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2월 242010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적절한 반론: 국가브랜드위원회

어 위원장은 “전세계에 봉사단을 보내 태권도나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지만, 한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는 대외원조를 다른 국가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신사국이 되려고 한다”면서 “우리는 브랜드 인덱스를 만들었고, 기술적으로 많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브랜드위원회에 대한 지적은) 당신이 다른 나라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고 한 말”이라며 격앙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어 위원장의 항변에 대해 그레이브스 CEO는 “그냥 개인적인 아이디어일 뿐이었다”고 해명하면서 논쟁은 마무리됐지만, 자기방어를 위해 국제학술행사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인상를 남겼다. [이데일리]

 

국가브랜드위원회 업무의 기존 효율성이나 생산성 문제를 떠나 이번 어 위원장의 반론제기는 적절하다 생각한다. 국제학술행사에서 ‘개인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글로벌 대행사 사장에게 제시한 반론으로서 적절했다.

보통 한국 정부나 기업들이 외국인들에게 대해 그리고 그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너무 높은 의미들을 부여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외국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과 이야기나 회의를 하다 보면 실제적으로 우리 시장과 사회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직관으로만 조언 하는 것을 종종 본다. 특히나 실무자들로서는 당혹스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코멘트를 한 대행사 CEO는 PR 출신이 아니라 기자출신이다)

국가의 브랜드와 관련해서 일개 대행사 사장의 직관은 상당한 브랜드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즉각적인 반론은 적절했다. 물론 그 반론의 톤앤매너가 더욱 더 적절했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2월 242010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위기관리: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

여러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면 대체적으로 해당 위기발생 이후 누가 리더십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가에 따라 기업 위기관리의 성패가 나뉨을 알 수 있다.

위기와 관련된 기업이 리더십을 가지고 대부분의 위기상황을 통제하는 경우 우리는 기업 위기관리가 성공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기업이 위기관리에 있어 리더십을 가진다는 것은 공중의 편에 선 포지션과 커뮤니케이션, 선제적이고 투명한 해결책 제시와 실천이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해당 기업 이외의 이해관계자들이 리더십을 가져갈 때에는 해당 기업에게 위기관리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위기시 기업의 리더십을 빼앗아 가는 이해관계자들을 꼽으라면 언론, 소셜미디어, 소비자, NGO, 정부 등을 들 수 있다. 그들에게 리더십을 넘겨주게 되면 그 이후부터 기업은 밀물에 떠밀려 다니는 미역줄기 같이 되어 버린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별반 정상참작을 받기가 힘들어 진다.

그러면 어떻게 기업이 위기발생 직후에 리더십을 쟁취할 수 있을까?

1. 위기와 관련된 상황파악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라: 현재의 여론을 읽고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하라

2.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으로 해당 상황을 바라보라: 신발 바꾸어 신기. 이 단계에서 문제를 정확하게 확정하라. (핵심 이슈의 정의 내리기)

3.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대응책을 우선 기획하라: 기억하라, 위기는 이해관계자들이 발생시킨 게 아니다.

4. 빨리 문제를 확정하고 자사의 포지션을 강력하고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라: 문제는 ‘선제적’으로 확정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여기서 ‘강력하게’라는 말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하라는 의미와 같다.

5.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여론을 모니터링 하라

6. 모니터링 결과를 근간으로 다시 커뮤니케이션 하라: 새롭고 업데이트되는 해결방안 및 상황을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라

7.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감사하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흔히 위기가 발생하면 즉각 리더십을 쟁취하라 하니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싸워 이기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상당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같은 편에 서야 항상 이길 수 있다. 명심할 것. 주요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고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들도 많다는 것. 주의. 명심할 것. 선제적으로 문제를 확정하지 못하면 항상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는 것. 주의.

2월 232010 Tagged with , , , , , , , 2 Responses

HR이 위기를 관리한다? : 실패나 실수는 없다

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부주의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어!!!!!!!!!!!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 대사 중에서]

최근 모 기업의 대형(?) 위기를 지척에서 관리했던 모 인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아주 언론에서 유명했던 케이스인데…상당히 관리 방식이나 체계에 대한 내부 이야기들이 흥미로워 주의 깊게 듣게 되었다.

해당 사건 이후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응…OOO씨(임원)가 날라갔어. OOO씨도 같이. 그러니까 그 밑에는 뭐 알만하지?”

흥미롭게도 로컬기업들 중에 일부 기업에서는 (특히 오너 기업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면 그 이후 해당 위기에 관련 된 책임자들을 시쳇말로 ‘날려 버리는 것’을 자주 본다. 이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아니…HR(인사) 위기관리를 하는 회사가  있군요

“거기는 자주 그래. 저번에 OOO이도 그래서 날라간 거야. 기사 몇 개 못 막아가지고.”
(선덕여왕의 미실이 외치던 대사가 생각난다. 위의 대사 이후 칼을 뽑아 휘두르던 생각.)

