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9편]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자사에게 평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자사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자사를 출입하는 기자, 아주 충성도 높은 일부 고객, 직원과 직원 가족, 사업관계를 유지하는 거래처 및 협력업체 등 정도가 평시 자사에게 관심 가져주는 이해관계자일 것이다.

반면,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해관계자의 수와 범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기업차원에서는 상당히 낯설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시간의 압박을 받아가며 대응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다.

원칙을 가지고 여론을 폭 넓게 바라보려 해도,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여론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은 점점 더 강해진다. 어떤 대응을 결정해 실행하게 되면 지금의 성난 여론이 관리될 것인가도 궁금하다. 이번 대응이 효과가 없으면 그 다음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위기 시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평시 자사에게 향한 여론이‘주관식’ 질문을 하고 있다고 비유하면, 이슈나 위기 시 여론은 자사에게 ‘객관식’ 질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평소 보다는 이슈나 위기 시 여론에 답할 수 있는 선택지가 확실하게 다가온다는 의미다.

또한, 기업 경영진 스스로 건전한 상식에 기반한 건강한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면, 그 객관식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는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이는 경영진이 여론을 그대로 느끼고 읽을 수 있는 역량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입장 바꾸어 생각하기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기 등에 익숙한 경영진이 많다는 것은 큰 위기관리 자산이다.

경영진이 자사에게 발생한 특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처하면, 몇가지로 정리된 여론 대응 선택지와 마주하게 된다. 선택지를 꼼꼼히 보면, 이상적 경영진의 눈에는 답이 쉽게 보인다. 그들에게 여론은 예측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결정이 향후 여론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까지도 미리 예측 가능하다.

반면 여론이 계속 예측 불가능하게만 느껴지거나, 여론의 객관식 선택지를 보아도 영 결정이 어려운 경우는 기업 내 총체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에는 경영진이 여론을 해석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제대로 해석하기 어렵게 만드는 그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중대 변수다.

예를 들어, 상당 수준의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제품 문제에 대해 경영진이 여론을 살펴보거나 예측해 보는 경우다. 의사결정그룹은 여론을 읽는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자발적 리콜을 감수해야 한다는 초기 의견을 세운다.

그러나, 중대 변수가 나타난다. 해당 제품 리콜을 결정하면 올 해 매출과 이익이 초토화되고, 그 여파가 수년을 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이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까지 갈수도 있다. 이런 중대 변수가 대두되면, 해당 경영진은 여론을 그대로 읽고 해석해 내기 어려워진다.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은 옆으로 치워진다. 리콜 대신 수면하에서 A/S를 진행해 보자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그 것이 완벽한 소비자 보호 조치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낸다. 여론 앞의 객관식 해답 찾기에 선택지가 더욱 더 늘어나는 형국이 된다.

일부는 해당 제품 판매를 먼저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다. 일단 문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 후 경영진은 제품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 몇몇을 잘 관리해 보자는 의견을 낸다. 그들에게 상당 수준의 대체제품을 지원해 불만을 관리해 보자는 것이다. 일부는 그와 함께 A/S를 시행하면, 추가 여론 확산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처방을 낸다.

경영진은 그렇게만 잘 되면, 올해 매출과 이익은 보장될 것이고, 대표이사 부담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공유한다. 경영진은 자신이 최선의 위기관리 방안을 찾았다 안도한다. 더 이상 여론 확산만 없게 만들면, 법이나 원칙에서 정한 소비자 보호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부담 느낄 필요도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 추가 문제가 없다면 그 기업에서는 이번 대응을 전략적으로 잘 한 위기관리라 부를 것이다. 반면, 이후 추가 문제가 더 불거지고, 내부 고발이 이어지고, 실제 소비자 피해가 가시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그 기업은 재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 단, 중대 변수들이 문제다. 중대 변수를 이기는 힘은 원칙에서 나온다. 그 때 그 때 여론을 읽고도 좌고우면 하는 이유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위기관리 실패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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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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