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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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미디어 트레이닝 디자인도 끝났고, 이 트레이닝을 진행 할 트레이니들의 훈련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는 실행이다. 트레이닝 장소로 정해진 회의실에 미리 들어가서 각종 장비들을 점검한다. 그리고 정성껏 만든 미디어 트레이닝 자료들을 참석하실 CEO와 임원분들의 자리에 가지런히 정돈 한다. 자료는 하루 동안 진행할 프로그램 아젠다들과 각 아젠다별로 토론을 진행할 내용들을 문서화해서 제공하면 된다. 보통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들어 한장 한장 공유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이는 트레이너와 트레이니들의 스타일에 맞추면 된다. 사내적으로 워드 문서가 편한 곳은 그냥 워드 중심으로 자료를 만들고 토론을 이끌어 나가면 된다. 처음에는 이 트레이닝을 이끌 홍보임원이 참석한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언론의 이해 부분을 설명해 드린다. 이 부분 또한 참석하신 분들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정보들이 제공돼야 하고, 토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흔히 기업 경영진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기자들은 어떻게 기자로 훈련 받는가?” “왜 기자들은 그렇게 좋지 않은 내용만을 찾아 다니는가?” “만약 잘 못된 기사가 나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같은 현실적인 질문들이 많다. “왜 기자는 좋지 않은 기사만 찾아 다니나?” 두번째 세션에는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에 대한 세션을 가진다. 이 칼럼코너를 통해 필자가 지난 1년 반동안 반복적으로 제공한 내용들이 그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기업 경영자분들은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평생 개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 계신 분들이다. 그러나 분명히 언론 커뮤니케이션은 개인과의 커뮤니케이션과 180도 이상 다르다. 이 부분을 아주 세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토론을 전개하자. 흔히 트레이니분들은 이 부분을 그냥 흥미롭게만 구경(!)하고 지나가려 하곤 하는데,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인프라 부분이라 각별하게 이해 지수를 높여야 하겠다.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은 곧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사전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음 세션은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는 세션이다. 해당 미디어 트레이닝의 주제를 놓고 난상 토론을 벌여보자. 만약 노조파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개발하려면 여러 부문장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누도록 하자. 노조파업과 관련해 조만간 어떤 유형의 사건이나 논란들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각각의 사건이나 논란별로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도출해 리스트화 해 보자. 그 다음은 각각의 이해관계자들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 메시지를 고민해 보자. 보통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순서는 포지션을 정하고, 핵심 메시지를 만들고, 이 핵심 메시지 하나 하나를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약간씩 수정 적용하는 프로세스다. 하지만, 이런 프로세스는 다년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도 힘들어 하는 프로세스다. 따라서 DIY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분들은 일단 사건이나 논란 이슈를 가지고 이해관계자들 각각에게 어떻게 어떤 메시지를 적용해야 하는지 우선 고민해 보는 게 좀 더 도움이 되겠다.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메시지들이 모두 정리가 되면 그 메시지들을 펼쳐 놓고, 회사의 공식적인 핵심 메시지들을 역으로 정리해 보자. 각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메시지들 간에 어떤 모순은 없는지, 잘못된 부분들은 없는지를 살피자. 공통적으로 기반을 이루는 메시지들을 가능한 많이 뽑아, 유사한 메시지들을 크게 묶어 최소화 하자. 그러면 이 세션은 성공이다. 마지막 토론 세션으로는 이전 세션에 공유한 메시지들을 가지고 어떻게 인터뷰와 커뮤니케이션에 적용하는 가 하는 인터뷰 기술에 관련된 세션이다. 인터뷰시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인터뷰 기술에 대해 심도 있는 공유를 하는 시간이다. 미디어 트레이닝의 꽃, 실습 세션 문제는 내부 직원들이 고위 임원들에게 공격적이거나 민감한 질문을 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장벽이다. 