위기관리 시스템에 있어서 이런 류의 기나긴 히스토리가 있고, 최고위층의 위기관리 의식이 이렇게 대증 치료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은 상당히 시스템 구축이 힘들다. (불가능하다)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최고위층과 실무 층이 따로 분리되어 돌아가곤 한다.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사람은 많다는 최고위층의 생각. 날라갈 일만은 절대 피하자하는 중간관리자의 생각. 어짜피 살고 죽는 것은 모든게 (運)’이라고 생각하는 실무자들의 칵테일은 생각만 해도 무섭다.

제발 HR로 위기관리 하려 하지 말자. 그만하자.

2월 222010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위기관리 시스템, 만족하시나요? 시리즈 1] : 보고 시스템

 

자사의 위기관리 시스템. 얼마나 만족스러우신가요?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진단(audit). 사실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많지만, 그 시스템이 실제 운용가능한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드문 것을 보고 자주 놀란다.

그럭저럭 시스템이 있기는 한데하느냐고 하긴 했는데남 만큼은 한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말 꼬리에 “…인데가 붙으면 확신이 없다는 의미다. 기업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실무자라면 이 시리즈 포스팅을 통해서 step by step 시스템 진단을 실시해 보자.이번 포스팅의 질문: 위기 요소/상황에 대한 보고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전사적인 보고 시스템에 대한 이슈다. 기존 업무 보고 시스템을 이야기하거나, 각 부서간 역할과 임무 배분 도식에 대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 일선에서 감지된 위기상황이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루트를 거쳐 정해진 의사결정자 또는 그룹에 전달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 거기에 좀더 깊이를 두자면, 그 보고 내용과 형식이 1차적인 의사결정을 하기에 정확하고 충분한가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 한 발자국 더 걸어 들어가자면, 얼마나 자주 해당 위기관련 정보가 업데이트 될 수 있느냐 하는 이야기다.

 

일단 이 보고 시스템은 상향식 및 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의 신속성, 품질 그리고 업데이트 역량을 의미한다.

보통 워크샵에서 보고 시스템의 오류 등을 가시화 해서 경험하기 위해 귓속말 릴레이를 실시한다. (예전
가족오락관 스타일)

 

일단 각 팀이나 보고라인 구성원들을 한 줄로 서게 한다. 여러 라인들을 세워서 시간 경쟁을 하게 하고 심적인 압력을 부여한다. 그리고는 모두를 뒤 돌아 있게 한다. 코치는 맨 앞 사람을 돌려 세우고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사물에 대한 묘사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고 이해할 시간을 준다. 그 이후 그 사람은 두 번째 사람에게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귓속말로 정보를 전달하고, 그 두 번째 사람은 세 번째 사람에게, 그 이후 계속 연이어 정보를 귓속말로 전달하게 한다.

맨 마지막 사람이 여러 사람들을 거쳐 건너온 정보들을 얻어 듣고 최초 종이에 써있던 묘사가 무엇에 대한 이야기였는지를 맞추게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보고라인들에 있어 최초 묘사에 대한 최종 묘사는 정확하게 합치하지 않는다.

 

일단 각 팀이나 보고라인 구성원들을 한 줄로 서게 한다. 여러 라인들을 세워서 시간 경쟁을 하게 하고 심적인 압력을 부여한다. 그리고는 모두를 뒤 돌아 있게 한다. 코치는 맨 앞 사람을 돌려 세우고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사물에 대한 묘사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고 이해할 시간을 준다. 그 이후 그 사람은 두 번째 사람에게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귓속말로 정보를 전달하고, 그 두 번째 사람은 세 번째 사람에게, 그 이후 계속 연이어 정보를 귓속말로 전달하게 한다.

맨 마지막 사람이 여러 사람들을 거쳐 건너온 정보들을 얻어 듣고 최초 종이에 써있던 묘사가 무엇에 대한 이야기였는지를 맞추게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보고라인들에 있어 최초 묘사에 대한 최종 묘사는 정확하게 합치하지 않는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도 상황 그 자체가 최고 정점에 100% 정확하게 보고되는 경우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보고 내용들 중 가장 중요한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주변적인 이야기들이나, 덜 중요한 내용들이나, 정보전달자의 의견들이 마구 개입되고 틀어지게 되기 때문에 2차적인 문제가 생성되곤 한다.

  • 기존에 자사의 위기상황 보고 완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 몇 단계를 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상황보고를 공유해야 적절한 대응방안이 도출될 수 있는지를 한번 점검해 보자.
  • 그리고 그들 각자들이 상황보고와 전달에 익숙한 매체들을 어떻게 운용하고, 어떤 시간차로 점검하고 있는지 한번 점검해 보자.
  • 사내에서 위기관리팀으로 구성된 핵심 인력들이 얼마나 우선순위를 가지고 위기상황에 대한 의사결정에 개입하려 하는지 태도를 한번 진단해 보자.
  • 최종적으로 보고 완료된 보고 내용이 의사결정을 위해 적적한 수준인지를 점검해 보자.

