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2월 132010 Tagged with , , , 0 Responses

지금 어떻게 워룸에 모이라는 거죠? : 실제적인 워룸 역학

오전 9:00 기업 위기관리 리더(상무)가 위기관리 위원회 소집을 명령했다. 그날 새벽 5시(한국시간) 미국 LA지사 물류창고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는 지사의 보고가 있었기 때문.

새벽부터 CEO에게 1차 상황보고를 끝낸 위기관리 리더(상무)는 CEO로 부터 즉각 ‘위기관리 위원회’를 소집해 세부 대응책들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상무는 출근시간직후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인 각 부서 임원들과 주요 팀장들에게 본사 20층 워룸(대형 컨퍼런스룸)에 집합하도록 명령했다.

오전 9:10 20층 워룸에는 물류팀장 한명만 앉아있다. 상무는 “다들 어디간 거죠? 아직 다른 분들은 출근 안 했나?” 물류팀장은 “글쎄요. 다들 집합공지는 받았을 텐데요? 제가 다시 전화해 보겠습니다”

오전 9:20 다섯 명의 팀장들이 모였다. 전체 20명의 임원들과 팀장들 중 15명이 아직 집합하지 않았다. 인사팀장이 다가와서 이야기한다. “현재 마케팅 이사와 마케팅 팀장은 CF촬영 때문에 호주 출장중이라네요. 그리고 생산부사장님과 법무팀장은 휴가 중이고요, 인사 부사장, 해외영업팀장, 홍보팀장은 오늘 지방출장이 있어 각각 부산, 대구, 제주에 있습니다. 8분만 더 모이면 전체가 됩니다.”

오전 9:30 총 10명의 임원들과 팀장들이 모였다. 왜 이렇게들 늦게 워룸에 집합하느냐 물어보니 다들 이유들이 있다. ‘애가 아파서 출근이 늦었다’ ‘어제 회식 때문에…’ ‘오전에 일찍 처리할 업무들이 있어서’ ‘미국지사와 통화하느냐고…’ ‘기자들에게 전화 받느냐고…’ 다들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오전 9:35 위기관리 리더(상무)가 새벽에 발생한 미국 지사의 사고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이와 관련해 분사에서 처리하거나 대응해야 하는 전략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분장하고, 업무 데드라인을 설정했다. 다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무언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별로 이번 위기가 그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것 같지 않다.

위기관리 리더인 상무는 이렇게 생각한다. ‘직원들이 회사 업무에 대한 오너십들이 부족해. 자신들에게 맡겨진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도 모르고, 관심조차 없어. 오늘 같은 경우에도 위기관리 위원회가 워룸에 집합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 대응 회의에도 관심이 없고, 별로 위기관리를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 해. 총체적인 문제야. 심각해…’

이런 경우 직원들은 반응은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들에게는 근본적으로 서두르거나 데드라인에 신경을 쓸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평소 업무에도 몇몇 특수업무 부서만 빼놓고는 시간이나 분단위로 데드라인에 신경을 쓴 경험들이 별로 없다.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무조건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을 욕하거나, 탓하기만 해서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워룸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까?

 

  • CEO가 소집시간에 맞추어 정확하게 워룸에 들어와 초기 10분을 지켜보거나, 초기 브리핑과 당부의 말씀을 전달한다.
  • 매뉴얼상에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이 소집 당시 워룸 참석이 불가능할 때에는 하위 매니저들이 임무를 대신해 참석케한다.
  • 원활하게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크기의 원탁 테이블을 중심으로 모여 앉게 한다.
  • 위기관리 매뉴얼과 R&R관련 문서들을 배치한다.
  •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전원 노트북을 사용하게 한다. 데스크탑에서 근무하는 환경에서는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이라고 해도 위기시 자신의 데스크에서 떠나기가 힘들다.
  •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워룸에 체류하는 동안 데스크 전화를 어시스턴트들이 받아주거나, 홍보팀과 같은 일부는 데스크 전화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포워딩 세팅 한다.
  • 워룸내 원할한 무선 인터넷, 복수의 프린터와 팩스, 복사기 등을 설치한다. (모두 무선 세팅+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의 노트북과 연동 세팅)
  • 필요한 웹사이트들과 인트라넷, 보고서, 동영상 및 기차 자료들을 모두 함께 열람 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프로젝터들을 설치해 여러 개 스크린들에 쏘아 놓는다. (스피커 포함)
  • 필요 시 여러 TV 뉴스들을 비교 상영할 수 있도록 대형 TV들을 복수로 설치한다.
  • 상황들을 적어 공유할 수 있도록 모든 벽면에 대형 포스트잇 챠트들을 붙이거나, 대형 화이트보드를 설치한다.
  • 음료, 커피와 간단한 허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스낵코너를 세팅한다.


그래도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핵심 하나가 남았다.

위기관리 리더인 임원이 조직에서 실제 파워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 그러면 많은 부분이 열악해도 스스로 해결될 수 있다.

 

 


 

 

 

12월 092010 Tagged with , , , , , 2 Responses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 : 이해관계자들의 존재

위기관리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여러 사례들에서 우리가 공히 목격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이 바로 이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이나 공기관 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빨리 상황을 관리해서 해결하면 되지, 가타부타 이야기 하고 떠들어서 우리에게 좋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황 관리는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 하는 생각이 문제다. 항상 커뮤니케이션을 마케팅적이고 프로모션적인 목적으로만 선별 사용하다 보니,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니즈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해 위기관리의 핵심은 사실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노력들이다.

