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2010 0 Responses

[EconBrain 기고문] 기업 명성이 없으면 관리할 위기도 없다

기업 명성이 없으면 관리할 위기도 없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기업이나 조직들이 위기발생시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제품 리콜을 하거나, 이물질이 발견되거나, 공장이 불타거나, CEO가 구속되거나, 대규모 소송에 휩싸이거나, 경영권 싸움이 나서 시끄러운 경우들을 떠 올려 보자. 해당 기업이나 조직들은 어떤 후폭풍을 가장 두려워하나?

 

대부분의 기업들과 조직들은 일단 자신들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들이 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들이라면 환영이지만, 껄끄러운 이야기들은 가능한 조용히 사라져가길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상이 자신들로 인해 시끄러워지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자신들에게 돌아올 부정적인 영향이 싫고 두렵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보통 부정적인 위기들은 매출의 하락을 가져오곤 한다. 해당 직책에 있는 내부 조직원들에 대한 경질이 수반되고,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이 일정기간 마비되기도 한다. 조직원들이 불안에 떨게 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예전과는 다른 태도와 인식으로 자신들을 대하게 된다.

 

일부 기업의 CEO들과 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시다. “사실 치명적인 위기라는 게 존재하는
가 하는 것에는 의문이 듭니다. 저희 회사 매출이 수 조원에 이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회사들 중 하나인데 저희에게 치명적인 위기라는 것은 국가적인 위기 말고는 그리 생각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는 위기의 후폭풍을 매출의 하락으로만 대부분 바라보는 오류 때문이다.

 

기업에게 매출의 하락은 분명 또 하나의 위기다. 하지만, 그것이 위기의 전부는 아니다. 기업이 위기시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기업이 지금까지 쌓아 왔던 기업 명성에 대한 소실그 자체다. 해당 기업이 창사이래 쌓아왔던 고객에 대한 믿음 그리고 품질에 대한 확신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진정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르면 사회공헌 활동들을 시작한다. TV등을 통해 기업광고를 시작한다. 여러 공공기관이나 단체들로부터 포상 받기를 즐긴다. 출입기자들을 데리고 자신들이 진출한 해외 시장들을 방문해 자신들의 명성을 과시하곤 한다. 평소 이 정도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진정한 기업 시민의식(corporate citizenship)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홍보한다.

 

문제는 이러한 홍보 이후에 구축된 기업 명성 자산(corporate reputation assets)들을 어떻게 유지 관리 강화 하느냐 하는 데에 있다. 지속적인 내부 및 외부 투자만으로 해당 기업 명성 자산들은 나날이 성장해 나갈까? 빛나는 매출로서 훌륭한 기업 명성을 구입할 수 있을까? CEO의 고아원 방문이나 나무심기 이벤트가 기업 명성 자산들을 영원하게 만들 수 있을까?

 

기업에게 있어 명성 자산은 어떻게 보면 기업에게 숙명적으로 다가오는 예기치 못한 위기에 대한 일종의 보험금의 의미로 보면 된다. 어떤 위기도 일단 발생하게 되면 기존 기업 명성 자산을 훼손하게 마련이다. 그 훼손의 규모와 범위가 위기관리 담당자들에게는 중요할 뿐, 훼손이 되었는지 되지 않았는지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모든 부정적인 위기는 기업 명성을 훼손한다)

 

이 때문에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기업 명성과 위기관리에 대한 연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 하고
있다. ‘기업 철학이 위기를 관리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깊이 들여다 보면 얼마나 해당 기업이 기존에 구축해 놓았던 기업 명성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가와 관련된 이야기다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겠다 고민하기 전에 우리 기업 명성의 어떤 부분이 훼손되었고 계속 시험 받고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자.

 

그 훼손되고 시험 받는 명성이 만약 우리 기업과 수십 년 함께 한 고객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고객들이 이 상황에서 우리에게 원하는 데로 하면 된다. 그 명성이 우리 제품의 품질에 관한 것이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평소 이야기 해왔던 품질 그 대로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면 된다. 환경에 관한 약속이 우리들의 명성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그 약속 그대로를 위기관리 활동과 메시지에 반영하면 된다. 위기관리란 풍부한 기업 명성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결코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별반 기업 명성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들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 명성이 존재하지만, 위기관리와 명성관리를 분리해 생각하는 개념적 오류가 존재하는 기업들이다. 간단히 말해 왜 기업 명성을 구축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가?” 물었을 때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위해서라고 답변하는 기업들은 항상 위기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기발생시 이런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이번 위기로 우리 매출이 줄 것인가?’하는 측면 이다. 매출에 별반 변동이 없으면 해당 위기는 별 것 아닌 것으로 넘어가게 된다. 적절한 관리는 절대 이루어 지지 않는다. 점차 내부적으로도 매출에 영향이 없는 위기들은 위기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고 반복적으로 발생해도 면역이 생겨난다. 매우 위험한 기업 문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애석하지만 기업 명성이 원래 존재하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관리 할 수 있는 위기 조차 없다. 그들에게 위기는 모두가 재앙이 된다. 훌륭한 명성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이 1개 분기 손실로 마감할 수 있는 중대한 위기를 기업 명성이 부재한 기업은 도산으로 떠안게 되는 법이다. 여기서 분명히 기억하자. 돈이나 매출 많은 기업만이 항상 위기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업 명성. 제대로 쌓이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그리고 쌓여진 기업 명성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다면 그 명성들은 위기를 겪으면서 차츰 기업을 향한 독()으로 변화한다. 똑바로 보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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