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시 언론대응, 사람이 힘이다.
여러 기업들의 CEO 및 임원들을 대상으로 많은 타입의 미디어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들을 진행하면서 임원들의 여러 스타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일단 위기시를 상정해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전략들을 코칭 하고, 실습하다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들을 반복적으로 깨닫게 된다.
어떤 타입의 CEO와 임원들이 위기시 자신의 조직을 위해 안전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실행 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적절한 타입들을 꼽아 본다.
기업에게 특정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임원들은 공격적 방송 작가나 PD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될 때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의 인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더욱 잦아 졌다) 이때 비교적 훌륭한 답변을 하는 임원들의 타입은 수재형, 차분형, 겸손형, 긍정형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수재형 임원은 표현 그대로 학창시절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그대로를 답안지에 옮겨 닮는 스타일이다. 위기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코치들이 브리핑하고 함께 트레이닝 하면서 받은 조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지켜나가면서 실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곤 한다.
이런 임원들은 실제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주변의 코치들과 홍보팀 실무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내가 OO부분에서 약간 이상한 표현을 쓴 것 같은데, 그 때 그런 표현 피하라고 했었잖아요? 내가 그 부분에서 실수를 한 것 같네…” 코치들과 실무자들이 전혀 신경 쓰지 못할 만큼 미세한 부분까지 스스로 집어 내면서, 개선해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분형 임원은 평소에나 실제 위기시에도 그렇게 크게 동요하거나 감정 관리에 힘들어 하지 않는 타입이다. 아무리 취재진이 공격적이고 과격하게 쏘아 부쳐도 흔들림이 없다. 그렇다고 거만하게 앉아서 답변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면서 논리적인 설명을 한다.
차분하다고 느리거나 대충 넘어가는 일은 절대 없다. 마치 조용한 큰 호숫물처럼 우직하게 사소한 질문에 대해서 흔들림이 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최초에 기세를 잡을 요량으로 공격적이던 취재진 또한 이내 누그러지고, 인간적인 존경심 마저 들게 하는 그런 타입이다.
겸손형 임원은 매우 인간적이다. 낯선 상대에게 난감한 질문을 받는 경우에 줄곧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기는 사실 정말 힘들다. 취재진에게 항상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 해당 부정적인 이슈에 대해 항상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일부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그 잘못을 인정하고, 이해를 구한다.
나이가 많은 임원이라도 취재진에게 윽박지르거나 폄하하지 않고, 그들을 존경해야 한다는 베이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일부 강성 실무진이 보기에는 우리 임원이 취재진 앞에서 너무 굽실거리는 것 아니냐 하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회사를 위한 전략적인 겸손함이라 더욱 빛이 난다.
마지막으로 긍정형 임원. 이런 타입의 임원은 항상 밝다. 위기시에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우리가 해당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인간적인 자신감을 주변 사람들에게 심어준다.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공격적인 취재진에게도 전달한다. 해당 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으리라 보이지만, 이런 타입의 임원은 그 반대다.
해당 이슈에 대한 문제점을 우울하게 깊이 말하기 보다는, 빠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더욱 긍정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하는 타입이다. 취재진들이 그 해결책을 결국 믿고 이해하게 만든다. 취재진이 회사에 대해 나쁜 감정으로 들어왔다가도, 약간은 개운한 감정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매력이 이런 타입의 임원들에게는 있다.
위의 성공적인 임원들의 타입과는 반대로, 코치가 조언했던 부분들을 대부분 잊고 나름대로의 습관과 허락되지 않은 애드립에 의존하는 임원, 공격적인 취재진 앞에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폭발하는 임원, 고압적이고 거만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임원, 그리고 취재 대응 이전이나 이후 줄곧 어둡고 부정적이어서 잘해 놓고도 우울한 임원 등은 위기시 상당히 위험한 타입들이다.
회사를 위해서 그리고 개인을 위해서 스스로 자신의 타입을 솔직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적절한 코칭과 트레이닝을 통해 집중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교정에 노력해야 한다. 홍보 실무자들이 항상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상위 임원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으로 소화하려 말고, 그분들에게 적절한 개선의 기회를 제공해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