예를 들어 연평도 피격 사건의 경우를 상상해 보자. 만약 연평도 피격과 관련해 어떤 이해관계자도 피해를 받은 적이 없고, 언론을 포함한 어떤 이해관계자도 관심이나 주목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 상황은 그냥 군내부의 해프닝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았고, 이를 둘러싸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이게 위기이고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수반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미디어가 없으면 위기가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이를 좀더 깊이 재해석해보면 ‘이해관계자들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언론이나 미디어들도 기본적으로 이해관계자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도 이해관계자들과 맞닿아 있지 않다면 그것은 ‘위기’로 판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모르는 남태평양의 한 무인섬에서 생활하던 두 친구가 상호 다툼 끝에 살인이 발생했다고 치자. 이 세상 그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이해관계자가 아니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살인을 저지른 그 친구는 그냥 이전 그대로 살아 갈 것이고, 그에게 이번 사건은 위기라고 생각되지 조차 않는다.

하지만, 똑같은 살인이 미국 워싱턴의 유명한 정치가에 의해 저질러 졌다면 어떨까? 살인을 당한 상대편이 상대 정치진영의 경쟁 리더였다면 또 어떨까?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이에 얽혀있고, 언론을 포함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된다. 그 무인도의 살인자와 이 워싱턴의 살인자간에는 분명 위기에 대한 다른 정의와 포지션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거다.

문제는 일부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위기시 그 ‘무인도 청년’처럼 위기를 정의하고, 이해관계자들을 대하며,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관심이나 발생되는 논란들을 불편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왜 우리가 우리의 일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고, 왜 그들이 우리 일에 관심을 가지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붙인다. 그리고는 마치 타조가 두려움을 느꼈을 때처럼 입을 포함한 머리 전체를 모랫속에 파묻고 자위한다.

기업이나 조직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나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자들은 흔히 그 위기 자체만을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규명하기 위해 먼저 열중한다. 그 위기로 피해나, 고통이나, 불만이나, 슬픔이나, 놀라움이나, 실망이나, 충격이나, 걱정이나, 배신감을 느끼는 수많은 주변 이해관계자들을 별로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한발 더 나아가서 그들을 케어 하고, 그들과 이번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가적인 업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어떻게 보면 제3자적인 입장에서 당연한 질문이나 의심 또는 의혹제기에 대해 기업은 불쾌해하고, 경멸하고, 맞서 싸우려고 한다.

성공한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는 커뮤니케이션이 주도한다. 위기상황 자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항상 기본이다. 단 실패하는 조직은 매번 ‘상황만’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입을 굳게 닫아 거는 반면, 성공하는 조직은 상황을 해결하는 동시에 주변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한다. 절대 일부러 침묵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 하고, 평소의 철학과 입장을 바꾸어 버렸다는 지적을 두려워한다.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와 의문제기들에 대해서도 좀더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애 쓴다.

1900년도 초 미국의 대기업 경영자는 큰 사고가 발생해 언론이나 공중들이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회사측의 안이한 대응에 대해 비판 하자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공중들? 이나 으라 그래!”

이런 기업철학은 당시 절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기업 철학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다. 문제라면 이런 철학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아직 진화되지 못한 기업이다.

11월 182010 Tagged with , , , , , , , 3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벽을 허물어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19)

 

위기관리, 벽을 허물어라

 

실제 위기관리 자문을 위해 기업 내부에 들어가 관찰해 보면, 일부 기업에서는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도 부서간 넘기 힘든 벽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보통 위기시에는 힘을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지만, 실제 부서간의 강한 벽은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큰 가로막으로 작용한다.

 

이런 부서간 장벽은 의도적인 것일 때도 있고, 일부는 제대로 된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일 경우도 있다. 이런 류의 장벽이 사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의도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면 아무리 위기시라도 그 장벽을 단숨에 허물기는 쉽지가 않다. 단, 평소에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 경우에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런 장벽을 확실하게 허물고 하나로 뭉치는 목표가 쉽게 달성된다.

 

보통 부서간 비의도적 장벽이 존재하는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되면, 보고라인이 뿔뿔이 흩어져버리는 특성이 있다. 보고라인의 정점은 CEO이지만, 각 부서가 각자 두서없이 통합되지 않은 정보들과 위기대응 방안들을 보고해댄다. 마케팅은 PR부서가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해가고 있는지 업데이트 받지 못한다. 법무팀이 움직이는 방향을 PR이 알지 못하거나, 고객관리팀이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 법무팀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고객관리팀이 접수한 심각한 고객 컴플레인이 PR에게 공유되지 않고, 법무팀에게만 연결되어 진행된 후 더욱 악화되어 언론에 접수 공개되는 경우들이 이런 내부 원인 때문이다. PR팀은 전혀 해당 사실에 대해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초기대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생산은 해당 고객의 컴플레인의 원인을 그때부터 알아보기 시작하고, 회사의 공식대응은 계속 지지부진 늘어진다.

 

이런 조직에서 위기관리를 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마치 옆을 보지 못하도록 눈가리개를 씌운 말들이 앞만 보고 섞여 뛰어가는 엉터리 경마의 느낌을 받는다.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앞을 가로막으면서, 자기의 앞길만 신경을 쓰는 판국이 된다.