하지만, 미리 미디어 트레이닝에 대한 사전 인식을 공유하고, 훈련 목적을 강력하게 인정한다면 임원들의 다른 오해나 직원들의 부담은 최소화 될 수 있겠다. 질문은 기본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다. 최악의 가능한 질문이 핵심이다. 가능한 인터뷰이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핵심 메시지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방식이어야 한다. 억지나 위압적인 질문방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모든 논리적 공격은 포함되어야 하겠다. 이런 공격적인 논리들을 통해 좀 더 회사의 공식입장과 메시지들을 검증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홍보임원이나 팀장급의 시니어들은 이 인터뷰 실습 과정을 주의 깊게 분석해 각 임원별로 인터뷰 태도와 메시지 전개 방식 그리고 논리적인 주장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 주어야 한다. 보통 홍보 임원분들이면 기자들과 매일 여러 가지 이슈들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한지 15~20년 이상 되시는 분들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자신의 언론 커뮤니케이션 성패 기억들을 잘 가다듬어 임원들에게 조언을 하면 된다. 이때만큼은 기업 내부의 직원이 아니라 스스로를 중립적인 코치로 포지셔닝 하는 게 좋다. 자, 모든 세션이 끝났다. 실제로 이 세션을 진행해 보면 무척 힘들다. 모든 트레이너들은 녹초가 되고, 트레이닝의 대상이 되었던 트레이니 분들의 머리에는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는다. 마지막으로 이 트레이닝을 진행한 홍보임원이 참석한 다른 임원들 각자의 의견들을 짤막하게 듣고, 박수를 치고 끝낸다. 그리고…고생했으니 다들 함께 맥주 한잔 하면 된다. 좀 더 발전적인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은 그 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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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DIY: 트레이너 트레이닝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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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미디어 트레이닝은 1일 8시간을 기본으로 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사정에 따라 그 6시간 또는 4시간 가량으로 축소해 실행할 수도 있지만, 자주 미디어 트레이닝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6~8시간 가량이 코칭 결과를 감안 할 때 가장 이상적이다. 시간 구성 또한 각 기업과 조직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담아 낼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언론의 이해, 언론 취재 방법의 이해, 언론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뷰 기법 이해, 핵심 메시지 개발과 같은 기반 교육이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은 실제 인터뷰를 연습하는 인터뷰 실습 세션으로 진행된다. 트레이너들의 구성과 역할을 보면, 보통 미디어 트레이닝은 메인 코치와 어시스턴트 코치들이 진행을 한다. 이외에 트레이닝 진행을 돕는 TV카메라, 오디오, 조명, 편집 크루(crew)들이 함께한다. DIY적인 개념에서 인하우스에서 메인 코치는 팀장급 이상이 맡는 것이 좋다. 메인 코치는 언론관계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다양하고 깊어야 하고, 특히 전략적 메시지 개발 능력이 경험과 훈련을 통해 탄탄하게 정립되어 있는 시니어 실무자이어야 한다. 인하우스에서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시할 때 트레이닝 진행을 돕는 TV크루 등은 내부 방송팀을 교육해 활용하든가, 외부 영상업체들을 아웃소싱 하면 된다.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은 실제적인 언론 인터뷰 환경을 조성하고, TV 카메라 테스팅을 통해 미디어 트레이닝에 참석한 트레이니들에게 생생한 언론 인터뷰 경험을 제공해 주는 데 있다. 또한 이들이 만들어 내는 영상은 미디어 코치들이 각각의 트레이니들에게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제공해 주기 위한 장치가 되겠다. 예상질의응답 팩부터 만들어야 일단 예상질의응답 팩이 마련되면 이를 메인 코치와 어시스턴트 코치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숙지해야 한다. 특히 어시스턴트 코치들은 실제로 하반부인 인터뷰 실습 세션에서 질문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질문 내용 자체보다, 여러 가지 질문 스킬을 활용한 다각적 질문 방식에 익숙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시스턴트 코치들은 하나의 이슈를 360도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메시지 스킬적으로 숙고해 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부분은 사실 돈을 주고도 얻기 힘든 스스로에 대한 훈련이다.)
