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5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의대 학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의대 학생상벌위원회가 지난 1일 (가해 학생 3명에 대해)
학칙상 최고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담화문은 이어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좋은 의사를 키우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011. 9. 5]
문제의 의대생 사건이 어제 학교측의 조치로 일단락되는 듯 하다. 이 문제의 핵심은 사실 ‘성추행’에 있다 라기 보다는 해당 학교의 ‘원칙’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쪽으로 이미 넘어간 지 오래다.
이 학교의 ‘성추행 혐의 학생’들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최소 3개월이 소요됐다. (최초 보도 2011년 6월 3일 ~ 학교의 출교 조치 발표 2011년 9월 5일) ** 사건 발생일인 5월 21일을 감안하면 더욱 긴 의사결정
이 기간은 법으로 정한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23일과 대통령후보등록 마감일인 유세시작 전 25일까지 합친 전체 기간보다 길다. 일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조치 의사결정이 한 국가 대통령을 선정하는 기간보다 오래 걸릴 일인가 하는 점에서 그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이 놀랍다.
지난 3개월 동안 해당 학교는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에 시간을 허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 해당 학생들의 문제가 학교 재학생들과 동문에게 까지 전이되는 확산을 방지하지 못했다.
- 해당 이슈가 학교 의료원의 발전방향과 명성에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다.
- 해당 학교의 명성과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어하지 못했다.
- 해당 학교 의대출신 병원들에 대한 이미지 훼손에 대한 방어에 실패했다. (소셜미디어상의 고대관련 병원 불매움직임 참고)
- 해당 학교로 향한 일부 정치적 비난까지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다. (대통령 관련)
- 해당 학교의 입장에 대한 루머와 마타도어에 대해서도 방지 또는 방어하지 못했다. (퇴학 조치설, 교수들의 사적 언급설…)
- 언론으로부터의 ‘쉬쉬’론과 그에 대한 비판에 효과적으로 해명하지 못했다.
- 피해자인 여학생을 효과적으로 보호해 주지 못했다. (해당 여학생이 라디오방송까지 출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 결국 해당 학교는 가해 학생들과 같은 편으로 (포지션 한 게 아니라) 포지션 되었다.
이 많은 실패들의 유일한 원인을 꼽자면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라고 본다. 의사결정은 늦을 수 있다. 특히나 대학의 경우 일반적 의사결정은 일반 기업의 수배 이상에 이르는 게 현실이다. 의사결정이 길어도 의사결정 과정 각 단계에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지속적으로 진행 되었다면 이런 실패들을 경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기 시 항상 기업이나 조직은 ‘의사결정 중’이라 쓰고, 공중들은 이를 ‘침묵’이라 읽는다. 우리가 ‘침묵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위기는 관리된다. 의사결정이 빠른 기업이나 조직은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커뮤니케이션에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실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의사결정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다. 하지만, 이는 해당 학교의 이전 실제 학생 출교 처분 의사결정 속도와 비교해 여론적으로 해석하면 과도한 시간이다. 또한 현재 해당 학생들에 대한 법적 최종 심판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출교 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그 논리적 근거도 없다.
결국 스스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강제로 위기관리를 당한 꼴이 되었다. 결국 재학생, 동문, 동문회, 동문병원, NGO, 정부, 언론, 학생가족, 소셜 퍼블릭 등등에 의해 ‘떠밀려’ 의사결정을 했다는 부끄러움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지난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피해 여학생이 인터뷰 출연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해당 학교가 빠르게 의사결정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피해 여학생이 해당 이슈에 대해 계속 침묵했다면 의사결정은 계속 미루어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논리적 타당성을 가지는 이유를 해당 학교는 해명하기에도 너무 늦어버렸다.
고려대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징계 절차를 진행하다보니 최종 결정까지 3개월 정도 걸렸다”면서 “(학교 측이)가해 학생들을 감싸려고 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렇게 간단하게 ‘늦은 해명’을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모든 기업이나 조직은 위기대응에 늦는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없이 늦는 것은 항상 침묵이며. 침묵은 곧 guilty 포지션을 생성한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질문과 이슈제기에 돌아 앉아 있어 얻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도 해야 할 때가 왔다.
느려도 너무 느렸다. 불쌍하게도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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