 

반대로 조직내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들을 위기시 여러 말의 말들이 일렬로 함께 끄는 마차 행렬 같은 느낌을 준다. 각자가 앞을 보고 달리지만, 하나의 축에 일렬로 서 주어진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하다는 모습이다. 한눈에 그들이 어떤 일을 어떤 방향으로 하고 있는지 눈에 들어오는 것도 특징이다.

 

CEO는 스스로 자신이 보고 받은 내용들이 하부 부서 상호간에도 공유 되어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는데 이 부분도 문제가 된다. CEO는 위기대응을 지시하면서도 이 부서가 현재 업데이트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오해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 업데이트 된 정보 없이 CEO로부터 일방적인 대응 지시를 받은 부서는 관련 정보와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역으로 다른 부서들을 돌아다니면서 귀동냥을 하게 된다. 대응 시간은 길어지고, 대응의 품질은 하락한다.

 

CEO는 이런 부서들을 바라보면서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대응이 느리고, 형편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문제는 부서간 실시간 정보공유와 업데이트가 CEO 보고 ‘이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프로세스의 전후가 바뀌고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사내에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하는 것을 가장 첫 번째 단계로 제시한다. 이는 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해당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면대면 상황에서 공유 한다는 의미다. 위기관리위원회는 실제 오프라인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위기가 완전하게 관리 될 때까지 함께 하면서 실시간으로 정보와 상황들을 공유하고 기록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위기관리위원회는 보통 CEO 또는 위기관리매니저(Crisis Manager 또는 Chief Risk Officer)에 의해 소집되고 리드된다. 구성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각 부서들의 책임자들이 참석한다. 중요한 실무관련 팀장급들도 배석이 가능하다. 또한 일부 부서 책임자가 부재시에는 차순위 책임자가 대신하여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고 부서 고유의 역할을 대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고시간과 지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CEO가 위기관리위원회를 지휘하고 현장에서 초기 상황보고부터 경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효과적인 방식은 위기관리 매니저가 모든 상황정보와 전략적인 포지션 세팅을 완료하고, CEO에게 세부적 브리핑을 하는 프로세스다. CEO가 스스로 위기관리에 대한 프로세스와 전략도출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CEO 스스로의 생각에 빠져 위기대응을 지시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CEO는 이런 ‘공유된’ 정보들 중 우선순위에 따라 필터링 된 보고를 받고, 큰 대응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 옳다. 일부 CEO들은 대응 보도자료 문구 하나, 해명문 표현 몇 개, 해명광고 대상 매체 선정등 세부적인 일선의 위기대응 활동까지 관여 하곤 하는데, 이는 효율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않은 일이다.

 

위기시 기업의 위기관리는 CEO의 강력한 리더십, 위기관리 위원회의 발전적인 협업, 그리고 실무그룹들의 실질적인 실행력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다. 그 어느 부분이라도 모자람이 있으면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것은 무척 힘들어진다.

 

한번 평소에라도 우리 회사내부의 보고라인과 정보 공유 형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부서간 전문화가 분명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것이지만, 이런 전문화가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 단절과 격리를 뜻해서는 안 된다. 기술적으로 부서별 전문화라는 것은 실행역량에 있어서 전문성을 보유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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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2010 Tagged with , , , , , 2 Responses

‘버럭’의 위기관리 시스템 : 가부장적 조직의 특성

주행중 화재 ‘품질 빨간불’… 현대차회장 대노 [경향신문, 2010. 11. 14]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 12일 현대차 주요 임원들을 회장실로 불러들였다. 전날 발생한 아반떼 사고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간부들을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판매개시된 지 두 달만에 생긴 뜻밖의 사고여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

 

우리나라 조직들에서 흔히 목격되는 이런 위기관리 시스템에 이름을 하나 붙이자면 버럭위기관리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버럭’ 시스템은 사실 상당한 위력과 효과를 가진다. 실행되지 않던 위기관리 활동들도 VIP의 ‘버럭’ 한방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 굴러가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다른 조직에서도 목격된다.

 

이건희 전 회장 ‘장고 폭발’ 사고에 大怒 [동아일보, 2009. 10. 29]
MB,
  대북경계에 충격받아 ‘大怒’ [세계일보, 2009, 10. 31]

이 시스템은 해당 위기의 원인이 ‘정상’이 아닐 때 종종 발현된다. 정상이 아닌 원인들로 인해 해당 위기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또한 해당 위기에 대한 전조나 사전 논의가 없었거나 또는 해당 논의를 실무차원에서 처리하려 하다 VIP를 놀라게 했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사실 보쓰를 놀라게 하는 부하처럼 나쁜 부하들이 없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 볼 부분은 해당 위기에 대한 실제 위기관리가 일선과 전문 그룹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정확하게 위기관리가 잘 되었는데 ‘버럭’ 하실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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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경찰서를 전격 방문,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과 관련해 강도 높은 질책을 한 후 나오고 있다. 왼쪽은 이기태 일산경찰서장. (고양=연합뉴스) 2008. 3. 31.

앞서 말한 대로 이 ‘버럭’의 리더십과 위기관리 시스템은 분명 효과가 있다. 사후 위기관리에 있어서 조직이 전향적인 자세로 위기관리에 임할 수 있는 임파워먼트를 흡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대형 조직에게는 이 ‘버럭’ 위기관리 시스템이 더욱 더 위기 민감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단점이 있다. VIP께서만 ‘버럭’하지 않으시면 위기관리에 신경을 쓰거나 실행에 임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는 위기이고 문제지만, 내부 보고 누락이나 언론 관리 등을 통해 VIP의 눈과 귀만 막으면 어느 정도 위기관리(?)가 된다 생각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조직이 스스로의 시스템으로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고, 적절하게 관리할 생각을 하기 보다 VIP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는 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기에 여러 대기업과 조직들에게서 목격되는 이런 가부장적 위기관리 시스템이 찹찹하게만 느껴진다.


