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위기관리가 나아졌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기업의 위기관리 컨설팅을 오랫동안 하셨다고 하니 제가 질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관리 수준이 이전 10-20년전과 비교해 나아진 건가요? 더 나빠진 건가요? 어떻게 보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기업을 기준으로 놓고 판단하자면, 전반적 기업 위기관리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기업 내부에 들어가 보면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이해나 전략에 대한 관심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민감성 부분은 예전과 천지차이로 느껴 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위기관리에 대한 기업의 이해나 관심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이전에 다양한 타기업들의 위기관리 실패 사례를 그들이 직접 목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위기를 맞아 제대로 이를 관리하지 못한 기업들이 얼마나 큰 손실과 피해를 입었는지를 경영적 관점에서 제대로 살폈기 때문이지요.
매체나 사회 소통 환경의 변화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언론 매체에만 주로 관심을 두던 기업의 위기관리 시각이 이제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넘어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종전의 일부 또는 상당부분 통제 가능하다는 매체의 개념이 이제는 전혀 통제 불가능하다는 개념으로 현실화되면서 스스로 통제가능한 분야를 찾아 전열을 갖추는 것을 전략이라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홍보실이 주로 진행했던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업무가 전사적 차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언론 매체만 대상으로 해서는 별반 위기관리 소득이 없다는 판단이 그 근거입니다. 위기시에는 홍보실을 비롯한 다양한 협업 부서들이 위기관리팀을 이루어 일사불란 하게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 되었습니다. 특정 부서의 업무이던 위기관리가 전사적 업무로 진화된 것이죠.
위기의 발생 유형 또한 변화했습니다. 예전에는 엄청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해 이에 대응하는 위기관리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면, 이제는 작고 사소한 이슈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민첩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준법을 비롯 해 안전이나 환경에 대한 위기관리 체계가 이미 일정 수준에 올라있기 때문에, 이전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나 사고는 평소에 방지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위기관리 체계 관심과 강화 경쟁은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쟁이라는 것은 경쟁력 압박을 통해 최악의 기업을 없애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즉, 경쟁은 그 압박을 통해 우수기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기업들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죠. 위기관리 분야에서도 그렇습니다.
대기업이 리드하는 위기관리 경쟁이 국내에 존재했던 최악의 위기관리 기업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예전 같이 위기 발생 시 황당하고, 어이없는 반응을 하는 엉터리 기업들은 점차 줄고 있습니다. 공중을 어처구니없게 만드는 유형의 위기도 잦아들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위해성이 큰 위기나 이슈의 형태가 보기 어렵게 된 것이죠. 위기관리에서도 경쟁은 그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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