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sis

4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94편] 소셜미디어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미국의 한 항공사에서 탑승객을 폭력적으로 끌어내 논란이 되었던 것이 기억나는데요. 저희가 보기에는 그게 사실 소셜미디어 상에서 해당 장면이 동영상으로 찍혀 공유되면서 일이 커진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시 소셜미디어에 ‘대응’한다는 개념보다는 소셜미디어와 ‘경쟁’한다는 개념으로 위기관리를 생각하시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쟁이라고 해서 소셜미디어를 적으로 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기업들이 위기를 관리하는데 있어서 소셜미디어가 항상 위협적인 존재인 것만은 아닙니다.

일단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전반적 여론을 보다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마당이 바로 소셜미디어입니다. 기업이 그 마당을 들여다보며 분석하고 있다면 해당 이슈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성공적인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죠.

또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평소 관리만 잘 되어 있다면, 위기 시에도 좋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지원하는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소셜미디어에 ‘대응’한다는 개념은 자칫 무모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번 미국의 항공사 위기관리 케이스에서도 목격된 바와 같이, 소셜미디어는 생생합니다. 빠릅니다. 감각적이고, 사실적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많은 공중들은 위기 발생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관련 상황을 접합니다. 그 시점은 때때로 이슈와 연관된 기업의 공식 메시지보다 먼저일 때도 많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보여지거나 언급되는 상황을 기업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공식 입장을 내게 되면 이내 문제가 커집니다. 내부에서 구두나 문서로 보고되는 속도와 정확성이 현장에서 채집된 소셜미디어의 속도와 정확성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어이없는 공식입장이 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소셜미디어에 ‘대응’한다고 해서 사실관계를 반복 해 따지거나, 소셜미디어 운영자들에게 법적 조치를 비롯한 여러 제한을 가하거나, 반박에 반박을 더하면서 장기전으로 위기관리를 끌고 가는 것은 전략적이지 못한 방식입니다. 여러 케이스를 보면 소셜미디어 여론에 대해서는 기업이 순응하여 흐름을 타는 것이 보다 안전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앞에서 말씀 드린 소셜미디어가 전하는 정보의 정확성과 속도와 경쟁하라는 의미입니다. 발생한 문제 상황과 관련 해 내부적으로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보고 체계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기존과 같은 보고 체계를 가지고서는 절대로 그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소셜미디어 상의 감정(emotion)이라는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따라 위기를 관리하는 선제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먼저 소셜미디어상의 감정을 예측하고 이를 압도하는 메시지와 태도를 보여주어야만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가 추가적인 움직임을 하기 전에 오프라인 차원에서 이전 보다 더욱 빠른 원점관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문제의 미국 항공사의 경우에도 회사의 핵심 임원들이 피해를 입은 탑승객들을 신속하게 찾아가 만나고 합의를 구해야 합니다. 성실하게 사과하고 문제를 더 키우지 않도록 인간적 관심과 조치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추가적인 소셜미디어와 언론들의 공격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모든 위기관리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주변 환경이나 미디어들은 지속적으로 변하지만, 기업이 위기를 관리하며 명심해야 하는 원칙은 항상 일관성이 있습니다. 정확해야 한다. 빨라야 한다. 보고는 투명해야 한다. 리스닝 해야 한다. 공감해야 한다. 원점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사과를 자꾸 반복하게 상황을 관리하면 안 된다. 이 모든 원칙들은 소셜미디어가 탄생하기 전에도 존재했던 것들입니다.

소셜미디어가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때때로는 불만스럽고 해도, 위기 시에는 그들을 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항상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들을 적으로 보며 ‘대응’하려 하기 보다는 우리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선의의 상대로 생각하고 ‘경쟁’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소셜미디어가 문제가 아니라, 구식 위기관리 체계가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 # #

4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3편]사과나 공감으로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이슈에 대한 우리 공식 입장문 초안을 내부에서 리뷰 하는 중입니다. 몇몇 임원들이 공식 입장문에 들어있는 사과 표현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에 대해 추후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며 삭제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 표현들도 법적인 책임과 연결이 되나 보죠?”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공식 입장문 원문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법적 부분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씀 드리기가 힘들겠습니다. 그렇지만, 위기관리 실행에서 약간 잘 못 알려진 ‘법적 책임 우려’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위기관리 실무자들끼리는 흔히 공식 입장문을 통해 쉽게 사과하고, 감정적으로 공감 하다 보면 추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시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분명 틀린 조언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핵심은 어떤 사과와 어떤 공감 문구들이 어떤 식으로 적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위험하다고 평가되는 문구는 흔히 ‘구체적 사실관계’가 들어가 있는 사과와 공감 표현입니다. ‘구체적으로 책임의 범위를 설정하는 경우’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배상의 기준을 설정’하거나 ‘구체적으로 공적 약속을 하는 경우’도 위험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 내에서 작성되는 수준의 공식 입장문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수준의 내용까지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흔히 공식 입장문들은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일로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합니다’ 등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공감 표현들이 들어 있을 뿐입니다.