 

 

11월 122010 2 Responses

품질/이물질 관련 위기 필터링 구조 : 식품기업 내부 시스템

어제 모 기업 내부 위기 필터링 시스템에 대해 인하우스를 대상으로 개인 코칭을 하면서 화이트 보드에 그렸었던 개념도다.

내가 맥주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외국인 사장에게 보고용으로 개발했던 개념도를 업그레이드 했다. 당시 회사내에서는 끊임없이 이물질 사건들이 보고되고 있었고, 이에대해 각종 온라인 매체들과 오프라인 매체들로 부터 공격을 당하는 시절이었다.

당시 나는 사장에게 “회사내에 아직까지 위기 필터링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그 각각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것”이라는 개념을 설명했었다. 당시 홍보팀에서 보는 문제는 생산과 고객관리 및 영업 그리고 홍보쪽에 각각 분명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또 문제는 이물질 사건에 있어 생산과 고객관리 및 영업 그리고 홍보 파트가 상호간에 유기적으로 한팀이 되어 대처하지 못한다는 데 핵심이 있었다.

생산은 항상 ‘우리의 품질관리는 세계최고의 수준이야. 식스시그마 레벨 이하로 아주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어.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나 두개 정도의 문제는 있을 수 있어’하는 포지션이었다.

이에 대해 홍보팀은 ‘식스시그마라고 해도 일정 디팩트는 안고가는 것 아닙니까? 우리 회사 제품이 한달에만도 1억 5천만 유닛이 생산되는데 그 비율을 감안해도 디팩트 제품의 수는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는 단하나의 이물질 제품이 100%로 다가온다는 겁니다.’라고 주장했었다.

고객관리는 항상 ‘하루 종일 컴플레인을 받습니다. 정신이상자로 보이는 고객들도 상당부분 있어요. 하루에 쏟아져 들어오는 그런 컴플레인들을 처리할 인력이 솔직히 모자라요. 영업에 해당 고객을 방문해 빨리 처리하라 해도 영업사원 일정상 하루 이틀이 지나기 일쑤죠. 그시간을 고객이 기다릴수는 없어요. 그게 문제입니다.’라고 인력부족을 하소연 한다.

영업은 ‘고객관리팀에서 우리 영업직원들에게 불만 고객 방문해 처리하라고는 하는데…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어요? 기껏해야 한상자 주고 (원래는 일대일 교환이 원칙) 잘 봐달라고 하는데 요즘 고객들이 한상자 가지고 성이 찹니까? 매도 맞아보고, 욕도 먹고, 가서 무릎도 꿇고 해도 고객 화를 누그러뜨리기가 참 힘들어요.’ 라고 울먹인다.

당시 사장께서는 관련 부서 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이렇게 말씀 하셨다. “제임스, 이 문제는 모든 회사들이 일정 부분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해. 우리는 최고 수준의 품질관리를 하고 있어. 또한 CS에서도 영업과 최선을 다하는 중이야. 일년에 몇번이나 이물질 관련 기사 보도가 나올까? 그 정도는 어쩔수 없다고 봐. 홍보팀이 더욱 열심히 움직여 그런 부분들을 최소화 해준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고맙겠구나.”

결론은 그렇게 났었다. 아마 현재의 위기 필터링 상태도 그럴 것이다.

자….식품관련해 중소규모의 기업들의 사내 위기 필터링 시스템을 한번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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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 고객관리 및 영업 그리고 홍보 대관의 능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진다. (이 부분은 당연하다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 더구나 사내에서 각 부분간 커뮤니케이션, 정보공유 및 업데이트가 매우 희박하다. 이물질 사건이 발생되어 소비자 컴플레인이 들어와도 다른 부서들은 알지도 못한다. 사내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 고객관리가 실패하면 바로 인터넷이나 TV, 신문 또는 각종 게시판, 카페등으로 폭발적으로 번진다.

두번째는 국내 식품 대기업들의 일반적인 위기 필터링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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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부서들의 역량들은 어느정도 갖추어져 있으나, 각 부서별 커뮤니케이션, 정보공유 및 업데이트가 안정적이지 않다. 고객관리팀에 접수된 심각한 소비자 컴플레인이 홍보팀은 모르고 있다가 기사를 맞고 나서 허둥댄다. 홍보팀이 기자에게 접수한 많은 질문들을 생산에 확인하고 싶지만, 생산은 답변이 없거나 너무 느리다. 일간지 기자에게 다음주에 결론이 난다고 전화하라고 하는 경우. 아닌 밤에 홍두깨 맞고 허둥대다가 시간을 끌고 결국 실패한다.

이상적인 사내 위기 필터링 시스템을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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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부서 역량은 극대화 되어 있고, 이들이 상호간에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위기시 하나의 팀이 되는 형식이다. 설명이 필요없다.이를 실행하고 있는 회사는 스스로 안다. 이 시스템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답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코칭을 하면서 항상 느낀다.

 

11월 022010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 vs. 검찰 : 기업이 검찰 발표에 맞설 수 있을까?

검찰이나 규제기관들과 관련된 기업 위기시 사내 의사결정회의에 들어가보면 항상 중요한 논쟁 주제가 하나 있다.

