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종일 오랜 관계를 맺으면서 코칭 해 온 클라이언트사와 정기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했다. 그 회사는 자사의 모든 위기 요소들을 매년 오딧을 한다. 매년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요소들을 선정해서 관련 부서에 이슈 오너십을 부여한다.
핵심 위기 요소들의 이슈 오너십을 부여 받은 각 부서들은 그 위기 요소를 관리하기 위한 액션 플랜을 개발하고 그것을 전사적으로 공유하면서 실제 관리사항을 업데이트 한다.
그 과정에서 만일에도 있을 수 있는 대언론 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트레이닝을 수료한 모든 이슈 오너(각 부서의 팀장급과 임원급)들은 결과적으로 매년 연말경에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위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CEO와 함께 진행한다. 하루짜리 시뮬레이션이고, 자사의 위기요소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현실화 되었을 때 전사적인 팀워크를 통해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대응을 지시하는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해보는 거다.
어제 미디어트레이닝에서 여러 번 토론되고, 코칭되고 한 부분들 중 하나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본다. 위기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메시지의 신중한 선택과 반복’은 핵심중의 핵심이다.
국내기업들이나 정부기관들이 가장 힘들어 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핵심 메시지를 반복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법 부분이다.
개인과 개인의 interpersonal communication 기법과는 약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확실한 표현이다. 매 질문에 대한 답변에 핵심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어려운 과제다.
일반적인 개인과 개인의 대화를 한번 보자. (홍길동과 친구인 이몽룡의 대화)
홍길동: 몽룡아, 우리 술 한잔 하자. 근데 한잔하기 어디가 좋을까?
이몽룡: 강남역 근방이 어때? 맥주한잔 하기 좋은 장소가 있거든.
홍길동; 그래. 그러면 이번엔 네가 사는 거야?
이몽룡: 야, 언제 네가 산적 있냐? 매번 내가 술 사곤 했지?
홍길동: 알았어. 그러면 내가 산다. 이번에는…거기가 어디야. 같이 가자.
이몽룡: 오케이. 오늘 운이 좋은데? 가자.
보통 개인과 개인의 대화는 진행이 되어가는 직선형의 모습을 띈다. 무엇보다도 연이어 진행이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위기시 기업의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은 직선형이 되면 안 된다. 대언론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에는 Spiral(나선형)의 모습을 띠어야 한다. 반복적으로 홈베이스를 밟는 답변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기업의 대변인이 언론과 대화하는 모습을 한번 보자.
기자: 오늘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그 피해규모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다. 소방서 측에 의하면 화재원인이 방화로 추정된다던데? 회사의 공식입장은 무엇인가?
대변인: 우선 이번 화재에도 불구하고 직원들과 다른 핵심 설비부분이 안전하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화재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진 부분이 없다. 원인 파악을 위해 소방서 측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기자: 공장 직원 숙소 쪽에서 불길이 먼저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그러면 그때 숙소에 있던 직원들이 방화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대변인: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화재원인이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서와 함께 원인을 파악 중이다.
기자: 내가 취재하기로는 회사 내에서 화재 전날 회식이 있었고, 몇몇이 취해 다투고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던데, 이런 직원들의 다툼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대변인: 화재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추측도 할 수가 없으니 양해해달라. 소방서측과 협력해서 가능한 빨리 화재 원인을 알아낼 것이다.
기자: 상식적으로 보아도 어떻게 직원 숙소에서 발화가 되었다는 데 직원들이 하나도 다치지 않았을까? 이는 일부 직원들이 고의로 방화를 하고 자리를 피했기 때문이 아닌가?
대변인: 반복적으로 말씀 드려서 죄송하다. 확실한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면 그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기자: 아니…자꾸 그런 식으로 말을 피하지 말아라. 내부적으로도 파악된 사실들이 있을 것 아니냐. 소방서측에서도 이미 직원 방화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기자에게 하던데…
대변인: 확실하게 말씀 드리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원인이 없다. 소방서 측과 긴밀하게 협조 중이니 빨리 확실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 부탁한다.
기자: 자꾸 이런 식이면 그냥 소방서 관계자 멘트 따서 쓸 거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회사측에서는 직원 방화 가능성이 절대 없다고 보고 있나?
대변인: 현재 조사 중이다. 소방서측과 긴밀하게 협조해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원인을 규명할 것이다. 섣불리 원인을 추측하거나, 추측된 원인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 미안하다.
이런 식으로 핵심 메시지들을 반복 반복 반복하면서 포지션을 흩뜨리지 않는 대화 방식이 대언론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낯설다.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만 자연스럽게 반복할 수 있다.
아주 공격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을 경험한 대변인들은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 방식을 들으면서 실시간으로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답변하면 위험할 수 있는 모든 질문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서 위기시 우리 회사에게 유리한 우리만의 메시지에 철썩 같이 달라붙어 있을 수 있다. 기업을 구성하는 CEO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위기시에는 동일한 메시지만을 반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결론적으로 추측이나, 루머, 오보, 오해, 잘못된 비난, 제2와 제3의 또 다른 위기들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낯설지만 도전해보고 경험해보고 익숙해 질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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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to 핵심 메시지를 확보하는 것이 힘든 이유 : 미디어 트레이닝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