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관리, 본능을 따르면 실패한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거의 모든 기업이나 조직 그리고 유명인사들의 위기관리 행태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 위기 발생 직후에 침묵한다. 이 공통된 침묵은 여러 이유나 배경이 있겠지만, 심리적으로는 타조 증후근(Ostrich Syndrome)이라고 해서 해당 위기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초기 본능 때문이다. (보통 타조들은 무섭거나 당황 하면 모래 속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어 그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함)
또 다른 침묵의 이유는 위기 상황이 발생한 직후라 그 상황이 ‘왜’ 그리고 ‘어떻게’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파악이 아직 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는 것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에 이야기 할 것이 없고, 그 자체가 외부에서는 침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위기시 침묵하는 또 다른 이유들 중 하나는 ‘시간이 약(藥)’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보통 변호사들이 이런 주장들을 하는데, 현재 벌어진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 해 보았자 우리에게만 불리하니 입다물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상처가 아물 것이라 조언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소송과 관련 된 건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변호사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 줄 것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커뮤니케이션은 아무 필요가 없고 피해야 한다’고 자주 조언한다.
문제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이러한 변호사들의 조언은 ‘시간은 금(金)’이라는 반대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데 있다. 수많은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타이밍이 곧 위기관리’라 조언 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진행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메시지들이 여론을 관리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유일한 방도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 메리엇(Marriott) 호텔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 동남아 일대에서 자사 호텔들에 대한 폭탄테러들을 경험하면서 사내적으로 ‘위기 커뮤니케이션+1시간 플랜’을 보유하고 대응하고 있다. 세계 각지 어떤 곳에서의 테러나 위기 발생시라도 미국 본사의 최고 위기관리 그룹들은 1시간 내에 모든 필요한 역할과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수행 완료 하는 플랜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경우 반복되는 위기들을 통해 얼마나 빠른 위기관리와 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유효한가 하는 교훈을 자사의 플랜에 실제 적용 시킨 사례다. 시간이 항상 약(藥)인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위기시 침묵하는 다른 이유들은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업 CEO나 조직 최고경영자가
그 상황을 위기로 보지 않는 경우다. 위기에 대한 정확한 통일된 시각이 조직 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 이유다. 또, 위기시 침묵하는 가장 안타까운 이유는 조직원들이 해당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다. 평소 위기에 대한 개념이나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전무했기 때문에 그냥 패닉에 빠져만 있는 타입이다.
전체적으로 위기 시에 침묵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그들의 조직 ‘본능’에 충실한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시스템도 부재하고, 위기관리에 대한 오너십도 부재하며, CEO나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관심 또한 부족하다.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지식 조차 없다. 이런 모든 현상들은 그 조직이 조직의 일반적인 본능에 따라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개인은 물론 어떤 기업이나 조직이라도 ‘부정적’ 상황을 예측하거나 이에 미리 대비하며 훈련하는 일들을 진행하는 것을 평소에는 꺼려하기 마련이다. 불길한 이야기를 언급하거나, 그에 대해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 조차 우리의 문화나 정서적으로는 금기에 가깝다.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그러한 ‘부정적인 상황’들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분명 부담이다. 항상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상황을 예측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자위한다. 인간이나 인간 조직들은 누구나 ‘편하고 익숙함’을 추구하고 ‘불편하고 혼돈스러움’에 관심을 두지 않게 마련이다. 이것이 본능이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평상시의 정렬되고 질서가 주어진 상황이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고,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 설켜서 어떤 의사결정이 최선인지 매 순간 고통스러워 진다. 또 내부의 여러 합치되지 않는 의견들이 의사결정의 발목을 잡고, 그에 대한 후 폭풍으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면 그야말로 위기는 재앙이 된다.
이때 자칫 인간은 자신의 ‘본능’이라는 모래 속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게 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 걸고, 자신이 보고 싶은 핑크빛 결과만을 바라보게 된다.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면서 어서 빨리 이 위기가 지나가 예전 그 날처럼 밝고 온전한 상태로 회귀하길 바라기만 한다.
이렇게 위기시 본능을 따라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나 기업 그리고 조직은 실패한다. 위기관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싶어도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성공한다. 사과하고 싶지 않아도 사과 해야 인정받는다. 귀를 막고 입을 닫아걸고 싶어도 이야기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고 눈감고 있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 더욱 머리를 처 들어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하고 싶어도 참고 본능을 등져야 성공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주문과는 훨씬 동떨어져 있다. 대부분 침묵하고, 손가락질 하고, 눈을 감아 평소와는 다른 실망들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곤 한다. 논란에 휩싸인 스타 연예인들을 보라. 침묵한다. 평소 그렇게도 원하던 카메라들을 손으로 밀치며 언짢아 한다.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던 자신의 얼굴을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가리고 뛰어간다. 인터뷰라면 사족을 못쓰던 그들이 자신과 관련된 위기가 발생하면 기자들에게 인터뷰 대신 욕설을 해댄다. 많은 기업들도 마찬가지고, 조직들도 그렇다. 모두 자신의 본능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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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EconBrain 기고문] 기업 위기관리, 본능을 따르면 실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