 

우리가 검찰의 주장이나 공소 내용에 대해서 조목 조목 반박 해도 될까?”

이런 부분이다. 이미 검찰측 보도자료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체적으로 브리핑 된 상황. 그리고 그 브리핑 내용을 통해 전국 모든 매체에서 자사에 대한 부정적 보도와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은 두 가지다.

 

Guilty or Not guilty

잘못을 인정하는 Guilty 포지션을 취한다면 당연 검찰측의 주장과 공소 내용에 대해서는 일부분 또는 전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와 해명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기업측에서 Not guilty를 주장할 때다. 물론 로펌에서는 어느 정도만 되면 일단 not guilty 주장을 축으로 해 밀고 나가자 하지만, 홍보쪽에서는 검찰 발표 뒤 강력하게 검찰의 주장 하나 하나와 공소 내용에 대한 반론을 제기해야 하는지 침묵해야 하는지는 항상 고민이다.

기업 내부 의사결정자들 중 일부는 ‘검찰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 하는 의견을 견지한다. 그러나 또 일부에서는 ‘억울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검찰의 주장이 틀렸다. 그러니 조목 조목 깨끗하게 받아 치자’ 하는 의견으로 맞선다.

이런 경우 결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오너 또는 CEO의 의중인 듯 하다. 그분께서 “강력하게 대응하자”하시면 법적 대응과 커뮤니케이션 대응이 모두 하이 프로파일로 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반대시라면 커뮤니케이션 대응은 일부 한걸음 물러서곤 한다.

그래도 홍보담당자들은 고민이다. 오너/CEO께서 “억울해서 못 살겠다. 강력하게 대응해 맞받아쳐라!”하셨는데…전략적으로 검찰의 주장을 맞받아치는 모양새나 후폭풍을 고민해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위기관리 101 교과서나 컨설턴트들이 원칙으로 이야기 하는 부분은:

 

기업이라면 어떠한 경우라도 정부나 규제기관과 가능한 맞서지 말라.

또 다른 딜레마가 주어진 셈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오너/CEO, 검찰, 원칙, 여론 등의 사이에서 홍보담당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있는 어떤 혜안이 있을까?

각 기업 사례마다 변수들이 많이 있겠지만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의견을 균형 있게 청취하고 판단하라. 로펌측의 이야기 또는 위기관리 컨설턴트측의 이야기등 어느 한쪽의 이야기에만 비중을 두지 않기 위해 가능한 노력하라.

2. 오너/CEO의 흥분과 분노를 적절하게 관리하라. 흥분과분노의 상태에서 커뮤니케이션 결정을 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타이밍을 일정기간 늦추더라도 사내 흥분과 분노는 빨리 제거해야 한다.

3. 홍보담당자들은 해당 위기와 관련된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가능한 가시적으로 체크하고, 평가해서 의사결정에 반영시켜야 한다. 그래야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수위를 결정가능하다.

4. 만약 검찰에 맞서기로 했다면 표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 너무 디테일 하게 반박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입장을 바꾸어 해당 검사와 부장검사들이 보도자료나 홈페이지 반박문을 접했을 때 인상 찌푸릴 정도면 실패한 셈이다.

5. 만약 검찰에 맞서기로 했다면 로펌을 통해 관련 검찰측과 사전 사후 교감을 진행하라. 일종의 예방접종효과를 기하라는 뜻인데, 갑작스러운 하이 프로파일 전략으로 검찰측을 놀라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6. 모든 메시지들을 51%의 표현 중심으로 가라. 검찰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100% guilty를 주장하면 힘들어진다. 물론 검찰측에서 전혀 사실무근인 사항에 대한 브리핑 내용에 대해서는 가능한 교정을 목적으로 반론 할 필요는 있다. 또한 완전하게 허위의 언론보도는 정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를 부풀려 검찰측이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 수위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어렵다. 그래서 힘들다. 하지만, 차분하게 여러 생각을 해보고 이해관계자들을 바라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오랫동안 일을 잘 해온 홍보담당자라면 누구든 그런 답을 구할 수 있게 마련이다.


 

 

 

 



11월 012010 Tagged with , , 4 Responses

위기시 의사결정 시스템 3 가지 유형 : Where are you?

여러 클라이언트사들과 함께 실제 위기관리 실행 코칭을 시작하면 이 기업 조직내부에서는 어떻게 위기 상황 파악과 보고 그리고 의사결정 및 실행이 이루어 지고 있는가?”하는 프로세스를 가장 먼저 살펴보게 된다.

위기 발생시 목격되는 (평시에도 그러리라 예상) 기업들의 대표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의 모습은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구분된다.

1. Silo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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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측면에서는 가장 불완전하다. 각각의 부서들간에 다른 곳들이 무엇을 어떻게 왜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다. CEO께서는 모든 부서의 보고를 받아 전체적인 상황을 그림 그리시는 반면, 부서들끼리는 서로 우리가 어디까지 위기 대응을 하고 있는지 큰 그림이 없다.

주요증상(대화)

1) 마케팅 팀장: “우리 이 상황에서 법무법인은 쓰고 있는거야? 어디 쓰는 줄 알아?”

홍보 팀장: “글쎄, 원래는 율촌을 썼었던 것 같은데…지금은 모르겠는데?”

2) 홍보 팀장: “사장님에게 이건 빨리 보고해서 대응 지시 받아야 하는 사안 아닐까?”

