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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42013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모글코리아 기고문] 위기관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유리하다

위기관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유리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뭐라도 잃을게 있으면 그것을 본능적으로 감싸고 보호하려 하는 법이다. 아무것도 잃을게 없으면 말 그대로 ‘이판사판’이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도 그렇다. 사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기업은 별로 관리 해야 할 위기가 없다. 스스로 관리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고민은 곧 잃을 것이 있는 기업들의 몫이다.
소중한 고객들을 잃는다고 생각 해 보자. 회사의 명성이 땅에 떨어져 사라져 버린다 생각해 보자. 우리 품질과 안전에 대한 시장에서의 믿음이 망가져 버린다 상상해 보자.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회사의 가치가 사라져버리고, 직원들이 뿔뿔이 떠나버린다는 가정을 한번 해 보자. 잃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 하나 살펴보다 보면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어떻게 하면 위기를 관리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게 된다.
위기관리는 ‘주로 대기업들의 고민 주제’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잃을 수 있는 것들이 크고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회사는 대기업이 아니라서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까지는 좀 무리라고 이야기하는 실무자들도 만나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다. 안타깝지만 중소기업들은 한번의 대형 위기로 인해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취약한 존재들이다. 반면에 대기업은 위기 시 일부 선방을 하거나 특정 부문에 타격을 감내하고도 생존할 여력들이 있는 기업들이다. 중소기업은 위기관리 전문용어로 상당한 ‘취약성’을 가진 기업들이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위기관리에 있어 더욱 민감해야 하고, 빨라야 하며, 전략적이어야 한다.
일단 위기관리를 해 보겠다 생각한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위기관리에 더 유리한 면들이 있을 것이다. 크게 세가지로 하나씩 살펴 보자.
작아 효율적인 위기관리 조직
첫째, 조직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할 때에는 빠르고 정확한 상황파악과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수십여 명에 이르는 대기업내의 위기관리위원회(또는 위기관리팀)가 중소기업에서는 10여명 이내로 축소되어지니 훨씬 빠르고 정확한 상황파악과 공유 그리고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은 오너 또는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직관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기 시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리더십을 확보 할 수 있어 유리하다.
위기 시 관리해야 할 이해관계자 수도 적어
둘째, 위기 시 관리해야 할 이해관계자들의 종류와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위기 시 출입기자를 비롯한 언론사 기자들, 정부 규제기관들, 검찰, 국회, NGO, 거래처, 투자자, 온라인 공중, 고객, 직원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이해관계자 그룹들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이들 중 일부 또는 극히 일부만을 관리해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위기 발생 가능한 요소들도 적어
셋째, 위기가 발생 할 수 있는 요소들도 상대적으로 적다. 기업의 비즈니스 분야들과 고객들의 수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생산 판매하는 제품의 수도 상대적으로 단순하며 적을 수 있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작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대형 위기 발생 가능성은 훨씬 적다.
정리하자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위기관리위원회를 운용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위기 시 이해관계자 관리 부담이 적고, 발생 가능한 위기요소의 파악이나 위기 발생시 사회적 파장도 적어 대기업보다 유리하다. 다른 말로 옮기자면, 위기관리에 있어 중소기업은 적은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에게 필요한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체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몇 가지만 기억하고 실천하면 된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조직문화
첫째, 커뮤니케이션 하는 조직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작은 조직이라고 구성원들 하나 하나가 상호간에 원할 하게 소통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평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조직은 절대로 위기 시에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한다. 평소 잘하던 커뮤니케이션도 위기가 발생하면 얼어 붙는 법이다. 중소기업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면 먼저 평소에 소통이 잘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강한 철학과 원칙 공유
둘째, 철학과 원칙을 강하게 세워야 한다. 작은 조직이 유리한 점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신속함에 효율을 더할 수 있는 위기관리 방식이 회사의 철학과 원칙을 강하게 세워 공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품질은 우리의 종교다”라는 기업철학을 평소 가지고 있는 기업에게 일부 제품의 품질관련 위기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위기에 대한 대응 의사결정은 그리 복잡하거나 느리게 진행 될 리가 없다. 기업 철학에 의거해 정확한 대응 전략과 대응 방식을 순식간에 고안해 낼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글로벌대기업들이 고안한 방식이다. 몸집이 커지고, 구성원들의 수가 늘어나고, 세계 각국에서 복잡다단한 위기들이 연이어 질 때 가장 확실하게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 그것을 기업 철학으로 만들어 세워 놓고 모두에게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위기에 대한 조직 민감성 극대화
셋째, 조직의 위기 민감성을 극대화 하는 노력을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한다. 모든 기업 위기의 소재들은 일선 직원들이 인지하고 경험하고 있는 것들 속에서 발아한다. 조직원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위기란 생각보다 그 수가 훨씬 적다. 대부분이 ‘올 것이 왔다!’하는 이야기를 한다. 평소 조직 전체가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위기 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토론 해, 방지하거나 완화시키거나, 대비 할 수 있게 된다. 위기라는 단어와 표현을 평소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위기관리팀을 위한 비상연락망
넷째, 비상연락망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위기 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이 비상연락망이다. 이상하게도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서로 통화가 잘 안 된다. 별로 크지도 않는 조직 내에서 누가 어디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 알 방법이 없어진다. 열명 정도의 위기관리팀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종종 여의치가 않다. 잘 꾸며진 비상연락망은 위기관리팀이 얼마나 경쟁력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얼마나 실제로 잘 운용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위기요소 지도
다섯째, 위기요소 지도를 만들어라. 평소에 위기를 감지해서 지속적으로 트레킹 하는 체계를 만들라는 의미다. 예를 들자면 위기관리팀이 고객 컴플레인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서 특이사항을 미연에 감지해 보는 것이다. 그 특정 컴플레인들을 분석해서 정기적으로 위기관리팀의 논의 주제로 삼는다. 주관부서와 유관부서들이 해당 위기 요소에 대해 인지 하고, 완화 또는 방지 작업을 해서 결국 위기 요소의 지도에서 빠져 버리게 만들면 성공이다.
이해관계자 관리
여섯째, 회사와 관계된 주요 이해관계들과의 관계를 항상 관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자 관계들은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 지연과 학연 등의 인맥을 중심으로 그 넓이와 깊이가 달라지곤 한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중소기업이라면 일부 핵심 임원들의 개인적 네트워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좀더 체계적인 이해관계자 망을 구축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기업과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가 평소에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면, 위급한 위기 시 그러한 관계는 큰 힘을 발휘해 준다는 사실이다.
