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은행 사보 기고문]
질문이 문제가 아니라 답변이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미국의 대표적 기자이자 뉴스앵커인 샘 도날슨(Sam Donaldson)은 “기자의 질문이 문제를 일으킨다기 보다는 답변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맞는 말이다. 기자는 취재하는 사람이고 질문하는 사람이다. 취재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 기자는 기자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자의 취재와 질문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샘 도날슨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면 “기업이 기자의 질문에 전략적으로 답변해야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임을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전략적이지 않은 답변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언론홍보를 하지 않는 일반 임직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략적이지 못한 답변의 특성들을 살펴 보자.
첫째, 모르고 답변한다. 상황 파악이 되지도 않았고, 그 사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일단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기반으로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한다. 전략적이지 못하다. 잘 못된 메시지가 기사화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답변해야 할 사람이 아닌데도 답변한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은 “저는 그 질문에 대해 답변드릴 수 있는 부서 직원이 아닙니다.” 또는 “저는 그 질문에 답변드릴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하는 답변이 주를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기분야가 아닌 내용이나 자신의 책임 범위를 넘는 메시지로 기자에게 답변 하곤 한다.
셋째, 사적인 생각을 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개인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조직의 생각이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토와 논의들이 있어야 한다. 조직 내 공유된 메시지는 공식적인 답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요…”하면서 시작하는 답변은 전략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넷째, 놀랄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자와 말을 시작하면 탄력이 붙을 때가 있다. 순간 긴장을 늦추게 되면 사단이 벌어진다. ‘아차’ 하면 이미 늦었다. 신문기사나 TV보도에서 나오는 내 메시지를 보고 놀랐다면 이미 큰일은 벌어진 셈이다. 놀랄만한 메시지를 기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다섯째, 노 코멘트 한다. 노코멘트는 곧 코멘트다. 어떤 코멘트일까? 그렇다. ‘그 문제는 우리의 책임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를 인정합니다’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업은 적절한 대응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찾지 않으면 기자들이 찾아다 안겨준다. 부정적인 기사를 일방적으로 선물하는 것이다.
여섯째, 솔직하게 답변한다. 물론 많은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은 항상 기업은 투명해야 한다 이야기한다.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전문가들도 “언론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상의 것들은 ‘투명하되 전략적으로 투명 하라’는 주문이다. ‘전략적으로 진실 하라’는 의미다. 기업은 절대 성인들이 모여 있는 종교단체가 아니다.
일곱째, 공감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렇게 된다.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에는 아랑곳 없이 커뮤니케이션 하게 된다. 본능에 충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면 꼭 이렇게 된다. 방어본능, 대응본능, 충돌본능, 회피본능 등 이런 본능들을 평시나 위기 시 철저하게 통제해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전략’의 반대말은 ‘본능’이다.
여덟째, 서로 따로 이야기한다. 기자가 같은 질문을 물어도 일선 직원에게 듣는 답변과, 팀장에게 듣는 답변, 그리고 임원에게 듣는 답변이 서로 다르다. 이렇게 되면 기자는 그 조각 조각들을 맞추어 가면서 큰 그림을 퍼즐링 할 수 있게 된다. 몇 번만 왔다 갔다 다시 되 물으면 회사 내 모든 조직원들이 기자가 큰 그림을 그리게 도와주는 것이다. 창구를 일원화 하자는 것은 이런 상황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하나의 창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 창구라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아홉 번째, 너무 디테일 하게 이야기한다. 딜레마를 느낄 것이다. 너무 디테일 하면 문제라 하는데, 디테일 하게 설명 하지 않으면 기자에게 대충대충 이야기하는 것으로 비추어 질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무엇이 디테일인가 하는 정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다. 여기에서 이야기하지 말라 하는 디테일이란 ‘쓸데 없는’ 또는 ‘과도한’ 디테일을 칭하는 것이다. 기자에게 답변하면서 ‘가만있어봐……이렇게까지 세부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느낌이 들면 벌써 너무 깊숙이 문제 속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마지막 열 번째, 전략적이지 못한 답변은 대부분 사전 사후 공유를 생략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내가 기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공유하기가 꺼려지거나, 다르게 공유를 하거나, 일부만 공유를 하거나, 또는 공유를 하지 않거나 하는 이런 증상은 해당 직원 스스로 ‘나의 답변이 전략적이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당연히 결과적으로 기사나 보도에 잘 편집될 확률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조직이 그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공유되지 않는 기자와의 접촉이나 대화는 문제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반복적으로 전략적이지 않는 답변 내용들과 태도들에 대해 이야기 해도, 막상 기자와 말을 섞게 되면 이 열 가지 중 한 두 개의 실수들을 저지르고는 한다는 것이다. 수십 년 언론홍보를 해 오신 홍보 임원분들도 기자들과 대화 시 아주 가끔 ‘아차~!’하는 말실수를 하신다. 그런 전문가분들도 사소한 실수를 하실 때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다른 업무를 하는 임직원들은 오죽할까?
실수를 하지 말라 하지만, 절대 실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가능한 것은 실수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한번 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전사적으로 그런 실수를 공개하고 반면교사로 삼아 다른 직원이 유사한 실수를 하지 않게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많은 선진국 기업들은 임원들과 직원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을 실시한다. 평소에 기자와 전략적으로 대화하는 훈련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분명한 것은 기자들은 훈련 받은 취재전문가들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직원들이 모두 프로페셔널하게 훈련 받은 전략적인 답변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밥’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 전사적으로 언론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공유되어야 하고, 최소한 위와 같이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인식 공유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전략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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