사장 비서: “팀장님, 아까 오전에 마케팅에서 그거 관련해 보고 드린 것 같은데요?”

2. Collaboration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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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시 가장 흔한 시스템이다. 일부 관련 부서들끼리는 정보를 공유하거나 업데이트하지만, 보고들에 있어서는 취합이나 통합적 분석 없이 각 그룹별로 CEO에게 진행하는 경우다. 이때도 CEO께서는 어느정도 큰 그림을 그리시나, 실행이나 전반적인 업데이트에 있어서 구멍이 날 확률들이 높다.

주요증상(대화)

1) 마케팅 팀장: “우리 마케팅하고 홍보팀하고 이번 상황과 관련해 이야기 좀 합시다. 우리쪽에서 관리하는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해야 되요? 지금 이 싯점에서?”

홍보 팀장: “아…소셜미디어가 있었구나? 그거 우리 팀원들하고 소셜 담당자하고 만나서 이야기 하라 그러시죠. 근데 영업쪽에서는 상황 파악했나?”

영업 팀장: “저희는 생산이랑 아까 사장님실에서 보고했는데요? 전량 리콜 준비하라 하시던데…이야기 못들으셨어요?”

3. Integration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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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간혹 이런 시스템을 운용하는 외국기업들이 눈에 띤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평소 부서간 Silo가 전혀 없고, 대화와 토론을 즐기는 문화에서 가능하다. CEO가 의사결정과 상황 분석에 있어 어느정도 실무그룹에게 임파워먼트를 주고 있기도 하다. 사내 위기관리팀의 구성과 훈련이 잘되어 있고, 상황 파악과 공유도 빠르고 구멍이 없거나 적다. 모두가 큰 그림을 적절히 공유한다.

[추가] 여기에서는 위기관리매니저(Crisis Manager)의 역할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위기관리매니저는 사내에서 임파워먼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고위임원이 가장 적절. 각 부서들의 헤게모니 충돌과 사일로 신드롬을 대부분 해결 가능하고 대응 활동들의 조정과 결정 역할을 CEO를 대신해 해 줄 수 있는 트레이닝 받은 임원이 가장 이상적이다. 해당 위기상황과 현재 대응 수준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매니저다. 이때문에 CEO가 의지한다.

주요증상(대화)

1) 위기관리 매니저: 사장님께 보고드렸습니다. 사장님께서 저희 제안에 만족하시고요 다음과 같이 지시하셨습니다. 홍보팀은 소셜미디어와 출입기자 모니터링 계속해 주세요. 영업에서는 리콜 준비하면서 영업사원들 교육 개시하시고, 마케팅에서는 빨리 광고대행사 불러서 해명 및 리콜 광고 준비하세요. 재무에서는 마케팅과 협력해서 광고예산 확보바래요. 기획도 재무랑 마케팅 도와주시고. 인사쪽에서는 내부 인트라넷에 홍보팀과 협업해서 커뮤니케이션 바랍니다….”

다른 부서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위기시 사내 대화와 스트레스 지수를 가만히 기억해 보면 우리는 과연 어떤 시스템속에 있는지 느낄 수 있다. Where are you?

 

10월 262010 Tagged with , , , , 3 Responses

위기를 알아도 왜 관리가 안될까? : 홍보실무자들에 대한 이야기

사실 기업이나 조직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곤욕을 치르는 부서는 홍보부서다. 일단 홍보부서의 기본 업무가 관계관리이기 때문에 평소 관계 맺고 있던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일단은 1차적으로 홍보부서에게 화살을 쏟아 붇게 마련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위기시 가장 고통 받는 홍보담당자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부분 이미 인지를 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홍보부서가 모르는 위기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황당한 위기는 간혹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어떤 유형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지금까지 종종 발생해 왔었는지 알고 있다. 이런 기억들은 일정기간 근무한 홍보담당자라면 아픈 상처로 남아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포텐셜 클라이언트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다 보면 필히 위기요소진단을 실시하지 않아도 자신들 스스로 많은 부분의 위기들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발견하게 된다.

  • 저희는 일선 매장에서의 고객불만처리 사고가 제일 많아요. 일선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원들이 고객 컴플레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일들이 커지곤 하지요.
  • 저희는 사실 어디에다 이야기는 못하지만 품질이 제일 근본적 문제예요. 그 부분을 개선해 보려고 하는데, 이미 판매된 제품들에 대해서는 잠재적으로 위기요소가 존재하죠.
  • 저희는 너무 고객들이 많은게 위기라면 위기입니다. 저희 영업이나 AS직원들이 커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항상 개선해야겠다고는 생각하는데 엄두가 안 나고 걱정만 합니다.
  • 저희는 매번 비슷한 이물질로 고생을 하곤 하죠. 이게 어떻게 막아보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어요. 해외사례들을 알아봐도 딱히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네요. 이게 항상 위기라면 위기죠.
  • 저희는 일선에 너무 민감성이 없어요. 고객관리도 그렇지만, 지역 언론에서도 부정적 의도를 가지고 취재를 오면 일단 일선에서 다 문제를 만들어 버리죠. 그 후 본사 홍보실에 보고를 하지도 않아요. 그렇게 신신당부 했는데도 그게 개선들이 안 되요.
  • 저희는 너무 생산쪽 파워가 강해요. 저희 홍보실에서는 생산쪽에 위기가 많이 발생하니 전반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겠다 해도, 생산관련 임원들이 도통 움직이질 않아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그게 여의치 않으니 그 부분이 문제죠. 언제 터질지 몰라요.
  • 저희에게 가장 큰 위기요소는 아마 제품 위해성 이슈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이건 대외비인데…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 그래서 이게 이슈화되면 회사에게는 아주 큰 재앙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듯 기업내부 홍보담당자들은 위기와 관련된 문제를 알고 있다. 발생가능성과 위해도가 일정 수준 이상인 고위험군의 위기요소들을 경험에 의해 감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위기는 관리 되지 않을까?

