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중 화재 ‘품질 빨간불’… 현대차회장 대노 [경향신문, 2010. 11. 14]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 12일 현대차 주요 임원들을 회장실로 불러들였다. 전날 발생한 아반떼 사고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간부들을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판매개시된 지 두 달만에 생긴 뜻밖의 사고여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 조직들에서 흔히 목격되는 이런 위기관리 시스템에 이름을 하나 붙이자면 ‘버럭‘ 위기관리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버럭’ 시스템은 사실 상당한 위력과 효과를 가진다. 실행되지 않던 위기관리 활동들도 VIP의 ‘버럭’ 한방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 굴러가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다른 조직에서도 목격된다.
이건희 전 회장 ‘냉장고 폭발’ 사고에 大怒 [동아일보, 2009. 10. 29]
MB, 軍 대북경계에 충격받아 ‘大怒’ [세계일보, 2009, 10. 31]
이 시스템은 해당 위기의 원인이 ‘정상’이 아닐 때 종종 발현된다. 정상이 아닌 원인들로 인해 해당 위기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또한 해당 위기에 대한 전조나 사전 논의가 없었거나 또는 해당 논의를 실무차원에서 처리하려 하다 VIP를 놀라게 했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사실 보쓰를 놀라게 하는 부하처럼 나쁜 부하들이 없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 볼 부분은 해당 위기에 대한 실제 위기관리가 일선과 전문 그룹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정확하게 위기관리가 잘 되었는데 ‘버럭’ 하실 리가 없다)
출처: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경찰서를 전격 방문,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과 관련해 강도 높은 질책을 한 후 나오고 있다. 왼쪽은 이기태 일산경찰서장. (고양=연합뉴스) 2008. 3. 31.
앞서 말한 대로 이 ‘버럭’의 리더십과 위기관리 시스템은 분명 효과가 있다. 사후 위기관리에 있어서 조직이 전향적인 자세로 위기관리에 임할 수 있는 임파워먼트를 흡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대형 조직에게는 이 ‘버럭’ 위기관리 시스템이 더욱 더 위기 민감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단점이 있다. VIP께서만 ‘버럭’하지 않으시면 위기관리에 신경을 쓰거나 실행에 임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는 위기이고 문제지만, 내부 보고 누락이나 언론 관리 등을 통해 VIP의 눈과 귀만 막으면 어느 정도 위기관리(?)가 된다 생각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조직이 스스로의 시스템으로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고, 적절하게 관리할 생각을 하기 보다 VIP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는 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기에 여러 대기업과 조직들에게서 목격되는 이런 가부장적 위기관리 시스템이 찹찹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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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버럭’의 위기관리 시스템 : 가부장적 조직의 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