감정적 공감이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부분이 제외되거나 생략되고서는 효과적인 위기관리가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미국 같이 소송이 흔한 사회에서도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종종 ‘미안합니다(We Are Sorry)’는 표현을 씁니다. 기업이 인간화되어 전달하는 진실한 의미의 ‘감정적 공감’은 법적 책임의 소재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좀 더 설명 드리면 기업의 사과나 공감 표현에는 ‘우리가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가?’ ‘우리는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무엇을 공감하고 있는가?”하는 보다 정확한 표현이 들어 있을 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적으로 효과가 생깁니다. 그냥 문구에 ‘사과 드립니다’는 표현만 사용한다고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공감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된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그런 감정을 제공하게 된 것을 ‘사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 감정에 ‘공감’한다는 표현도 중요합니다. 피해자들이 ‘고통’ 받고 있으니, 그 ‘고통에 대해 사과’하고 그 ‘고통을 함께 공감’한다는 의미로 사과와 공감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와 달리 피해자들에게 그러한 고통을 전달한 우리의 구체적 문제 그 자체에 대해 미리 사과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고통의 원인이나 책임에 대해 미리 공감 동의한다는 의미도 아닐 것입니다. 그런 결과들은 현실적으로 추후 정부기관의 조사나 법정에서 판가름 날 수 있는 주제들입니다. 그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 감정에 대한 사과나 공감이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는 사과나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너무 과도하게 법적 책임을 우려하여 사과나 공감 그 자체에 인색한 것도 전략적이라 보기는 힘듭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사과하고 공감해야 현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 지속해야 합니다.

모든 사과나 공감이 법적 책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단순한 믿음을 이제는 버리시기 바랍니다. 분노하는 고객과 공중들과 맞서면서 일언반구 사과나 공감 없이 실제 법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습니다. 만에 하나 법정에서 승리를 했더라도 그 회사는 나쁜 회사로 남습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옳은 기업’보다 ‘좋은 기업’을 따릅니다. 물론 평소에는 ‘옳고 좋은 기업’이 최상입니다. 그러나 이슈나 위기 시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먼저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옳은 기업이 되는 것을 택한 경우보다는 승률이 훨씬 높습니다.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 감정에 대한 사과와 공감에 인색하지 마십시오.

 

 

# # #

4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2편] 홍보팀이 모든 걸 알 필요가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문제가 발생하면 그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홍보팀과 공유하라고 하셨는데요. 반대로 홍보팀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언론에게 불필요한 정보가 전달될 수도 있으니까요. 홍보팀도 그냥 제한된 정보만 알고 있어야 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 내용 중 ‘홍보팀의 제 역할’이라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만약 그 의미가 ‘홍보팀은 회사에서 전달하라고 하는 정보만 언론에 전달하는 그 자체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것이라면 그 주장은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쉽게 말해 회사 홍보팀을 단순히 언론을 향한 메시지 전달 창구로만 사용하신다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물론 골치 아픈 회사의 문제가 제대로 풀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와 달리 ‘홍보팀의 제 역할’을 ‘전략적 판단과 실행을 기반으로 홍보팀이 위기관리에 있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씀하셨다면 ‘제한된 정보 공유’는 종종 독(毒)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회사를 더욱 더 부정적인 상황으로 이끌게 되는 비전략적인 개념일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회사에게 부정적 이슈나 위기 발생되면 그와 관련 한 모든 정보는 홍보팀과 충분하게 공유되어야 결론적으로 이슈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모든 상황관련 정보는 물론 그 이슈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의 의견과 전략들도 홍보팀과 완전히 공유되어야 하겠습니다. 최고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방향과 기본적 원칙에 대한 것들도 당연히 홍보팀과 공유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유효한 정보들을 취득한 홍보팀은 전사적으로 합의된 전략적 방향성과 단계에 따라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입니다. 이 이후부터 실행되는 홍보팀의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 회사는 무엇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누구에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어떤 메시지가 현 상황에서 유효할 것인가? 어떤 메시지는 위험할 수 있을까?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려면 어떤 사전적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신뢰를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커뮤니케이션 로드맵이 홍보팀 내부에서 개발되고, 전사적으로 다시 공유되어야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한된 정보’만을 공유 받은 홍보팀은 이슈 발생 시 언론에 의해 금방 형편없는 창구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일단 기자들보다 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전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하게 되 버립니다. 이런 홍보팀이 일부 사실과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업데이트 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면 이는 곧 재앙이 됩니다.

기자들은 이내 회사를 대변하는 홍보팀을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당연히 홍보팀의 메시지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대신 유효한 다른 창구들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몇몇 언론에서는 홍보팀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을 강조할 것입니다. 종종 “거짓말한다” “오락가락한다” “억지주장을 한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들을 보면 그 속에는 ‘제한된 정보만을 공유 받는 홍보팀’이 존재합니다.

경영진 차원에서 ‘홍보팀을 믿지 못하겠다’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홍보팀 직원들은 기자를 매일 만나던데, 아주 민감한 정보를 홍보팀과 공유하게 되면 언제 어떻게 기자에게 그 정보가 전달될지 알 수가 없지 않습니까? 홍보팀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면 그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테니까 하는 말입니다.”하는 말도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홍보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프로로서 ‘훈련’ 되어 있다는 것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들 대부분이 ‘애사심’에 기반해 여러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팀을 믿지 못하겠다면 그 홍보팀은 활용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신뢰하지 못한다면 쓰지 말고, 일단 쓰기를 결정했다면 신뢰해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를 위해 평소 경영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홍보팀을 만들기 위해 더욱 더 큰 관심과 투자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홍보팀 차원에서도 평소 경영자로부터 최대한 신뢰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즉, 질문하신 내용은 정보의 제한 여부가 핵심이 아니라, 홍보팀 신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 # #

3월 152017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0편] 위기대응이 플랜대로 되긴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매번 위기 때면 사전에 대응 플랜을 만들라 하는데요. 솔직히 이전에 만들었던 대로 그냥 구색을 갖추는 것뿐 입니다. 현실에서 플랜이 그대로 실행 될 리가 없어 보이고요. 모든 게 플랜대로 되겠나 해서 거부감이 듭니다. 대응 플랜을 세우는 것이 효과가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예전에 세계2차 대전의 영웅이자 미국 대통령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플랜(plan)은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 하지만, 플래닝(planning)은 전부다(everything)” 이 말의 뜻은 질문에서 지적하신 대로 대응 플랜은 실제 상황에서 그대로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lol_plan-is-in-the-planning-268x300

일상사들과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이 기획하고 뜻한 대로만 모든 것이 이루어 진다면 얼마나 삶이 만만하겠습니까? 플랜은 그냥 플랜일 뿐이죠. 그러나 아이젠하워는 수많은 전투 지휘의 경험을 기반으로 ‘플랜’ 보다는 ‘플래닝(플랜을 세우는 과정과 노력)’이라는 부분에 주목 하고 있습니다.

