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로서 인하우스가 가지는 마음은 분명 주변의 공중들과는 다르다. 문제는 이렇게 다른 심리로 인해서 ‘편향된’ 의사결정을 내릴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의 실패사례에서는 이런 ‘인하우스만의 심리’ 때문에 기인한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다양한 위기 사례에서 배우는 ‘인하우스만의 심리’에 관해 정리를 해본다.
1. 면역적 심리
인하우스에서 수십년을 일하다보면 자주 반복되는 위기들에 면역이 생긴다. 운이 좋게 자잘한 위기들이 반복되면서 인하우스에게는 면역력을 높여준다. ‘뭐 이런걸 가지구…’ ‘너무 언론에서 민감한거 아닌가?’ ‘다…넘어가게 되있어’하는 심리다. 이는 위기상황을 예견한 후 실제 발생까지 시간이 조금 흐를 때도 만들어 지는 심리다. 긴급성이나 심각성이 점점 희석되어서 막상 외부로 알려진 후에는 인하우스만 도리어 담담해 지는 상황이다. (현재 한달동안 이 위기를 대비해 온 N사의 내부 심리도 이럴 것으로 예상된다)
2. 피해 의식
자기가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 심리다. 위기를 겪은 인하우스들을 나중에 만나보면 “사실 우리가 잘 못한 거죠. 우리가 더욱 잘해야 죠”하는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진솔하게 하는 분이 드물다. 많은 부분들이 “그게 사실은 OO일보하고 우리 회장이 사이가 나빠져서 그런거야” “그게 식약청 선수들이 조금 오바해서 그렇게 일이 커진거라구” “그 넘의 소비자단체 애들이…” 이런 피해의식에 빠진다. 상당히 자기중심적인 해석이다.
3. 책임 전가 성향
위기는 홍보팀만의 것이 아니다. CEO와 최고경영진 그룹을 비롯해 홍보팀, 법무팀, HR, 마케팅, 영업, 생산, 자금, 감사까지…거의 모든 key function이 위기관리의 주체다. 그렇지만, 가시적으로 나서서 위기를 관리하려는 부문은 홍보팀으로 한정된다. (사실 일이 터지면 할일은 홍보팀이 할일이 제일 많다)
이 과정에서 한술 더 떠서 각 부분들은 최소한의 책임도 회피하려고 한다. 법무팀은 함부로 외부에다가 이야기하지 말라는 경고를 홍보팀으로 계속 보내오면서 메시지를 컨트롤하려고만 한다. 생산팀에서는 우리 제품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홍보팀이 언론 관리를 잘 못하고 있는거 아니냐면서 압력을 준다. 영업 각 지점에서는 홍보팀이 어떻게든 기사들을 좀 막아야 영업직원들이 일선에서 조금 숨을 돌리는 거 아니냐고 한다. HR에서는 홍보팀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내부 인트라넷에 게시하지 말고 잠시 모니터링 공유 사이트를 휴지하라고 요청을 한다. 마케팅에서는 홍보팀이 적절하게 언론을 장악하지 못해서 우리 브랜드 자산가치가 얼마가 떨어졌다고 투덜댄다.
중요한 것은 이 위기가 우리 모두의 위기라는 공유감이다. 내부에서의 책임전가는 가장 흔히 일어 날뿐 아니라, 각 자 간의 생존방식이겠지만, 절대 경계해야 할 심리다.
4. 도피 심리
‘이 정도면 된거아니야?’하는 심리다. 우리가 사과성명도 냈고, 사과광고도 냈어, 그리고 제품도 회수 폐기하고 있어…그런데 우릴보고 뭐를 더하라는거야??
인터뷰? 사장인 내가 그런 부정적인 일로 인터뷰를 해야 하나? 홍보팀장은 뭐하는 사람이야? 이럴때 인터뷰 하라고 월급주는 거 아냐?
몰라. 몰라. 나는 최선을 다했어. 앞으로 향후에 일어나는 일들은 내 소관이 아니야. 나도 고생할만큼 했다고…
가장 기본적인 심리다. 이해도 가고 나도 사실 이렇게 해봤다. 그런데 결과는 안좋다. 많이.
5. 보상 심리
우리가 이 일로 이렇게 손해를 봤다. 이를 마크하려면 우리가 시장점유율을 얼마를 더 올려야 하고, 이번분기 타겟은 어떻게 더 드라이브를 걸어서라도 성취해야 하고….
우리가 이렇게했는데..우리에게 온게 뭐야? 소비자들은 이렇게 했어도 우리를 싫어해. 그러면 이왕 이런거 이렇게 안해도 됬었던거 아니야?
보상받으려는 심리 때문에 또 다른 실수와 위기가 초래된다. 위기는 분명 벌금이다. 내가 잘 못해서 내는거다. 억울하게 뺏긴게 아니다.
6. 복귀 심리
자…자…다 다시 시작합시다. 지금까지일들은 다 잊고…자기가 맡은일을 다시 최선을 다해 시작합시다.
복귀를 하는 것은 좋은데, 위기를 발생시켰던 그 부분에 까지 다시 복귀를 한다. 위기시에는 이게 문제다 했던 것들도 잔잔해 지면 그 정도의 문제로는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데로…
사람들은 다 똑같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그래서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