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91

기업들의 위기관리가 나아졌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기업의 위기관리 컨설팅을 오랫동안 하셨다고 하니 제가 질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관리 수준이 이전 10-20년전과 비교해 나아진 건가요? 더 나빠진 건가요? 어떻게 보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기업을 기준으로 놓고 판단하자면, 전반적 기업 위기관리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기업 내부에 들어가 보면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이해나 전략에 대한 관심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민감성 부분은 예전과 천지차이로 느껴 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위기관리에 대한 기업의 이해나 관심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이전에 다양한 타기업들의 위기관리 실패 사례를 그들이 직접 목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위기를 맞아 제대로 이를 관리하지 못한 기업들이 얼마나 큰 손실과 피해를 입었는지를 경영적 관점에서 제대로 살폈기 때문이지요.

매체나 사회 소통 환경의 변화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언론 매체에만 주로 관심을 두던 기업의 위기관리 시각이 이제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넘어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종전의 일부 또는 상당부분 통제 가능하다는 매체의 개념이 이제는 전혀 통제 불가능하다는 개념으로 현실화되면서 스스로 통제가능한 분야를 찾아 전열을 갖추는 것을 전략이라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홍보실이 주로 진행했던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업무가 전사적 차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언론 매체만 대상으로 해서는 별반 위기관리 소득이 없다는 판단이 그 근거입니다. 위기시에는 홍보실을 비롯한 다양한 협업 부서들이 위기관리팀을 이루어 일사불란 하게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 되었습니다. 특정 부서의 업무이던 위기관리가 전사적 업무로 진화된 것이죠.

위기의 발생 유형 또한 변화했습니다. 예전에는 엄청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해 이에 대응하는 위기관리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면, 이제는 작고 사소한 이슈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민첩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준법을 비롯 해 안전이나 환경에 대한 위기관리 체계가 이미 일정 수준에 올라있기 때문에, 이전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나 사고는 평소에 방지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위기관리 체계 관심과 강화 경쟁은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쟁이라는 것은 경쟁력 압박을 통해 최악의 기업을 없애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즉, 경쟁은 그 압박을 통해 우수기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기업들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죠. 위기관리 분야에서도 그렇습니다.

대기업이 리드하는 위기관리 경쟁이 국내에 존재했던 최악의 위기관리 기업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예전 같이 위기 발생 시 황당하고, 어이없는 반응을 하는 엉터리 기업들은 점차 줄고 있습니다. 공중을 어처구니없게 만드는 유형의 위기도 잦아들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위해성이 큰 위기나 이슈의 형태가 보기 어렵게 된 것이죠. 위기관리에서도 경쟁은 그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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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90

이 문제는 어떻게 관리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에게 사실 OOO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불법이지요. 그렇지만 그것이 관행으로 장기간 진행되어 왔고, 그게 없으면 경쟁사들과 차이가 벌어지게 되어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항상 이 문제에 대해 불안해하며 조심합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답변 드리기 민감한 내용입니다. 말씀해 주신 현실적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은 갑니다. 당장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정도 이해됩니다. 하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내부적으로 최대한 노력하셔서 그 문제를 없앨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시는 것이 가장 확실한 위기관리 방안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유를 하자면 과속이나 음주운전에 걸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과속이나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과속이나 음주운전을 하면서 걸리지 않기를 바라거나, 걸리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것처럼 불완전한 위기관리는 없습니다.

미국의 유명 뉴스 앵커인 앤더슨 쿠퍼는 “희망은 계획이 아니다(Hope is not s plan)”이라는 일침을 놓은 적이 있습니다. 적발되지 않았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문제가 되더라도 잠깐에 그쳤으면 하는 희망은 모두 적절한 위기관리 계획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제약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희망에만 의존하면서 하루 하루 사업을 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이 그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 하라는 조언을 하면 그런 말을 누가 못하는가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말이 쉽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해결하지 못한 채 이렇게 오랜 시간을 지내온 것이라 반박합니다.

일견으로는 그런 시각이나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해당 기업의 깊은 본심을 엿보게 됩니다. 그 문제를 사전에 해결했을 때 자사가 받을 수 있는 손해나 피해 정도가, 그 문제가 수면위로 떠 올랐을 때 자사가 받을 수 있는 손해나 피해의 정도보다 크다는 판단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곧 그 문제를 해결하면 최악의 경험을 하게 된다는 내부 믿음이 있는 경우입니다.