플랜대로 현장에서 전투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 전투를 위해 미리 여러 고민을 하고, 전략을 세우고, 인력과 장비를 준비하고, 예산을 세우고, 훈련을 하는 모든 그 과정을 ‘플래닝’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 ‘플래닝’은 그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승리를 향한 가치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과연 ‘플랜(plan)’인가? 아니면 플래닝(planning)인가? 두꺼운 서류 더미로서의 ‘플랜’을 생각한다면 그건 별반 소용이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 플랜을 만들기 위해 위기관리팀이 모여 고민 하고, 발생 상황에 대해 함께 예측과 예상을 하고 하는 작업(planning)을 먼저 떠 올리신다면 그것은 보다 성공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상황 시나리오들이 가능한지, 그 각 시나리오별로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누가 대응해야 하고, 어떤 대응을 통합적으로 펼쳐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먼저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예산과 관제와 평가 등에 대한 것들도 살펴보고 챙겨보는 것이 바로 플래닝입니다. 이는 분명히 성공적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되는 대응 그 자체입니다.

CEO께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플랜을 다 세웠나요?”라고 물으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플랜이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답변은 플랜이라는 서류가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네, 저희가 함께 플래닝 해서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준비하고 있습니다)”는 답변이 좀더 신뢰가는 답변이 될 것입니다. 단순한 문서의 준비가 아닌 인력들의 준비라는 부분에 핵심이 있습니다.

일단 ‘공유되지 않는 플랜’은 진정한 의미로서의 플랜이 아닙니다. 그 과정에 있어 관련 인력들의 참여가 없는 플랜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잘 만들어진 플랜이란, 모든 관련 인력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만들어 공유하고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실제는 어떻습니까? 혹시 예상되는 위기 대응 플랜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시 플랜을 예전 양식에 맞추어 문서화 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습니까? 혹시 외부 컨설팅 회사에 의뢰 해 알아서 플랜을 짜달라 하지는 않습니까? 플랜을 한 두 명의 홍보실 담당자가 뚝딱하고 만들어 책상 위에 올려 놓은 적은 없습니까? 혹시 CEO께서 구두로 읊어주신 대응 방식들을 버무려 플랜이라 칭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플랜보다는 ‘플래닝’에 보다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서류나 문서를 떠올리지 마시고, 그 대신 같이 모여 고민하는 장면들을 떠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 처음과 끝을 모두가 함께 공유하면서 한 스텝 한 스텝 나아가는 과정의 의미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절대로 만들어진 플랜대로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플래닝을 한 조직은 그 과정에서 얻은 역량을 기반으로 조석변개(朝夕變改)되는 상황에 보다 잘 대응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만약 변화적인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면, 바로 다시 모여 수정된 대응을 공유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종이 더미인 ‘플랜’으로는 위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플랜’을 생각하시기 보다는, 그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 더욱 더 주목하셔야 합니다. 책장 속에 전시되고 있는 매뉴얼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가져다 주지 않습니다. 위기 시 아무 가치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플랜에 집중하기 보다는 플래닝에 집중하는 성공적인 기업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 #

 

3월 082017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9편] 사과를 잘 해야 위기가 관리된다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들어 저희 회사에 자잘한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계속 사과를 했습니다. 사과를 하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는 느낌도 들고, 비판 여론도 좀 줄어 들더군요. 사과를 잘해야 위기가 관리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과가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긴 하는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회사고 사람이고 문제를 발생시켰을 때는 당연히 사과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과가 위기를 관리 한다고 보기 보다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 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대방의 실수나 문제에 대해 사과를 받으면 어느 정도 화가 풀리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그러나 요즘 우리 기업들의 문제는 그 사과를 계속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과해야 할 일을 반복적으로 만든다는 것이죠. 가장 좋은 위기관리는 사과 할 일을 미연에 방지해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일단 문제를 일으켜 놓고 사과하는 대응을 하기 보다는, 그 이전에 이 일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까 미리 따져보고, 문제가 생길 일을 만들지 않는 게 더 낫다는 의미입니다.

사과를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특정 기업이 한두 번은 문제를 만들 수 있어 그의 사과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그 사과가 계속 반복된다면 그에 대한 수용성은 대폭 감소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계속 되는 사과에 대해 “이 회사는 왜 문제를 찾아 고치지 않고, 사과만 반복하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죠. 진정한 사과에는 ‘개선에 대한 의지 표현’이 필수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반복되는 사과란 앞선 사과에서 개선의 의지를 거짓으로 표현했다는 증거가 되겠습니다.

일부에서는 “동일한 문제에 대해 사과가 반복되면 문제겠지만, 각기 다른 문제에 대해 각각 사과하는 것은 다른 의미 아닐까요?”라고 질문하곤 합니다. 그렇습니다. 같은 실수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도 계속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면서 사과 또한 반복하는 것처럼 나쁜 것은 없겠지요. 하지만, 각기 다른 실수들을 여기저기에서 발생 시키는 것도 그리 좋은 조직의 모습은 아닙니다. 그건 경영의 품질에 관한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대표가 횡령이나 배임의 논란에 휘말린 회사가 있다고 해 보죠.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회사는 주주와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임원들의 집단적인 사내 성희롱 논란이 일어 났습니다. 비정상적인 기업 문화를 비판하는 여성 직원들의 고발이 이어졌죠. 그래서 그 회사는 이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해당 임원들을 인사조치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몇 주 후 인턴으로 출근한 직원 하나가 회사에서 자살을 시도 합니다. 업무 강도가 너무 세고, 인턴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이 이유였죠. 회사는 이 또한 사과 하고, 개선을 약속합니다. 이런 회사를 한번 상상해 보시죠.