 

이 결과들이 도출되어 위기관리 컨설턴트와 최고 의사결정자들의 책상 위에 올려져야 그 다음부터 위기관리 시스템으로서의 보고 시스템이 개선될 수 있다. 진단을 위한 여러 방법론과 어프로치가 있겠지만, 진단이 먼저이고 개선이 그 다음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Quick & Dirty) 간단하게 점검해 보는 방법?

아주 초보적인 방식이지만…홍보담당자가 가상의 위기 상황(심각성 짙은)을 설정하여 일선 관리 직원에게 익명 이메일을 한번 해 보자. 그리고 필요한 것은 스톱워치다. 아마 영원히 스톱위치는 돌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점검해 볼 가치는 있다.


2월 222010 Tagged with , , , , , , 5 Responses

월남 쌀국수 레스토랑의 위기 관리 시스템

일종의 직업병이라서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항상 식당들의 시스템을 잘 살펴보고는 한다. (언제쯤 레스토랑 시스템에 대한 책이나 한 권 서볼까 한다…)

오늘 회사 근처 새로 오픈 한 월남 쌀국수 레스토랑에 들렀다. 지난 주인가 미디어트레이닝을 끝내고 아주 아주 늦은 점심을 그곳에서 먹은 적이 있었다. 당시 주문했던 쌀국수 면은 거의 부직포를 썰어 불려 놓은 듯 한 뻣뻣함으로 먹기가 곤란했었다. 당시에는 워낙 늦은 점심이고 또 이후 약속 미팅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웨이트레스에게면이 너무 덜 삶아 졌네요라고 한마디를 한 채 레스토랑을 나왔었다.

이번에도 그렇겠지 하고 제대로 된 점심시간에 한번 방문을 해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랬다. 이에 대해서 몇 번 우리 코치들이 어택을 해 보았는데 그에 대한 반응들에 대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견주어
생각을 해 본다.

1.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일선 웨이터나 웨이트레스에게 아무런 임파워먼트나 사전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

항상 컴플레인이 back and forth 한다. 이에 익숙한(?) 고객들은 항상 컴플레인을 할 때매니저나 사장
나오라 그래!!!!!!’한다. 이 얼마나 호전적이고 안타까운 시스템인가?

2.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항상 보고 시스템이 불규칙하고 무원칙이며 심지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네, 죄송합니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한 뒤에도 아무 피드백이 없다. 알아 보았는지, 개선책이 무엇인지, 테이블 위의 음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고와 그 결과 딜리버리가 없다.

3.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웬만해서는 사장이나 최고책임자가 나서지 않는다.

사장이나 매니저는 언제나 무슨 일이 있던 항상 방긋거리면서 캐쉬 레지스터를 지켜야 한다고만 믿는다. 항상 나서라는 것은 아니지만…모른체는 말아야 한다.

4.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상황을 극복하려고만 하지,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려는 사치까지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한다.

아무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컴플레인 받은 음식 그릇을 들고 허둥거리기만 할 뿐, 누가 와서 공감하거나,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개선이나 대응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일부는 꺼내도 건성이다.

5.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개선하지 않고, 개선의 의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다음에 또 가도 또 그런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당연하다. 아무도 보고하지 않고, 아무도 컴플레인을 마음으로 듣지 않기 때문이다. 사장이나 매니저는 이를 모르는 게 당연하고, 모르니 폄하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느끼고만 있게 마련이다.

6.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반복적인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고객을 ‘진상’으로 여기고 또 그렇게 만든다.

한번 두 번 세 번 고객들은 지쳐가게 마련이고, 당연히 화가 나게 마련이다. 목소리는 커지고, 행동은 거칠어 진다. 항상 모든 사람들의 불만은 행동을 넘쳐 흐르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한다. 행동하는 소비자를 레스토랑은진상손님으로 간주한다.

7.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음식 대금을 청구하고 받아낸다.

항상 지불과정은 당연하게 이루어진다. 법대로 하자는 거다.

기업이나 조직이나 심지어 레스토랑이나 조그마한 동아리까지 다 개념과 시스템은 동일하다. 가끔씩 우리나라의 최대 기업들 보다 더 위기관리 시스템이 알차게 잘 짜여 있는 레스토랑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에 대한 공통점들은 위의 일곱 가지 행태들과 정반대였다.

예상외로 기업들도 벤치마킹 할만할 레스토랑들도 꽤 있다. 기업의 CEO들이 꼭 방문해야 할 업소들이 꽤 있다는 거다. 물론 더 이상 방문하기 싫은 레스토랑들이 더 많기는 하다.