또는, 현재의 문제가 수면위로 떠 올랐을 때 자사가 감내해야 할 손해나 피해의 정도를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막연함에 의지하는 것이지요. 지난 역사를 보아서도 확률상 크게 문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도 일조하게 됩니다. 문제가 되면 어떻게 든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진짜 희망도 존재합니다.

만약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발생될 손해나 피해가 자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회사차원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손해나 피해가 막대하거나 예상되지 않는 규모의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상의 모든 경우 해당 문제가 수면위로 떠 올랐을 때를 대비한 데미지 컨트롤 방안은 보유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면, 사후 압도적으로 관리 당하는 상황은 최소한 피해야 합니다. 손해나 피해가 기준이라면 그에 대한 사전 사후 관리에 집중하십시오. 명성에 대한 관리 여력이 없다면 더욱 더 그것은 현실적 어프로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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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89

사람들이 언제까지 기억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이번 부정 이슈에 대해 사람들의 주목이 상당히 높았는데요. 언제까지 사람들이 이 건을 기억하고 있을지 큰 걱정입니다. 빨리 잊어준다면 좋겠는데, 딱히 그런 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서 이번 건을 지우거나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부정 이슈나 위기를 맞은 주체의 심리 상태를 보면 일부 이중적이거나 또는 상호 충돌하는 성격의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일단 자사와 관련 해 부정성 짙은 팩트에 대해서는 가능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대부분 합니다. 반대로 자사와 관련해 긍정적인 팩트에 대해서는 최대한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일단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어떨까요? 그 이슈나 위기 내용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관련 기사나 온라인 게시물에 대해 각각 대응하며 사람들의 인지를 최소화하려 애쓰곤 합니다. 그것을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런 활동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 때문에, 해당 이슈나 위기에 대응하는 자사의 자세나 입장 그리고 계획 등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부정 이슈나 위기 자체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만, 사후 회사 대응과 자세에 대해서는 별 기억이 없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죠.

만약 회사가 자사관련 부정적인 것 보다 긍정적인 것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면,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자사의 대응과 자세 그리고 자세한 계획 등에 관해 압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은 회사가 부정 팩트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개선 그리고 재발방지 계획에 대해 좀더 많이 인지하게 됩니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최대한 회사의 입장과 계획을 강력하게 제시하고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해서 사람들의 인지와 기억을 중장기적으로 순화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지요.

본능적으로 숨기려 하고, 피하려 하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아 보려 하고, 미봉책으로 서둘러 해결하려 하다 보면 부정 이슈나 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와 기억은 반대로 더욱 더 악화될 뿐입니다.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해당 이슈나 위기의 세부 내용에 대하여 자세한 기억은 못할 수 있지만, 그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는 부정적 느낌은 계속 남아 기억될 것입니다. 그것이 두렵다면 이슈나 위기 발생 시 기업은 적절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합니다.

부정적 상황에서도 기업의 훌륭한 철학과 진실한 자세를 보여주면 그에 대한 인지와 기억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각인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슈나 위기를 기억할 것을 두려워하기 보다, 회사가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그들이 기억할 것을 두려워하며 스스로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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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88

신경 쓰이는 포스팅은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포스팅이 있는데, 저희 경영진이 상당히 그 내용을 신경 쓰여 합니다. 사실 관계를 떠나 내용 자체가 불편 한 거죠. 이런 류의 온라인 포스팅이 몇 개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떤 기준에 따라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실무적으로 VIP께서 신경 쓰여 하시는 것에는 적절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상황분석이나 전략에 대한 주제가 아닙니다. VIP가 싫다 하시면 어떻게 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실무자의 기본 자세입니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경영진이 단순하게 신경 쓰여 하고 있다면, 일반적 상황분석 기준을 가지고 대응 전략을 정리해 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일단 회사 차원에서 ‘신경이 쓰인다’는 의미를 좀 더 들여다봐야 하겠습니다. 만약 그 신경 쓰임이 말씀대로 단순한 심리적 불편함이나 내용에 화가 난다 정도의 의미라면 기업 차원의 대응 가치는 적다고 보여집니다.

