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몇 잔에 위기관리 안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금 위기관리 대행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저희 관련 부정기사를 관리하는 게 주 목적인데요. 광고나 협찬 예산은 없고, 그냥 기자들 만나 소주 몇 잔 하면서 인간적으로 부정 기사를 관리할 수 있는 대행사가 어디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일단 회사가 이해하고 있는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가 흥미롭습니다. 위기관리를 곧 부정기사 관리라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자사 관련 부정기사를 관리한다는 것은, 자사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쓸 기자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기반으로 해당 기자들이 부정적인 기사를 쓰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기자들과 깊은(?) 우호관계를 수립해 놓으면 자사와 관련 한 위기가 관리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자사와 친하지 않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기자들이 주로 부정기사를 쓸 것이라는 전제도 그렇습니다.
부정 기사의 주제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그리 큰 관심은 없어 보이십니다. 기자들이 회사와 관련한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쓴다면, 그 주제가 곧 회사의 위기에 대한 것일 텐데 말이지요. 진짜 위기(부정기사의 주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략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계속해서 부정 기사의 주제인 위기는 발생될 것이니, 그에 대해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거나 관련하여 부정적인 기사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라 생각하는 것이죠. 어쩌면 그런 시각은 부정 기사와 기자들을 관리해야 하는 홍보실의 협소한 위기관리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을 담당해야 하는 홍보실의 업무 영역에서 위기관리라는 정의를 조작적으로 정의한 것이지요.
일단 간단하게 답변 드리자면, 소주 몇 잔으로 부정 기사를 쓰지 않을 기자는 없습니다. 그러면 양주 몇 잔은 어떻냐고요? 말도 안 됩니다. 한 두 명 친한 기자를 만든다고 치시지요. 그 밖의 수많은 기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친한 기자면 자사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혼자 아무 기사도 쓰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을까요?
질문처럼 광고나 협찬을 대규모로 진행하면 그런 상황은 달라질까요? 글쎄요. 그렇다면 년간 대규모로 언론에 지원을 하는 대형 그룹사들의 경우에는 부정기사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야 하겠지요? 완벽한 위기관리를 위해 얼마나 예산을 써야 하는지는 아마 아무도 모를 겁니다. 즉, 그런 노력들은 진짜 위기관리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소주 몇 잔에 우호적인 기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대행사를 찾으려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 회사와 관련된 문제의 핵심에 좀더 관심을 두시기 바랍니다. 그 문제 소지들을 하나라도 더 사전 관리해 제거하거나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이셔야 합니다. 소주 몇 잔에 관리될 수 있는 것은 위기가 아닙니다. 절대 그렇게 되지도 않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절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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