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업은 정보의 진공상태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정보의 진공상태는 주변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이 특정 이슈에 관해 가지는 합리적 의문에 대한 적절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위기를 맞은 기업 자신의 정보가 외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충분하게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흔히 자사에게 불리해 보이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스스로 입을 다물어 버리는 현상을 상상해 보면 된다. 함구령이라던가 노코멘트를 통해 해당 위기에 대해 합리적 의문을 던지는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아무런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다.
이 정보의 진공상태는 대체로 장기간 유지되지는 않는다. 정보의 진공상태는 어떤 형태로라도 여러 정보를 신속히 흡입해 진공상태를 해소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빌어 유입되는 정보들은 상당 부분 위기관리 주체에게 불리하거나 위해성이 있는 정보들이다.
운 좋게도 다른 정보 제공자들이 긍정적 정보를 상당 수준 유입시켜 준다면 그 정보의 진공상태는 결과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해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 발생 초기 정보의 진공상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전해지는 통제할 수 없는 정보들로 메워진다. 사실관계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 실제 사실이 아닌 정보, 부정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정보가 판을 치게 된다.
일단 정보의 진공상태가 해소된 그 공간에서는 더욱 부정확하고 부정적인 정보들이 지속적 세포분열을 통해 극도로 다양화된다. 이 수준이 되면 위기관리 주체는 손을 쓸 수 있는 것들이 없어지는 결과를 맞게 된다. 사실이 아닌 부정적 정보들이 이미 위기상황을 압도해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전략적 기업들은 위기 발생 초기부터 신속하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애쓴다.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정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업데이트 하며 최선을 다한다. 이런 노력의 목적은 정보의 진공상태를 해소시켜 부정확하고 부정적인 정보들이 다양하게 유입될 기회를 지속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런 정보의 진공상태를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은 아무 기업에게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보의 진공상태를 효과적으로 해소 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체계를 보유해야 한다. 적시에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분석 정리 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부주의하게 전달했다가는 정보의 진공상태 해소는커녕 또 다른 새로운 정보의 진공상태를 조성하게 된다.
정보의 진공상태 해소를 위한 기업의 창구도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훈련 받지 못한 창구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되면 아무리 정확한 팩트와 상황분석이 존재하더라도 효과적인 정보의 진공상태 해소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야기하는 가도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효과적으로 정보의 진공상태를 해소 시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그 자체로는 멋지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실무자들은 그에 대한 실행을 매우 어려워한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평소 구축되어야 했던 체계가 부실하거나 부재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또한 제대로 훈련 받아 효과적인 창구 역할을 일사불란하게 실행할 인력들이 부족하다는 것도 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시 기업 내부에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분절적 정보들만 주어진다. 자꾸 잘못된 상황 정보들이 공유된다. 부서간 사일로가 생겨난다. 일부 부서에서는 주장인지 팩트인지 분간되지 않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 와중에 외부의 위기 상황 변화는 지속된다. 시간은 흘러가는 데 유효한 커뮤니케이션은 시작되지도 못한다. 이미 정보의 진공상태는 위험 수위에 육박해 버렸다.
긴급한 마음으로 일단 정보의 진공상태를 해소시키기 위한 첫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또 다른 정보의 진공상태가 생겨난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자사의 커뮤니케이션을 듣고 또 다른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더욱 더 많은 숙제가 안겨진다. 이 상황이 일정 기간 반복되면 위기관리에서는 대부분 손을 놓아 버린다.
정보의 진공상태를 해소시키자. 말처럼 쉬운 것이 없다. 그러나 준비 없이 결과만 탐하는 것만큼 허망한 것이 없다. 무조건 정보를 유입시킨다고 정보의 진공상태는 해소되지 않는다. 왜 많은 기업이나 셀러브리티들이 위기가 발생하면 입을 다물고 뒤돌아 앉아 귀를 막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일부에서는 전략적 침묵이라 칭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준비되지 않았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돌아 앉아 있는 것뿐이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지 말자.
# # #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