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가 힘든 기업의 특징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보다는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이 항상 더 많다. 만약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이 더 많다면 해당 위기는 사실 그리 위중한 위기가 아니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은 정말 심각하고 위중한 위기에 대해 평소 생각이나 대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종종 실패한다.
개인적으로도 생각해 보자. 북한과 마주 해 현재도 전시 대치 중인 우리나라의 국민들을 돌아보자. 40초 정도면 북한에서 발사한 포탄이 서울 한 복판 또는 집 앞마당에 떨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대비해 평소 우려하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가족간 비상연락망이나 대피소들을 알아보거나, 전시물품을 집안에 비치하는 가정은 몇이나 될까? 그렇게 위기란 막상 닥치기 전에는 위기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그 부분이 문제다.
사전에 대비를 철저하게 하기 힘들다면, 많은 전례를 통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기업들의 위기관리 실패학이라도 한번 돌아보도록 하자. 그들의 실패로부터 배울 점을 찾아보고, 우리는 조금 낫게 위기를 관리해 보자.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아래와 같은 특징들을 보인다.
첫째, 기업의 철학이 액자 속에만 들어있다. CEO나 임원 그리고 모든 직원들 머릿속과 마음속에 존재해야 할 안전에 대한 철학, 고객들에 대한 철학, 환경에 대한 철학, 품질에 대한 철학이 그냥 표구된 채 본사 강당에 붙어있다. 위기는 기업 철학을 시험하는 아주 정확한 리트머스라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철학을 확고하게 공유한 기업들은 위기관리에 실패할 확률이 적다.
둘째, 위기 시 핵심의사결정자들의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부재하다. 위기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내려주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을 의미한다. 의사결정에 주저하거나, 이를 서로 미루거나 떠 넘기려는 내부 리더십을 가진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 보다 훨씬 취약하다.
셋째, 기업 내부 사일로(silo)가 강하다. 다른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평소나 위기 시 관심이 없다. 전체적으로 위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업 구성원들이 하나의 시각을 공유하지 못한다. 우리 부서가 주관이나 유관이 아닌 위기는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전사적 위기대응이라는 주문은 현실화되지 못한다.
넷째, 협업의 경험이 별로 없다. 위기 시 올바른 상황정보 취득과 공유 그리고 대응 전략과 방식에 대한 논의가 위기관리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위기 시 많은 부서들과 협력 조직들은 한자리에 모이거나, 집단적으로 의사결정 하는 것 조차 익숙하지 않다. 적시 위기대응은 불가능하다.
다섯째, 보고체계나 정보공유 체계에 왜곡들이 많다. 외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기업이 종종 모를 수 있다. 상대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때때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내부에서 우리가 그리고 우리 직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모르는 경우는 큰 문제다. 위기가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의 보고 과정에는 왜곡이나 누락이 존재한다. 그 간극이 크면 클수록 위기관리에 실패할 확률은 높아진다.
여섯째, 상황관리에만 집중하고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하지 않는다. 집에 불이 났으니 불만 끄면 위기는 관리되었다 생각하는 셈이다. 집 주변을 둘러싸고 불구경을 하던 많은 이해관계자들에는 아무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고, 불이 꺼졌으니 더 이상 뭐가 문제인가 한다. 위기 시 문제는 상황 그 자체보다 상황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서 더 크게 다가온다.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이유다.
일곱째, 미디어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 그들은 통제할 수 없다. 기업이 위기 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은 기업의 의사결정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다. 더 나아가 기업을 구성하는 조직원들을 하나의 생각과 보이스로 통제하는 것이 전부다. 미디어나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 믿는다면 곧 상황 조차 통제할 수 없어져 버린다.
마지막 여덟째, 평소 위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다. 위기는 종종 발생하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만약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지?(What if?)’라는 생각이 평소에 반복적으로 세세히 존재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평범해 보이는 무심한 작업이나 결정 하나가 회사를 재앙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항상 어렵다.
이와 같은 기업들의 위기관리 실패학은 현재도 기업 위기 시 지속 반복된다. 이를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기업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집중해 개선에 먼저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다. 위기는 기업이 스스로 제때에 해야만 하는 일을 적절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바로 지금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적기다. 바로 개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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