2월 182010 2 Responses

[EconBrain 기고문] 기업 위기관리, 본능을 따르면 실패한다

기업 위기관리, 본능을 따르면 실패한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거의 모든 기업이나 조직 그리고 유명인사들의 위기관리 행태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 위기 발생 직후에 침묵한다. 이 공통된 침묵은 여러 이유나 배경이 있겠지만, 심리적으로는 타조 증후근(Ostrich Syndrome)이라고 해서 해당 위기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초기 본능 때문이다. (보통 타조들은 무섭거나 당황 하면 모래 속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어 그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함)

 

또 다른 침묵의 이유는 위기 상황이 발생한 직후라 그 상황이 그리고 어떻게발생하였는지에 대한 파악이 아직 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는 것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에 이야기 할 것이 없고, 그 자체가 외부에서는 침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위기시 침묵하는 또 다른 이유들 중 하나는 시간이 약()’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보통 변호사들이 이런 주장들을 하는데, 현재 벌어진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 해 보았자 우리에게만 불리하니 입다물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상처가 아물 것이라 조언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소송과 관련 된 건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변호사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 줄 것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커뮤니케이션은 아무 필요가 없고 피해야 한다고 자주 조언한다.

 

문제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이러한 변호사들의 조언은 시간은 금()’이라는 반대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데 있다. 수많은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타이밍이 곧 위기관리라 조언 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진행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메시지들이 여론을 관리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유일한 방도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 메리엇(Marriott) 호텔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 동남아 일대에서 자사 호텔들에 대한 폭탄테러들을 경험하면서 사내적으로 위기 커뮤니케이션+1시간 플랜을 보유하고 대응하고 있다. 세계 각지 어떤 곳에서의 테러나 위기 발생시라도 미국 본사의 최고 위기관리 그룹들은 1시간 내에 모든 필요한 역할과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수행 완료 하는 플랜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경우 반복되는 위기들을 통해 얼마나 빠른 위기관리와 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유효한가 하는 교훈을 자사의 플랜에 실제 적용 시킨 사례다. 시간이 항상 약()인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위기시 침묵하는 다른 이유들은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업 CEO나 조직 최고경영자가
그 상황을 위기로 보지 않는 경우다. 위기에 대한 정확한 통일된 시각이 조직 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 이유다. , 위기시 침묵하는 가장 안타까운 이유는 조직원들이 해당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다. 평소 위기에 대한 개념이나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전무했기 때문에 그냥 패닉에 빠져만 있는 타입이다.

 

전체적으로 위기 시에 침묵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그들의 조직 본능에 충실한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시스템도 부재하고, 위기관리에 대한 오너십도 부재하며, CEO나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관심 또한 부족하다.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지식 조차 없다. 이런 모든 현상들은 그 조직이 조직의 일반적인 본능에 따라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개인은 물론 어떤 기업이나 조직이라도 부정적상황을 예측하거나 이에 미리 대비하며 훈련하는 일들을 진행하는 것을 평소에는 꺼려하기 마련이다. 불길한 이야기를 언급하거나, 그에 대해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 조차 우리의 문화나 정서적으로는 금기에 가깝다.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그러한 부정적인 상황들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분명 부담이다. 항상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상황을 예측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자위한다. 인간이나 인간 조직들은 누구나 편하고 익숙함을 추구하고 불편하고 혼돈스러움에 관심을 두지 않게 마련이다. 이것이 본능이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평상시의 정렬되고 질서가 주어진 상황이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고,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 설켜서 어떤 의사결정이 최선인지 매 순간 고통스러워 진다. 또 내부의 여러 합치되지 않는 의견들이 의사결정의 발목을 잡고, 그에 대한 후 폭풍으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면 그야말로 위기는 재앙이 된다.

 

이때 자칫 인간은 자신의 본능이라는 모래 속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게 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 걸고, 자신이 보고 싶은 핑크빛 결과만을 바라보게 된다.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면서 어서 빨리 이 위기가 지나가 예전 그 날처럼 밝고 온전한 상태로 회귀하길 바라기만 한다.

