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하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도 그렇고 여기저기에서 젠더 이슈로 아주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저희가 볼때에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거나, 알바생의 개인적 일탈 일 수도 있는 일들에 회사가 모두 사과해야 하니 많이 힘이 듭니다. 그 과정에서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의미는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양 국가 기업이 하는 사과 속에는 자사의 원칙(principle)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 품질에 대한 사과라면, 품질이라는 가치에 대한 자사만의 원칙을 강하게 언급하고 그에 미치지 못했음을 사과합니다. 서비스 가치라면 그 서비스에 대한 자사의 생각과 원칙을 언급하며 사과합니다. 정보보안에 관해서도 그렇고, 말씀하신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자사의 원칙을 언급하곤 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사과문에 있어서 자사만의 원칙을 언급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해당 이슈에 대하여 자사가 공식적으로 보유하는 원칙이 아쉽게도 부재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경영진 및 직원들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자사의 원칙, 업무에 있어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행동에 대한 자사의 원칙, 성차별이나 젠더간 갈등에 대한 자사의 원칙 등과 같은 새로운 현안들에 대한 자사의 원칙을 사과 속에서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그러한 원칙이 존재하기는 하는데, 내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알려지지 않은 원칙을 사과문에서 언급하기는 어렵지요. 또 다른 기업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아젠다에 대한 자사의 원칙은 존재하는데, 그것을 들여 다 보면 시대에 뒤떨어져 있거나, 현 상황과 괴리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수 십년 전부터 흔히 들어온 애국, 애족, 보국, 충성, 효도 등과 같은 원칙을 그대로 소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심지어는 현재 사회적 가치와 반대되거나 충돌되는 자사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여자 직원은 결혼하면 퇴사를 해야 한다 거나, 직원들의 자녀들은 입사시 우대 한다 거나, 상사의 말은 하늘이라 하거나 하는 괴상한 원칙을 고수하는 경우도 아직 있습니다.
부정적 이슈는 후반부 기업들로 갈수록 충격적으로 발생됩니다. 수십년간 이어지던 내부 관행이나 상식이 이슈가 발생하자 하루 아침에 무너지며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일단 이슈관리 관점에서 사과는 하는데, 사과의 이유로 내세울 자사만의 원칙이 없으니 문제가 더 커집니다.
우리 기업들의 대부분 사과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상실감을 드려서 죄송하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등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원칙 부재의 흔한 증상입니다. 우리는 해당 이슈에 대하여 이런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번 상황은 우리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회사의 원칙에 따라 처리, 개선, 재발방지 하겠다. 죄송하다. 이런 스토리라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정상 기업의 사과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원칙을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들이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할 것 아닌가 하며 원칙의 언급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보다 자사가 원칙이 없거나, 원칙이 문제가 있거나, 원칙을 숨기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경우 발생되는 결과를 더 두려워해야 합니다. 원칙은 지속적 수정과 개선 그리고 재발방지를 통해 자사에게 신뢰를 더하는 동력이자 가치입니다. 제대로 된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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