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는 시스템을 잡는 것 보다 사람을 사서 쓰는 것이 훨씬 쉬운 듯 하다.
홍보, 특히 언론관계에 있어 제대로 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홍보담당자 한 명은 회사를 살리고 죽일 수 (?) 있는 능력을 가졌다 해도 별반 이의가 없다.
(솔직히 능력(!)있는 홍보담당자들의 연봉이 너무 적은 건 아닐까. 회사가 자칫 500억 원을 날릴 수 있는 위기나 사건을 무마(?)하는 데 홍보담당자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면 그 홍보인의 연봉은 그 10분의 1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위기시 큰 기업이 홍보 선수 한둘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면 보는 사람도 마음이 짠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홍보 선수들도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모른다.
기업 오너나 CEO께서도 “우리의 웬만한 이슈는 홍보실 O상무가 알아서 처리하겠지“하니 실무진들은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기획하기 힘들다. CEO께서 특히 “홍보실이 뭐 하는데야? 일 터지면 그거 막으라고 예산 주는 데 그걸 못해?”하시면 더더욱 시스템은 요원하다.
문제는 해당 기업이 의지하는 홍보 선수가 퇴사 하거나 일신상 문제가 생겨 업무를 진행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보통 대기업에는 위기관리를 이끄는 선수들(시니어)이 한두 명씩 포진하고 있는데, 그들이 (절대) 부재할 때 생겨나는 조직의 부담은 상상 이상인 경우들이 많다.
직원 하나가 없다고 기업의 위기관리가 전혀 진행되지 못하거나, 엉터리로 진행되거나, 실수를 연발하는 대응을 하게 된다면 분명 이는 문제 아닌가. 시스템이 없어 조직이 위기관리를 하지 못한다는 증거 아닌가.
기업 소셜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소셜 미디어 할 만한(?) 직원 한두 명에게 기업 소셜 미디어 플랫폼 전체를 맡겨 놓는 것에 일단 성공했다 치자. 그 한두 명이 해당 기업을 위해 하루 24시간 수많은 소셜 미디어 공중들과 즐겁게 대화하며 관계 맺고 있다 치자.
그 한두 명이 갑자기 다른 기업으로 스카웃 되거나 (분명히 사람을 사서 쓰는 게 더 쉽다고 했다!) 사표를 내고 새로 회사를 차리거나, 사라지 라도 하면…그 다음날부터 해당 기업의 소셜 미디어는 누가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가?
몇 년간 하루가 멀다 함께 떠들던 팔로워들을 어떻게 새로 온 담당자가 하나 하나 알아보고 연속적 대화를 진행할 수 있나? 담당직원이 퇴사했으니 “우리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 공지하고, 그 많은 팔로워들을 새로 다시 알아 나가야 하나?
그리고 지금까지 진행했던 커뮤니케이션 톤 앤 매너는 어떻게 지속시킬 수 있을까? 모든 관계와 그 관계의 역사는 어떻게 기억되고 연속될 것인가? 갑작스럽게 낯 설음을 느끼고, 전임자와 비교하면서 거리를 두는 많은 공중들은 어떻게 다시 제자리에 잡아 놓을 수 있을까?
기업이 어떤 업무에 있어 사람 한두 명에게 의지하는 것처럼 불안한 게 없다. 하지만, 그게 가장 쉬운 일이라 기업들은 곧잘 그런 선택을 한다.
위기관리를 잘 할만한 네트워크 좋은 홍보선수를 스카우트 해와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를 맡겨도 좋다. 소셜 미디어로 잘나가는 경쟁사 직원을 데려와 우리 기업 소셜 미디어 관리를 맡겨도 좋다. 하지만, 그것에만 의지하면 문제가 있다.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그 운전사를 뽑는 것이어야 한다. 운전사가 바뀔 때마다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새로 갈아 엎거나, 시스템 없이 운전사 혼자 스스로 물건을 나르라고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사람 한둘보다는 기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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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사람에게 의지 하지 말라 : 기업 소셜미디어+위기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