더들이 보여준 대노조정책, 대직원정책, 대정부정책, 대언론정책에서 많은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대응 포지션에서 재미있는 점은 그러한 대응이 성공하면 사내외적으로 강력한 리더로 재포지셔닝이 되고, 여러가지 무리를 일으켜 실패하게 되면 아주 악독한 깡패가 된다는 것입니다.

CEO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위기관리 과정에서 더욱 더 냉철하고, 압도적이며, 안전한 방법들을 강화하게 합니다. 이를 위해 법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지원을 받습니다. 또한 각종 stakeholder들로 부터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실무진들을 움직입니다. 그 예가 홍보팀과 대관업무팀, 그리고 HR의 노무팀들이 되겠지요.

여기서 또 재미있는 부분은 CEO의 위기대응 포지션을 좀더 강화하기 위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협조한다는 것이지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항상 조직을 뒤로 하고 (멀리 떨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디언스 즉, 공중들을 바라보고 살펴야 하는 사람들인데, 반대로 CEO를 바라보고 공중을 등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렇죠. 일종의 타협이라고 하는데…글쎄요.

정확하게 말해서 해당 CEO의 그러한 포지션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어서 옳은 포지션이다 하면 그보다 더 좋은 카운슬링 환경은 없겠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CEO의 경직되고, 인간미없고, 오만한 포지션이 절대 해당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판단되면 전문가들은 CEO를 설득해야 합니다. 조직이 성공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설득의 결과는 항상 뻔합니다.

왜냐하면 CEO는 해당 위기가 ‘회사의 위기’ 이전에 자신의 인생이 걸린 ‘개인적 위기’이기 때문에 조직적인 차원의 중장기적 접근이 별로 강력한 소구점을 찾지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죠. 일종의 방어기재이기도 합니다.

담배를 피다 걸려 당장 학교에서 짤릴 것 같은 학생에게
방과후 자율학습을 해야 대학을 가니 같이 공부하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학생에게 제일 시급한 건 일단 정학이나 퇴학은 면하고 봐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그 다음에 대학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거죠. 절대 소구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CEO의 강력한 포지션은 당연히 아래 모든 실무자들에게 정확하게 투영 됩니다. 특히나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들은 그 파급력과 alignment가 더욱 강하죠. 사실 실무자들에게는 공중관, 즉 공중을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이 부족합니다. 회사의 중차대한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내외부 공중에 대한 시각을 반영해 interactive한 자율성을 발휘한 경험이 부족하고, 그런 시스템도 없기 때문이죠. (그나마 외부 공중을 interactive하게 모니터링하는 곳은 마케팅과 홍보쪽이 아닌가 합니다)

한마디로 실무자들은 시키는데로 하면 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상당히 내부적인 시각이지만 그게 실무자에게 맡겨진 역할이자 임무죠. 외부공중과의 접점에 있는 이 실무자들이 내부시각을 100% 반영하여 움직이기 때문에 외부 공중들은 그 실무자들의 대응을 보면서- 인간미-를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기계로 보는거죠.

위기관리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분들이 ‘사과를 진정성을 가지고 해라’ ‘오디언스의 편에 서라’ ‘공감을 표하고 care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라’ ‘단어 선택을 잘해라’ ‘그들의 마음을 읽어라’ ‘충분히 배상하고 용서를 빌어라’ ‘앞으로 나와라. 숨지마라’ ‘인간적인 얼굴을 보여줘라’ ‘빨리 대응해라’…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하는데 사실 이 모든 조언들은 ‘기업을 사람으로 간주할 때 주문할 수 있는 원칙’이라는 겁니다.

조직은 절대 사람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적 주문이 먹힐리 없습니다. CEO는 개인적인 방어가 가장 큰 니즈이며, 실무자들은 CEO의 의중에 부합하게 잘 움직여야 한다는 개인적 니즈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니즈들이 조직의 포지션을 구성하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미가 있을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죠.

개인적 니즈 + 개인적 니즈 = 기계적 실행

그래서, 위기관리에 성공한 조직들이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거지요.
  