미디어 트레이닝의 앞부분인 기반교육 부분은 가능한 강의 형식이 아니라,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강의보다 토론이 트레이니들의 정보 습득과 체득의 감도에 있어 몇 배 이상 더 하다. 일부 인하우스들은 흡사 브리핑 같은 정통 강의 형식을 요청하곤하는데, 이는 미디어 트레이닝의 핵심에 어울리지는 않는 주문이다. (이 부분에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간의 기업문화 차이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기자에 대한 이해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할 때, 강의형태로 기자들의 인구학적인 분석, 기자들의 활동, 기자들의 하루 일과, 취재시스템에서의 기자 등등 교과서식 각 주제별 주입교육은 지양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메인 코치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사의 CEO와 임원들에게 “평소 언론사 기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들과 마주치거나 자리를 했을 때 어떤 어려움이나 기억들이 있습니까?” “왜 그들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등등과 같이 열린 질문과 대화를 통해 상호간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뷰 기법과 핵심 메시지 개발 세션에서도 이런 원칙은 공히 고수되는 것이 좋다. 특히나 핵심 메시지 세션은 미디어 트레이닝에 참석한 모든 주체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게 토론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아주 매력적인 과정이다. 평소에는 상상할 수도 없이 깊이 있는 토론들이 진행되곤 한다. 이는 내부 홍보부문의 중요도 및 위상과도 관련된 부분이다. 메인 코치가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하반부 인터뷰 실습에서는 메인 코치는 어시스턴트 코치들이 기자의 역할을 하고, 트레이니인 임원들 한 분 한 분이 실제 인터뷰 실습을 진행하는 동안 철저하게 옵저버 역할을 한다. 단, 한 분의 인터뷰가 끝났을 때 그 분의 인터뷰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실제로 인터뷰 실습을 진행하다 보면 전체적으로는 수백 가지 개선 사항들이 다양하게 발견된다. 하지만, 각각의 트레이니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개선 사항은 십여 개로 줄어든다. 모두가 공히 극복하기 힘들어 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개선 대상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개선 사항들을 족집게처럼 찍어내는 것이 메인 코치의 역할이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이는 비판이나 힐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좀 더 안전하고 프로다운 언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배양하기 위함이라는 개념을 트레이니들과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트레이닝 DIY에서 트레이너 트레이닝의 내용들은 이와 같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을 실제로 해보면 매우 재미있다. 그리고 코치들이 얻는 소득도 매우 많다. 좀 더 수준 높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내부에서 진행하기 위해서는 외부 기관에 트레이너 트레이닝을 의뢰해 실제 홍보부문의 인하우스 코치들이 공식적인 트레이너 트레이닝을 받아 보는 것도 좋겠다. PR에이전시 AE들도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PR을 대행하고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고 있다. 이들 각자도 자신의 클라이언트들을 위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딱히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하기 위해 트레이너 트레이닝이 필요하지 않다 해도, PR을 하는 실무자라면 이런 역량을 미리 미리 키워두는 것이 클라이언트에 대한 성공적 서비스와 자신의 성공적 커리어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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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위기 대응 실패 사례](https://i0.wp.com/jameschung.kr/wp-content/uploads/1/2126840382.png?fit=379%2C282)
멋진 위기 대응 실패 사례
방금전 SBS뉴스 보도를 보고 있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뉴스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마구 욕을 해대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뉴스에는 어떻게 제대로 된 기업이나 조직이나 정치인이 없다. 물론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면 뉴스방송이 편파적으로 자기네들을 다루어서 그런 것이라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애꿏은 기자들에게 악담까지 한다…)
하지만, 이번 보도의 경우는 참 한심스럽고 안타깝다. 어떻게 이리도 거대한 조직이 이렇게 밖에 대응을 하지 못하는 가 하는 놀라움이다. 굳이 이곳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이렇다. 매일 저녁 뉴스 방송을 보라!
하지만 시행사의 전 관계자 등은 공사 대금이 부풀려 계상된 의혹이 있다고 말합니다.
[시행사 전 관계자 : 공사비를 과다 청구했고, 제가 봐서는 130~140억 원 정도 나갔으면 적절한 진행 관계인데 이렇게 320억 원이.]
투자금 가운데는 공무원연금공단 150억 원, 군인연금 100억 원, 교직원공제회의 자회사인 교원나라 자동차보험 50억 원도 포함돼 있지만 이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 : 내가 일일이 쫓아가면서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투자자들은 운용사를 믿고 전적으로 투자를 하거든요. 담보 물건을 다 확인했고요.]
그러나 시행사 자산에 설정했다는 담보는 실제 가치가 투자금에 턱없이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무원연금공단 등은 뒤늦게 자산운용사측에 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상의 대응에 있어서 문제가 뭘까?
1. 공무원연금공단측에서는 포지션이 설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키메시지가 없다)
2. 전혀 훈련 받지 못한 대변인이 인터뷰에 임했다.(Don’ts는 다 하셨다)
3. 사족을 열심히 이야기했다. (내가 일일이….)