이 회사는 계속 각기 다른 논란과 문제들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각각에 대한 개선이나 재발방지 책도 일부 실행하고 약속했습니다. 하나 하나를 보면 적절하게 대처했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공중들이 해당 회사를 바라볼 때 어떤 평가를 하게 될까요? 이 회사는 참 문제가 많은 회사구나. 그러니까, 저런 부정적인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구나. 또 다른 많은 문제들이 회사 내에 잠재해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나쁜 이미지를 각인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사과가 위기를 관리한다고 보기 보다는, 사과를 통한 개선과 총체적인 돌아봄이 위기를 관리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사과라는 실행이 ‘다시는 사과 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가 기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욱 더 조직을 민감하게 운영하고, 사전에 여러 문제 소지들을 같이 들여다보면서 문제를 만들지 말자는 공감대를 갖추어야 진정한 위기관리가 가능하게 됩니다.

“사람이라서 실수를 하는 것이죠. 저희도 사람이라서 실수를 합니다. 어떻게 실수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그렇게 실수를 하니까요. 하지만, 실수를 더 이상 저지르지 말자, 실수를 최대한 방지하자, 동일한 실수는 절대 저지르지 말자고 생각을 다잡는 기업은 위와 같이 실수에 관대한 기업과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실수는 없앨 수 없으니 사과라도 반복하자 생각하는 기업도 사과할 일을 다시는 만들지 말자 생각하는 기업과 크게 다름이 있을 것입니다. 실수 후 사과를 하는 진정성에 따라 성패를 가르는 다름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 #

 

3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7편] 좋은 대변인은 어떻게 구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도 이제 어느 정도 성장을 해서 언론으로부터 점점 많은 취재 요청을 받고 하는데요. 홍보임원이나 팀장급을 겸해서 대변인 형태의 포지션을 구하려고 합니다. 대표이사인 저를 대신해 언론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업무를 할 텐데요. 좋은 대변인은 어떻게 구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홍보역량은 일단 기본으로 하고 대변인으로서의 역량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부나 공공기관 또는 정당 단체 등에서는 그 대변인이라는 공식 직함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대부분 말씀하신 대로 홍보임원이나 팀장이 회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실상 대변인으로서의 업무는 모두 같다고 보셔도 됩니다.

기본적으로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직원은 첫째로 일정기간 이상 ‘대언론 관계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던 자이어야 합니다. 언론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언론과 일상적으로 장기간 대화 해 본 경험을 보유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대변인 역할을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대언론관계 경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둘째로, 정무 또는 여론감각을 지닌 자이어야 합니다. 언론과 장기간 관계를 맺었다고 해서 모두가 여론을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을 넘어 여론의 방향을 읽고 이에 따라 언론에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전략적 시각을 보유해야 좋은 대변인이라고 봅니다. 자사의 이야기를 전달만 하는 자는 절대 좋은 대변인이 아닙니다.

셋째로, 전문적인 훈련을 여러 번 거친 실무자이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가장 부족한 점인데요. 쉽게 말해서 국내 대변인들은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 타입이 많습니다. 직접 기자들과 스킨십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겪고 그 자리에 있는 대변인들의 수가 많다는 것이죠. 물론 그들의 역량과 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에도 점차 제대로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이를 필드에서 반복 경험하며 성장한 보다 균형 잡힌 파이터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변인이 되기 위해 스스로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에 직접 질문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것입니다. 대표이사가 좋은 대변인을 키운다는 마음입니다. 좋은 대변인을 만들고 싶다면, 고용한 준비된 대변인을 항상 옆에 놓고 상호간에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십시오. 조직이나 사람을 대변(代辯) 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하여 그의 의견이나 태도를 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이나 대표이사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구체적인 메시지를 외부로 전달하기 원하는지를 완전하게 알고 있어야 대변이 가능합니다. 외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술이나 전략 등은 그 다음입니다.

그런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표이사 스스로 항상 대변인에게 원하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대변인으로부터 정제된 메시지를 재청취하고, 각각을 토론하면서 상호간 많은 공감대를 이루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예전 어느 광고에서처럼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주장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주장입니다. 대표이사 스스로 말을 많이 해야 대변인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외부로 정제된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경험 많은 대변인을 뽑아 놓으면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자만하는 대변인이 자기 생각대로 기업의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부 경험 있는 대변인들 중에는 현란한 애드립으로 이슈를 넘기는데 익숙한 대변인도 있습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논리로 언론을 설득하는데 치중하는 대변인도 있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내부 충성에만 치우쳐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열심인 대변인도 있습니다. 심지어 내부적으로 공유 받은 메시지가 없기 때문에 메시지의 전달보다는 이어지는 스킨십으로 대변인의 역할을 스스로 규정해 버린 대변인도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먼저 대변인과 대화하십시오. 대변인에게 질문하십시오. 대변인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십시오. 언론을 통해 자신의 회사가 어떤 기업으로 이해 받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십시오. 그렇게 되기 위해 회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변인에게 자문 얻으십시오. 이런 끊임없는 노력이 ‘외부에서 볼 때 훌륭한’ 대변인을 만듭니다. 반대로 나쁜 대변인은 그런 내부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입니다. 기억하십시오. 대표가 대변인을 키우는 겁니다.

