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미디어에 지난 수년간 기고를 해왔었다. 이제 130번째 기고문을 썼다.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30)
위기는 있지만,
위기관리는 없는 한국
얼마 전 전국적인 정전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조직들이 당황했고, 불편을 겪고, 고통을 받았다.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갇혀있어야 했고, 일부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횟집 수족관의 광어와 오징어 그리고 낙지들이 유명을 달리 했다.
하나의 상황이 여러 개의 위기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국가나 정부입장에서는 국가차원의 위기였다. 한국전력이나 전력거래소 그리고 지식경제부와 같은 조직에게는 조직차원의 위기였다. 그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장들에게는 개인적인
위기이기도 했다. 그 밖에 많은 기업들과 상점들 그리고 가정들이 위기감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렇게 한국에는 다양한 위기들이 종종 발생하고 사라져간다. 이런 위기환경에서 우리 정부와 조직과 기업들은 어떤 관리활동을 전개하고 있을까? 함께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하여 그들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을까? 과연 그들에게 ‘위기관리’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일까?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방사포를 발사하면 발사 후 44초 만에 방사포탄이 서울에 떨어진다고 한다. 이 위기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위협에 대비하는 서울시민들을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도 우리모두는 위기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한발자국 더 나아가 대비하고자 하는 생각들이 없다. 그런 현실이다.
기업 위기들을 분석해보면 대부분의 위기들이 유사하거나 동일한 유형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반복된다. 당연히 기업은
자신들에게 어떤 위기가 다가 올지 모르지 않는다. 평소에 신경을 쓰지 않을 뿐이다. 기업 차원에서 위기는 크고 작게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한다. 기업이 경험이 없어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직접적인 위기관리 경험 외에도 간접적인 경험과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여러 기업들의 실제 사례들이 이 시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그 사례들을 통해 자신의 기업이 좀 더 대비할 수 있는 여러 기회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별반 기업 실무자들의 의욕은 없어 보인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한 사례를 가지고 그 경험을 토론하고자 해당 위기관리 실무자와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우리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습니까? 다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가 있지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말 못할 사정이 차후 개선이 가능한 것인가 아닌가에 있다. 만약 그 말 못할 사정이 개선의 대상이나 주제가 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힘든 조직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가?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많은 실무자들은 그 위기 관리 업무를 3D업무로 여기고 피해 나가려 애쓴다. 어차피 위기관리라는 것이 지는 게임이고, 잘해야 본전인 게임이라 굳이 관여할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거다. 왜 내가 퇴근도 하지 못하고 밤새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물으며 손사래를 친다. 그 누구도 위기관리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기업 위기관리가 어려운 또 하나의 현실적 이유다.
이 모든 이유들로 인해 많은 기업들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거나, 평소 고민을 하거나, 개선을 해나가는 데 매우 인색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위기관리는 ‘하지 못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경험을 해도 ‘별반 나아지지 못할 이유’가 있으며,
사실 관련 업무를 ‘떠 맡기도 싫은’ 주제인 것이다.
우리에게 위기는 존재하지만, 위기관리는 존재하기 어려운 아주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위기에 대해 평소 큰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며, 그 대응에 대해 지속적인 개선을 기할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서부터 올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위기관리를 통해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 없을까?
이는 기업문화와 철학 그리고 경영의 품질과 관련 된 이슈다. 단편적으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논의를 넘어 해당 기업이 어떤 생각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어떠한 팀워크와 가치들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좀더 선행되어야 하겠다.
CEO의 리더십과도 관련 된 이슈다. CEO가 위기관리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가치들을 기반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을 조직 전반에 투영하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평소 위기관리 리더십을 통해 CEO는 위기관리 체계가 실행형 체계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실무자들의 차원에서는 CEO나 오너들이 ‘위기관리’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신다 푸념만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실 한국적 기업 환경에서는 CEO나 오너분들이 ‘위기관리’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를 하지 못하시는 게 당연할 수 있다. 그들이 ‘위기관리’는 이해 못할지는 몰라도,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실무그룹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그룹들은 끊임 없이 자신들의 위기관리 업무들을 CEO나 오너분들에게 셀링 해야 한다. 그분들이 쓰는 언어로 위기관리를 설명하고 자신들의 개선활동들을 공유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위기 시 기업은 위기관리를 통해 조직의 품질을 투영한다. 평소 뽐냈던 조직의 품질이 사실과는 많이 달랐다는 평가가 위기 이후에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모든 부문들이 좀 더 관심과 고민과 개선노력을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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