4. 사실확인을 안하고 얼버무렸다. 애드립이다. (담보물건을 다 확인했고요…)
5, 포지션이 결국 변경됬다. (뒤늦게 자산운용사측에 원금을 돌려달라고…)
아주 멋진 위기 대응 실패 사례다. 전반적으로 공단 자체에 대해 국민들의 불화와 비판이 더욱 거세지지는 않겠지만…스스로 reputation은 확실히 깍아 날려 버렸다. 또 돈을 쓸일만 남았다.
기자간담회 Q&A 세션에서…
보통 출입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고 주의 깊게 사전 Expected Q&A를 구성하는 PR팀이 있는 기업에게 있어서 실제 기자간담회나 인터뷰시 unexpected Q가 나오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만약 기자간담회 같은 상황에서 전혀 (아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강력한 질문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기본’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오늘 오전 모 클라이언트의 기자간담회장에 서 있었다. 클라이언트사의 최고임원분들이 헤드 테이블에 올랐고, 발표 이슈에 대해 출입기자들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사실 질문이 많이 안나올 줄 알았었는데…그 부분은 솔직히 예상이 빗나갔다.
이 기자간담회를 위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시 했었고, Expected Q&A를 수례에 걸쳐서 수정 개발 완료 공유했다. 이를 통해 최고임원분들은 이미 면역을 가지고 있었다.
수 많은 기자들의 질문들 중 거의 대부분이 expected Q&A를 통해 사전에 임원분들과 공유된 이슈들이다. ‘그럼 그렇지…’
마지막 한 기자가 우리가 소위 핵심 메시지로 가져가기로 했던 그 이슈에 대해 물었다. 우리 AE들은 거의 동시에 눈을 반짝인다. ‘OOO…OOO…OOO…을 말씀하세요….말씀하세요….말씀하세요…’ 입으로 그 핵심 메시지를 뇌깔이면서 헤드 테이블의 답변에 귀기울인다.
그러나 한참 동안 이어진 답변에서 바로 그 핵심 메시지가 빠져버렸다. 말씀을 하시다가 그만 강조하시기로 한 핵심 메시지를 잊으신거다. 답변이 끝나자…모두…”후우~~~~OOO, OOO,OOO,….”하는 아쉬운 뇌깔임들이 여기 저기에서 새어 나온다.
클라이언트 최고임원께서 핵심 메시지를 답변에서 빠뜨리신 것은 참 안타깝다. 하지만…그 핵심 메시지를 기억하고…그 핵심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은데에 대해 안타까와 할 줄 아는 우리 AE들이 대견하다. 그 만큼 성장한게 틀림없다.
잘되겠지.
어짜피 편집하면 당할텐데…
[질문] 미디어 트레이닝 잘 받았는데요…제가 실제로 인터뷰를 해 보니까 문제가 있습디다. 내가 한 말들이 아주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안 좋은 부분만 자기네 맘대로 편집해서 따다 붙여 쓰더라구요. 인터뷰 잘해 봤자 말짱 도루묵인거죠. 자기네들이 쓰고 싶은 부분만 쓰니 어떻게 당해 내겠어요?
[답변] 맞습니다. 분명 취재 기자나 PD들에게는 편집의 기술이 있겠지요. 어떻게든 그분들이 엮어놓은 스토리에 짜 맞춰질 수도 있겠지요.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행하는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지금 여러분들께 바라는 바는 이번 기회를 통해 훈련을 받으시고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위치나 기회를 가지게 되시면 ‘안전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시라 하는 겁니다.
말씀하신 편집의 기술에 대항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안전한 커뮤니케이션’ 뿐입니다. 일종의 방어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도 말씀드릴 수 있는데, 가능한 인터뷰를 인용한 보도 내용을 ‘섹시하게 만들 그 무엇’을 최대한 사전 배제하시라는 것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의 목적은 현란한 말 솜씨를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기자나 PD를 찜쪄 먹을만큼 전략적이 되는 것도 사실 기대하지 마십시오. 단, 말실수를 최소화하려 노력하세요. 회사의 포지션에 인관되게 align하는 것에 신경 쓰세요. 자세를 바르게 하시고, 공감을 나타내시고, 겸손하시고, 긍정적이세요. 그 것 뿐입니다.
일선에 계신 여러분이 언론에게 하실 수 있는 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영역이나 권한을 넘어서는 위험한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확실하지 않은 사항을 그냥 습관적으로 추측하거나 예상하지 마세요. 그냥 자신에게 허락 된 메시지만을 진정성을 가지고 반복하세요. 그게 전부입니다.