직원 대상 교육과 훈련
일곱째, 위기관리팀과 직원들을 항상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위기대응 훈련이라고 해도 좋다.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형태를 잘 선정해서 실제 위기가 발생했다는 전제를 놓고 대응하는 연습을 정기적으로 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주의할 것은 보여 주기식의 ‘민방위훈련’ 형태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리 다 짜인 각본에 따라 정해진 인력들이 순서대로 움직여 보는 것은 시연이지 훈련이 아니다. 실제와 같은 상황을 조성 해서 긴급하게 소집된 위기관리팀이 신속하게 논의하고 의사결정하고 대응하는 일련의 생생한 경험들을 반복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최고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학습과 훈련
여덟째, 최고 의사결정자 또한 스스로 학습하고 훈련 받아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딱 한가지만 조언하자면 ‘사내 최고의사결정자가 위기관리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소개 해 주고 싶다. 리더의 의사결정이 회사를 살린다. 물론 최고의사결정자인 기업 오너 또는 대표이사는 해당 비즈니스에는 경쟁력 있는 전문성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대기업처럼 위기가 여기저기에서 자주 흔하게 발생되고 이에 대한 관리 경험이 풍부한 분들도 중소기업에는 많지가 않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얼마나 위기관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은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고품질의 자문 그룹
아홉째,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품질 좋은 자문 그룹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까운 로펌이나 변호사에게 평소 위기관련 자문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나 홍보대행사 등에 위기요소 진단이나 훈련을 요청해 보는 것도 좋다. IT기술 전문가들에게나, NGO측으로부터 필요한 조언들을 받아 보는 것도 좋다. 평소 이런 자문 그룹들과의 관계가 대형 위기 시 좀더 효율적인 위기관리 활동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토대가 된다. 일종의 주치의 그룹을 만들어 놓는 셈이다.
좋은 사회적 명성
마지막, 평소 사회적으로 좋은 일과 활동들을 많이 해 놓아야 한다. 기업 위기에서 망가지는 것은 기업의 연속성과 명성이다. 비즈니스 연속성과 기업 명성은 상호 불가결한 대상들이다. 평소 기업이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여러 사회적 명성을 쌓게 되면, 불행한 위기 시 비즈니스 연속성의 훼손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를 보고 공중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기업이 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또 다른 기업에게는 공중들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설마, 그럴 리가 있어? 뭐가 잘 못된 거겠지?” 이 둘간의 차이는 위기관리에 있어 어마 어마한 차이다. 평소 관심을 가지자.
뜻이 먼저 있어야 길이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위기관리에 있어 유리하다. 여러 가지 유리한 점들이 많고, 위기를 관리하기도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쉽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위기관리에도 별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위기에 대한 취약성은 대기업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위험해 질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소기업 오너나 대표이사들이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조직 전반에게 위기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강화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조직 전체가 위기관리를 해야 하겠다는 공유된 의식만 있으면 반쯤은 성공한 것이다. 뜻이 있어야지 길이 보인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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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12013 Tagged with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경영자들은 어디로 갔나?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관리, 경영자들은 어디로 갔나?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기업 소셜미디어라는게 또 그렇게 되었다. 수년 전 포털을 그렇게 만들더니 소셜미디어 영역도 그렇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 더 이전에는 TV를 그리고 신문을 그렇게 만들더니 기업 위기관리라는 이름을 걸고 기업들은 거의 모든 매체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그렇게 만들지 못하면 기업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라는 소리를 공공연히 하게 되었다. 선배들이 광화문 신문사 앞에서 하던 일을 후배들은 사무실 데스크 PC앞에서 하게 된 것만 달라졌다. 손에 잉크를 묻히며 신문 페이지 하나 하나를 넘기던 모니터링 방식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키워드를 대량으로 가져오는 방식으로 바뀐 것뿐이다. 그 외 기업위기관리에 있어 활동 방식들은 별로 바뀐 게 없다.
우리 회사에 관한 부정적 기사를 빼라는 임원들의 명령은 기업 소셜미디어 시대에 아직도 살아있어 보인다. 포털 시대에 기사 밀어내기를 하던 실력(?)들이 소셜미디어 환경에서도 물타기와 밀어내기로 불리며 살아있다. 살아있지도 실체도 없는 노이즈들을 기업들이 극대화하면서 그 프로세스를 위기관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최초 소셜미디어를 이야기하면서 진정성을 이야기 했었던 일부 전문가들이 무색할 정도로 소셜미디어 공간에 기업의 인간화는 이미 포기된 지 오래 처럼 보인다. 지난 대선 때도 목격했었던 것과 같이 인간이 사라져 버린 소셜미디어 환경. 제대로 성장해 보지도 못하고 독한 해충에 시들어 가는 형상이라 보기가 안타깝다.
대체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경영진들과 임원들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기업의 위기관리를 실무진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항상 동일한 유형의 사후 대응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위기를 관리한다며 험한 일을 하는 실무진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항상 일이 터지고 나서 우리가 알게 되니까, 임원 분들 눈치 보면서 우리가 실무자로서 할 수 있는 일만 할 수 밖에 더 있겠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밀어내고, 물을 타고, 소셜미디어상에서 여론의 관심을 좀 다른 데로 옮겨 놓아야지 윗분들이 위기관리 했다 하시니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실무자들은 문제가 없다. 실무자들에게서 기업의 경영 철학이 최초 발아된다고 생각하는 임원들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일선에서만 잘 밀어내고 물을 타고 여론을 환기시키면 우리 기업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 안위하는 임원들이 있다면, 그는 경영 철학에 있어서 더 문제다.
왜 위기를 관리하는 실무진들에게는 매번 위기가 새롭고 갑작스러울 수 밖에 없는지 경영진들과 임원들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사전에 감지와 공유가 되지 못하는지를 한번 들여다 보자. 왜 시간을 두고 또는 그 직전이라도 대비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지 개선책을 한번 마련 해 보자는 것이다.
다음 번에도 이러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실무진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임원들이 주어야 맞다. 무조건 지난번 대로 밀어내고, 물을 타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총력을 기해라 하는 명령이라도 좋다. 단, 이 명령 하나만으로 계속되는 소셜미디어상의 여론 위기를 견뎌내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현재의 홍보임원들은 기억한다. 홍보 초년병 시절 회사에 미리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정보도 없이 선배들이 지시 하는 대로 나가 가판을 보고, 선배들을 따라 기자들을 쫓아 다녔었다. 어렵게 기사의 제목을 바꾸고, 회사명을 이니셜로 대치하고, 어쩔 때는 운 좋게 기사를 빼면 스스로 모여 그래도 이번 위기를 잘 관리했다 자평 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위기관리 관점에서 기업 위기관리 체계나 철학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미리 감지하고 개선해 위기로 발아하지 않게 하는 체계는 아직도 요원하다. 위기를 관리한다는 일선의 실무자들이 정보나 감지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도 아직 건재(?)하다. 곪아 터진 위기가 발생 한 직후부터 시작되는 갑작스러운 증상 치료나 통증완화 활동만이 아직도 홀로 살아 움직인다. 그렇다면 진정 20년전과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위기관리 관점에서 실로 두려운 것은, 앞으로 몇 년 후 소셜미디어로 위기를 관리했다고 자평 하는 시니어들이 나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신문사나 방송사들을 연일 돌아 다니며, 위기관리를 했었던 지금의 시니어들처럼, 지금과 같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위기를 관리해 보았다는 실무자들이 시니어가 되어 그 방식의 위기관리가 곧 진정한 의미의 소셜미디어 시대 위기관리인 것처럼 자부심을 가질까 매우 두렵다.
홍보담당자들과 위기관리 담당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생각이 ‘우리가 여론을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 방식은 이런 잘못된 생각을 고정화 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여기에 여론공학에 접목했다는 IT 기술적 자신감이 가미되면 더 이상 돌아 올 수 없는 기업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돼 버릴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은 더 이상 발전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 기업 경영진들과 임원들이 그들에게 정확하고 전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주어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일부 경영진이나 임원들은 ‘솔직히 우리에게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다시 이 부분을 공부 해서 기존 업무에 접목시킬 자신도 없는 게 사실이다’고 말한다. 모두 이해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깊은 관심과 철학에 대한 반복적 강조다.