 

이렇게 위기시 본능을 따라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나 기업 그리고 조직은 실패한다. 위기관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싶어도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성공한다. 사과하고 싶지 않아도 사과 해야 인정받는다. 귀를 막고 입을 닫아걸고 싶어도 이야기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고 눈감고 있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 더욱 머리를 처 들어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하고 싶어도 참고 본능을 등져야 성공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주문과는 훨씬 동떨어져 있다. 대부분 침묵하고, 손가락질 하고눈을 감아 평소와는 다른 실망들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곤 한다. 논란에 휩싸인 스타 연예인들을 보라. 침묵한다. 평소 그렇게도 원하던 카메라들을 손으로 밀치며 언짢아 한다.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던 자신의 얼굴을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가리고 뛰어간다. 인터뷰라면 사족을 못쓰던 그들이 자신과 관련된 위기가 발생하면 기자들에게 인터뷰 대신 욕설을 해댄다. 많은 기업들도 마찬가지고, 조직들도 그렇다. 모두 자신의 본능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2월 182010 0 Responses

[EconBrain 기고문] 기업 명성이 없으면 관리할 위기도 없다

기업 명성이 없으면 관리할 위기도 없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기업이나 조직들이 위기발생시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제품 리콜을 하거나, 이물질이 발견되거나, 공장이 불타거나, CEO가 구속되거나, 대규모 소송에 휩싸이거나, 경영권 싸움이 나서 시끄러운 경우들을 떠 올려 보자. 해당 기업이나 조직들은 어떤 후폭풍을 가장 두려워하나?

 

대부분의 기업들과 조직들은 일단 자신들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들이 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들이라면 환영이지만, 껄끄러운 이야기들은 가능한 조용히 사라져가길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상이 자신들로 인해 시끄러워지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자신들에게 돌아올 부정적인 영향이 싫고 두렵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보통 부정적인 위기들은 매출의 하락을 가져오곤 한다. 해당 직책에 있는 내부 조직원들에 대한 경질이 수반되고,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이 일정기간 마비되기도 한다. 조직원들이 불안에 떨게 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예전과는 다른 태도와 인식으로 자신들을 대하게 된다.

 

일부 기업의 CEO들과 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시다. “사실 치명적인 위기라는 게 존재하는
가 하는 것에는 의문이 듭니다. 저희 회사 매출이 수 조원에 이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회사들 중 하나인데 저희에게 치명적인 위기라는 것은 국가적인 위기 말고는 그리 생각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는 위기의 후폭풍을 매출의 하락으로만 대부분 바라보는 오류 때문이다.

 

기업에게 매출의 하락은 분명 또 하나의 위기다. 하지만, 그것이 위기의 전부는 아니다. 기업이 위기시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기업이 지금까지 쌓아 왔던 기업 명성에 대한 소실그 자체다. 해당 기업이 창사이래 쌓아왔던 고객에 대한 믿음 그리고 품질에 대한 확신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진정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르면 사회공헌 활동들을 시작한다. TV등을 통해 기업광고를 시작한다. 여러 공공기관이나 단체들로부터 포상 받기를 즐긴다. 출입기자들을 데리고 자신들이 진출한 해외 시장들을 방문해 자신들의 명성을 과시하곤 한다. 평소 이 정도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진정한 기업 시민의식(corporate citizenship)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홍보한다.

 

문제는 이러한 홍보 이후에 구축된 기업 명성 자산(corporate reputation assets)들을 어떻게 유지 관리 강화 하느냐 하는 데에 있다. 지속적인 내부 및 외부 투자만으로 해당 기업 명성 자산들은 나날이 성장해 나갈까? 빛나는 매출로서 훌륭한 기업 명성을 구입할 수 있을까? CEO의 고아원 방문이나 나무심기 이벤트가 기업 명성 자산들을 영원하게 만들 수 있을까?

 

기업에게 있어 명성 자산은 어떻게 보면 기업에게 숙명적으로 다가오는 예기치 못한 위기에 대한 일종의 보험금의 의미로 보면 된다. 어떤 위기도 일단 발생하게 되면 기존 기업 명성 자산을 훼손하게 마련이다. 그 훼손의 규모와 범위가 위기관리 담당자들에게는 중요할 뿐, 훼손이 되었는지 되지 않았는지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모든 부정적인 위기는 기업 명성을 훼손한다)

 

이 때문에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기업 명성과 위기관리에 대한 연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 하고
있다. ‘기업 철학이 위기를 관리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깊이 들여다 보면 얼마나 해당 기업이 기존에 구축해 놓았던 기업 명성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가와 관련된 이야기다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겠다 고민하기 전에 우리 기업 명성의 어떤 부분이 훼손되었고 계속 시험 받고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자.

 