만약 이러한 것에 익숙해 지고 이를 따라 인터뷰를 진행하면 부정적으로 편집될 꺼리가 없을 겁니다. 위기시에 가장 잘 된 인터뷰는 편집과정에서 보도되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인터뷰입니다. 여러분들이 회사의 대변인이 아닌 이상 함정을 만들어 진행하는 취재에서 여러분들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인터뷰 답변이 편집에서 제외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겁니다. 그 정도면 됩니다.
더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의사결정에 대하여
우리 인턴 하나가 한겨레PR아카데미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데, 홍보 선배들을 인터뷰하라는 과제로 글을 몇 개 만든 모양이다. 한겨레PR아카데미 사이트는 물론 팀 블로그에다가도 게시해 놓았는데, 이는 그녀의 인터뷰이가 둘 다 우리 회사 팀장들이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라는 형식으로 우리 두 팀장의 생각을 읽어 보니 상당히 색다른 느낌이다. 그중에서 공통으로 나에 대해 우리 팀장들이 평가하는 부분이 있는 데…이 부분에서는 사실 약간 진땀이 나고 편하지가 않았다. 몸이 간지러운 듯한 느낌이랄까…
이 두 팀장이 나에 대해 한 말들 중 공통되는 부분이 “빨리 의사결정을 한다. 빨리 일 처리를 한다“는 부분인 것 같던데…사실 내가 의사결정이 빠른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의사결정에 있어서 너무 지루하다는 것이 맞다.
위의 동영상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사람 처럼…대부분의 사람은 의사결정을 잘못해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데 시간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위 동영상에서도 그 사람이 돔의 안에 들어가게 되면 식구들과 같이 평생을 보낼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겠고, 그 반대로 밖에 나가서게 되면 바깥세상에서 살 수는 있지만, 안의 식구들과는 영영 이별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었다.
그러나 의사결정을 지연한 결과 그는 바깥에서도 살아보지 못했고, 사랑하는 식구들과도 이별을 해야 했다. 모든 의사결정이 이렇다. 보통 한 손에 사과를 다른 한 손에는 배를 들고 있으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듯 하지만…사실은 그 중 하나를 먹느냐 아니면 둘 다 먹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 의사결정이라고 본다.
늦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그 절박함 때문에 의사결정은 항상 빨라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페일린의 인터뷰 진화
요즘 페일린 때문에 뜨고(?) 있는 선수하고 하면 CBS의 Katie Couric이 아닌가 한다. 이 선수는 십여 년 전에는 NBC 아침 방송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수백만불 짜리 최고 스타 앵커다. 위의 동영상에서는 “페일린 너는 무슨 신문들을 읽니?”라고 아주 간단해 보이는 질문을 했는데, 페일린이 “모두 다 읽지”하는 식의 답변을 해서 웃음거리가 되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분석을 해보면 케이티의 질문 의도는 ‘과연 페일린이 시사 문제에 대해 깊은 지식을 자주자주 업데이트 하고 있기는 한가?’하는 것이었지 않나 한다. 하지만 페일린은 그 질문에 대해 ‘ 알래스카에 사는 아줌마가 신문은 읽기나 하는거니?’하는 식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한다. 질문을 이해해야 하는데 느꼈다.
이번에는 케이티가 이브닝 뉴스 시간에 페일린에게 “너의 외교 경험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는데…페일린이 그만 답변을 “알래스카는 러시아랑 가까워. 캐나다하고도…”하는 식으로 답변 했다. 황당한 얼굴로 케이티는 “아니 그게 아니고…혹시 네가 외국이랑 교섭이나 그런 걸 해 본적 있냐는 거야”했더니 또 페일린은 자신의 토킹 포인트를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케이티는 ‘외교 경험이 있다면 한번 말해 봐’하는 질문 의도였는데, 페일린은 또 약간 오버센스를 하신 듯하다. ‘이 케이티가 내가 알래스카에 있는 사람이라고 아주 우습게 보네…’하는 해석이 있었지 않았나 한다.
이 동영상에서도 또 케이티와의 인터뷰인데 케이티는 최근 미국 정부의 Bailout 정책에 대해 찬반을 물었다. 페일린은 여기서는 완전 동문서답을 하는데…갑자기 Health Care이슈와 Job Creation 이슈들을 들고 나와 질문에 혼동된 답변을 했다. 이 동영상 말미에서 CNN의 정치담당 Jack Cafferty는 “내가 65년 동안 공화당을 커버했는데 이 아줌마의 답변처럼 불쌍한 답변이 없다”는 식으로 평가를 한다. 대단한 독설이다.