경영진과 임원들 자신이 이전에 해 왔던 단순한 대증적 대응 방식에서 이제 무언가는 좀 더 나아져야 한다는 확신이 먼저 있어야 한다. 실무진들에게 위기관리를 맡겨 놓으면 현재와 같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으니, 조직적으로 어떻게 더 나은 감지와 대비 대응 체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소셜미디어는 IT(정보 기술)의 분야가 아니다. 소셜미디어가 일부 전문가들의 정보 기술 분야였다면 지금과 같은 폭 넓은 여론의 장은 될 수 없었다. 소셜미디어 속에 사람이 있으니 기업은 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뿐이다. 기업 경영진들과 임원들은 그 속에서 사람을 두려워하기 전에 대화를 먼저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대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 대화 속에 우리 기업의 어떤 메시지와 철학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 원칙을 세워야 한다.
사람을 두려워하다 보니 그 익명의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 관리해 보려 하다 문제가 생긴다. 그들이 쏟아내는 부정적 여론을 두려워하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이를 환기시켜 무균질 환경으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이 항상 문제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정확한 원칙과 개념이 없는 기업들이 위기 시 ‘어떻게 해서든’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업 위기관리. 절대 실무자들에게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진들과 임원들이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관심을 투여 해야 한다. 이전의 기업 위기관리 방식을 현재 돌아보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실무진들만의 노력이었다 기억한다면, 앞으로는 전사적인 ‘무엇’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 함께 알고 그대로 실천해야 맞다. 발전하는 기업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경영진과 임원이 먼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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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2012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통합 다음엔 관제다!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2012년 동안 여러 기업들과 위기관리 시스템 통합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에 따라 여기저기 펼쳐지고 뻗어나가 산재 해 있는 위기관리 체계들을 하나로 융합하는 활동들을 기업들이 실행했다. 기업 내 이해관계자 커넥션들을 중앙집중형으로 데이터 베이스화 했다. 홍보, 기획, 법무, 대관, 영업, 마케팅, 인사, 총무 등에 걸친 여러 위기관리 기능들을 위기관리위원회 방식이나 위기관리팀(CMT) 방식으로 집중화 또는 계층화 해 통합했다. 위기 발생시 항상 제한사항이었던 위기관리 예산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조화도 했다.
위기관리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미처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수많은 자사의 공식 SNS 채널들을 한 장의 맵으로 정리해 통합했다. 그 각각의 채널들의 존재목적과 효용성들을 점검해 필요 없는 채널들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필수 채널들 하나 하나에 업무 내역과 가이드라인을 주어 위기에 대비하는 통합적 관리를 시행했다.
일사불란 한 대응을 위해 위기 시 대응 업무들을 시행해야 하는 일선 인력들을 하나의 가이드라인과 하나의 프로세스로 규격화 해 교육하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점검했다. 많은 지점과 매장 그리고 이해관계자 접점에 위치한 많은 조직의 기능들을 하나의 통합적 체계하에 정리해 관리 가능토록 편제했다.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대형 위기 발생시 위기통제센터인 워룸(war room)속에서 실시간 변화하는 위기 상황과 이에 대한 일선의 대응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기관리 포털과 모니터링 센터들을 만들었다. 일선에서 대응되는 많은 활동들을 차례대로 열람하며 상황을 업데이트 받을 수 있는 최고의사결정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2012년 한 해 동안은 이와 같이 ‘통합하고, 통합하고, 통합하라’는 주제하에 많은 기업들이 규모와 다양성을 늘리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분별 판정하여 줄이고, 합하고, 녹여 넣는 활동들을 위기관리 시스템 작업을 통해 함께 했던 한 해였다.
그럼 2013년에는 어떤 주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까? 2013년 위기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기 원하는 많은 선진 기업들에게는 ‘관제(Control)’가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될 것으로 본다. 관제란 ‘관리하여 통제함’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관제’ 의미 속에는 ‘강제성’이 일정 수준 존재한다. 2012년간 기업내부에 통합 해 놓은 체계적, 조직적, 인사적, 예산적 위기관리 시스템에 더해 2013년에는 일정 수준 ‘강제성’을 부여해 관리하고 통제하는 ‘실행 가치’를 공고히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관제’란 의미는 공항에서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하나의 공항에는 여러 개의 활주로들이 존재하고, 비행기들이 승객들과 화물들을 들이고 내리는 탑승구들이 존재한다. 수많은 국적의 항공사들이 보유한 다양한 비행기들의 이착륙을 하나의 지점에서 관리하고 통제하는데, 이 지역이 관제탑(Control Tower)이다. 중앙관제센터라고도 불린다.
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중앙관제센터의 존재와 역할 그리고 그 경쟁력은 기업 위기관리의 성패를 좌우한다. 현재 풍향과 풍속을 분석 해 해당 위기 상황과 환경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려주는 곳도 위기관리 관제센터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부문들(비행기들) 하나 하나에 직접 대응 지시를 전달 해 주고, 지시 이행 상황을 가시적으로 확인하며 피드백을 주고, 업데이트를 하는 활동들이 모두 위기관리 관제센터에서 이루어 진다.
위기 대응을 해야 하는 기업 부문들에서는 자신들이 실행해야 할 활동들에 대한 조언을 위기관리 관제센터로부터 받게 된다. 물론 어떻게 대응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들에 대해 부서 스스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부서 활동들과 중앙 관제센터에서 원하는 전략과 방식들에 자신의 것들을 일체화 시킬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위기관리 관제센터의 지시와 조언에는 항상 강제성이 전제된다. 이 부분에서 2012년간 통합의 화두에서 발생했던 반복적 질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통합은 일단 완성 했는데, 실제 통합체의 운용에 있어서 누가 리더십을 가져가야 하는가? 또한 어떻게 그 리더십을 부여 받은 부서가 통합체 말단 까지를 일사불란하게 운용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바로 관제의 강제성 부분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기업의 연속성 확보와 강화를 위해, 기업 내에 지정한 위기관리 관제센터는 일정수준 이상의 위기관리 프로세스 관리상 강제력을 보장받아야 한다. 물론 이는 위기 발생 직후부터 비상체계로서의 강제력을 의미한다. 실제 각 공항내의 중앙관제센터의 경우에도 특별한 규정에 따라 관제의 강제력을 인정받고 수행하고 있다.
2013년에는 기업 내 통합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관리하고 통제 할 수 있는 중앙관제센터의 설립이 매우 중요한 실행 과제가 될 것이다. 어떻게 위기상황을 빠른 시간 내에 감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앙 차원의 관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합적으로 모니터링과 센서링 체계를 구축해 놓기는 했는데, 실제 저 끝 말초신경단에서 감지된 위기 상황을 저 위 대뇌에까지 실시간으로 끌어 올리는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관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위기상황 감지 직후에는 바로 해당 상황에 대한 정보취득과 분석들이 일사불란하게 일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관제하지 않고 일선의 자각에만 정보취득 및 분석과정을 의지해서는 안 된다. 일선에서 정확하고 빠른 취합 및 분석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
취합된 정보와 분석결과들은 그 자체로 전파성을 가지지는 못한다. 보고와 공유 시스템에 대한 관제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어떤 정보와 분석결과들이 어떤 라인들과 함께 공유되고 있는지, 보고 완료는 언제쯤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크로스 체킹을 통해 해당 보고사항들이 정확한지, 오류나 누락은 존재하지 않는지를 점검해야 하는 것도 관제센터의 몫이다.