실무자들의 이슈관리 아포리즘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물지 못할 개는 짖게 놓아두라.’ 회사에 특정한 피해나 영향을 주지 못할 대상이나 이슈라면 무시하는 것도 전략이라는 의미입니다. 어차피 크게 이슈화 되어 회사에 직간접적 문제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면 깨끗하게 무시하라는 것입니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해당 이슈를 제기한 대상이나 주제가 ‘몽둥이를 든 주인이나 동네사람들을 깨우려 짖고 있다면’ 그에 대한 대응은 달라야 합니다. 일부 잠재적으로 목줄을 끊고 달려와 회사를 물어 뜯을 만한 공격성, 영향력, 활동성을 지닌 대상이라면 더욱 더 최초 대응에는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회사는 해당 대상이나 주제가 혹시나 자사를 ‘스스로 물어 뜯을 수 있을지’ 또는 ‘다른 주요 이해관계자를 자극할 수 있을지’를 우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기업의 자세를 이런 비유로도 표현합니다. ‘현명한 우체부는 모든 개를 피해 다닌다.’ 기업에게는 자칫 어떤 사소한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항상 유의하고 사방을 살피라는 주문입니다.

이왕 개에 대한 비유들이 나왔으니 인사이트를 더하자면,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는 이야기를 정치권에서 자주합니다. 일부 기업에서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의사결정이나 이슈 대응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자세나 생각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것입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여론을 상대로 난타전을 벌이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맷집이 있다 자신할 때만 그런 자세 견지가 일부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다른 아포리즘에 이런 것도 있습니다.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 어떤 이슈건 재수가 없으면 언제든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하게 개들이 멀리서 짖기만 한다면 그 기차에게는 그런 짖음이 별 관심사가 아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개들이 달려들어 기차 운전수를 물어 뜯고 앞을 가로 막는다면 그건 다른 상황이 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여론은 두려워해야 할 대상입니다. 무시는 아주 선별적으로 그리고 전략을 기반으로만 행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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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87

사실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대대적으로 보도된 저희 회사 관련 문제 말입니다. 외부로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사실은 그 내용을 고발한 전직원이 문제 많던 사람입니다.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고 회사에 앙심을 품은 거죠. 기자도 마찬가지로 저희 회사를 싫어하는 걸로 유명했죠. 사실은 그렇습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많은 기업에서 부정 논란이나 이슈가 발생하면 강조하는 부분이 그 ‘사실은…’이라는 부분 같습니다. 외부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보면 부정 논란이나 이슈 자체에서 문제를 찾는 반면, 그와 관련된 기업에서는 누가 그 이슈를 만들었고, 왜 그랬는지에 좀 더 주목합니다.

기업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종종 ‘사실은…’ 그 내부고발자가 문제 있는 부류라고 주장합니다. 회사에 나쁜 감정을 지니게 된 연유도 분명 있습니다. 일부는 회사에 폭로를 협박하며 상당액의 돈을 요구했던 경우도 있습니다.

논란이나 이슈를 대대적으로 공유한 언론이나 규제기관에 대해서도 ‘사실은…’은 존재합니다. 기자나 기관 담당자가 자사에 악의를 품고 있다는 것이죠. 인간적 악감정을 품게 된 전례도 있습니다. 그렇게 문제를 크게 만들 게 아닌 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개인적인 감정이 문제를 키웠다는 주장이지요.

그걸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은 어떨까요? 그런 폭로 배경이나 원인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알고 있다 해도 문제의 핵심이 사라지거나,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 그들은 주목합니다. 회사에 앙심을 품은 내부고발자나 악의를 품은 언론이나 규제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의 핵심은 회사가 무엇을 했는가에 집중될 뿐입니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회사가 스스로 ‘사실은…’이라는 배경과 원인 하소연에만 빠져 있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니 공감할 수 있는 역량도 제한되게 됩니다. 심리적으로 상당한 억울함만 충만해질 뿐입니다. 그 내부고발자만 아니었다면, 그 기자의 악감정만 없었다면 하는 가정에만 몰두합니다. 운이 없었다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이런 흔한 ‘사실은…’이라는 생각은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 내부고발자가 회사에 앙심을 품고 문제를 제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개선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해야 하겠다. 이런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제기한 주제를 폄훼하거나, 심지어 비난하는 것은 심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쉽습니다. 일견 자연스러워도 보입니다. 그러나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정상적 대응 방식은 되지 못합니다. 문제 자체에 보다 집중해야 그 문제가 풀립니다. 소란을 제기한 사람이 누구인지, 왜 그랬는지는 상대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소연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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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86