여기서 페일린은 자신이 준비했던 답변과 질문의 분야를 완전히 혼동한 듯하다. 보통 인터뷰를 준비하기 전에 어느 정도 답변에 대한 숙성의 기간이 있어야 하는 데 단순 암기 형식으로 머릿속에 답변을 구겨 넣다 보면 종종 이런 헷갈림이 발생한다.
비교적 최근에 인터뷰 한 내용(하단)을 보면, 몇가지 케이티와 인터뷰시에 범했던 실수들에 대해 확인을 하고 있다. 여러 변명아닌 변명을 하는데…내심 케이티와의 인터뷰가 편하지만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남자 앵커와 하는 인터뷰에서는 비교적 답변의 톤이나 빠르기나 자신감이 케이티 때와는 다르다. 여자의 최대적은 여자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PR퀴즈] 모른척할까요?
[클라이언트]
저희 회사는 여러개 사업장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역 사업장에서 갑자기 큰 사고가 난적이 있어서 지역 언론에서 취재가 오고 아수라장이 됬습니다. 근데 몇개 방송사에서 현장을 수습하던 직원들한테 인터뷰를 요청하는거예요. 그래서 현장에서 작업반장이 인터뷰를 했는데…이분은 사실 현장실무담당이지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아니라서 트레이닝도 받지 않았고 해서 인터뷰 결과가 그렇게 좋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누가 어떻게 인터뷰를 해야 합니까?
저희 매뉴얼에 보면 인터뷰는 홍보실에서 정해진 몇명이 하게 되어 있는데, 막상 일이 터지면 그 홍보실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전에 방송사 인터뷰는 끝나게 되고요, 홍보실 직원이 올 때까지 현장 직원들이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도 전략적이지 못한 듯 하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 어려운 문제다.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는 분들은 ‘조직은 한개의 입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대변인만이 인터뷰에 응해야 한다’고 말하는데…현장에서 실무에 맞닥뜨리는 사람들은 그 원칙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금방 느끼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조직원들이 대변인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조직원들이 언론을 알고 인터뷰를 핸들링하는 요령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터뷰를 하는 법’을 알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어떻게 핸들링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두번째 포인트는 ‘매뉴얼에 따라 일하라’는 것이다. 전직원이 매뉴얼에 따라 discipline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매뉴얼에 심플하게 대변인만이 인터뷰를 한다는 문구를 삽입해 놓고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대변인을 활용하지 못하는 지역과 시간에는 어떻게 한다’는 Plan B에 대한 내용이 적시되어야 마땅하다.
세번째 포인트는 ‘원칙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다. 기자들이 온다. 수천명의 기자라고 해도 현장에서 인터뷰 하기 원하는 질문들은 몇가지로 정해진다.
1. 사건의 개요
2. 피해자나 피해규모
3. 사건의 원인
4. 처리 및 수습 방안
이중 현장 직원들이 인터뷰를 하게 될때 민감한 부분은 3번이다. 또한 4번의 경우에는 현장실무자가 이야기 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따라서 현장 실무자가 피치 못하게 인터뷰를 하게되는 경우네는 사건의 개요와 피해자나 피해규모등에 대한 ‘현장의 facts’만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된다.
사건의 원인에 대한 부분은 speculate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근간한다. 현장 실무자는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에 있습니다.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면 그때 저희 회사 공식 라인을 통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의미의 답변만이 가능하다.
처리 및 수습 방안의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른 사고 수습입니다. 현장 실무자로서 피해자와 피해현장 수습을 위해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내에 저희 회사 공식 라인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의미의 답변만이 가능하다.