관제센터에 의해 보고 공유된 위기 상황은 최고의사결정 그룹인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의사결정 재료들로 쓰인다. 빠른 의사결정을 이루어질 수 있게 의사결정 과정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도 관제센터의 업무다. 여기에서 결정된 대응전략과 대응 활동 지시 사항들을 하나 하나 관리해 실행토록 하는 것도 관제센터가 하는 일이다. 실무 부서들은 이러한 관제센터의 지원과 통제에 따라 하나의 방향성으로 일사불란 함을 보여줄 수 있게 마련이다.
일단 실행된 일선 부서들의 위기관리 활동들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위기관리 위원회에 변화된 상황들을 업데이트하는 역할도 관제센터의 일이다. 반복적 프로세스 관리를 통해 위기 상황의 종료에 대한 판정을 내리는 곳도 그곳이다. 언제쯤 다시 사후 위기관리를 본격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리도 그렇다.
2013년 말 즈음 어떤 기업은 인천국제공항 수준의 위기관리 관제센터를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어떤 기업은 남태평양 피지의 한 작은 섬에 놓인 경비행기 활주로 같은 관제수준으로 방치하고 있는 곳으로도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2013년의 숙제를 누가 얼마나 잘 풀어 나갈지는 우선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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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기고문] 위기관리가 힘든 기업의 특징들


위기관리가 힘든 기업의 특징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보다는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이 항상 더 많다. 만약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이 더 많다면 해당 위기는 사실 그리 위중한 위기가 아니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은 정말 심각하고 위중한 위기에 대해 평소 생각이나 대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종종 실패한다.
개인적으로도 생각해 보자. 북한과 마주 해 현재도 전시 대치 중인 우리나라의 국민들을 돌아보자. 40초 정도면 북한에서 발사한 포탄이 서울 한 복판 또는 집 앞마당에 떨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대비해 평소 우려하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가족간 비상연락망이나 대피소들을 알아보거나, 전시물품을 집안에 비치하는 가정은 몇이나 될까? 그렇게 위기란 막상 닥치기 전에는 위기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그 부분이 문제다.
사전에 대비를 철저하게 하기 힘들다면, 많은 전례를 통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기업들의 위기관리 실패학이라도 한번 돌아보도록 하자. 그들의 실패로부터 배울 점을 찾아보고, 우리는 조금 낫게 위기를 관리해 보자.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아래와 같은 특징들을 보인다.
첫째, 기업의 철학이 액자 속에만 들어있다. CEO나 임원 그리고 모든 직원들 머릿속과 마음속에 존재해야 할 안전에 대한 철학, 고객들에 대한 철학, 환경에 대한 철학, 품질에 대한 철학이 그냥 표구된 채 본사 강당에 붙어있다. 위기는 기업 철학을 시험하는 아주 정확한 리트머스라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철학을 확고하게 공유한 기업들은 위기관리에 실패할 확률이 적다.
둘째, 위기 시 핵심의사결정자들의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부재하다. 위기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내려주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을 의미한다. 의사결정에 주저하거나, 이를 서로 미루거나 떠 넘기려는 내부 리더십을 가진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 보다 훨씬 취약하다.
셋째, 기업 내부 사일로(silo)가 강하다. 다른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평소나 위기 시 관심이 없다. 전체적으로 위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업 구성원들이 하나의 시각을 공유하지 못한다. 우리 부서가 주관이나 유관이 아닌 위기는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전사적 위기대응이라는 주문은 현실화되지 못한다.
넷째, 협업의 경험이 별로 없다. 위기 시 올바른 상황정보 취득과 공유 그리고 대응 전략과 방식에 대한 논의가 위기관리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위기 시 많은 부서들과 협력 조직들은 한자리에 모이거나, 집단적으로 의사결정 하는 것 조차 익숙하지 않다. 적시 위기대응은 불가능하다.
다섯째, 보고체계나 정보공유 체계에 왜곡들이 많다. 외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기업이 종종 모를 수 있다. 상대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때때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내부에서 우리가 그리고 우리 직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모르는 경우는 큰 문제다. 위기가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의 보고 과정에는 왜곡이나 누락이 존재한다. 그 간극이 크면 클수록 위기관리에 실패할 확률은 높아진다.
여섯째, 상황관리에만 집중하고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하지 않는다. 집에 불이 났으니 불만 끄면 위기는 관리되었다 생각하는 셈이다. 집 주변을 둘러싸고 불구경을 하던 많은 이해관계자들에는 아무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고, 불이 꺼졌으니 더 이상 뭐가 문제인가 한다. 위기 시 문제는 상황 그 자체보다 상황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서 더 크게 다가온다.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이유다.
일곱째, 미디어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 그들은 통제할 수 없다. 기업이 위기 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은 기업의 의사결정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다. 더 나아가 기업을 구성하는 조직원들을 하나의 생각과 보이스로 통제하는 것이 전부다. 미디어나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 믿는다면 곧 상황 조차 통제할 수 없어져 버린다.
마지막 여덟째, 평소 위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다. 위기는 종종 발생하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만약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지?(What if?)’라는 생각이 평소에 반복적으로 세세히 존재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평범해 보이는 무심한 작업이나 결정 하나가 회사를 재앙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항상 어렵다.
이와 같은 기업들의 위기관리 실패학은 현재도 기업 위기 시 지속 반복된다. 이를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기업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집중해 개선에 먼저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다. 위기는 기업이 스스로 제때에 해야만 하는 일을 적절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바로 지금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적기다. 바로 개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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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82012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통제센터 없이 손발만 움직이는 위기관리 시스템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통제센터 없이 손발만 움직이는 위기관리 시스템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구미에서 불산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언론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은 그냥 단순 화학원료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았다. 며칠이 흐르고 나니 사고 당시 누출된 가스가 상당히 위험한 화학물질이라는 것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역에서의 피해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이번 위기는 세가지 질문에 기반 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전에는 우리나라에 불산 가스라는 화학물질 관련 사고 전례가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불산 가스관련 사고들이 작은 규모지만 수 차례 발생했었던 전례가 있었다. 심지어는 구미의 해당 업체에서도 몇 년 전 불산 가스 유출로 직원이 부상한 전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는 이러한 전례에 아랑곳 않고, 이에 대한 최소한의 방지책 조차 보유하지 않았다.
둘째, 위해물을 다루는 해당업체나 지역 재난방지주체들이 불산 가스 관련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발생 형태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일단 발생 형태가 예측 가능했다면, 당연히 그 발생가능 지역인 공장내부에는 적절한 사고 대응 장비나 자재들이 구비되어 있어야 했다. 또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지역 재난방지주체들은 사고 확산 방지책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가 완료되어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불산 가스 사고라는 것을 전제로 한 재난대응체계에서는 어떠한 준비성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셋째, 예측되는 불산 가스 관련 사고에 적절한 해결책을 알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불산 가스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소석회를 배포해 중화작업과 확산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미 해결책으로 알려져 있었다. 분명 이는 해당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라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정보였을 것이다. 또한 지역 내에 불산 가스를 취급하는 업체가 존재하는 지역 재난방지주체들 당연 인지하고 있었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에 적절한 해결책인 ‘소석회’ 준비는 구미시에 의해 상당 시간이 흐른 뒤 준비 되 사후약방문 수준에 그쳤다. 위기가 발생 한 후 생각하는 습관 때문이다.