무분별한 여론의 비판, 어떡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여론에 귀 기울이라고 하셨는데요. 최근 저희 케이스를 보면 여론이 너무 무분별하고 비합리적이라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상당히 고민했습니다. 여론의 비판도 비판 나름이라고 보는데요. 여론이 무분별하고 비합리적일 경우에는 어찌해야 하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여론 반응에 대한 판별 기준을 정리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판단해야 하는 여론의 성격은 해당 여론이 자사에게 얼마나 위협적인가 입니다. 흔히 생각하듯 인문학적이나 사회학적으로 해당 여론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 얼마나 무분별한가? 팩트에 대해 얼마나 몰이해에 기반하는 가 등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대응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론은 기본적으로 비합리적이고, 무분별하고, 팩트에 기반하지 않는다 인정해야 보다 안정적인 이슈나 위기관리가 가능해 집니다. 물론 케이스에 따라 여론이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정해진 기준이나 원칙은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때 그때 다르고 변화무쌍해서, 최근에는 선별적 분노나 선별적 비판이라는 표현까지 생겨났습니다.

모 기업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대표 이하 모든 임직원이 숨을 죽이고 여론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별반 여론의 반응이 없었습니다. 최초 잔뜩 긴장했던 기업 위기관리팀은 결국 ‘운이 좋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위기대응의 긴장을 풀었습니다. 관련해서 준비했던 대국민사과나 개선 및 재발방지 방안도 자체적으로만 흐지부지 실행했습니다. 합리성을 기반으로 예상했을 때에는 분명 큰 부정적 여론이 생성될 것으로 보았는데, 웬일인지 여론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모 기업에서 별 것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작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사내 모두가 이 문제는 그냥 업계 관행으로 불법도 아니어서 여론의 반응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합리적이지 않고, 무분별하고, 팩트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는 부정 여론이 여기저기 나타난 것이죠. 대표와 임직원들은 부랴부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예상과 다른 쪽으로 여론이 움직였기 때문이었지요.

이 두 케이스에서도 여론을 바라보는 기준은 동일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여론이 얼마나 우리 회사에 위협적인가 여부에 의해 회사의 대응이 바뀌었던 것이죠. 그 외에 해당 여론이 합리적인가, 분별이 있는가, 팩트에 기반하는 가 여부는 대응 의사결정에 큰 참고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이슈나 위기관리 과정에서 최대한 합리적이고, 분별 있고, 팩트에 기반 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요합니다. 그것이 메시지의 품질을 좌우합니다. 하지만, 큰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여론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위협성 여부입니다. 큰 입장을 정리하게 만드는 중요한 외부적 영향력입니다. 문제 발생 시 여론에 대해 비평가로서 왈가왈부하는 시간은 최소화하십시오. 대신 그 여론이 얼마나 위협적인가를 신속히 판단하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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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85

착한 기업이 되면 위기가 줄어들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들어 착한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옳은 일을 많이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고 봅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착한 기업은 이로운 점이 있겠지요? 착한 기업이 되면 위기가 좀 줄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물론 케이스별로 다름은 존재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착한 기업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핏 생각할 때 착한 기업으로 인정받으면, 왠만한 이슈는 위기로까지 악화되지 않을 것이고, 위기가 발생해도 지지자들에 의해 정상 참작 받을 가능성이 높아 질 것이라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착한 기업일수록 경영상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은 의사결정을 해도 착한 기업은 일반 기업에 비해 보다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일종의 역차별이라고 할까요?

일단 부정 이슈도 그렇습니다. 일반기업에게는 그냥 흘러 넘길 성격의 것도 착한 기업에게는 ‘어떻게 너희가 그럴 수 있냐?’는 사회적 정서가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 나아가 착한 기업이 아니라 착한 기업인 척해 왔던 것은 아니냐 하는 의심이 따라붙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볼 때 착한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착한 기업이 존재 한다기 보다는 착하게 보여 지려 노력하는 기업이 존재합니다. 착하게 보여 지려 노력하는 것이 곧 핵심입니다. 그렇게만 되고, 그것이 일관되게 장기화된다면 그 회사는 공중에 의해 착한 회사로 여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그런 기업은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착한 기업이라는 명성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 할 것입니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착한 기업으로 보여지는 것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경지에 오른 기업 정도라면 위기관리는 충분합니다.

반면에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착한 기업이라는 명성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성공적 관리는 어렵습니다. 정상참작이나 공중의 이해를 유도하기 위해 착한 기업 ‘처럼’ 보여지는 것에 주된 가치를 두었던 경우라서 입니다.