사고의 규모나 피해자 유무등에 따라서 인간적인 공감을 표현하는 것도 원칙 중 하나다. 피해자가 보고 들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자세와 톤앤매너면 된다. 내용이 길거나 자세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 under control되어 있고, 현재 최선을 다해 복구를 진행 중이며, 마지막으로 공감하고 유감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의 ‘누구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도 동일한 내용을 진실하게 말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누구만’ 말할 수 있다는 게 시스템이 아니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100번 잘해도 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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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팀장은 요즘 신이 난다. 최근 한 두 달 동안 별로 나쁜 이슈나 기사들이 없다. 오랜만에 기자들과 웃으면서 소주 한잔도 맘 편히 하고, 집에도 자정 이전에 몇 번이나 들어갔다. 기자들과 여러 회사 홍보팀장들이 그룹을 만들어 주말에 시원하게 라운딩도 가능해졌다. ‘아 이게 얼마만이야…’ 게다가 지난주 새로 출시된 신제품이 아주 훌륭하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출시 기자간담회와 포토세션도 아주 성공적이었고, 연이어 사장님에게 인터뷰들이 어랜지 되어서 나름 만족스러우신 듯하다. 몇 일 전부터는 방송사 프로그램들에서도 우리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서, 홍보팀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렇게만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다면…얼마나 좋아’ 홍 팀장은 회사 옥상에 올라가 담배 한가치를 꺼내 물면서 기분 좋게 웃는다. 이미 이 여름에 연간 홍보팀 업무 수행 타깃을 다 달성했고, 사장님과 면담해서 새로운 타깃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니 ‘이번 연말에는 보너스 좀 나와 우리 홍보팀 직원들 좀 따뜻하겠군…’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순간 조 과장으로부터 휴대전화가 울린다. “어…조 과장, 왜” “네…팀장님. 지금 빨리 내려와 보셔야 하겠습니다.” “응? 왜? 무슨 일이야?” “빨리 내려와 주세요. 사무실에서 말씀 드려야 해서요” 후다닥…홍 팀장은 계단을 달려 내려가면서 동물적으로 굉장한 일이 터졌구나…감지한다. “단 한방에 홍보팀은 간다” 사실 조 과장이 이야기를 해도 홍 팀장은 이해가 힘들다. 내일모레 쉰을 바라보는 홍 팀장은 최근에야 ‘블로그’가 어떤 것인지 조 팀장을 통해 설명 들었다. 매일 쓰는 사무 프로그램과 인트라넷이 홍 팀장에게는 가장 익숙한 IT 혜택의 전부다. 이메일 정도는 자유롭게 쓴다고 동창회에 나가면 신세대로 불리지만…솔직히 요즘 온라인 바닥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어떨 때는 두렵다. 조 과장의 설명에 의하면, 그 증정용 지구본에 대해 한 파워 블로거가 문제를 제기했고, 그 블로거가 우리 회사를 비판하는 상당히 부정적인 포스팅이 다음 미디어 블로거 뉴스에 탑으로 포스팅이 되었단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소비자가 이와 비슷한 내용을 아고라에 올려 댓글이 오늘 아침부터 수천건에 이른단다. 거의 대부분이 우리 회사를 비판하고, 회사의 소유구조라던가, 심지어는 돌아가신 창립자의 친일 행적 의심까지…지금까지의 논란 이슈들이 여러 네티즌들에 의해 집대성되어 토론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홍 팀장은 진땀이 흐른다. 뭘 확실히 알아야 개입을 하지… 홍 팀장이 아이디어를 낸다. “조 과장, 그 처음 글 올린 사람을 한번 만나서 그 포스팅을 좀 빼달라고 할까?” 조 과장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아니면…다음 쪽에다가 전화해서 그거 아고라인지 뭔지 그거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하면 안돼?” 조 과장이 아무 말 없이 찬물을 마신다. “말을 좀 해봐 바. 어떻게 해야 해?”
