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상상할 수 없던 일이 터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실제 위기관리 현장에서 살펴보면 해당 위기는 조금만 돌아보면 ‘상상 가능했던 것’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할까?
일단은 자신이 맞닥뜨린 위기가 생소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 준비가 되지 않았던 원인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설명하는지도 모른다.
명언 중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이 꿈을 크게 가져야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상상할 수 있는 일은 꼭 일어나고, 상상할 수 없던 일도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우선 ‘상상할 수 없었던’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것을 살펴보자. 만약 그 이유가 상상 자체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제대로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발생될 위기를 몰랐을 뿐이다. 반대로 제대로 상상해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면, 그런 일은 발생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핵심은 위기관리를 준비하면서 기업내 위기관리위원회가 얼마나 제대로 된 상상을 오랫동안 해 보았는 지다. 대부분 위기는 상상가능한 범위내에 있으며, 그 범위 내에서 발생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가 없다는 이야기는 수 없이 들었을 것이다. 모든 위기는 이미 발생했던 기출문제라는 비유에도 이제는 익숙할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만 상상했더라면, 해당 위기가 발생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던 경우가 많아 질 것이다. 발생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발생을 억제 차단할 수 있는 방법도 고안 가능 했을 것이다. 그와 함께 해당 위기가 어떤 형식으로라도 발생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도 가능했을 것이다. 절대로 해당 위기는 낯설고, 놀라운 위기가 아니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에서는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었다’ 이야기는 하지 말자. 상상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는 해당 기업이 제대로 된 상상을 해 보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더구나 많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누구라도 뻔히 예상 가능했던 위기에 대해 상상 하지 못했다는 기업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한번 생각해 보자.
이는 위기관리에 대한 전사적 관심과 투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상상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는 평시에 위기관리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도 부정적이다. 더 나아가 그런 관심과 투자를 생략했기 때문에 이번 같은 위기를 발생시킨 것이라는 논리와도 연결되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책임론이다.
진정으로 해당 위기를 자사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누구도 ‘상상해 보지 못한 것’이라면 그 과정을 다시 돌아볼 필요도 있다. 위기에 대한 상상을 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 발생되는 수준의 위기를 상상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실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상상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면 다음부터는 더욱 더 확실한 상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모든 위기관리는 이처럼 위기를 바라보고, 위기에 대해 생각하고,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상상해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각각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살핌과 고민이 있어야 좋은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이 구축된다. 위기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또한 이 과정에 문제가 존재했던 것이다.
제대로 상상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상상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것을 보면 위기관리를 잘 못했기 때문이라며 실행을 주로 탓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보면 잘 못된 위기관리는 실행 이전에 이미 잘 못될 이유의 99%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기관리가 잘 못될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해서도 평시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다는 의미다. 평시에 그런 잘 못될 수밖에 없는 원인들을 하나 하나 고쳐 나가야만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잘 된 실행이 가능해진다. 그런 준비 없이 막상 위기에 맞서 제대로 된 실행이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상해 보고, 위기관리가 잘 못 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 보고 하는 것이 진짜 위기관리다. 진짜 위기관리를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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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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