# # #

2월 162017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4편] 기업에게도 정무 감각이 필요하다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국내 상황에선 기업들도 계속 몸을 사려야 하는 게 현실인데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고민입니다. 자칫 마케팅 활동을 개시하다 역풍 맞을 우려도 있고요. 저희 대표께서는 정무 감각을 좀 더 강화시키라 하시던데, 위기관리에서 ‘정무 감각’이라는 의미는 뭔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근 같은 환경에서 기업들에게 가장 권장되는 역량이 바로 ‘정무 감각’이라고 봅니다. 원래 단어만으로 보면 ‘정무(政務)’란 ‘정치나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감각이라는 말이 더해져 ‘정무 감각’이 되면 그 의미는 일종의 ‘(경영에 대한) 현실감각’으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에 따른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역량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업도 이제 상시적으로 국민의 뜻을 예상, 감안해 의사 결정해야 할 일들이 점차 많이 진다는 의미겠지요.

정무 감각은 기본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이해관계자들)의 여러 목소리를 듣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물론 그 목소리를 듣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정해져 있는 옳고 그름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목소리가 존재하고 그 목소리가 조직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감각적으로 판단하는 데 그 핵심이 있는 것이죠.

쉽게 생각해서 ‘여론에 따라 우리 회사에게 유리한 위치와 방향을 결정한다’는 의미로서 개념을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기업이 사회에서 생성, 성장, 생존한다는 개념이 이제는 일반화 되었기 때문에, 기업에서의 ‘정무’ 개념이나 ‘정무 감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어렵지 않게 이해 가능할 것입니다.

기업에게 ‘정무 감각’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관에서 ‘정무’ 업무를 해 본 경험 있는 임원이나 고문을 몇 명 뽑아 해결 되는 주제도 아닐 것입니다. 정무 감각이란 위로는 대표부터 아래는 실무직원들에게 이르기 까지 올바른 사회성과 사회 의식이 그 기반이 됩니다. 기반이 먼저 건전해야 합니다. 건전한 사회 시민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공유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내 규칙으로 흔히 “우리는 어떠한 종교적, 사회적, 인종적, 성적 편견도 배격한다”는 원칙이 공유되어 있는 데 그 경우와 비슷합니다. 그에 따라 인사, 구매, 영업, 마케팅, PR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집니다. 만약 그 원칙에 반해서 일부 편견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한 임직원은 그에 응당한 제재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기준 적용이 반복되면서 강화되고, 나중에는 강력한 철학으로서 사내에서 가치를 발하게 됩니다. 이런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정무 감각은 개화 됩니다.

사내에 올바른 사회성과 의식이 존재한다면, 그 다음은 지속적인 환경 모니터링과 리스닝이 있어야 기업의 정무 감각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회 구성원들을 자주 접하고, 그들에게서 듣고 싶은 이야기를 넘어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나 혼돈스러운 환경에 접했을 때는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독특하거나, 창조적이거나, 특별한 의견을 찾아 듣기 보다는, 그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조언하고 있는 일반적 여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그들의 조언은 기업으로 하여금 ‘하고 싶은 것’의 유혹에서 벗어나 ‘해야만 하는’ 일에 보다 집중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하니 특정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기존 광고는 잠깐 중지하는 것이 좋겠군요.” “작년까지는 해 온 그 캠페인은 최근 논란과 관련되어 있으니 다른 캠페인으로 대체하는 게 안전할 것 같군요.” “이 광고에서 이런 표현은 현재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다른 것으로 순화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이런 내용들의 피드백들은 기본적으로 정무적 노력에 의한 것입니다.

최고의사결정 그룹의 건전한 정무 감각과 노력만큼 회사에게 소중한 자산은 없습니다. 더 나아가 실무자 그룹의 디테일 한 정무적 검토 능력은 단연 이상적인 자산입니다. 정무적 감각과 검토를 건너뛴 후 기업 스스로 논란을 발생시키고 나서 “이런 논란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야기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게 무슨 문제인가? 왜 이런 것으로 공격을 하나? 우리가 못 할 짓을 한 것은 아니잖은가?”하는 사후 불평은 이제 그만하자는 것입니다. 올해는 회사 내부에서 ‘정무 감각’이라는 개념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 # #

1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2편]다가오는 위기, 딱 하나만 준비해야 한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새해가 오자마자 큰 일이 하나 터질 것 같습니다. 최고경영회의에서 예측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몇몇 부서에서는 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이런 경우 부서 차원을 넘어 전사적인 차원에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사적 대비 체계를 미리 다잡지 못한 기업들에게 사후에 “왜 예상되던 위기에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처음에는 내부적으로 비밀스러웠다”는 이유를 댑니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해 전사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던 이유라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리는 문화도 있겠습니다만, 예상되는 단계에서 여기저기 정보를 공유하고 대비한다 준비를 시키고 하다 보면 관련 정보들이 여기저기 새나가서, 위기가 훨씬 더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전사적’ 대비를 통해 다가올 위기를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응대’할 것이냐? 아니면, ‘제한적’인 대비를 통해 다가올 위기에 초기 ‘대응’해 볼 것이냐? ‘전사적’이라는 의미는 관련된 모든 부서들이 각각의 역할과 책임에 따라 체계적인 대응을 준비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제한적’이라는 의미는 일부 부서 또는 임원들이 중심이 된 소규모 조직 또는 개인적으로 대응을 준비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물론 해당 위기유형이나 예상되는 규모와 파장에 따라 ‘전사적’ 또는 ‘제한적’ 대응 체계에 대한 선택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일단 어느 체계라도 선택이 되었다면, 공히 대응 체계를 준비하는 인력들은 ‘비밀준수’ 의무를 가지게 됩니다. 철저하게 비밀준수 역량이 검증된 인력들이 대응 체계를 준비하는 한 그 형태가 ‘전사적’이건 ‘제한적’이건 다름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 다음 핵심은 해당 준비 조직의 역량입니다.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한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하부조직에게 ‘위기 대비’를 지시합니다. 그렇다면 그 지시를 받은 조직은 ‘우리는 이런 류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조직은 이런 지시를 받으면 그 때부터 애꿎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개정합니다. 일부는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위기관리 워크샵 같은 전혀 다른 솔루션을 찾아 어랜지 합니다. 일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니 모니터링에만 더욱 더 힘을 씁니다. 일부는 비밀준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여기저기 전문가들을 만나 선문답(?)을 하고 조언을 청취합니다. 시간은 가는데, 적절한 대응 체계는 좀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만약 지시를 받은 조직이 이런 활동들만 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조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을 하나 꼽으라면 ‘위기관리팀이 주축이 된 시뮬레이션’ 작업이라고 할 것입니다.