9월 112008 Tagged with , , , , , , , 3 Responses

삼성의 대응 메시지 관전평

반올림 관계자는 “백혈병에 걸렸거나 숨진 근로자 대부분이 1~3라인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작업환경이 발병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 측은 최소한의 기업적 양심을 갖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측의 설명은 정반대다.

삼성은 반도체 생산라인에는 1만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일부 근로자들이 백혈병이나 각종 질병을 앓고 있으나 작업환경 악화로 인한 산재로 단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재 근로복지공단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오 10월 결과가 나오는대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은 반도체 생산공정에는 200여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나 ‘벤젠’ 등 질병의 원인이 되고, 의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의심물질은 없다며 피해유족이나 반올림 등에서 작업환경을 발병 원인으로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논리를 폈다.

문제의 1~3라인과 관련해서도 삼성 측은 15개 라인을 생산전략 등에 따라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1~3라인에 대해서도 업그레이드를 마쳤거나 역학조사가 진행중이나 문제가 될 만한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반도체 관계자는 “우리나 반올림 측 양측 모두가 증명하기 어려운 설전만 벌이고 있는 셈“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컷뉴스,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우연? 산재?’ 논란 가열]

이 기사를 통해 본 삼성측의 메시지는 뭔가?

  • 일부 주장과 단정에 대한 근거 없다.
  • 이상징후 없었고, 최선 업그레이드 했다.
  • 근로복지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자.

메시지들만 놓고 보면 대응 메시지가 아주 명확하다. 삼성스럽다고나 할까? 이 메시지로 추측할 수 있는 포지션은 그럼 뭘까?

They are wrong because we are 100% perfect 같다. 포지션 또한 강렬하다. 전혀 같은 라인에 서지 않았고 설 의향이 추호도 없다.(법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배상책임의 유무 문제이니까 선을 긋는 듯 하다)

하지만…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효과적인 포지션은 아니다. 또한 오디언스들을 폭넓게 고려한 포지션도 아니다. 삼성은 이번 이슈에서 오디언스를 어떻게 정의한 것일까? 아마 반올림이라고 불리는 반삼성단체를 오디언스로 규정한 듯 하다. 그렇지만 삼성은 언론에게 이야기하고 있고 언론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와 더 넓은 일반국민들이 대상 오디언스라는 것을 좀더 생각해야 했다.

더 나아가서 그 수 많은 일반 오디언스들과 같은 라인에 서는게 좋았다. 일반 오디언스들이 이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접하면 어떤 생각들을 할까? ‘삼성 반도체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백혈병 같은 것에 걸렸데…아이구 그런 큰 회사 생산 시설에서도 그런 몸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나보지? 그 죽은 사람들은 어떡해 불쌍해서…나이가 스무살 초반들인데…에휴…쯧쯧쯧” 이게 그들의 포지션 아닐까?

삼성이 만약 그들과 같은 라인에 선다면 그리고 그 후에 키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이렇게 메시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일부 저희 직원분들이 원인이 불명확한 질환으로 고생하시거나 운명을 달리하신 것에 대해 회사는 같은 식구로서 매우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그분들이 어떤 이유로 그러한 질환을 겪게 되셨냐 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분들의 가족들을 대신해서 저희는 최선을 다해 그 원인을 규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역학조사에 모든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하루빨리 그 원인을 밝혀내서, 그분들과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해당 직원분들과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드립니다.

이 이후에 배경설명으로 생산환경에 이상징후는 없었고, 업그레이드도 잘해서 끝냈다고 잔잔하게 이야기 할 수있지 않을까. 그래야 근본적인 포지션에 큰 어긋남이 없이 흡수력있는 위기관리 메시징이 되지 않을까.

