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직업병이라서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항상 식당들의 시스템을 잘 살펴보고는 한다. (언제쯤 레스토랑 시스템에 대한 책이나 한 권 서볼까 한다…)
오늘 회사 근처 새로 오픈 한 월남 쌀국수 레스토랑에 들렀다. 지난 주인가 미디어트레이닝을 끝내고 아주 아주 늦은 점심을 그곳에서 먹은 적이 있었다. 당시 주문했던 쌀국수 면은 거의 부직포를 썰어 불려 놓은 듯 한 뻣뻣함으로 먹기가 곤란했었다. 당시에는 워낙 늦은 점심이고 또 이후 약속 미팅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웨이트레스에게 “면이 너무 덜 삶아 졌네요‘라고 한마디를 한 채 레스토랑을 나왔었다.
이번에도 그렇겠지 하고 제대로 된 점심시간에 한번 방문을 해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랬다. 이에 대해서 몇 번 우리 코치들이 어택을 해 보았는데 그에 대한 반응들에 대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견주어
생각을 해 본다.
1.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일선 웨이터나 웨이트레스에게 아무런 임파워먼트나 사전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
항상 컴플레인이 back and forth 한다. 이에 익숙한(?) 고객들은 항상 컴플레인을 할 때 ‘매니저나 사장
나오라 그래!!!!!!’한다. 이 얼마나 호전적이고 안타까운 시스템인가?
2.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항상 보고 시스템이 불규칙하고 무원칙이며 심지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네, 죄송합니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한 뒤에도 아무 피드백이 없다. 알아 보았는지, 개선책이 무엇인지, 테이블 위의 음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고와 그 결과 딜리버리가 없다.
3.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웬만해서는 사장이나 최고책임자가 나서지 않는다.
사장이나 매니저는 언제나 무슨 일이 있던 항상 방긋거리면서 캐쉬 레지스터를 지켜야 한다고만 믿는다. 항상 나서라는 것은 아니지만…모른체는 말아야 한다.
4.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상황을 극복하려고만 하지,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려는 사치까지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한다.
아무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컴플레인 받은 음식 그릇을 들고 허둥거리기만 할 뿐, 누가 와서 공감하거나,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개선이나 대응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일부는 꺼내도 건성이다.
5.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개선하지 않고, 개선의 의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다음에 또 가도 또 그런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당연하다. 아무도 보고하지 않고, 아무도 컴플레인을 마음으로 듣지 않기 때문이다. 사장이나 매니저는 이를 모르는 게 당연하고, 모르니 폄하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느끼고만 있게 마련이다.
6.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반복적인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고객을 ‘진상’으로 여기고 또 그렇게 만든다.
한번 두 번 세 번 고객들은 지쳐가게 마련이고, 당연히 화가 나게 마련이다. 목소리는 커지고, 행동은 거칠어 진다. 항상 모든 사람들의 불만은 행동을 넘쳐 흐르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한다. 행동하는 소비자를 레스토랑은 ‘진상‘ 손님으로 간주한다.
7.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레스토랑은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음식 대금을 청구하고 받아낸다.
항상 지불과정은 당연하게 이루어진다. 법대로 하자는 거다.
기업이나 조직이나 심지어 레스토랑이나 조그마한 동아리까지 다 개념과 시스템은 동일하다. 가끔씩 우리나라의 최대 기업들 보다 더 위기관리 시스템이 알차게 잘 짜여 있는 레스토랑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에 대한 공통점들은 위의 일곱 가지 행태들과 정반대였다.
예상외로 기업들도 벤치마킹 할만할 레스토랑들도 꽤 있다. 기업의 CEO들이 꼭 방문해야 할 업소들이 꽤 있다는 거다. 물론 더 이상 방문하기 싫은 레스토랑들이 더 많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