이번 불산 가스 누출 사고는 한마디로 관련된 위기관리 주체들에게는 이미 전례가 있어 예측이 가능했고, 실제 발생 형태에 대한 인지도 가능했었던 위기다. 더불어 그에 적절한 해결책 또한 이미 상식적으로 공유되었던 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업체나 지역 재난방지 주체들은 거의 아무 대비나, 상황관리 활동 전개에 실패했다. 그 이유는 뭘까?
생산 시설에서의 사고 발생의 경우 제1차적 위기관리 주체는 해당 기업이 되겠다. 해당 기업은 일반적으로 ‘사고 예방 및 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사고방지 교육 등을 실시하고 일부는 사고 시 상황관리 연습 또한 실시하는 게 정상이다.
그 다음 2차 위기관리 주체는 해당 기업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위기나, 이번 사고와 같이 상당 수준 위해성이 있는 사고의 경우 위기관리 리더십을 쥐게 되는 주체다. 일반적으로 소방서, 지역정부, 관련안전기관, 경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평소에도 법으로 규정된 안전 설비나 대비수준을 점검하고 계도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마지막 3차 위기관리주체는 중앙정부다. 더 세부적으로 재난방재청이나 사고 관련 감독 정부 부처들이 되겠다. 이번 불산 가스 사고에서는 환경부가 주로 그 역할에 해당했었다. 해당 사고가 국가재난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까지 확산이 되면 이는 국가위기관리 매뉴얼 체계하에 들어가 전정부적인 지원이나 개입이 시작된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관리 체계가 위기의 규모와 범위 그리고 발생 이후 시계열적 구조로 위기관리 주체를 편성해 놓았다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위기를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통제센터의 역할을 사고 발생 직후부터 릴레이 형식으로 주고 받는다는 데에서 전문성 논란, 책임소재논란 그리고 시간지연의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역 소규모 공장의 일반 화재사고 경우에 까지, 1차, 2차, 3차 위기관리 주체들이 모여들어 소란을 떨 필요는 없다. 또 평소에도 그렇지만 사공이 많다고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빨리 나간다는 법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선에서의 CI(Commander’s Intent), 즉, 지휘관 의도(指揮官意圖)에 의지할 수 있도록 일선 위기관리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이야기 한다. 일선 위기관리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장 빨리 대응 할 수 있는 그룹이므로 이들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하는 것이 성공적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불산 가스 누출 사고 시 이러한 CI(지휘관 의도)에 의지하는 위기관리 체계는 또 다른 문제들을 초래했다. 1차와 2차 위기관리주체인 일선 재난관리 기관들의 지휘관들이 각자 다른 판정을 내리고, 잘못된 전문성을 기반으로 나름대로 각기 상황관리 활동을 벌여 불산 가스의 확산과 주민들의 피해를 더 악화 시키는 문제가 발생했다.
사고 시 가장 훌륭한 위기관리 통제센터는 상황 지역 인근에 세워지는 형식이어야 한다. 현장에서 1차와 2차 위기관리 주체들이 하나의 통합된 위기관리 통제센터를 만들어 각자의 전문성과 대응 활동들을 협업 형식을 통해 실행에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한 주체가 위기통제센터의 협업과정을 리드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일선에서의 대부분의 협업 실패는 이런 리더십 부재가 주된 이유가 된다.
서로 통제를 주거나 받지 않는 이질적 전문그룹들이 단시간에 모여 하나의 리더십 하에 편제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상적 개념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사고 관리를 위해 추대된 위기통제센터의 리더가 협의 지시하는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는 해당 협업주체들이 각자 져야 한다는 한계들도 있다. 예산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많은 정부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위기통제센터는 여러 기관들이 장시간 협의를 거치고, 최고위층의 인가를 받아 세워질 수 밖에 없고, 이런 과정에 물리적 시간 소요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전문적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전담기관이 평소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관의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지역적으로도 파견 또는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사건이나 사고, 위기 발생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위기관리 전담기관 전문가들이 파견되는 형식이다. 해당 위기의 특수성에 따라 적절한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위기관리 전문가가 1차와 2차 위기관리 주체들의 협업과 통합적 의사결정을 리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소방관들의 일선 CI(지휘관 의도)에만 주로 의지해서는 이번과 같은 특수하고 복합적인 위기에는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어 보인다. 일부에서는 소방방재기능에 좀더 전문성을 심어주자 하는데 이런 아이디어를 국가와 지역 차원의 위기관리 전담조직 아이디어와 결합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그보다 더 중요한 위기관리 통제센터의 기능은 지역주민이 스스로 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주민이 자신의 삶과 터전인 지역의 안전에 더욱 더 경각심을 가지고 지역 소재 기업들과 기관, 더 나아가 지역정부와 중앙정부에 대비책 마련을 상시 요구해야 한다. 지역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지역주민들이 위기발생 이전에 위기관리 통제센터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 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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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9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 시에는 인사(人事)를 건드리지 말라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 시에는 인사(人事)를 건드리지 말라

기업이나 조직들 중 인사(人事)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곳들이 있다. 책임자나 실무자들을 몇 명 정리 해버리면 위기가 관리된다 믿는 듯 하다. 일부 경영자 입장에서는 가장 쉽고 간편한 위기관리 방식일 수도 있겠다. “당신은 홍보임원씩이나 되서…이런 위기 하나 관리를 못합니까? 책임지고 물러나세요!”하는 식이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나 조직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주문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위기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으면 가장 좋겠지만,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그 다음 제일 우선순위는 해당 위기를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물론 실무책임자들이 사전에 정교하게 위기를 모니터링하고 대응방안들을 잘 짜 놓고, 지속적으로 훈련 해 위기의 발생을 억제하는 능력들이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다. 이런 준비와 대비에 안이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실무책임자들을 인사 평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그런 평가를 할 적기는 아니다.

모 기업에서 위기가 발생했다. 자문에 들어가 임원들을 만나보니 상당히 심각한 얼굴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습니다. 누가 그 책임을 지는가 하는 것 때문에 요즘 임원들간에 신경전이 날카롭습니다.” 앞다투어 위기를 관리해야 할 일선 임원들이 인사조치를 두려워하면서 의사결정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어떤 기업에서는 임원들 사이에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 “막상 위기가 발생하니, 누가 주도권을 쥐고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고 상당히 민감합니다. 오너께서 부재하신 상태에서 함부로 리더십을 가져가는 것 자체가 반란이죠.” 그렇다. 평소 기업 오너께서 의사결정의 리더십을 쥐고 계셨던 기업들은 막상 오너께서 여러 이유로 유고 상황을 맞게 되면 누가 그 주도권을 이어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결정이 나지를 않는다. 오너께서 “OOO부사장이 위기관리 위원회를 이끌어 주세요”하는 하명이 없는 이상 임원들간 지루한 논의만 계속될 뿐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어떤 기업의 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차피 크게 벌어진 일, 일부 유관 임원들은 벌써 다른 회사를 알아본다는 이야기도 돌아요. 걱정이 많습니다.” 사후 책임을 추궁 당할게 뻔한 임원들의 마음이 벌써 떠나버린 것이다. 위기를 관리해야 할 임원들의 마음이 다른 회사로 향해 있으니 위기관리가 성공할 리가 없다.