 

 

 

6월 212008 Tagged with , , , 2 Responses

기자와 오디언스들의 느낌에 충실함

당시 정전사고에 대한 취재진의 문의가 잇따르자 에버랜드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고 다행히 이용객들 가운데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21일 뒤늦게 이씨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에버랜드측은 “사고 직후 119에 신고했고 후송 도중 이씨가 숨져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며 “사망자와 유가족, 이씨가 속한 하청업체의 입장을 고려해 사고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을 뿐 고의로 숨긴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사고는 이씨의 부주의로 일어났으며 안전조치와 관리감독의법적 책임은 전기공사업체측에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에버랜드 정전사고…배전공 감전사 원인]

이 기사를 보면서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사족(蛇足)이 왜 붙어 있을까 생각해봤다. 보통 사고로 인한 사망자에게는 회사측에서 조의(sympathy)만을 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사족 부분을 보면 이 회사가 무언가 법적인 책임소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마, 이 사망자 유족 또는 하청업체와 법적인 책임 소재 분쟁이 있는 것 같다.

‘사고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을 뿐 고의로 숨긴 것은 아니다’는 언급도 흥미롭다. ‘알리지 않았던 것’과 ‘숨긴 것’과 무엇이 틀린지 모르겠다. 그냥 기자나 일반 오디언스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진다는 거다.

5월 012008 Tagged with , , , , , , , , , , , , , , 4 Responses

위기와 논란에서 살아 남는 방법들

여러 외국기업들과 국내기업들 그리고 정부기관, 각종 공사들의 위기관리 및 이슈관리 사례들을 보면 벤치마킹 해야 할 부분들이 각각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외국기업들의 경우 한국에서 하는 사업은 한정적이지만, 위기관리에 관한 부분은 거의 그대로 한국에 들여와 적용을 하려 하기 때문에 외국기업 본사들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주요한 벤치마킹 소스가 된다. (물론, 한국 현지에서의 적용성 또는 효과성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

모든일에는 프로세스라는 것이 있겠다. 이 과정을 따라서 차곡차곡 해나가야 큰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 상황이나 부정적인 논란이 있을 때 커뮤니케이션 대응 프로세스를 한번 정리 해 본다.

위기/이슈 커뮤니케이션 대응 프로세스: 10 steps

Step 1)) 상황을 파악하라.
Step 2)) 포지션을 정해라.
Step 3)) 예상질의 응답을 만들어라.
Step 4)) 키메시지 또는 Talking Point를 만들어라.
Step 5)) Official Statement 또는 Holding Statement를 만들어 배포하라.
Step 6)) 대변인(spokesperson)을 선정해 활용해라.
Step 7)) 초기 대응 직후부터 연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가동하라.
Step 8)) 프로그램 실행에 가능한 많은 endorsement들을 끌어 들여라.
Step 9)) 오디언스들을 참여시켜라.
Step10)) 한층 나아진 상황을 커뮤니케이션해라.
<출처: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각 step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Step1)) 상황을 파악하라.
경청하라는 말과 같다. 위기를 유심히 바라보고 그 주변의 스테익홀더들을 관찰해봐라. 논란의 경우 그 논란을 일으키는 주체들과 그 논란을 감상하는 주변인들 모두를 아울러 관찰, 경청,분석하라. 그들의 포지션이 무엇인고, 어떤 키메시지를 사용하고 있는지, 누가 대변인인지를 분석하라. 이 부분들을 모르면서 싸우면 100전 100패다.

Step2)) 포지션을 정해라.
다음은 우리 포지션을 정할 차례다. 원칙은 ‘홀로 되지 말라’는 거다. 초원에서 사자를 만났다고 생각해 봐라. 초원에 혼자 서서 싸우는게 안전 할까 아니면 가까이 있는 얼룩말 무리속으로 섞여 들어가는 게 좀더 안전할까. 적은 최소화하고, 큰 mass의 편에 서라.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는 ‘오디언스를 알아라’는 말과도 통하는 원칙이다. 단순하게 mass를 찾아 서는게 아니라 리서치와 전략적인 시각을 가지고 논리성을 내세워야 한다. 그래야 mass가 동질성을 인정해 준다.
 