한 기업이 진정 착한 기업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과 후가 확연하게 다르거나, 일관되지 않는 기업의 경우에는 착한 기업 ‘처럼’ 보여지는 데에만 신경 쓴 기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착한 기업으로 보여 지려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 노력하는 경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성이 적은 기업은 차라리 공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업일 수 있습니다. 많이 알려져 착한 기업으로 보여지는 기업일 수록, 공중에 의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이슈나 위기관리 역량을 요구 받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어렵습니다. 진짜 착한 기업은 이런 시험을 통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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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84

소주 몇 잔에 위기관리 안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금 위기관리 대행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저희 관련 부정기사를 관리하는 게 주 목적인데요. 광고나 협찬 예산은 없고, 그냥 기자들 만나 소주 몇 잔 하면서 인간적으로 부정 기사를 관리할 수 있는 대행사가 어디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일단 회사가 이해하고 있는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가 흥미롭습니다. 위기관리를 곧 부정기사 관리라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자사 관련 부정기사를 관리한다는 것은, 자사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쓸 기자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기반으로 해당 기자들이 부정적인 기사를 쓰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기자들과 깊은(?) 우호관계를 수립해 놓으면 자사와 관련 한 위기가 관리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자사와 친하지 않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기자들이 주로 부정기사를 쓸 것이라는 전제도 그렇습니다.

부정 기사의 주제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그리 큰 관심은 없어 보이십니다. 기자들이 회사와 관련한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쓴다면, 그 주제가 곧 회사의 위기에 대한 것일 텐데 말이지요. 진짜 위기(부정기사의 주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략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계속해서 부정 기사의 주제인 위기는 발생될 것이니, 그에 대해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거나 관련하여 부정적인 기사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라 생각하는 것이죠. 어쩌면 그런 시각은 부정 기사와 기자들을 관리해야 하는 홍보실의 협소한 위기관리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을 담당해야 하는 홍보실의 업무 영역에서 위기관리라는 정의를 조작적으로 정의한 것이지요.

일단 간단하게 답변 드리자면, 소주 몇 잔으로 부정 기사를 쓰지 않을 기자는 없습니다. 그러면 양주 몇 잔은 어떻냐고요? 말도 안 됩니다. 한 두 명 친한 기자를 만든다고 치시지요. 그 밖의 수많은 기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친한 기자면 자사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혼자 아무 기사도 쓰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을까요?

질문처럼 광고나 협찬을 대규모로 진행하면 그런 상황은 달라질까요? 글쎄요. 그렇다면 년간 대규모로 언론에 지원을 하는 대형 그룹사들의 경우에는 부정기사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야 하겠지요? 완벽한 위기관리를 위해 얼마나 예산을 써야 하는지는 아마 아무도 모를 겁니다. 즉, 그런 노력들은 진짜 위기관리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소주 몇 잔에 우호적인 기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대행사를 찾으려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 회사와 관련된 문제의 핵심에 좀더 관심을 두시기 바랍니다. 그 문제 소지들을 하나라도 더 사전 관리해 제거하거나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이셔야 합니다. 소주 몇 잔에 관리될 수 있는 것은 위기가 아닙니다. 절대 그렇게 되지도 않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절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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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83

개선과 재발 방지책이 통하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에 저희는 지난 위기관리 교훈을 얻어 신속하게 사과했습니다. 개선책과 재발 방지책도 가능한 제시했습니다. 사내 윤리교육과 성희롱방지 교육을 좀 더 강화하겠다고 한 거죠. 그런데도 비판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이 통하지 않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해당 위기가 왜 발생되었는지에 대한 좀더 깊은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수립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에 대한 사과도 보다 진정성을 포함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기업은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 하기 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분노나 비판을 신속하게 사그라뜨리는 데에 더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문제의 발생 원인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거나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 그럴 듯해 보이는 피상적 제스츄어를 개선이나 재발 방지책이라 제시합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그럴 듯해 보이는’ 것입니다. 실제 문제의 원인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거나, 현실적 개선이나 재발방지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것입니다. 이렇듯 ‘그럴 듯 해 보이는’대책을 제시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얼마 가지 않아 유사한 문제로 인해 다시 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 대책이 통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그럴 듯해 보이는 대책 보다 더욱 위험한 유형의 대책도 있습니다. 이미 실행하였었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실행을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라 제시하는 경우가 그 것입니다. 겉으로는 얼핏 개선책이나 재발 방지대책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가만히 보면 별 가치가 없는 그런 말장난인 경우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고객개인정보 유출 사고 후 “앞으로 고객정보에 암호화 적용하겠다” 같은 대책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고위 임원의 성추행이 문제가 된 후 “사내 성추행 방지교육 강화하겠다” 같은 대책도 그렇습니다. 제품 내 이물질이 문제가 된 후 “최신 이물질 방지 시스템 설치하겠다” 같은 대책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효과가 떨어집니다.