위기에는 항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개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책임이 따라야 하는 위기에 대한 사내 차원의 재정의도 필요하다.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이 위기관리 체계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무임원들이 모두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에 기반한 의사결정들을 차곡차곡 잘 해 왔다면, 위기의 대부분은 미연에 방지되거나, 최소화 될 수 있는 법이다.

심각한 위기의 원인을 한번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미 정해져 있는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을 무시하고 내린 의사결정 때문에 발생한 경우들이 많다. 회사의 범법행위들이 그렇다. 제품 품질이나 안전의 문제도 그렇다. 직원들의 불법적인 행위들도 그렇다. 내부고발 케이스들도 그 때문이다. 소비자들에 대한 갈등 문제들도 그러고 환경이나 커뮤니티관련 위기들도 모두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을 도외시 한 의사결정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기발생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에 대한 관리 및 강화, 공유의 책임은 분명하게 CEO 및 오너에게 있다. 이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CEO와 오너가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문제는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내적으로는 이에 대한 책임이 CEO와 오너에게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와 오너의 책임을 누군가는 대신 짊어져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기가 발생한 그 와중에 벌써부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누가 인사조치를 당해야 마땅한지 등에 대해 언급이 나오게 되면 위기관리는 이미 물 건너 가게 된다. 이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직원들은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오게 되는 불안한 일은 하지 않으려 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다급한 위기라 해도 사내 분위기가 안 좋은데 나서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 때는 해결책이 없어요. 그냥 조용히 몸을 사리고 다른 임원들과 함께 움직이는 게 보신책이죠’하는 생각들이 팽배하게 된다.

절대적으로 CEO나 오너는 위기 시 책임론을 부각시키거나, 인사조치를 의미하거나 실행하는 등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이미 발생한 위기를 협력하여 잘 관리한 실무임원들을 포상하는 것이 더 낫다. 그 과정에서 그들을 치하하고, 지원하고, 격려해 주는 편이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더 나은 전략이다.

위기 시 인사에 손을 대는 기업에는 평소 위기관리 실무에 복지부동하고, 위기 시에는 정치적으로 복지부동 하는 임원들만 남게 된다. 위기는 반복되고, 위기관리는 실종된다. 기업들이 크나큰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별반 전략적인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들 중 상당 부분이 이 위기 시 인사에 대한 문제에 기인한다.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황을 만드는 아주 나쁜 위기관리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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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기고문] 질문이 문제가 아니라 답변이 문제다

[OO은행 사보 기고문]



질문이 문제가 아니라 답변이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미국의 대표적 기자이자 뉴스앵커인 샘 도날슨(Sam Donaldson)은 “기자의 질문이 문제를 일으킨다기 보다는 답변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맞는 말이다. 기자는 취재하는 사람이고 질문하는 사람이다. 취재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 기자는 기자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자의 취재와 질문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샘 도날슨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면 “기업이 기자의 질문에 전략적으로 답변해야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임을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전략적이지 않은 답변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언론홍보를 하지 않는 일반 임직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략적이지 못한 답변의 특성들을 살펴 보자.
첫째, 모르고 답변한다. 상황 파악이 되지도 않았고, 그 사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일단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기반으로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한다. 전략적이지 못하다. 잘 못된 메시지가 기사화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답변해야 할 사람이 아닌데도 답변한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은 “저는 그 질문에 대해 답변드릴 수 있는 부서 직원이 아닙니다.” 또는 “저는 그 질문에 답변드릴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하는 답변이 주를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기분야가 아닌 내용이나 자신의 책임 범위를 넘는 메시지로 기자에게 답변 하곤 한다.
셋째, 사적인 생각을 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개인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조직의 생각이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토와 논의들이 있어야 한다. 조직 내 공유된 메시지는 공식적인 답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요…”하면서 시작하는 답변은 전략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넷째, 놀랄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자와 말을 시작하면 탄력이 붙을 때가 있다. 순간 긴장을 늦추게 되면 사단이 벌어진다. ‘아차’ 하면 이미 늦었다. 신문기사나 TV보도에서 나오는 내 메시지를 보고 놀랐다면 이미 큰일은 벌어진 셈이다. 놀랄만한 메시지를 기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다섯째, 노 코멘트 한다. 노코멘트는 곧 코멘트다. 어떤 코멘트일까? 그렇다. ‘그 문제는 우리의 책임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를 인정합니다’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업은 적절한 대응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찾지 않으면 기자들이 찾아다 안겨준다. 부정적인 기사를 일방적으로 선물하는 것이다.
여섯째, 솔직하게 답변한다. 물론 많은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은 항상 기업은 투명해야 한다 이야기한다.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전문가들도 “언론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상의 것들은 ‘투명하되 전략적으로 투명 하라’는 주문이다. ‘전략적으로 진실 하라’는 의미다. 기업은 절대 성인들이 모여 있는 종교단체가 아니다.
일곱째, 공감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렇게 된다.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에는 아랑곳 없이 커뮤니케이션 하게 된다. 본능에 충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면 꼭 이렇게 된다. 방어본능, 대응본능, 충돌본능, 회피본능 등 이런 본능들을 평시나 위기 시 철저하게 통제해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전략’의 반대말은 ‘본능’이다.
여덟째, 서로 따로 이야기한다. 기자가 같은 질문을 물어도 일선 직원에게 듣는 답변과, 팀장에게 듣는 답변, 그리고 임원에게 듣는 답변이 서로 다르다. 이렇게 되면 기자는 그 조각 조각들을 맞추어 가면서 큰 그림을 퍼즐링 할 수 있게 된다. 몇 번만 왔다 갔다 다시 되 물으면 회사 내 모든 조직원들이 기자가 큰 그림을 그리게 도와주는 것이다. 창구를 일원화 하자는 것은 이런 상황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하나의 창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 창구라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아홉 번째, 너무 디테일 하게 이야기한다. 딜레마를 느낄 것이다. 너무 디테일 하면 문제라 하는데, 디테일 하게 설명 하지 않으면 기자에게 대충대충 이야기하는 것으로 비추어 질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무엇이 디테일인가 하는 정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다. 여기에서 이야기하지 말라 하는 디테일이란 ‘쓸데 없는’ 또는 ‘과도한’ 디테일을 칭하는 것이다. 기자에게 답변하면서 ‘가만있어봐……이렇게까지 세부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느낌이 들면 벌써 너무 깊숙이 문제 속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마지막 열 번째, 전략적이지 못한 답변은 대부분 사전 사후 공유를 생략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내가 기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공유하기가 꺼려지거나, 다르게 공유를 하거나, 일부만 공유를 하거나, 또는 공유를 하지 않거나 하는 이런 증상은 해당 직원 스스로 ‘나의 답변이 전략적이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당연히 결과적으로 기사나 보도에 잘 편집될 확률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조직이 그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공유되지 않는 기자와의 접촉이나 대화는 문제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반복적으로 전략적이지 않는 답변 내용들과 태도들에 대해 이야기 해도, 막상 기자와 말을 섞게 되면 이 열 가지 중 한 두 개의 실수들을 저지르고는 한다는 것이다. 수십 년 언론홍보를 해 오신 홍보 임원분들도 기자들과 대화 시 아주 가끔 ‘아차~!’하는 말실수를 하신다. 그런 전문가분들도 사소한 실수를 하실 때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다른 업무를 하는 임직원들은 오죽할까?
