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이 터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골치 아픈 일이 터져 힘들다고 한다. 일이 터져서 다른 중요한 것들을 할 겨를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렇지만, 한번 다시 생각해 보자. 일이 어떻게 스스로 터질 수 있나?
거대한 사일로가 자기 스스로 폭발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나? 사일로가 갑자기 폭발해 버린 것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 사일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정해진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사일로는 폭발한다. 사일로가 자기 스스로 폭발해 버리지는 못한다.
극단적인 소비자가 회사를 상대로 적대적 행동을 하는 경우도 보자. 그 상황과 소비자 불만이 스스로 알아서 곪아 터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회사에서 먼저 제대로 된 고객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해 터뜨린 일일 것이다. 회사 담당자들이 정확하게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고객만족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직원들이 회사 내부의 문제를 바깥으로 퍼 날라 회사에 큰 데미지를 입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 부정적인 상황이 어느 날 갑자기 알아서 터져버린 것일까? 아마 그 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직원들의 불만과 비판이 여기저기 존재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 즉, 그것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 경영진이나 담당자들이 제대로 정해진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을 터뜨린 것이다.
일은 절대 스스로 터지지 않는다. 일은 누군가 사람이 터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중심은 사람이라 한다. 사람이 위기를 터뜨리고, 사람이 위기를 관리한다.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인가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람 없는 위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기관리라를 필자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아무 것도 대단하거나 어려울 것이 없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그때 그때 하는 것뿐이다. 만약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앞 예의 위기에서는 위험한 사일로 설비에 대해 마땅히 규정에 따라 안전조치를 취하고, 지속적 관리를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안전담당자 개인의 게으름일 수도 있다. 안전관리팀의 총체적 무능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오래된 회사 관행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회사의 부족한 예산과 촉박한 작업 시간 때문에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위기관리가 되지 않을 이유’를 시급히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
마땅히 실행되어야 할 소비자 관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 업무를 담당한 자와 경영진 모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일선 직원 개인의 문제인지, 내부 가이드라인의 문제인지, 경영진 철학이나 원칙의 문제인지, 예산이나 환경의 문제인지를 확인해야 위기는 제대로 관리될 것이다.
직원들의 불만과 해사 행위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든 실행에 있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일개 직원 개인의 돌출 행동 이라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생각과 판단으로는 앞으로 발생할 제3, 제3의 직원문제를 방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런 문제를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 왔다’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적시에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붙인다. 노력은 했지만, 그 노력이 위기발생을 방지하지는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위기관리 정의에 있어 ‘적시에 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함이 미처 갖추어 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또한 사후 위기관리에 있어 지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결정하지 못해 실행과 적절하게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어떤 경우이던, 해당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에는 ‘적시에 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의사결정의 문제인지, 그 이전에 상황판단에 대한 미숙인지, 아니면, 실행 일선의 경험이나 역량이 부족인 것인지, 왜 그 위기관리 업무를 ‘적시에 하지 못하고, 불충분 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리고 그 문제의 이유를 개선해야 맞다.
이런 모든 사전 사후 돌아봄은 바로 사람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그 사람이나 사람들 스스로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 그 후 다같이 ‘지금 현재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했어야 한다. 공유된 필요성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꾸준한 투자와 노력을 적시에 다했어야 위기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 그런 사람의 일들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는 발생된다. 굳이 사람이 위기를 터뜨린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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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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