Step3))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어라.
보통 실무자들은 키메시지를 만들고 그를 기반으로 예상질의 응답을 만든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그런 프로세스를 따르다보면 답변이 상당히 자사중심적이고 완고하고 딱딱해진다. 핵심은 키메시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키메시지가 수용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위기나 논란을 둘러싸고 예상되는 모든 질문들을 뽑아 책상위에 올려 놓아라. 백개도 좋고, 천개도 좋다. 중요한 것은 ‘모든’ 가능한 질문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질문받기 싫은 X같은 질문들은 꼭 챙겨야 한다는 거다. 나중에 그 질문 한방에 쓰러지기 싫다면. 그리고 각각의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달아라. 좋은 답변을 다는 법? 답변을 달아서 우리 회사와 관계 없는 일반인들에게 보여줘바라. 꼼꼼하게 읽어 달라 해라. 욕먹은 부분은 고쳐라. 반복해라. (오디언스의 머리로 생각하라)

Step4)) 키메시지 또는 Talking point를 만들어라.
완성된 예상질의응답들을 보면서, 반복되는 답변 메시지들을 모아 추려라. 풍성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fat을 제거해라. 간결하게 다듬어라. 머릿속에 쏙들어갈 수 있게 packing을 해라. 키메시지는 몇개여야 한다는 원칙은 신경쓸 필요없다. 사내에서 공유될 때 아무런 시각자료나 문서에 의지하지 않고 구두로 차근차근 기억해가면서 설명할 수 있는 분량이면 오케이다.

Step5)) Official Statement 또는 Holding Statement를 만들어 배포해라.
이때부터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다. 이전까지는 이러한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준비를 해왔던거다. 오피셜 스테이트먼트와 홀딩 스테이트먼트란 간단하다. 보도자료 형식으로 자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핵심은 자사의 포지션이고, 서브 핵심은 개선 또는 관리 방안을 곁들이는 것이다. 이 스테이트먼트에서 중요한 부분이 이곳이다. 서브핵심은 매우 중요하고 이게 없으면 ‘말장난’이 된다.
 
Step 6)) 대변인을 선정활용해라.
대변인을 활용하라 카운셀링하면…많은 클라이언트들은 유명 코미디언이나 탈렌트 영화배우 또는 뜨는 아이돌 가수들을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홍보대사라는 이름으로 홍보비용들이 비효과적으로 줄줄새고 있다. 홍보대사는 홍보예산이 남아서 처리가 곤란할 때 파르페 위에 체리 하나 올려 놓듯이 그냥 데코레이션 정도로 가라. 효과없다. 특히 위기시에는. 이 대변인이라는 의미는 우리 회사의 포지션과 개선 및 관리 방안을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해 줄 커뮤니케이션 아울렛이다. 대변인에게는 뇌(brain)가 있어야 하고, 신뢰(credibility)가 있어야 하고, 명성(reputation)이 있어야 한다. BCR이라고 부른다. 당연 입(mouth)도 있어야 겠다.

Step 7)) 초기 대응 직후부터 연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가동하라.
대변인이 선정되어 가동이 가능하다면 이 때부터는 이 후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거다. 총알은 키메시지다. 홀딩 스테이트먼트다. 예상질의응답은 방탄 조끼다. 이 때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고안(?)해 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프로그램 개발 회의를 해라. 회의실 앞 칠판에다가 키메시지를 하나씩 써 올려라. 프로젝터로 쏘아 올리는 것도 좋다. 단, 칠판에 꽉차게 하나의 메시지만을 올리는 거다. 그 메시지를 모두 읽어라. 이해가 될 때까지 100번이라도 읽어라.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라. 이것이 message based brain storming이다. 전문가는 물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을 먼저 고민한다. 프로그램이 가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시지를 보지 않고 하는 고민은 ‘앙꼬 없는 찐빵’만을 산처럼 쪄 놓는 꼴이 된다.