실수를 하지 말라 하지만, 절대 실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가능한 것은 실수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한번 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전사적으로 그런 실수를 공개하고 반면교사로 삼아 다른 직원이 유사한 실수를 하지 않게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많은 선진국 기업들은 임원들과 직원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을 실시한다. 평소에 기자와 전략적으로 대화하는 훈련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분명한 것은 기자들은 훈련 받은 취재전문가들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직원들이 모두 프로페셔널하게 훈련 받은 전략적인 답변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밥’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 전사적으로 언론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공유되어야 하고, 최소한 위와 같이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인식 공유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전략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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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2012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타이밍을 보면 위기관리를 안다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타이밍을 보면 위기관리를 안다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개인이나 조직이 빨리 움직인다는 것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단순하게 속력이나 속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 시 거대한 조직이 빨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일 때에는 그 안으로부터 여러 인사이트 들을 발견할 수 있다. 평소에도 일정규모 이상의 조직은 빨리 움직이기 힘들다.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을 위해 상당히 지루한 시간들을 조직은 물리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결과인 실행을 바깥에서 목격하려면 긴 세월이 흐르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하나의 외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길게는 일년에서 적게는 수주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광고, 프로모션, 영업, 마케팅, HR 등의 활동에 있어서 물리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기업간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이를 건너뛰거나 생략하고서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없다고도 생각들을 한다.
그렇다면 위기 시 빨리 움직이는 기업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본능에 의거해 조직전체가 반사신경에 기반한 실행력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한 두 명의 의사결정자에 의해 군대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조직 구성원들이 타고 태어난 위기관리 전문가들이라서 그럴 수 있을까?
대부분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빨리 움직이는 기업은 미리 그 위기를 예상하고 준비했던 기업이다. 상당히 구조화 된 모니터링 시스템과 센서링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전사적으로 해당 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감지해 공유하고, 이에 대한 발생 시나리오를 개발 해 충분히 사전 공유했던 기업이다. 어느 누군가가 해당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조직의 장을 맡고, 해당 위기에 대한 대응 주관과 유관 부서들을 통합해 리드하면서 발생 시기를 ‘기다려 왔던’ 기업이다.
빠른 기업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매번 반복적으로 조언한다. “준비하라, 준비하라, 준비하라” 해당 기업은 준비한 기업이다. 발생하는 위기를 100% 사전에 소멸시킬 수 없기 때문에 발생 사실을 전제로 여러 상황들을 예상해 준비하는 업무를 하는 게 위기관리다. 그러나 실제 기업들의 위기관리 현장은 어떨까?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적절한 대응준비가 선행되고 있을까?
불행히도 많은 기업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면 대기업일수록 그런 부분에 있어 사전 협업이나 통합된 시나리오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바깥에서 보는 것처럼 당연히 준비해 타이밍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을 어이없이 비켜나가는 기업들을 보라.
물론 기업 내부에서 실제 위기관리에 참여한 구성원들은 여러 현실적 사정들을 이야기한다. “홍보팀만 하는 게 위기관리가 아니라서요” “조직은 큰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어느 한 부서가 튈 수는 없어요” “오너 분이 관련되어 있는 위기라서 실무팀들이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거든요” “우리라고 위기관리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여러 이유들에 어쩔 수 없이 공감할 수 밖에 없다. 현실을 무시한 채 ‘이래야 한다’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실질적이 아니라는 비판도 이해한다.
하지만, 좀더 솔직히 기업 내부를 되돌아 보자. 10년전에 같은 위기를 겪었지 않나? 몇 년 전에도 이런 이슈는 있었지 않나? 당시에도 우리 부서가 이렇게 움직이면 안됐었다 사후 개선을 약속하지 않았었나? 당시 로펌과 홍보팀이 협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그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내부 워크샵에서 이야기 나누지 않았었나? 당시 위기관리를 지휘하시던 부사장이 퇴임을 하신 직후 사내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조속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지 않나?
그때 그때 위기관리가 잘 안 되는 현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사하거나 동일한 위기에 있어 매번 비슷한 현실적 이유를 대는 것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윗분들이 보실 때에도 매번 비슷한 현실적 이유를 제기하는 실무자들은 ‘우리는 위기를 관리 할 수 없어’하는 태도를 가지는 사람들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위기와 위기관리를 반복하면서 개선되고, 향상, 강화되는 그 무엇은 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 더 나은 대응과 관리방식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시스템상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매번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그 때부터 허둥지둥 위기대응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위기 발생 직후부터 상황이 변하고, 주변의 의견들이 변하고, 전체적인 여론이 흘러간다. 그에 대한 혼란 속에서 해당 기업은 회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보고서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물리적 시간은 그냥 하염없이 흘러간다. 이윽고 내부적으로 모든 타이밍을 이미 놓쳐버렸다는 공감대가 슬슬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미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 시기가 지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거나 연장되면 우리에게도 더 이상 좋을 게 없으니 그냥 이대로 상황을 종료하도록 합시다” 당연히 때를 놓치고 불안해 하던 내부인력들은 그 제안에 박수를 친다. 위기관리가 끝나는 순간이다. 위기관리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았고, 내부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의 혼란과 난상토론만 있었을 뿐이다. 혹시 이런 경험에 익숙하지는 않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타이밍에 기다렸다는 듯이 위기관리 실행을 하는 기업들은 분명히 준비된 기업이다. 위기는 어떤 기업이라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모든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우리주변의 조직들과 기업들에게는 ‘위기는 존재하지만 위기관리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더 이상의 현실적 핑계나 실패의 반복은 그만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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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O사 사보 기고문] 위기에 대한 패러독스(paradox)들

위기에 대한 패러독스(paradox)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많은 기업들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자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떤 기업도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어 보인다. 모든 위기가 미연에 방지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기업은 두 가지로 나뉜다. 위기를 경험했던 기업과 위기를 앞으로 경험할 기업 이 두 가지다. 그렇다면 기업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위기를 ‘대비’하는 기업이 스마트 한 기업이다. 위기는 필히 발생한다 전제하고, 만약 이런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 중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평소에 생각하고 준비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기업이다. 자, 그러면 구체적으로 준비란 어떤 것을 이야기 하는가 살펴보자.
첫째, 위기는 깜짝 놀랄 만 한 생소한 대상이 아니다. 위기는 대부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중에 발생한다. 그럼에도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모두가 깜짝 놀라는 이유는 뭘까? 평소 해당 위기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감으로만 이런 위기도 발생할 수 있겠구나 평소에 느껴 왔을 뿐, ‘이 위기가 발생한다면’을 전제로 하고 일정시간 동안 구체적인 대응에 대한 깊은 생각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인가?
둘째, 위기관리는 ‘누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위기를 관리하지 않는다. 비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위기에 리더십을 가지고 스스로 나서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 시 숨고, 피하고, 두려워하며, 기도한다.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알아 냈다면 그 다음은 ‘누가’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어떻게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실무진들에게 있다.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을 몰라서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 보다는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실패하는 기업들이 더 많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 평소 실무진들에게 질문하라. “이런 위기 시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실무진들에게 정확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답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위기는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유사한 반복의 원칙은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에게는 아주 유리한 위기의 특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매번 당황스럽고, 매번 힘들어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위기로부터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를 경험하면서 다음에 이러한 위기가 또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하는 생각과 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평소 위기로부터 배움을 찾자.
