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선배들의 경험담들을 들으면서 몇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이제는 50대들이신 선배들의 이야기들에 공통점이 있다. 우리 같이 상대적으로 젊은 홍보담당자들과는 다른 선배들의 ‘관계 묘사’에 대한 이야기다.
선배: 너…OO일보 OO부장하던 OOO 알지?
나: 네…그분은 저보다 한참 위 분이라서 자주는 못 뵀지요. 당시엔.
선배: OOO이가 내 처남의 대학 동창이야. OO대학 신문방송학과 나왔잖아. OO학번이지. 근데 그 선수가 또 OO통신 OOO부장 동네 친한 후배야. 서울 OO동. 그래서 나랑 더 친해졌지. OO통신 O부장이 내 OO고등학교 2년 후배잖아.
나: 거 되게 복잡하네요.
선배: 그리고 그 OOO부장 막내 동생이 지금 OO경제지 OOO기자야. 너 그 선수랑은 잘 알지?
나: 그래요? 그랬군요. 아…지금 생각해 보니까 두 분이 약간 비슷하다. 헤어스타일이나 그런 게.
선배: 그 O기자 와이프가 또 OO일보 정치부에 있어. 둘 다 기자야. 당시 사내 연애하다가 남편이 다른 회사로 옮긴 거지.
나: 그렇군요. 혹시 그 와이프분이 OOO기자 아닌가요? 이야기 들은 것 같아서…
선배: 맞아. OO여대 정외과 나왔고, 취재할 때는 적극적이고 아주 차가운 성격이지.
나: 맞아요. 저 OOO홍보팀장으로 있었을 때 우리 출입 잠깐 했었어요. 그래서 알죠.
일단 선배들은 기자를 알면 일단 학맥을 기억하고 뚫는다. 마치 수백 명의 기자들의 출신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가 머릿속에 DB로 저장되어 있는 듯 하다. 일부 선배들은 신문사나 방송사 기수를 다 외운다. 고향은 당연히 외우고 처남, 아내, 형제 등등의 관련 정보를 특별하게 기억한다.
나와 같은 후배 홍보담당자들은 기자 이야기가 나오면 그 기자가 나와 언제 같이 일했었고, 어떤 일이 있었다는 류의 기억들을 주로 해낸다. 사실 기자들의 사생활을 일부는 알지만 그걸 기억하려 노력하지는 않는다. 젊은 기자들도 자신들의 사생활과 가족관계들을 밝히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굴도 모르는데 일단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라고 더욱 친해진다? 더 나아가 부정적인 기사에 대해서도 때때로 관용을 베푼다?
참…젊은 친구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겠다. 나도 한때 중학교나 고등학교 선배로 밝혀진 기자와는 좀 더 급작스럽게 친해졌었던 기억이 있는걸 보니…나도 이제 늙어가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