시속 100km로 달리는 나의 자동차 오른쪽 앞 바퀴가 잘 제어 되지 않고, 삐그덕 거리는 소음을 들으면서도 왜 속력을 줄이거나, 차를 세워 그 오른쪽 바퀴를 고치지 않을까? 왜 같이 탄 동승자들에게 이렇게 달리다가는 우리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 소리치지 못할까?

모르면서 위기를 맞는 게 아니라 왜 항상 ‘올 것이 왔구나’하면서 위기를 대해야만 할까?

그 가장 큰 이유는 크게 현실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이유로 나눌 수 있겠다.

먼저 현실적 이유는 이미 인지되고 내부 공유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전혀 ‘개선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위기요소를 개선하려면 상당 수준 이상의 예산이 들게 되거나, 일정 인력들을 늘이거나 잘라내거나 책임을 밝혀 변화시켜야 하는 경우다. 해당 위기요소를 완화시키거나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거나 이익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는 어쩌면 회사가 파산할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적 이유에 의한 위기요소의 지속은 가장 흔한 현실이다.

두 번째 정치적 이유는 위기관리를 리드하고 책임지는 해당부서 또는 담당자가 위기요소에 대한 개선 작업을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하거나, 이끌 정치적 역량이 없는 경우다. 흔히 홍보실이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 가지는 정치적 위치에 근거한다. CEO를 설득하거나 그에게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주체라면 아무리 가시적 위기요소라 할지라도 어떻게 개선을 입에 올릴 수 있겠나.

만약 위기관리를 기업이나 조직 내 홍보부문이 이끌고 있다면, 홍보부문에 대한 조직 내 정치적 임파워먼트는 항상 전제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정치적 역량 없이 위기관리를 리드하는 홍보부분은 항상 수박 겉만을 핥게 된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 현실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는 닭과 달걀의 관계이기도 하다. 기업이 몰라서 위기관리를 못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업이 멍청해서 위기관리를 못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관심이 없어서 또는 기업이 해 본적이 없어 위기관리를 못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알지만 어쩔 수가 없어 못하거나, 진정으로 원하지 않아서 위기관리를 안 한다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인사이트가 아닐까 한다.
 

 

 

 

10월 252010 2 Responses

위기관리 코칭 회사의 커버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최근 H그룹, T그룹, C그룹 등의 압수수색 케이스들을 보면서, ‘위기관리 코칭 회사의 커버 범위는 어디에서 어디까지 인가?’하는 고민과 자괴감이 깊어진다.

사실 위기관리 코칭 회사가 평시에 클라이언트 기업을 위해 제공하는 ‘위기요소진단(Crisis Factor Audit, Crisis Vulnerability Audit)등은 보통 한국기업의 특성상 오너나 CEO 개인만 알고 있거나, 그 주변핵심인사들에게만 인지되고 있는 위기요소들까지는 진단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위기요소진단’ 자체를 한계가 있다 비판하거나, 별반 소용없다 폄하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정해야 하는 것은 기업 오너나 CEO에게만 제한적으로 관련 있는 요소들은 요소진단을 통해 발견 하더라도 딱히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실무자들이 알아서도 안되고, 알아보았자 소용없는 위기요소들이 실제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이야기다.



대신 우리 실무자들이 전사적으로 발견하고 인지하고 완화작업 할 수 있는 위기요소들에 도리어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시스템적인 위기요소의 경우에는 오너나 CEO의 강한 개선의지가 있을 때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은 한계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상시적이거나 단편적인 위기 요소 영역에 관련된 위기들은 충분히 완화와 개선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적 기업환경 내에서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사업이 Crisis-free의 환경을 지향한다기 보다는 Less-crisis 환경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충분히 미연에 방지하거나, 완화하거나, 완충작업 할 수 있는 위기들을 주로 관리해서 불필요한 조직의 부담을 최대한 감소 시킨다 하는 생각이 필요하다.



또한 오너 또는 CEO 그리고 사내 핵심관계자들만이 인지하면서 품에 안고 있는 위기 요소들은 실무자가 대행해서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위기관리 리더십은 그들 스스로 가져가야 한다는 점을 평소에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선하자는 제안보다는 이 부분이 좀더 현실적이다) 로펌 또한 그들 중 하나이자 위기관리의 최후 보루가 되니 그들에게도 R&R을 지정하는 것이 좋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Crisis-free란 헛된 꿈이다. 지향하지 말자.

10월 222010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VIP 규제 관련 위기 : 기업위기관리 매니저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들

최근 H그룹, T그룹, C그룹 등등으로 이어지는 정부규제기관 관련 케이스를 목격하면서 많은 중견기업들의 위기관리매니저들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사실 VIP 관련 위기에 대해 한갓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사전진단이나 개선 작업을 실행 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 하다.