“팀장님,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뭐? 뭔 소리야…뭐 광고를 주던가, 글 올린 놈한테 명예회손 소송한다고 하던가, 그거 온라인에서 편집하는 선수들한테 육탄 돌격을 해서라도 진정을 시켜. 아…우리 영업직원들한테 전부 공지해서 거기 아고란지 뭔지에 들어가서 쫌 해명글도 올리고 그러라 그래.” 조 과장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한마디 한다. “팀장님, 그건 절대 안됩니다.” 이때 IT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홍 팀장님, 왜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과부하가 걸리죠? 게시판이 거의 다운될 지경이에요. 뭐 지도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사람들이 왜 이러는 건가요?” 홍 팀장은 조 과장에게 전화를 넘긴다. “아…팀장님, 지금 이런 이런 일이 아고라에서 문제가 돼 네티즌들이 항의방문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네…” 홍 팀장은 답답해서 소리친다. “조 과장, IT쪽에다가 잠시 우리 홈페이지 닫으라 그래… 게시판 댓글들 싹 지워버리던가……씨…” “팀장님…안돼요. 제발…” 갑갑하다. 홍 팀장은 어디다가 이 사건을 하소연할 때가 없다는 걸 느끼면서 점점 더 까마득해진다. 조 과장은 홈페이지에 포스팅 할 공식 사과문을 만든다고 영업팀, 법무팀과 IT팀 실무진들과 긴급회의를 하러 갔다. 그래도 아직 그나마 젊은 조 과장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홍보맨에 주어진 팔자? 기획 부사장이 또 전화를 해온다. “홍 팀장. 지금 아고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아요? 어떤 대책이 없어? 이 영업쪽에서 이런 문제 일으킨 게 누구야? 영업 부사장은 이거 아나?” “네…알고 계십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헥헥… 마케팅 상무가 심각한 표정으로 홍 팀장에게 다가온다. “홍 팀장님, 지금 우리 마케팅 담당자 회사 메일로도 난리가 났어요. 심지어 우리 광고대행사랑 프로모션 대행사들 한테까지 항의전화가 와. 이거 어쩔 껍니까?” 홍 팀장은 갑자기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상무님, 사실 이게 홍보팀 문제입니까? 영업쪽에서 사려 깊지 못하게 이렇게 일 처리 한 게 문제 아닙니까? 마케팅에서도 그런 제작물 있으면 필터링 해줘야 했던 거지요. 안 그래요?” 박 상무는 얼굴이 굳어진다. “아니…홍 팀장, 홍보팀이 어느 부서 돈 가지고 일합니까? 지금. 솔직히 지면광고 계획 없어도 홍보팀 면 세워 줄라고 계획 바꿔가면서 도와주는데……지금 홍보팀에서 저희에게 이러면 되요?” “아…저…아니 그냥 제가 흥분을 해서 그렇습니다. 일이 하도 꼬여서요…죄송합니다.” 홍 팀장은 금연인 사무실에서 담배를 꺼내 문다. 불은 감히 못 붙이고…혼자 뇌까린다. “홍보팀 면을 세워 줄라고 회사 광고비를 지출한다고? 홍보팀장이 뭐 자연인이야?…회사를 위한 거니까 하는 거지…나를 보고 하는거야…XXX” 홍보담당자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종종 “100번 잘해도 필요 없더라. 한방이면 홍보팀은 간다.”는 자조 섞인 말들을 하곤 한다. 아무리 신제품 출시를 잘 지원해 주었어도, 시장의 루머를 잠재워 주어도, 경쟁사를 언론 플레이를 통해 견제해서 영업 시장에 숨통을 틔워 주어도…부정적인 기사 ‘하나’ 못 막거나 온라인에서 ‘우당탕’ 한번이면 홍보팀원들은 다 바보가 된다. 홍보팀원들이 일으킨 문제라면 이런 비판을 달게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거의 모든 문제들은 다른 부서에서 기인한다. 아니면 외부 시장과 환경으로부터 다가온다. 반면에 사내에서의 비판과 업무평가의 대상은 오직 홍보팀이다. 상당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현실이 그렇다. 그래서 홍보팀은 항상 긴장한다. 그게 주어진 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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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힘들다
청와대측은 또 이번 인터뷰의 의미로 ‘네티즌과 국민에게 다가가 소통하기 위한 이 대통령의 의지’라고 풀이했다. 이 대통령은 네티즌, 즉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번 강조한 바 있다.
야후에서 이벤트로 이 대통령을 인터뷰한다고 한다. 오는 한국시간 18일 오후 야후닷컴과 야후코리아 사이트를 통해서 ‘녹화방송’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야후와의 인터뷰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위와 같이 풀이하고 있단다. 여기에 정부의 온라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녹아 있어서 흥미롭다.
대통령이 야후와 인터뷰 하는 것과 MBC와 인터뷰 하는 것 그리고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는 것이 서로 뭐가 다른가? 야후 사이트를 통해 대통령의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 (네티즌?)은 MBC나 한국일보를 통해 대통령을 봤던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외계인들인가?
네티즌과 국민에게 다가가 소통하기 위한 의지가 야후 라는 일개 미디어를 통해 녹화 인터뷰를 하는 것인가? 소통의 핵심은 미디어가 아니다. 메시지다.
MBC나 한국일보를 통해 듣거나 읽을수 있는 메시지를 야후를 통해 전달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고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렇게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