그 훼손되고 시험 받는 명성이 만약 우리 기업과 수십 년 함께 한 고객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고객들이 이 상황에서 우리에게 원하는 데로 하면 된다. 그 명성이 우리 제품의 품질에 관한 것이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평소 이야기 해왔던 품질 그 대로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면 된다. 환경에 관한 약속이 우리들의 명성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그 약속 그대로를 위기관리 활동과 메시지에 반영하면 된다. 위기관리란 풍부한 기업 명성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결코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별반 기업 명성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들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 명성이 존재하지만, 위기관리와 명성관리를 분리해 생각하는 개념적 오류가 존재하는 기업들이다. 간단히 말해 왜 기업 명성을 구축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가?” 물었을 때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위해서라고 답변하는 기업들은 항상 위기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기발생시 이런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이번 위기로 우리 매출이 줄 것인가?’하는 측면 이다. 매출에 별반 변동이 없으면 해당 위기는 별 것 아닌 것으로 넘어가게 된다. 적절한 관리는 절대 이루어 지지 않는다. 점차 내부적으로도 매출에 영향이 없는 위기들은 위기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고 반복적으로 발생해도 면역이 생겨난다. 매우 위험한 기업 문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애석하지만 기업 명성이 원래 존재하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관리 할 수 있는 위기 조차 없다. 그들에게 위기는 모두가 재앙이 된다. 훌륭한 명성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이 1개 분기 손실로 마감할 수 있는 중대한 위기를 기업 명성이 부재한 기업은 도산으로 떠안게 되는 법이다. 여기서 분명히 기억하자. 돈이나 매출 많은 기업만이 항상 위기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업 명성. 제대로 쌓이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그리고 쌓여진 기업 명성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다면 그 명성들은 위기를 겪으면서 차츰 기업을 향한 독()으로 변화한다. 똑바로 보고 생각하자.

 

 

2월 182010 0 Responses

[EconBrain 기고문] 성공적인 위기(危機)관리? 철학과 시스템이 한다

성공적인 위기(危機)관리? 철학과 시스템이 한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가 발생하면 경영진들은 모두 모여 회사의 철학을 적어 놓은 액자를 먼저 바라보라는 말이 있다. 기업에게 위기란 그 기업의 철학을 시험하는 아주 명확한 기회다. 내부적으로 우리는 이런 이런 회사다라는 공감대를 실제로 확인해 보는 기회다. 외부적으로도 저 회사는 우리를 위해 이런 이런 좋은 일을 해주는 회사라는 공중들의 인식을 더욱 공고히 해 주는 기회다.

 

위기관리의 실패는 기업이나 조직이 그런 내외부의 공감대와 인식들을 무참하게 깨버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중들이 신뢰했고 사랑했던 기업이나 조직이 위기가 발생하자 우리가 언제 너희에게 신뢰나 사랑을 원했었냐?’하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위기관리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기업이나 조직들이 위기시 자신들의 철학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익만을 생각할 뿐이다. 평소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던 이해관계자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했었는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기억해 보면 위기관리는 너무나 간단한 법이다. 위기발생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들의 철학이 이미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평상시 자신들의 철학이 부재했거나 부실했다면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처음 해야 할 작업은 자신들의 철학을 좀 더 확고하게 가다듬고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소비자들을 사랑한다 외치지만 말고 실행을 해야 한다.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최상의 품질을 위해 실제 노력해야 한다. 서비스를 최고로 제공한다 이야기 해왔다면 실제 멋진 서비스를 위해 조직의 생명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을 사랑한다 외쳤었지만, 우리 제품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을 따돌리고 무시하고 폄하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살펴보자. 품질에 대해 이야기했었지만, 우리 제품에서 나온 이물질을 보고 먹어도 죽지 않는다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하지는 않나? 최고의 서비스를 이야기했으면서, 우리 서비스에 불평하는 고객들에게 당신은 너무 까다로운 사람이야하진 않나? 실패하는 위기관리는 항상 이런 모습들이다.

 

기업이나 조직이 존재하고 살아 움직이며 성장하는 이유를 한번 돌아보자는 거다. 왜 우리가 여기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위기관리의 정답은 그런 확고한 인식에서 나온다. 이 부분이 확고하게 공유되어 있지 않으니 위기관리가 힘든 거다. 기본적으로 위기는 다루기 까다롭지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기업이나 조직의 올바른 철학이 잘 공유되어 있다면, 그 다음 필요한 작업은 그 철학을 반영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시스템은 생각이나 정신만이 아니라 실행을 전제로 한 사람들이 그 중심이다. 기업이나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들 하나 하나가 그 핵심이다.

 

철학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누가 움직여야 하는지, 왜 그렇게 움직여야 하는지, 언제 그리고 누구를 향해 움직여야 하는지를 총체적으로 조직화하는 것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사람이 핵심이라고 했다. 따라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서는 사람들을 움직여 같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어프로치다. 그래서 트레이닝이 중요하고, 시뮬레이션이 중요하다. 위기관리를 정신교육으로만 하려는 기업이나 조직이 있는데, 실제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거나 움직여 본 경험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정신무장도 절름발이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 형태에 따라 각 부문이나 담당자들에게 오너십을 부여하자. 그들로 하여금 솔루션을 찾게 하는 거다. 그리고 그들에게 실제와 비슷한 위기 상황을 조성해 실제 누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한번 체크해 보자.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피드백을 주고 지속적으로 반복해 보자. 이러한 반복적인 개선(Kaizen)작업이 곧 성공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 그 자체다.

