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05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아카데믹 관점 vs. 실무 관점, 그리고 컨설턴트의 관점



위기관리에 있어 아카데믹 한 관점은 실무자들에게 가장 많이 그리고 심각하게 지적 받는 ‘업계악(惡)’으로 꼽힌다. 학자들과 실무자들간에는 상당히 뿌리 깊은 거리가 존재하는데 학자들은 실무자들에게 “이론을 모른 채 주먹구구식 실행만 강하다”는 비판을 하고, 반대로 실무자들은 “실제 현장을 모른 채 이래 저래 훈수만 한다”는 비판으로 학자들에 맞선다.

컨설턴트들은 사실 학자와 실무자들 중간에 서있는 그룹이다. 학자들이 개발해 놓은 이론과 리서치를 좀더 실행 가능하게, 현실에 적용 할 수 있도록 ‘되새김 질’ 해 내 놓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중간자적인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실무자들은 컨설턴트들에게도 “안 해 보았으면 말도 하지 말라!”는 경고들을 쏟아 붓는다. 일부는 이런 리포트를 받으려고 컨설턴트들에게 그 큰 돈을 주었던 거냐 불평한다.

그러면 아카데믹 관점과 실무관점은 무엇이 다를까? 또 이 사이에 끼어 있다는 컨설턴트들의 관점은 또 어떻게 다를까? 한 사례를 통해 간단하게 살펴보자.

식품회사 A사. 모 프리미엄 식용 제품에 프리미엄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 식품재료가 일부 첨가되어 있다는 루머를 접한다. 이 루머가 사실이라면 해당 프리미엄 제품군이 모두 타격을 입게 되고, 최악의 상황에서는 해당 브랜드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루머는 SNS를 타고 급격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위기관리를 위한 아카데믹 관점 기반 논의

  • 이 루머는 사실인가, 사실이 아닌가?
  • 사실이 아니라면 강력하게 반박을 하고, 증거를 제시해 빨리 루머를 잠재워야 하지 않을까?
  • 일부만 사실이라면 가능한 문제의 그 식재료들을 개선 조치하고, 그에 대해 완전하게 개선되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강력하게 해 나가는 빠른 개선 및 하이프로파일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 그 루머가 사실이라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 신뢰도 확보를 위해 솔직하게 사실을 인정하고, 뼈를 깎는 개선조치를 기해 이후 브랜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지 않을까?

컨설턴트들의 추가 논의

  • 일부 ‘프리미엄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 식품재료’가 포함되었다면, 그 것은 무엇인가? 그 것이 인체에 유해한 것인가? 혹시 경쟁사들은 이와 같은 식품재료들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 식약청이나 정부기관, 식품전문가 그룹들에서 가지고 있는 해당 재료에 대한 의견들은 무엇인가?
  • 해당 식품재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특별한 이유를 혹시 만들어 낼 수 없을까?
  • 해당 식품재료를 어떻게 해석해야 프리미엄이라는 가치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까?
  • 최근까지 해당 제품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식품재료에 대해 회사가 특별하게 커뮤니케이션 한적이 있나? 커뮤니케이션 했었다면 어떻게 했었나?
  • 만약 루머가 일부 또는 전부 사실이라면, 회사가 입어야 할 임팩트는 어느 정도인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행 시나리오 5개는 무엇인가? 그 각각의 pros and cons는 무엇인가?
  • SNS상에서 퍼지고 있는 해당 루머의 확산 정도와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회사가 인게이지 해야 하는 시기는 적절하게 언제쯤이어야 할까?
  • 각각의 시나리오들에 맞추어 우리 회사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메시지들은 어떻게 정리되어있어야 하나? 대응 활동들은 또 어떻게 맞물려 나가야 하나? 타이밍은?
  • 예산들은 어떻게 산정되어 지나?


실무자들의 추가 논의

  • 이번 일로 다치는 분은 누구인가?
  • 왜 이 사실을 내부에 사전 공유하지 못했나?
  • 생산 기술 쪽에서는 왜 굳이 이 식품재료를 사용했나? 아무리 코스트 컷이 중요해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었나?
  • 사실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식품재료상의 성분은 ‘발암 논란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 걸 어째야 하나?
  • 왜 마케팅은 문제의 식품재료를 침소봉대해서 커뮤니케이션 했었나? 그러니까 문제가 불거진 거 아닌가?
  • 왜 홍보팀은 기사를 못나오게 좀 못하나? SNS상은 모르지만, 기사화까지 되는 건 좀 막을 수 있지 않나?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올게 온 거 아닌가? 기술파트에서 그 때 이거 말고도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했었는데 그 때 묵살 됐잖아…
  • VIP께서 문제는 추후 해결하더라도 일단 빨리 론칭하라 하셔 서두른 게 문제의 핵심인데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나.


현실적으로 논의의 주제들이 실무자로 갈수록 더 디테일 해 지고 더 많아 진다. 극단적으로 실무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내부 정보들과 세부 변수들을 학자분들에게 제시하고 조언을 달라고 하면 별반 현실적인 답이 나오지가 않는다. 도리어 “회사가 문제구먼…” 또는 “알고 봤더니 OO사는 엉망이야…”하는 평가를 받게 된다. 실무자들이 원하는 부분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반대로 실무자들의 고민들에만 몰입되어 있으면 아무런 위기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기 초기에 많은 세부적인 고민들로 인해 의사결정은 늘어지거나, 흐지부지 되고, 일선 실행라인에는 아무런 지시나 가이드라인이 주어지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시 침묵하거나, 모니터링만 하고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컨설턴트들이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가능한 내부의 이슈들을 듣고 감안하고, 아카데믹한 방향성에도 기반해 현재의 상황이 최악(worst)에 이르지 않게 하는 위기관리 전략과 실행안들을 빨리 정리해 쏟아놓아 준다. 실질적 고민에만 빠져 있는 의사결정자들과 실무자들을 계속 자극해 깨어있는 상태에 지속적으로 머무르게 하고, 빨리 의사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꾸준한 내부 압력을 가해주는 코디네이터 업무가 컨설턴트들이 하는 일이다.

결론적으로는 서로 보완하고 의지해야 하는 관계이자 관점들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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