Step 8)) 프로그램 실행에 가능한 많은 endorsement들을 끌어 들여라.
우리나라 기업들이나 조직들이 취약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Endorsment라는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3자인증그룹을 ‘나눠먹기’나 ‘서열의식’ ‘열외없는 대우’…이런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장애를 일으킨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오디언스들에게 물어라. 우리의 이야기를 누가 인정해주거나 한번 검증해주면 진실로 믿겠는지 물어봐라. 분명히 도지사님이나, 시의원님들, 국회의원님들이나 대통령이 아닐수도 있다. 이슈에 따라 틀리지만…서열이나 유명인사가 아닐수 있다는 거다. 제3자 인증그룹의 발견과 확보는 위기나 이슈관리에 있어서 효율성측면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개인적으로는 연예인 홍보대사들에게 줄 큰 돈을 차라리 평상시에 이 제3자인증그룹을 구성관리 하는 데다 쓰라고 하고 있다)

Step 9)) 오디언스를 참여시켜라.
너희들만의 잔치로 만들지 말아라. 아무리 대변인이 들끓고, 제3자인증그룹이 앞장서 나서도…결국 오디언스들이 바라보고만 있으면 소용없다. 모든 방법을 통해서 그들을 참여시켜라. 이메일하게 하고, 전화하게 해라, 댓글을 달게 하고 답변을 해줘라.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함께 얼굴을 맞대어 주라. 찾아가서 마주하라. 그들로 하여금 제안하게 하라. 우리는 같은편이라는 포지션을 더욱 강력하게 공유해라. 좋은 의미에서 공범의식을 공유하자는 거다. 분명 좋은 의미다.

Step 10)) 한층 나아진 상황을 커뮤니케이션 해라.
초기에만 허둥대다가 상황이 사그라드는 느낌을 받으면 거의 모든 기업이나 조직들은 갑자기 low profile로 전략을 바꾼다. 이게 일반적인 움직이라고 해도, 아닌 건 아니다. 오디언스들에게는 그 초기 기억이 뇌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쥐머리새우깡에 대한 기억은 평생을 간다. 그 혼입과정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고, 어쩌면 생산자의 과실이 아닐수도 있는데도…그냥 기억은 쥐머리새우깡뿐이다. 사후 커뮤니케이션이 없어서다. 상황이 달라지고 나아졌으면 계속 일관된 강도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해라. 오디언스가 “됐다 됐어…이젠 완전히 오해가 풀렸다. 알았다”할 때까지 개선된 상황들을 적극적으로 알려라. 이는 추후에 유사한 위기나 논란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  # #

정리를 해 봤다. 말이 쉽다고도 한다. 하지만…위기때는 누군가는 쉬운 말이라도 해 주어야 한다. 그게 컨설턴트의 일이니까.

4월 082008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자연스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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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하던대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평소에는 절대 안하던 짓을 하면 부자연스럽다. 부자연 스러움은 자신은 몰라도 남들은 아는 법이다.

평소 가지 않던 재래 시장을 들리고, 평소에 마주 치지 않았던 할머니 생선 상인과 악수를 한다. 유기농 밖에 먹지 않는 사람이 MSG 국물에 절은 오뎅을 맛 있다는 듯 먹는다. 사지 않던 고추 무데기를 사면서 즐거워 하고, 자기 자식 다 키워 관심도 없었던 고등학교 학생들과 다정한 듯 포즈를 취한다. 목이 뻣뻣해 힘들었던 사람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큰절을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자연스러움이다. 기존의 전형적 의미(meaning)에 자신을 결부하려 하는 것 만으로는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 ‘오디언스를 알아라’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정신은 오디언스에게 물리적으로 다가 가라는 말이나 함께 하라는 의미 이전에…오디언스의 마음을 조용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그에 기반한 메시지를 만들라는 것이다.

점점 (알맹이 없는) 이벤트화 해가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보면서…언제쯤이나 정상적인 행태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암담하다.