마지막으로 위기는 기업의 철학과 공유된 가치들에 의해 성패가 갈린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는 직원들이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 직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가 위기 시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법이다. 직원들이 고객을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품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비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며, 안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그들이 생각하는 그대로 위기는 관리 된다. 평소 품질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품질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자명하게 된다.
위기를 경험했고 앞으로 경험할 기업들에게 공히 조언하는 것이 이런 ‘준비’에 대한 이야기다. 준비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평소 함께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위기관리 체계란 함께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떤 특정 부서에게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어 보세요”라고 주문하기 보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봅시다”하는 주문이 더 옳은 주문이다.
경쟁사들을 둘러보자. 다른 기업들도 둘러보자. 수많은 위기 사례들을 들여다 보자. 그리고 우리가 경험했던 위기들을 돌아보자. 그 안에 답들이 있다. 위기관리라는 시험은 나왔던 문항이 또 나오고, 이미 풀어 봤던 예상 문항이 그대로 나오고, 친구가 어제 풀었다던 문항이 바뀌지 않고 나오며, 조금만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항들로 채워져 있다.
위기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단순한 시험을 치르면서 매번 놀라고, 매번 당황하며, 매번 생소해 하고, 매번 틀리는 기업에게 있다. 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게으른 기업들이 문제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 그것이 위기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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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고객접점이 ‘위기의 지뢰 밭’이 돼서는 안 된다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고객접점이 ‘위기의 지뢰 밭’이 돼서는 안 된다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고발하세요. 마음대로 하세요. 그럼 끊습니다. 딸깍. / 아니 누가 그래요? 누가 그래? 우린 죽어도 환불 못해 줘요. 본사에 연락해요. 해 보세요. 저희는 꿈쩍도 안 합니다. / 야! 손님이면 다야? 너 한번 오늘 죽어봐라….
이상은 연극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공격적 대사가 아니다. 몇몇 고객 접점 현장에서 실제로 녹취된 고객과 종업원간의 대화 중 일부다. 하나는 고객상담전화 내용이고, 또 하나는 모 유명 식음료 업체 가맹점주의 메시지다, 마지막 하나는 또 다른 식당 체인 직원의 메시지였다.
“다른 건 괜찮은데 고객접점이 문제다”라 고민을 토로하는 프랜차이즈 업계 위기관리 담당자의 하소연에 주목해야 하겠다. 회사에서는 좋은 브랜드와 유망한 사업성을 가지고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 시키고 있는 반면, 실제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인 고객접점에서는 다른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외국계 프랜차이즈들의 경우에는 일찍이 이런 고객접점에서의 위기대응 프로세스와 트레이닝들이 많이 제공되어 그나마 큰 문제 없이 위기를 사전 완화하거나 방지하는 활동들을 진행 중이다. 반면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들의 경우 이런 고객접점 위기관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케이스 공유 그리고 핵심 접점 인력들에 대한 트레이닝이 아직 진행되지 않는 곳이 많아 보인다.
고객접점이 문제라고 고민을 토로하는 위기관리 담당자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수십에서 수백 개의 가맹점들 또는 직영점들에서 일하는 수 천 명 이상의 일선직원들을 본사에서 어떻게 가이드 하며, 어떻게 관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심지어 본사에서 현장을 모니터링 하는 체계조차 없어, 일선에서의 단순 트러블이 항상 위기화 되어야 인지하는 경우들도 있다. 당연히 고객접점이 꼭 살얼음판 같이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고객접점은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소비자 권익과 관련된 고발 프로그램들의 취재형태가 이전에는 본사중심의 입장 청취에서 최근에는 해당 기업 일선의 목소리를 채집하는 형식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이제는 훈련된 홍보담당자의 죽어 있는(?) 메시지를 보도화 해주기 보다, 살아 있는(?) 일선의 목소리를 바로 보도해 현실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동시에 보여주자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고객과의 트러블이 문제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고객접점으로만 남아 있는 일선이 더 이상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전문적 취재 훈련을 받은 기자와 PD들이 일선 매장과 지점, 지사, 지국 그리고 영업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을 취재하고 있다. 위생과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일선을 방문해 적발조치를 취하고 있다. NGO들이 실제 사례를 그들 앞에서 수집한다. 고객들은 이전과 같이 일선에게 소리 치고, 항의 하며, 입장피력을 요구한다. 사장을 불러 달라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회사들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기존의 체계를 그냥 유지하면서 단순하게 하늘의 뜻에 따르기로 기도할 것인가? 회사가 가이드 불가능한 이슈일 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만 나서서 체계를 다잡을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혹은 지금까지 그렇게 치명적인 위기로 다다른 사건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하고 민감하게 대비할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근 사례를 돌아보면 위의 이런 안이한 생각이 틀렸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온라인과 SNS가 고객접점에서 가장 활발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고객들은 항상 기업의 고객 접점에서 그 기업을 판단하고, 그 기업과 대화하기 원한다. 해당 기업의 일선이 적절한 이슈관리를 하지 못하면 해당 이슈는 눈 깜짝 할 사이에 SNS를 통해 온라인에 공유된다. 이제부터는 이 이슈는 일선의 것이 아니라 전사적인 위기로 발전하는 것이다. 본사가 답해야 하는 순간이다.
문제는 기존 시스템에 안주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예전에도 이슈가 발생하면 회사는 일선으로부터의 상황파악에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나아짐이 없다. SNS는 기름 끓듯 분노와 항의가 넘쳐나고 있는 데, 위기관리 주체인 회사에서는 상황파악에만 골몰하고 있게 된다. 전혀 빨라지지 못한 기업들은 항상 이렇다. 당연히 상황파악이 늦으니, 입장정리도 늦다. 위기화 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늦고, 정확 할 리가 없다. 전사적으로 악화된 위기에 대응하면서 해당 회사는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 내게 된다. 단순하게 일선에서 관리 가능했던 이슈가 위기가 되고, 심지어는 재앙으로 발전하게 되는 형국이 벌어진다. 이 자체가 정체절명의 위기다.
업 친데 덮치고, 그 위에 또 한번 덮친 격이다. 기업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빨리 체계를 개선하자는 옵션뿐이다. 일선에서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일선을 교육하고 트레이닝 하는 수 밖에 없다. 한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 해 그들에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습관화 되도록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수 밖에 없다.
빠른 상황보고 및 공유체계와 온라인에서의 위기정보 공유 시스템도 필요하다.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일선과 본사간의 격차를 어떻게든 줄여보려 노력하는 시스템이다. 빠른 상황파악이 바른 입장정리를 지원한다. 빠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정확하게 진행 가능해진다. 회사가 일선에게 명확한 가이드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 투자해 트레이닝 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처럼 일선으로부터 이런 현실에 근거한 불평을 듣지 않게 될 것이다. “왜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가? 본사에서 언제 우리에게 명확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준 적 있나? 우리는 회사를 위해 그렇게 했는데, 이제와 우리가 문제라 하면 우린 어떡하나?”하는 반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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