우선 지시를 받은 조직들이 함께 모여 앉습니다. 그리고 각 부서에서 파악한 정보들과 향후 상황 변화 내용들을 상호간 공유합니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은 기존에 존재하던 사일로(silo)를 깨서 우선 원팀(one team)이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스텝은 각 부서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이 위기 상황이 어떤 형태로 도래할 것이고, 어떻게 초기 전개 될 것인지 같이 예상해 보는 것입니다. 그 예상되는 상황에 따라 각각의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어떤 반응들을 보일 것인지도 함께 예상합니다. 자사의 대응은 어떤 것들이 가능할 것이며, 각각의 대응들이 진행되게 되면 재차 예상되는 상황변화는 어떤 방향 일지 예측 해보아야 합니다. 마치 우리가 처음 가는 먼 길을 운전하기 전 네비게이션으로 갈 길을 미리 쭉 훑어보고 길을 익히는 습관과 유사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변수들이 있을 것인지, 어떤 대응이나 활동들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세부적인 실행 부분에 있어서 제한이나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을 살펴 보고 공유해야 합니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 그에 따라 성실하게 하나 하나 준비되어야 합니다. 이런 활동들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대비 방법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매번 깜짝 놀라는 기업은 C급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예상하고 대비한대로 차분히 대응하는 기업은 B급입니다. 위기가 예상되었을 때 해당 위기를 수면 하에서 해결해 버리는 기업이 A급입니다. 이 세가지 급의 핵심에는 공히 ‘대응 조직’이 있습니다. 그들의 역량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위기는 예상되는 데, 대응 준비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의문이 든다면 빨리 대응 조직끼리 마주 앉으십시오. 그리고 시나리오를 짜보고 시뮬레이션 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실제 준비를 해 나가십시오. 그 수가 가장 상수(上數)입니다.

 

# # #

1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1편] 위기관리, 평소 딱 하나만 해야 한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새해가 돼서 여쭤보는데요. 위기관리를 위해 딱 하나만 해야 한다 가정하면, 평소 어떤 걸 하는 게 좋을까요? 특별히 예상되는 위기나 이슈 그런 건 없는데, 일단 위기관리를 시작은 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평시 기업이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이슈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할 딱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위기관리 위원회의 운영’을 제안하겠습니다. 매뉴얼에 이미 나와 있어도 좋고, 매뉴얼 자체가 없어도 CEO를 포함한 주요 임원들이 모이는 경영회의를 통해서도 좋고, 위기관리 위원회라는 그룹을 일단 만들어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그룹의 이름이 무엇이라도 괜찮습니다. 위기나 이슈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실제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에 있어야 할 분들이 모인 실질적인 그룹이면 됩니다. 그분들을 하나의 목적으로 일단 그루핑 해 놓고, 정기적으로 미팅 하시기를 바랍니다. 기존 최고 경영회의처럼 말입니다. 정기 경영회의 아젠다를 월에 한번 정도 ‘이슈 트래킹’으로 잡아도 좋습니다.

정기 미팅에서는 발생 가능한 이슈나 위기요소를 정리해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각 부서에서 올라온 민감한 이슈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외부 환경에서 감지된 민감한 이슈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매월 그런 주요 이슈들을 하나 하나 정리해서 의사결정그룹이 들여다 보는 정기 미팅을 가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전문 용어로는 ‘이슈 트래킹 미팅’이라고도 합니다.

그 달의 이슈들을 쭉 설명 받고 나서,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하나 하나에 대한 대비, 관리, 방지, 완화 대책을 토론해 보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 그 대응의 역할과 책임(R&R)을 주관 및 유관 부서별로 나누어 공유하는 것까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다분히 정치적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미팅이 반복되게 되면, 점차 최초에 가지던 분위기는 바뀌어 갈 수 있습니다.

그 다음달에는 이전달 점검 및 조치 했었던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다시 들여다 봐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트래킹(tracking)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전달에 위기관리 위원회가 논의 했던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 진 것인지, 그 효과는 적절했는지 등등을 판단하는 겁니다.

다행히 초기 감지를 통해 지난달 공유했던 대응 방식이 효과가 있었다면, 다음달 토론 주제에서 해당 주제는 빼버리면 됩니다. 다시 새로운 이슈나 위기 가능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하나 하나씩 해결 해 밀어 내는 방식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미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정기 미팅을 장기적으로 진행한 회사에는 몇 가지 역량적 성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이슈나 위기가 발생해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 상황을 이미 감지하고 논의 해 왔던 것일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둘째, 평시 반복적으로 대응안을 강구하고 실행하다 보니, 별도로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공유된 노하우가 생깁니다. 실제로 보면 대부분의 위기관리나 이슈관리는 유사한 대응과 R&R(Role & Responsibility)에 기반합니다.

