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3월 192008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이것이 High profile이다

 

마텔 리콜과 관련 한 작년 케이스다.

위기 초반에 홍보팀장보다는 CEO가 대중 앞에 먼저 나섰다. TV 신문 대중 매체는 물론 홈페이지, UCC등을 통해서 자신의 사과 성명 비디오를 오픈했다.

CEO 밥의 메시지  
1.
심정적 동일화 -나도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다. 가장 중요한게 이 아이들의 안전이다.
2. 문제의 한정 – 지금까지 일어난일을 내가 바꿀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일어날 일을 바꿀수는 있다.
3. 구체적 개선 방안 – 우리는 이렇게 이렇게 생산과정의 안정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4. 동참촉구 – 하나라도 더 리콜해달라. 우리의 리콜에 협조해달라.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한 수준있는 메시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어떻게 생산시설을 개선해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는가 하는 개선 방안의 구체적인 제시였다.

N사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다시 한번 리뷰를 해 본다.

3월 192008 Tagged with , , , , , , 6 Responses

위기관리에서의 심리학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로서 인하우스가 가지는 마음은 분명 주변의 공중들과는 다르다. 문제는 이렇게 다른 심리로 인해서 ‘편향된’ 의사결정을 내릴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의 실패사례에서는 이런 ‘인하우스만의 심리’ 때문에 기인한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다양한 위기 사례에서 배우는 ‘인하우스만의 심리’에 관해 정리를 해본다.

1. 면역적 심리

인하우스에서 수십년을 일하다보면 자주 반복되는 위기들에 면역이 생긴다. 운이 좋게 자잘한 위기들이 반복되면서 인하우스에게는 면역력을 높여준다. ‘뭐 이런걸 가지구…’ ‘너무 언론에서 민감한거 아닌가?’ ‘다…넘어가게 되있어’하는 심리다. 이는 위기상황을 예견한 후 실제 발생까지 시간이 조금 흐를 때도 만들어 지는 심리다. 긴급성이나 심각성이 점점 희석되어서 막상 외부로 알려진 후에는 인하우스만 도리어 담담해 지는 상황이다. (현재 한달동안 이 위기를 대비해 온 N사의 내부 심리도 이럴 것으로 예상된다)

2. 피해 의식

자기가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 심리다. 위기를 겪은 인하우스들을 나중에 만나보면 “사실 우리가 잘 못한 거죠. 우리가 더욱 잘해야 죠”하는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진솔하게 하는 분이 드물다. 많은 부분들이 “그게 사실은 OO일보하고 우리 회장이 사이가 나빠져서 그런거야” “그게 식약청 선수들이 조금 오바해서 그렇게 일이 커진거라구” “그 넘의 소비자단체 애들이…” 이런 피해의식에 빠진다. 상당히 자기중심적인 해석이다.

3. 책임 전가 성향

위기는 홍보팀만의 것이 아니다. CEO와 최고경영진 그룹을 비롯해 홍보팀, 법무팀, HR, 마케팅, 영업, 생산, 자금, 감사까지…거의 모든 key function이 위기관리의 주체다. 그렇지만, 가시적으로 나서서 위기를 관리하려는 부문은 홍보팀으로 한정된다. (사실 일이 터지면 할일은 홍보팀이 할일이 제일 많다)

이 과정에서 한술 더 떠서 각 부분들은 최소한의 책임도 회피하려고 한다. 법무팀은 함부로 외부에다가 이야기하지 말라는 경고를 홍보팀으로 계속 보내오면서 메시지를 컨트롤하려고만 한다. 생산팀에서는 우리 제품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홍보팀이 언론 관리를 잘 못하고 있는거 아니냐면서 압력을 준다. 영업 각 지점에서는 홍보팀이 어떻게든 기사들을 좀 막아야 영업직원들이 일선에서 조금 숨을 돌리는 거 아니냐고 한다. HR에서는 홍보팀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내부 인트라넷에 게시하지 말고 잠시 모니터링 공유 사이트를 휴지하라고 요청을 한다. 마케팅에서는 홍보팀이 적절하게 언론을 장악하지 못해서 우리 브랜드 자산가치가 얼마가 떨어졌다고 투덜댄다.

중요한 것은 이 위기가 우리 모두의 위기라는 공유감이다. 내부에서의 책임전가는 가장 흔히 일어 날뿐 아니라, 각 자 간의 생존방식이겠지만, 절대 경계해야 할 심리다.

4. 도피 심리

‘이 정도면 된거아니야?’하는 심리다. 우리가 사과성명도 냈고, 사과광고도 냈어, 그리고 제품도 회수 폐기하고 있어…그런데 우릴보고 뭐를 더하라는거야??

인터뷰? 사장인 내가 그런 부정적인 일로 인터뷰를 해야 하나? 홍보팀장은 뭐하는 사람이야? 이럴때 인터뷰 하라고 월급주는 거 아냐?

몰라. 몰라. 나는 최선을 다했어. 앞으로 향후에 일어나는 일들은 내 소관이 아니야. 나도 고생할만큼 했다고…
 
가장 기본적인 심리다. 이해도 가고 나도 사실 이렇게 해봤다. 그런데 결과는 안좋다. 많이.

5. 보상 심리

우리가 이 일로 이렇게 손해를 봤다. 이를 마크하려면 우리가 시장점유율을 얼마를 더 올려야 하고, 이번분기 타겟은 어떻게 더 드라이브를 걸어서라도 성취해야 하고….

우리가 이렇게했는데..우리에게 온게 뭐야? 소비자들은 이렇게 했어도 우리를 싫어해. 그러면 이왕 이런거 이렇게 안해도 됬었던거 아니야?