 

기업과 조직이 좋은 철학을 가지는 것도 힘들다. 더 나아가 그 철학을 밑바탕으로 해 훌륭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매우 힘들다이 때문에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생각보다 드물다. 항상 성공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그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 이전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노력들과 준비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보다 쉽게 좋은 철학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이나 조직들도 있다. 그런 기업이나 조직들의 공통된 특징은 CEO의 깊은 관심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기울여 지는 경우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실무자들만 움직여서는 제대로 된 철학과 시스템 구축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열성적인 직원들과 임원들이 합심을 해 철학과 시스템을 만들어 위기에 대비하고 대응한다 해도 CEO가 그로부터 멀리 있거나 등져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문제는 항상 원인과 방법을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경우다. 행하지 않거나 때를 놓치는 경우다. 많은 기업이나 조직들은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다. 더 나아가 해결방법 또한 알고 있다. 그렇게 원인과 해결방법을 파악하고 있다 해도 행하지 않거나 실행이 늦는 곳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항상 지금이 가장 빠른 타이밍이다. 성공하는 기업이나 조직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빨리 시작하자. 위기를 두려워만 하지 말고, 준비해서 대응하자. 반복적으로 이야기 하지만, 위기관리는 까다롭기는 해도 그 자체가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준비된 기업에게는 위기도 일반적인 비즈니스의 한 과정이자 부분이다.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다.

 

2월 182010 0 Responses

[EconBrain 기고문] 위기(危機)? 기업의 위기관리?

위기(危機)? 기업의 위기관리?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기업이 TV나 신문들을 통해 내보내는 광고’. 모든 광고에서는 항상 해당 기업이 전하고 싶어하는 아주 좋은 이야기들만 쏟아져 나온다. 아리따운 모델들이 웃고 있고, 아이들은 뛰논다. 미래가 보이고성장이 강조된다. 광고에서 묘사되는 만큼만 이 세상이 아름답고 밝고 행복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기업에게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만은 않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광고 속의 환상을 쫓는 것일 수도 있겠다. 기업에게 하루 하루는 말 그대로 위기의 연속이다. 고객만족센터에서 올려대는 고객들의 불만을 들어보자. 매장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의 얼굴을 보라. 홈페이지에 남긴 항의 글과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우리와 관련된 동영상들을 한번 점검해 보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우리에 대한 댓글들과 토론 글들을 한번 꼼꼼히 읽어보자. 언론사의 기자들은 왜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을까? 마치 기업에게 세상은 위기 그 자체 같다.

 

기업에게 모든 부정적인 상황과 환경은 아주 가까이에 항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부정적 위기들을 잘 관리하고 긍정적인 상황과 환경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 기업에게 위기는 곧 또 다른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들이 그러한 기회를 창출할 능력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기업의 위기관리기업의 사업 환경이 변해감에 따라 기업들은 어떤 기업이건 이전보다 더욱 더 엄격한 경영윤리와 활동적인 정당성을 확보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무수한 이슈들이 이제는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구곤 한다. 이에 비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십여년전과 별반 다름이 없다. 현실적인 환경과 기업의 위기대응 시스템간의 갭(gap)이 최근 기업 위기 발생 트렌드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더욱 건전한 경영철학과 시스템을 가지고 위기관리를 실행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반대로 이러한 준비가 철저하지 않는 기업들은 매일 매일이 위기일 수 밖에 없다. 연속되는 위기들은 일단 CEO에게는 큰 부담이고 실책들로 남는다. 매출은 하락하고, 소비자나 고객들의 실망은 커만 간다.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게 마련이고, 거래처들도 하나 둘씩 등을 돌린다. 위기관리는 이제 기업에게 생존 그 자체다.

 

그러면 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시스템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구축을 시작해 할까?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예상외로 그 솔루션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다. CEO를 위한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이렇게 하자.

 

1.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위기를 예측해 보도록 하라.

2.     그 예측된 위기들을 발생 빈도와 발생시 위해도를 기준으로 재배열해보라.

3.     가장 고위험군에 든 예측된 위기들을 하나씩 들여다 보라

4.     그 고위험군 위기들을 관련 부서에 각각 할당해 나누어 주라

5.     각 부서에게 해당 위기의 관리 방안을 제출토록 하라

6.     부서로부터 받은 위기관리 방안들을 잘 결합시키라

 