셋째, 정확한 대응 주체가 신속 결정됩니다. 미리 정해 놓은 역할과 책임이 현장에서 바로 작동되는 것이죠. 넷째, 협업이 가능해 집니다.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부서들로부터 협업을 이끌어 내는 것이 용이합니다. 그리고 비교적 신속해 집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실제 발생한 이슈나 위기에 대한 대응 이후 성패에 대한 기준이 생깁니다. 이미 수면 하에서 대응 관리 해 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에 대한 잣대가 어느 정도 합의가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실패 시에도 ‘저 부서의 잘 못’이 아니라 ‘우리의 잘 못’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발생한 이슈나 위기에 대해 ‘깜짝’ 놀랐다고 하고, “상상하지도 못했다”는 기업들의 이야기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평소에 부정 이슈나 위기에 대해 관심은커녕 회사 내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창피함의 고백입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허둥지둥 역할과 책임을 따지고, 하소연만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평시 이슈 트래킹 노력을 하지 못한 곳입니다. 당연히 대응은 부실하고 느리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나서 결국 실패한 이슈와 위기관리 결과를 두고 상호간에 핑거 포인팅을 합니다. “어떤 부서가 제대로 대응 못했다.” “아니다, 저 부서가 문제의 진원지다.” 이런 소모적인 논란을 시작합니다.

만약 이슈 및 위기관리를 위해 딱 하나만 먼저 해야 한다면? 하루 빨리 위기관리 위원회를 지정하고 트래킹 미팅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이는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제대로 운영된다면 효과에 있어 다른 어떤 준비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 # #

1월 1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2017년 위기관리 무엇을 해야 할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매년 연말이면 흔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들을 쓴다. 말 그대로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가지 일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매년 말이 되면 필자도 한 해를 돌아 보면서 여러 지난 프로젝트들을 하나 하나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느 하나 똑 같은 것이 없다. 발생 상황만 놓고 보면 이전의 것과 동일해 보이던 이슈나 위기도 점차 상황이 진행되고, 환경이 그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되어 버린다. 당연히 대응 체계나 방식 그리고 전략들도 따라서 바뀌어야 한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 또한 모두가 다르다. 체계적으로 훈련 되어 있고, 그간 실제 이슈나 위기를 관리 해 본 역량이 풍부한 기업이 있다. 반면에 어떤 기업은 규모에 비해 실제 대응 체계나 역량이 다른 유사 규모의 기업들에 비해 모자라는 곳도 있다. 홍보, 대관이나 법무 등과 같은 여러 주요 기능이 탄탄한 기업이 있는 반면에, 실질적인 형태의 법무나 대관 담당자가 하나도 없는 기업도 있다. 홍보팀의 경험이나 훈련 수준도 제 각각이다. 국내기업이나 외국기업이냐에 따라 서도 이슈나 위기를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 생산 조직을 품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는 기업이 또 각기 다르다. 서비스업이 다르고, IT가 다르고, 또 그 중에서 스타트업들의 이슈나 위기관리가 모두 다르다.

따라서, ‘이슈나 위기관리란 이런 것이다’라고 하나로 정의하기는 점점 힘들어 진다. 어떤 기업에게는 절대적인 선으로 보이던 대응 전략이 다른 어떤 기업에게는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되어 버린다. 기업 문화 또한 다르니 심각한 이슈가 발생 했을 때 ‘대표(오너)가 가시성을 보이셔야 할 때 입니다”라는 아주 당연한 조언이 조직내 광풍을 일으키는 경우도 생긴다. 어떤 상황이라도 각각의 조직에 맞추어 각기 다른 대응 조언과 전략을 강구해 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는 이유다.

2016년 한 해를 돌아보면서도 수많은 기업들은 각기 다른 ‘다사다난’의 의미를 새길 것으로 보인다. 어떤 기업은 ‘다사다난’은 했어도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던 해로 기억 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기업에게는 다시는 돌아보기 싫은 최악의 해로 기억되기도 할 것이다.

필자가 여러 해 이슈 및 위기관리 프로젝트들을 통해 많은 기업들과 대화하고 조언하고 직접 대표 및 임원들과 마주하면서 반복적으로 느껴왔던 인사이트들을 연말과 연초를 맞아 정리해 본다. 다양한 기업과 더욱 다양한 형태의 이슈와 위기들을 다루며 기억나는 주로 아쉽고 아팠던 공통적인 인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는 실패학에 기반한 개선(Kaizen) 전략이 좀 더 실질적으로 기업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디어트레이닝 받지 마라.

언제부터 인가 이슈나 위기관리 프로젝트들을 이야기하면 많은 인하우스에서 우선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주로 생각한다. 물론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것이 그 체계와 관련 없거나 기본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미디어트레이닝을 실행 한다는 것은 문제다.

트레이닝 시 대표이사나 임원들에게 회사의 주요 이슈들을 질문 해 보면 내부적으로 별반 정리된 핵심 메시지가 없는 경우들이 많다. 오히려 “이 경우 우리 회사가 어떤 메시지와 논리로 언론과 이야기 해야 하는지?”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묻는 임원들도 있다. 이건 사실 문제다.

미디어트레이닝은 어찌 보면 회사 내부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주요 이슈에 대한 포지션과 핵심 메시지들을 셋팅 한 후 그 각각을 검증해 보는 기회이여야 한다. 이미 만들어져 내부 공유되어 있는 메시지와 논리 그리고 근거들을 대표와 임원들이 자유자재로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을 만들기 위해서 진행하는 것이 더 이롭다. 아무런 준비나 커뮤니케이션 팩 조차 없이 진행하는 미디어트레이닝은 이제 최소화 되어야 하겠다.

위기관리 매뉴얼 좀 그만 만들자

위기관리 매뉴얼도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이제 매뉴얼을 가지고 있을 만큼 갖고 있다. 문제는 그 매뉴얼이 존재한다 하지 않는다가 아니다. 문제는 해당 매뉴얼을 만들어만 놓고 공유하거나 활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기적으로 교육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업데이트 하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다.

