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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4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우리 회사는 ‘위기’를 어떻게 정의(definition)하고 있나?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우리 회사는 ‘위기’를 어떻게 정의(definition)하고 있나?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회사 스스로 위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definition)을 내리는 작업이다. 모든 기업은 위기에 대해 각기 다른 정의를 가진다.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스스로 위기관리 이후 성패를 판정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은 비즈니스의 연력이 흐름에 따라서 진화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때때로 실수를 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위기를 맞는 경험들을 일정기간 반복할 수는 있다. 문제는 진화하지 않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위기에 대한 정의는 그 수준이 상당히 조악하다. 일부 진화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위기란 정의 조차 없는 경우들도 있다

어떤 기업은 외부로 표현되는 위기에 대한 정의와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정의가 다른 경우들도 있다. 외부로는 ‘자사가 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 커뮤니티, NGO, 정부, 투자자, 직원들, 공중들’과 관련된 부정적인 상황이나 이슈를 ‘위기’로 정의하면서도, 내부로는 ‘우리의 이익’과 관련된 것만을 ‘위기’로 생각한다.

당연히 이 경우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자신의 이익이 상호 충돌 할 때에는 이미 공유된 위기 정의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앞으로 내세우며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폄하하는 우를 범한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생각하고 있는 이유다.

기업이 정의하는 위기에 대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경영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영철학이란 TV광고에서 매일 외쳐지는 멋들어진 카피나 이미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 구성원 전원을 아우르고 있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실천철학이다. 구성원들이 함께 바라보는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생각과 원칙, 품질에 대한 생각과 원칙, 서비스에 대한 생각과 원칙, 사회성에 대한 생각과 원칙들이 일관되게 공유되고 실천되면서 강화되는 실천적 구조를 띈다.

이러한 실천적 경영철학의 깊이는 해당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아주 정확하게 드러난다. 평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고객 사랑을 외쳐왔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대규모 가격 담합을 저지른 기업이 있다고 치자. 핵심 이해관계자인 고객들은 갑작스럽게 인지부조화에 빠지게 된다. ‘저 회사가 왜 이런 몹쓸 짓을 저질렀을까? 우리를 사랑한다면서 무엇 때문에 이 회사는 우리를 농락했을까?’하는 일반적인 고객들의 생각을 살펴보자.

이 회사는 이런 고객들의 의아해함과 실망들을 과연 ‘위기’로 정의할까? 아니면 내부적으로 ‘이번 가격담합건에 대한 크게 쟁점화되는 것’ 자체를 ‘위기’로 간주할 것인가? 만약 전자와 같이 회사가 가격담합이라는 반고객 활동을 실행했을 때 고객들이 가질 수 있는 의아함과 실망 등을 ‘위기’로 정의했다면 ‘가격담합’이라는 기업 범죄는 처음부터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당 회사의 경우에는 후자의 정의, 곧 ‘가격담합건에 대한 쟁점화 여부’만을 위기로 간주하고 관리 고심했기 때문에 별반 죄의식이나 대고객인식의 비중이 적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진화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위기를 양산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기업 스스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잘 못되어 있는 경우들이다. 외부적으로는 위기에 대한 멋진 정의를 뽐내면서도 안으로는 다른 정의에 매달려 있는 기업들이다. 기업 철학에 있어서도 그 실천력이 상당수준 떨어진 기업들이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 별반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평판이나 신뢰보다는 매출과 이익이 우선시되는 기업들이다. 다른 이해관계자들보다 우리가 더 중요하다는 유아적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다.

필자는 기업을 종교단체 수준으로 정화해 운영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CEO에게 성직자가 되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 모두가 극한의 선을 위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말하고 있지 않다. 필자와 많은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한 생각으로 바라는 것은 ‘기업 당신이 스스로 우리에게 이야기해 왔던 대로만 위기 시 실천하라’하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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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를 가장 먼저 확인하라!

안전委 주재관도 전혀 몰라… “은폐·축소 사례 더 있었을 것”
[고리 1호기 사고 은폐] ■ 허술한 보고 체계
당시 현장 직원 60명 이상… 은폐한 경위 여전히 의문
“숨기면 위에선 몰라” 대형 인재 불러올 수도 [한국일보]



한수원 관계자는 “(1호기에는)평소 300~400명이 작업을 하는데, 사고 당시 근무자들이 식사를 하고 교대하는 타임이어서
60~100명 가량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간부들이 은폐 결정을 내리면서 그 많은 직원들의 입 단속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사후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한국일보]


조직별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definition)가 다르다는 점을 여기에서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예를들면 원전을 관리하는 조직에게 위기(crisis)란 외부에서 볼 때는 ‘이번 사고등과 같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 같아 보이지만 실제 이들에게 위기(crisis)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라는 정의를 외부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관리 해결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해당 조직에게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가 공론화 되는 것을 막는 것’이 곧 그들이 생각하는 ‘위기관리’의 정의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정의의 문제는 일반 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과도한 비용절감 정책에 따른 제품 품질의 하락’을 외부에서는 OO기업의 위기로 정의하는 반면, 실제 OO기업은 스스로 ‘나쁜 품질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를 위기로 정의하는 경우다.

이에 따르면 OO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는 ‘가능한 나쁜 품질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를 막아내고 최소화 시키는 것’이 된다. 기자에게 사정을 해서 기사화를 막고, 광고비를 지원해 기사를 빼고, 인맥을 동원해 정부규제기관의 조사를 무마하고, NGO들과 소비자들과 맞서 싸우면서 사건들을 모면하는 모든 활동들이 이 ‘정의(definition)’때문에 가능한 것이 된다. 이것이 문제다.

따라서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전에는 항상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합의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를 먼저 확인하고 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정의에 따라 위기관리의 성패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의 정의들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관리조직이나 OO기업에게는 지금까지의 ‘은폐’가 곧 위기관리의 성공이었을 것이다. 이 부분이 무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