3월 282008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인정 할 때와 안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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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트레이닝 교재에서는 함부로 자사의 잘못을 인정하지 말라고 한다. 또 어떤 교재는 우선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한다. 이런 주장들 사이에서 실무자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결론을 말하면 객관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부분은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인정하면 안 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인정을 하건 안 하건 항상 chemistry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단 인정을 해버리면 그 다음에는 다시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법적으로 소송들이 예상될 때에는 이러한 인정이 매우 큰 부담이 되곤 한다.

 

인정 이전에 책임을 통감하자. 그리고 인정 할 수 없는 부분은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강조하자. 무엇이 키 메시지가 되어야 할지 알자. 여기에서 키 메시지는 사실 입증에 최선을 다할 것이 되어야 한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는 서브 메시지로 남겨야 한다.

 

보통 오디언스들이 위기 시 기업을 비판하는 점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을 인정하냐 아니냐하는 사실관계나 법적 책임의 관계 이전에 감정적 인정을 구하는 것이다. 항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이 감정적인 인정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또 일단 감정적인 인정을 실행했다고 해도,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노력을 강조하는 것을 놓친 경우들이다.

 

항상 오디언스의 마음으로 역지사지하라고 한다. 기업을 대변하는 홍보담당자라고 하더라도 위기시에는 자유롭게 모드변환을 해보면서, 메시징을 해야 한다. 사실관계 여부보다 감정이 우선되는 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의 사랑하는 딸이 학교에 간식거리로 가져간 통조림에서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유리조각이 나왔다고 상상을 해보자. 아버지로서 또는 어머니로서 나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보자. 놀람, 두려움, 안도, 분노, 혼란스러움이 믹스가 되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치명적인 부상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섬뜩함을 함께 공감해보자.

 

이 공감대 안에서 어떤 답변을 이 제품을 생산한 회사로부터 듣고 싶을까 생각해보자. “고객님, 이 제품에서 발견된 유리조각은 저희 생산과정에서는 절대 유입될 수 없는 이물질입니다. 그 이물질의 유입경로를 정확하게 밝히기 위해서 저희가 조사를 해 보겠습니다.” 이런 답변이 위안이 될까? 이 화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유입경로나 이 회사의 생산시설이 최첨단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화난 상대를 위하는 방법은 최대한 그 상대의 심정을 공감해주는 것이다. 그 공감의 수준을 극대화해서 화난 상대가 느끼는 절망의 수준 이상까지를 함께 해주는 것이다. 감정을 관리해 주어 추후에 이성적인 메시징의 전달이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객님,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자녀분께서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저도 두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고객님께서 그런 이물질 때문에 얼마나 맘이 상하고 놀라셨는지 이해가 조금은 됩니다. 고객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그 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유입되었는지를 꼭 밝히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님과 고객님 자녀분의 안전입니다. 다시 한번 자녀분이 해당 제품으로 이상이 없으신지 확인해보시고, 저희 담당직원도 곧바로 찾아 뵙고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이런 불편을 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이런 정도의 공감적인 표현도 지나치진 않다.

 

위의 답변이 고객에게 한 답변이라면 언론에게도 비슷하게 말하자. , 언론은 감정과 이성에 약간 균형을 주어 답변해야 한다는 점만 감안하자.

 

이번 이물질 유입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해당 소비자와 국민 여러분들께 우리 회사 임직원 일동은 깊이 사죄 드립니다. 우리 회사에게는 소비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소비자가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했고, 현장에 담당인력들을 투입해서 소비자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해당 이물질의 성분분석과 유입경로에 대한 정확한 규명은 저희 담당인력이 해당 제품을 회수하여 전문가 분석을 통한 후 즉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해 원인을 구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가 적절하다.

 

분명히 이 답변을 들은 기자는 이렇게 물어 볼 것이 틀림 없다. “아 예, 그렇습니까? 근데요. 팀장님 보시기에는 이 유리조각이 어떻게 들어갈 수가 있었다고 보세요?” 여기에서 다시 홍보담당자는 ‘100% sure’‘100% true’의 메시지 간에 혼동을 겪게 된다. 어떤 답변을 해야 할까? 현재 ‘100% true’인 답변이 없다면 확실한 이유가 밝혀지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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