개인이나 셀럽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당연한 개선이나 재발방지책을 제시합니다. 대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이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도박을 끊겠다” 이야기합니다. 주변인들에 대한 폭력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이 “법적 처벌을 달게 받겠다”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팬들을 속이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어떤 유명인은 “당분간 자숙하겠다”는 각오를 피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따라서 개선책이나 재발 방지책으로 기대했던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개선 및 재발 방지책은 문제의 원인을 실질적으로 제거 또는 방지할 수 있는 합리성을 지녀야 합니다. 이와 함께 현 위기 상황의 수준을 뛰어 넘는 수준의 것이어야 커뮤니케이션 효력은 발생됩니다. 그럴 듯하거나, 너무나 당연한 개선책이나 재발 방지 대책처럼 당황스러운 것이 없습니다. 숙고 없는 메시지들은 자칫 자사의 문제와 경영 품질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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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82

위기관리 단계는 어떻게 변경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위기 단계를 총 4단계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심각성에 따라 옐로우, 오렌지, 레드, 블랙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현 상황이 어떤 단계인지 규정도 어렵고, 상황이 변화되었을 때 단계 조정도 어렵습니다. 단계별로 더욱 더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해야 하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물론 위기와 관리 단계를 일단 설정해 놓으셨으니, 단계별로 판별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최대한 상황별 공감대를 기반으로 정확한 기준 설정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사전에 아무리 자세하고 정확하게 판별 기준을 설정해 놓는다 하더라도, 실제 위기 발생 시 단계를 규정하고, 변경하는 실행은 기본적으로 ‘정무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분이 위기관리 매뉴얼만 있으면 그 매뉴얼에 의해 마치 ‘자로 잰 듯’ 상황 판별이 가능해지고, 세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행팀이 ‘기계적으로’ 실행을 척척하게 될 것이라 희망합니다. 그래서 위기를 경험한 기업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하나의 만병통치약처럼 갈구합니다. 다음번에는 이번과 같은 실수와 혼란을 경험하지 않아야 하겠다 하는 바램 때문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매뉴얼 자체보다는 그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 90%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보시면 됩니다. 우리에게 어떤 위기들이 발생될 것인지 미리 확인해 정리해 놓는 가치가 그 첫번째입니다. 상황에 따라 우리는 어떤 준비와 대응 연습을 해 놓아야 하는지가 그 다음입니다. 그 각각의 결정과 실행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미리 상상해 놓아야 합니다. 그 내용을 그냥 모아 놓은 것이 위기관리 매뉴얼입니다.

질문과 같이 일단 실행에 들어가면 많은 것이 바뀝니다. 미리 상상해 놓기는 했는데, 구체적 상황에 맞닥뜨리면 더욱 혼란스러워 지기만 합니다. 매뉴얼 문장 하나 하나를 읽어 보면, 현상황이 오렌지 단계에 해당하면서도, 레드 단계의 조짐도 엿보입니다. 어떤 부분은 이미 블랙 단계까지 이르고 있어 보입니다. 이런 실제 상황에서 단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논의가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나, 사실 그런 논의는 매뉴얼에 의한 실행을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미 정리되어 있는 위기관리 단계를 두고, 현 단계를 최종 규정하는 것은 순수하게 최고의사결정자의 몫입니다. 많은 상황정보와 향후 시나리오를 검토하더라도 결국은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 판단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 신속함은 모두의 다양한 경험과 훈련에 의해서만 가능해집니다.

만약 위기관리 단계 설정에 대해 내부적으로 왈가왈부만 있고, 시의적절한 단계 조정이 힘들기만 하다면, 최고의사결정자가 단계 설정에 있어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그분은 위기상황 단계에 대한 매뉴얼적 이해조차 없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또한 다양한 상황정보를 조합하여 단계 설정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내리는 역량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보이는 단계 판별 기준도 이런 경우에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결국 경험 있고 훈련된 정무적 판단이 위기를 관리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 같은 종이들은 절대로 정무적 판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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