몇 해마다 습관적으로 겉장부터 매뉴얼을 새로 만드는 기업들이 있다. 담당자가 바뀌면 다시 만든다. 더 슬픈 상황은 갑자기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여기저기 매뉴얼 자문을 얻고 다니는 경우다. 그런 경우 필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 “내부적으로 어떤 위기 상황을 예상하시고 있어서 그러신가요?”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로부터 그 회사는 몇 개월 후 바로 대대적으로 언론에 회자되곤 한다. 엄청난 위기와 맞닥뜨린 것이다.

실제로 해당 기업의 실무자와 실무 임원들은 위에서 내려온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라’는 지시의 이유를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일단 위에서 ‘위기관리’를 말씀 하시니 먼저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 하겠다 판단했을 것이다. 위에서 바랬던 위기관리 체계란 문서 더미인 매뉴얼이 아니었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매뉴얼이 핵심이거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좀 더 내부에서 진의를 확인하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 절실한 준비 방식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소셜미디어 포기하지 말자

수년전만 해도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온라인 위기관리 대응은 ‘통제(control)’ 개념을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온라인을 통제한다는 개념보다는 그에 대응 하는 조직이나 채널 그리고 메시지들을 중심으로 하는 ‘통제 가능한 부분들에 대한 통제’ 개념이었다. 이는 지금도 아주 당연한 핵심 개념이다.

문제는 그간 제대로 된 조직, 채널, 메시지들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들에게서 발생했다. 여러 번에 걸쳐 당하다 보니, 그리고 여러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쓰러지는 것을 보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드는 게다. ‘온라인은 무엇으로도 답이 없다’하는 자포자기가 여럿 보인다. 차라리 체계를 만드는 수고를 하기 보다 사후에 청소를 하는 업무로 온라인 위기관리를 정의하는 곳들도 생겨 났다. ‘누가 무엇을 하더라도 온라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기 전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어떤 대응 체계와 역량을 갖추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점검과 반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맞다.

법무팀과 로펌에만 목 메지 말자

VIP 위기나 대형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커뮤니케이션팀은 사내 법무팀이나 로펌 등과 함께 일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위에서는 협업을 통해서 좀더 나은 대응과 환경 조성을 원한다. 그러나 실상으로 많은 경우가 커뮤니케이션팀이 법무팀이나 로펌과 완전하게 협력하기는 힘들다. 이 고민과 관련 해 몇 차례에 걸쳐 기고를 했었지만, 기본적으로 변호사들의 성향이 대부분 그렇게 협조적이거나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는 않다. 또, 그들이 다루는 이슈의 성격에 따라서도 커뮤니케이션팀과 공유 하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다.

힘든 건 커뮤니케이션팀이다. 특히나 법조 기자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들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팀에게 문의 하게 되면 커뮤니케이션팀 수준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나 입장을 피력하기가 힘들다. 당연히 입을 다물게 되거나, 별 의미 없는 메시지들로 시간을 허비한다. 위에서 기대한 협력을 통한 보다 나은 위기관리는 요원해 진다.

이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도 법을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고 법과 관련된 자격증이 없는 상황에서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을 만한 경계를 넘는 업무까지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소한 현 상황과 법적 쟁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와 관련한 향후 법적 대응 프로세스를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이면 충분한다. 더 나아가서 법무팀이나 로펌에게 문의할 때 핵심을 짚어 뽑아 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법조 기자들을 보자. 법이라는 것이 그리 어렵거나 취득 불가능한 지식이 아니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여럿이 다양한 이슈들을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것으로도 상당 수준 이해가 가능하다. 앞으로는 법을 아는 커뮤니케이터가 성공할 것이다.

홍보실은 홍보만 하지 말자.

기업내부에서 홍보실이 가장 가시적인 리더십을 보여 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슈나 위기관리다. 홍보실에서 고위임원으로 은퇴하신 어떤 분의 말을 빌리자면 “이슈나 위기관리 체계를 사내에서 구축하는 프로젝트는 다분히 정치적인 것”이라며 “최고경영자들에게 홍보부문의 실질적인 업무와 위상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라고 했다.

한 대기업 홍보임원은 “외부 컨설턴트를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홍보실)가 내부에서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적절히 나누어 전달 한다는 데 있다”라고 했다. 그분은 “전략적으로 외부 컨설턴트들을 활용해 사내 최고 의사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노력하는 것도 프로로서의 한 기술”이라고 했다.

이는 맡겨진 업무, 그리고 제한된 역할을 뛰어 넘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내외부를 아우르는 경영 커뮤니케이션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비전을 가지는 홍보 임원들의 이야기다. 이슈나 위기관리라는 분야의 뿌리는 원래 경영학이었다.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이를 주로 다루는 것은 다분히 전술적이고 한국적인 업무 분장 환경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기존과 같은 미봉책, 방어, 커넥션에 기반한 모면 등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이제 문제가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정치적인 역량 강화의 포석으로 이슈나 위기관리 업무를 다루어 보자. 책임질 수 없고, 책임지기 어려운 ‘실행’에 대한 부담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자. 대신 체계를 논하고, 프로세스와 관제를 홍보실이 담당하면서 변신을 꾀해 보자. 전문 담당 분야에 기반해 사내에서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 배분하고, 이를 관제 통제 하는 역할에 보다 집중해 보자. 더 나아가서 평가하고, 환류관리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지휘 해 만들어 보자. 현재와는 다른 더욱 더 강력한 조직적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이 개념은 이미 낯선 것이 아니다.

2017년은 2016과는 다를 것이다. 달라야 한다. 물론 좋은 의미로의 다름이 되어야 한다. 아무것도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서 많은 것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 부질 없는 짓이다. 개인적으로도 올 해 여러 이슈 및 위기관리 프로젝트들을 통해 얻은 아픈 인사이트들을 내년에는 최대한 실무에 적용 해 비슷한 실패를 방지 해 볼 생각이다. 클라이언트와 더욱 더 관련한 인사이트를 나누고 경계할 것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 #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