일단 이렇게 심플한 액션플랜 또는 매뉴얼을 만들어 보는 데에서 위기관리 시스템 작업은 시작된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해당 액션플랜을 실제 우리 조직에 적용하고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익히도록 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많은 기업들이 실패 하고 좌절 한다. 당연하다. 교육이나 학습으로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현실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기업이 파악하고 있는 자사관련 위기들을 하나씩 전문가들과 함께 다시 들여다보고, 그 위기와 관련된 주요한 기업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을 규명해 보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그 이해관계자들은 각자 A라는 위기가 발생했을 시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예상해 보고, 그에 따른 대응 훈련을 해 보는 게 핵심이다. 우리의 제품이상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누가 어떻게 관리 할 것인가? 소비자의 피해사실을 전해들은 언론은 또 어떻게 공격을 해 올 것이고 누가 이에 대응을 할 것인가? 네티즌들은? 정부규제기관은? 소비자단체들은? 거래처들은? 그리고 직원들은 누가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

 

실제 상황을 재현해 놓고 이에 대한 대응 방식을 하나 하나 고민해 보고, 대응 주체를 선정해 실제 경험을 해보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기업을 돕는 방식들 중 하나다. 경험(experience)의 시대에 경험을 통한 트레이닝이 그 방식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항상 기업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이 세상 기업들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위기를 경험한 기업이고 또 하나는 앞으로 위기를 경험할 기업이다이 뜻은 어떤 기업이든 항상 위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기업이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위기를 잘 극복하는 것이 차선이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서 전문가들은 또 이렇게 조언한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 그리고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하라그렇다. 준비와 연습이 없이는 효과적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

 

이제 이전에 그대로 물 흐르듯 비즈니스에만 몰두하던 시대는 갔다. 우리 회사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 구축을 위해 CEO부터 일선 직원들까지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이제 잠들지 않는
토끼와 같다. 거북이 같은 기업은 점점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

 

# # #

2월 172010 Tagged with , , , , , , , 3 Responses

두개 회사가 같은 메시지를?: 라면 MSG케이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국야쿠르트와 함께 여러차례 시제품 테스트를 해본 결과 MSG가 들어갔을 때 맛이 가장 좋았다”고 설명했다 (중략) 롯데마트 관계자는 “다른 라면업체도 MSG는 아니더라도 향미증진제(화학첨가물)를 넣고 있다”며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라면을 먹지 않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경향신문]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식품첨가물을 알리지 않은 채 라면을 시식한 결과 고객들이 천연 물질이 든 라면보다 MSG가 든 라면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았고,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의학적 판단이 없는 상황이라 MSG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

같은 메시지를 마트 관계자와 제조사 관계자가 동시에 딜리버리 하고 있다. 기자들이 두 회사의 관계자(홍보팀으로 보이는)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했을 때 서로 동일한 로직과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다는 게 놀랍다.

이 의미는 이미 취재 이전에 이러한 이슈에 대하여 내부 검토가 완료되었고, 그에 대한 대외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와 로직을 상호간에 합의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P.S. 양사간 메시지 합의는 없었다고 합니다. 단, MSG에 대한 팩트는 동일하기 때문에 그렇게 양사가 딜리버리를 했다고 합니다.)

일단 그들의 로직은 다음과 같다.

MSG는 의학적으로 유해하다는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상황이다소비자들이 MSG 함유 제품을 더 맛있다고 해서 사용하고 있다다른 라면 업체들도 유사한 식품첨가물들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 로직은 과학적 로직, 둘째는 마케팅적 로직, 그리고 마지막은 핑거 포인팅 전략에 근거한 로직이다.

얼핏 보면 논리적으로 별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Context가 아닐까?

MSG에 대한 논란은 이미 과학적이거나 의학적인 논란의 주제를 떠난 지 오래 되었다. 소비자 감정의 문제라는 이야기다소비자들이 더 맛있다고 해서 사용했다는 로직은 이번 대응 메시지의 백미다. 식품회사로서=소비자들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도식을 사용한다는 것이 낯설다. (P.S. 이 부분이 어떻게 보면 상당히 극단적인 표현 같지만, 소비자 정서상으로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이슈에 있어 가장 주목된다는 뜻이다. 태국이나 베트남 소스류 레이블에 보아도 ‘No MSG’라 크게 명기되어 있고, 미국 거리의 중국식당들 간판에 항상 가장 크게 써 있는 글자도 ‘No MSG’다. 전세계 식품관련 비즈니스들이 ‘No MSG’를 말하려고 하는 이유들이 뭘까? 소비자 context에서…) 마지막으로 핑거 포인팅 또한 아쉽다. 경쟁사이자 마켓 리더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 같은데아쉽다. 다른 방식도 있었을 텐데.

두 개의 회사가 같은 메시지에 합의를 했다는 게 놀랍다. (P.S. 합의는 없었다고 한다.) 그 메시지가 생산이나 마케팅쪽에서 이미 만들어져서 홍보팀에게 딜리버리 의뢰만 되었다면 모르지만, 그 메시지를 홍보담당자들이 직접 개발해 딜리버리 했다면 더욱 놀랍다. Context를 상식적으로 감안해도 일정부분 무리가 있는 메시지와 로직이 아닐까?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1 22 23 24 25 26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