그러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디테일과 조직적인 개념을 가지고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일부는 필자의 경험을 포함해 위기관리매니저 경력 최소 20년 차 이상의 대기업 홍보 시니어들로부터 취합한 고려 사항들을 정리)

 

VIP(오너/CEO) 관련 분야

  1. 위기관리 매니저는 최소한 한단계를 거치더라도 VIP와의 최단 커뮤니케이션 라인 확보
  2. 가능한 기관측과 VIP의 면대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전정보 취득 및 대응
  3. 여러 의전용 사전 정지작업 위해 VIP 활동 일정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받기
  4. 가능한 VIP 대상 정기적/비정기적 보고 시스템화 (특정시간)
  5. 필요 시 여러 자문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VIP 포지션 및 위치 정리(VIP용 병실, 안가 등)

 

의사결정 시스템 분야

  1. 대관, 법무, 로펌, 홍보, 기획, 재무 관련부문들이 의사결정그룹 내에 속해 있어 결정사안 공유
  2. 위기관리책임자는 모든 분야에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책의 임원이어야 함 (단순 자발적 협조 공유
    기대 말 것)
  3. 실무라인은 항상 대기하면서 명령 시 항시 실행 가능토록 준비 (실무진들에게 아무런 전략이나 방향성 제시 없이 상향성 위기관리 대응안을 보고 받을 필요 없음. 차라리 그 보고서를 꾸밀 시간에 모니터링과 커넥션 리스팅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나음)
  4. 이런 류의 위기관리에 있어서는 시간관리(time management) 상당히 중요. 가능한 회사가 시간 및 일정을 정해 리드 할 수 있도록 사내 의사결정그룹 최대한 노력

 

의전 분야 (대언론/기관)

  1. 공항 입국, 검찰 출두, 기타 언론 접촉에 있어 관련 기자단과의 사전 협의와 관계형성으로 ‘포토라인’ 설정. VIP 및 기업 이미지 관리 핵심 (기자들과의 몸싸움이 있으면 그 TV클립이 위기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방송되어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각인 됨) – 90년대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 검찰 출두시 몰려든 TV카메라에 이마를 부딪혀 부상한 케이스 참조
  2. 검찰 출두 시 지검 내에서 VIP의전을 관계자들과 사전 논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로펌, 검찰출입기자단, 주요 커넥션 관련자들과 협의 (건물 내 도착 시 조사 개시 전 VIP께서 차 한잔 하시는 시간 확보 등)
  3. 최소한 TV 노출에 있어서 기자들과의 최대한 사전협의를 통해 원만한 출입 장면 연출
  4. VIP 노출은 100% 회사측에서 관리하고 리드 (우연적 노출 또는 강제적 노출 절대 불가)

 

커넥션 분야

  1. 출입기자들은 물론 검찰 및 관련 기관 출입기자들과의 연륜 있는 관계가 상당한 힘 (평소 기자 관계의 품질과 영역은 이런 류의 위기 시 검증됨)
  2. 검찰 쪽 기자들과 사전 커넥션이 없었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핵심라인들과 커넥션을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개설 노력
  3. 유력한 로펌을 통해 관련 기관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라인도 확보 (절대로 로펌을 통해 우호적인 커넥션까지를 기대하지는 말 것. 그들은 커뮤니케이션 라인의 역할일 뿐 홍보담당자들처럼 커넥션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능력들은 상대적으로 제한됨. 클라이언트를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 같음)
  4. VIP 개인적인 커넥션/활동에 대해서도 가능한 부분에서는 공유 받을 수 있으면 유효

 

정보 분야

  1. 언론 등 모든 규제기관들 각각과 연결된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24시간 가동해 여러 루트를 통해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받도록 최대한 세팅
  2. 모든 정보는 크로스 체크해서 그 정보의 품질을 판정 VIP에게 보고
  3. 로펌측에서도 여러 루트를 통한 정보를 보고하는 데 그 정보와도 필히 비교 분석 (이슈마다 또는 기관마다 로펌과 홍보, 대관 등의 정보 라인들간에 정확성, 신속성, 세부정보 등에 격차가 날 수 있으니 종합적으로 취합 분석해
    보고 할 필요 있음)
  4. 취합 정보들 중 가장 유효한 정보는 인간 정보 (직접 면대면하는 기회들을 최대화)
  5. 정보지를 전부 믿지는 말되, 정보지에서 반복적으로 회자되거나 크로스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략적 대응 필요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대응의 대상으로 인식)

 

대언론 분야

  1. 기브 앤 테이크가 위기관리에 있어서 언론관계 중심. 홍보 vs. 기자, 누가 정보를 더욱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 그 정보를 각각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기브 앤 테이크 하는지 중요. (항상 상대 언론에게 셀링 할 로직과 팩트들을 챙김. 일정 시기 이후에 기사 타이틀은 가능한 우리측의 셀링 주제들이 포함되는 것을 목표)
  2. 내부와 의전 업무들이 많고, 다른 커넥션관리에도 단기간에 인력 분산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음. 따라서 가능한 핵심기자들과 하루에도 수회 정기적 통화
  3. 기업 홍보실 직급에 따라 언론사 직급 정해 최대한 면대면 미팅 (최고임원, 임원, 팀장 분담)
  4. 대신 공식 인용이나 전화 인터뷰 등은 대변인 1인으로 정해 일관된 메시징
  5. 가능한 최대한 VIP 포트레이트 화면이나 사진은 A컷으로 챙기기 – 위기 시에도 디테일 중요

 

이 이외에도 수많은 고려사항들이 존재한다. 또 어떤 고민들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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