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2월 112008 Tagged with , , , , , , 5 Responses

위기관리와 남대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새벽까지 남대문이 불에 타고 있는 보도를 보다가 잠들었다.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데 와이프가 한마디를 한다. “이제 다 탄걸 뭘 보고있어요”

손을 쓸수가 없다는 무력함이 이런 것이구나. 차라리 포기라도 하고 맘을 편하게 먹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번 이런 일들이 일어 날 때 마다 우리는 똑같은 말들을 동시에 똑같이 하면서 서로를 비판한다. 그리고는 같이 동시에 모두 잊는다. 매일 남대문을 지나쳐 가는 공무원들이나 일반인들도 아마 얼마후면 왜 저기 있던 남대문이 그 자리에 더이상 없는지에 대해 잊을 것이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거다. 망각하는 동물.

위기관리적인 관점에서 남대문을 바라보면 어처구니 없는 가장 기본들이 부족했다.

1. Crisis Vulnerability Audit 부재
지금이라도 초등학교 학생에게 ‘저기 서 있는 남대문(숭례문)에 관련한 ‘위기’가 벌어진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한 페이지짜리 서베이를 해도 아마 상위 몇개중에 하나는 ‘화재’ ‘방화’다. 그 많은 문화재관련 공무원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소방관 경찰 서울시등이 ‘절대로 남대문에 불이 날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 못했었다’하진 못하겠다.

2. Role & Responsibility의 부재
모든 위기에는 관계된 위기관리 주체들이 여럿 존재한다. 어떤 회사나 조직도 자사의 위기를 혼자 혈혈단신으로 깨끗이 해결하리라는 생각을 하면 바보다. 특히나 정부부처와 관련된 위기는 그 관리 주체가 수십개에 이른다. 일단 audit을 통해서 위기의 유형이 감지가 되면 이에 대해 자세하게 미리 들여다 보고 관련 주체들끼리 가르마를 탓어야 한다. 불타오르는 남대문을 바라보면서 기왓장 하나 못 뜯는 소방당국이나, 내부 설계도를 들고 대전에서 올라오는 문화재청이나 가르마 안타진 쑥대머리를 보는 듯하다.

3. Decision Making Process의 부재
누가 중심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가. 흔히들 위기를 그 규모에 따라 여러단계로 위기관리 주체를 나누어 승격시키는 경향이 있는 데, 이것 장난하는거다. 실제 위기는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처럼 순서대로 꺽여 성장하지 않는다. 모든게 혼돈 그 자체다. 아무도 무엇도 예측할 수가 없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Commander’s Intent(CI)다.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간단하게 한문장만 써있으면 된다. “남대문에 불이나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말고 조기에 불을 끈다” 이거면 다된다. 어떻게 불을 끌까 어디부터 끌까. 누가 끌까, 무얼 가지고 끌까. 이것은 지휘관의 결정이다. 회의나 세미나 형식의 합의 프로세스는 위기발생 이전에 여러번 시뮬레이션되어졌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그냥 CI가 전부다.

4. 실전대응능력의 부재
매번 불을 끄면서 사는 사람들도 사실 불을 못 끈다. 매일 문화재를 둘러보고 밥을 버는 사람도 제대로 내부를 잘 모른다. 방화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달아난다는 데 긴가 민가 한다. 여러번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해도 그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있다. 항상 갑자기 있는 일이라 장비 동원이나 커뮤니케이션, 협조체제에도 문제가 들어난다. 서로 목소리를 키우면서 살자리를 만들다 보니 힘만들고 실제적인 대응은 느리기만 하다. 이들을 믿으면서 지켜보는 일반시민들의 마음도 똑같다.

5. 망각
망각한다. 분명히 망각한다. 언제 그런 위기가 있었나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정신기재상 잘못된 것을 고치고, 다듬는 스트레스보다는 단순히 망각하는 것이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이런 위기가 벌어지면 모를까…망각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그러나 망각하는 사람들에게 위기는 항상 재난이다.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이번 남대문 케이스에서 우리가 느낀 것 처럼.

그 밖에 매우 흥미로운 learning들이 많다. Live를 하면서 주고 받는 현장 신참 기자들과의 대화들에서 요즘 신입 기자들의 내공을 파악할수도 있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한번 정리를 해 보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