보상받으려는 심리 때문에 또 다른 실수와 위기가 초래된다. 위기는 분명 벌금이다. 내가 잘 못해서 내는거다. 억울하게 뺏긴게 아니다.

6. 복귀 심리

자…자…다 다시 시작합시다. 지금까지일들은 다 잊고…자기가 맡은일을 다시 최선을 다해 시작합시다.

복귀를 하는 것은 좋은데, 위기를 발생시켰던 그 부분에 까지 다시 복귀를 한다. 위기시에는 이게 문제다 했던 것들도 잔잔해 지면 그 정도의 문제로는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데로…

사람들은 다 똑같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그래서 공감이 간다.

3월 182008 1 Response

N사의 위기 및 위기관리 분석

N사의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서 몇가지 부분을 지적해 본다. (제3자로서 쉬운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기관리 컨설턴트적 입장에서 분석과 Key Learning을 찾는 작업이다)

N사의 위기 관리 전략 분석

  • 노래방 제품에만 위기 한정 관리
  • 타 브랜드에의 이미지 전이 방지
  • 대국민 사과 및 생산중단, 회수파기 조치 추진
  • 위기 조기 소멸 기대

N사 위기관리 방식에 있어서의 위협요소

  • 소비자불만접수 후 한달 동안 늑장 대응 비난 여론
  • 이물질이 ‘쥐머리’라는 것을 조기 인정하는 듯 한 분위기
  • 이물질이 중국공장에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너무 빨리 인정하는 분위기
  • 최근 라면값 인상으로 인한 이미지 부담
  • 기존 여러번의 소비자 불만 처리 지연 히스토리
  • 실제 회수 폐기 물량에 대한 논란

결론>>

N사는 분명히 기자들에게 보낸 해명 보도자료와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성명에서 정확한 키메시지들을 적절한 Tone & Manner로 전달했다. 이 자료들에서는 ‘이물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원인규명이 아직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 식약청의 보도자료에 쓰여진 ‘쥐머리로 추정되는 물질’이라는 표현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어서 그것이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고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했었어야 좋았다.

한술 더떠 식약청 보도자료에서 ‘추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물질이 중국 칭다오 전분공장에서 유입 ‘되었을 것’이라는 speculation은 절대 하지 않았어야 했다. 원인규명이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유입경로가 이렇게 크게 기사화 되는지가 궁금하다. 메시지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N사는 결국 운신의 폭이 대폭 줄었다. 이미 그 이물질은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쥐머리가 되었으며, 그 유입경로 또한 중국 공장이 되 버렸다. 국민들은 놀랐다. 그것이 늑장대응이었다는 사실에 화가났다.

전략적으로 N사의 대응방식은 다음과 같은 유형이다. (CK 위기 유형 분류 방식 기준)
Expected- Controllable-Guilty-Apology-High Profile

현재 N사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어떠한 수준의 행동이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진짜 high profile전략인가 고민해서 적절한 high profile전략을 발표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제품 회수 폐기 처분은 이런 수준의 상황에서는 기본이며 low profile이다. 어짜피 안팔려 반품될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교과서적인 High profile 전술 몇가지를 들고 글을 마친다.
1. 사람 죽이기 (scapegoat)
2. 브랜드 죽이기
3. 과도할 정도의 더욱 폭넓은 회수 폐기

그리고…칭다오 인근 주재 기자들을 N사 칭다오 공장에 초청해 과연 국민들이 생각하는 그런 더러운 생산환경인지 아닌지를 보여줄 필요도 있겠다.

쥐머리와 중국공장에 대해 언급하거나 인정을 하면 안되는 거였다. 그냥 책임만 통감하면 되는 거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월 182008 Tagged with , , , , , 2 Responses

위기속의 홍보팀

인하우스 생활을 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위기관리’였다. 자세히 말하자면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위기’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 위기를 바라보는 사내의 ‘시각’과 ‘자세’들이었다.

오늘 아침 지면과 방송에 도배가 된 모 제과업체의 이물질 사건을 바라보면서…인하우스 시절 그 당황스러움이 다시 떠올랐다.

식음료회사에는 가장 바쁜 파트 중 하나가 고객상담실이다. 보통 한팀을 꾸려 운영을 하거나 몇명이 맡아서 전화를 받기도 한다. 몇몇 회사들은 아예 이 파트를 아웃소싱해서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아웃소싱 업체들의 경우 그냥 ‘접수’가 목적일 뿐 ‘해결’은 해주지 못하니 한계가 있겠다)

한번은 전화가 걸려왔다. 보통 출입기자들은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주는데, 사무실 전화로 돌려 받은 전화는 모 주간지 기자였다. “홍보팀장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OOO신문 OOO기자라고 하는데요. 거기 OO에서 OOO이 나왔다는 제보가 있어서요…그거에 대해 좀 취재를 해볼라고 하는데요…”

이 전화를 받고 처음 드는 생각은 ‘뭐야. 이거…’였다. “O기자님, 그것과 관련해서 자세히 설명좀 해주시겠습니까? 뭐가 나왔다구요?”

“아니…거기서 OO만들죠? 거기서 OOO이 나왔다구요. 한 소비자가 저희쪽에 제보를 했어요. 거기 소비자상담실에다가도 신고를 했는데 뭐 접수 받기만 하고 처리가 되는 둥 마는 둥 했다더라구요…근데 어떻게 여기에 이런게 들어갈 수가 있지요?”

“O기자님, 저희가 좀더 자세하게 알아볼수 있도록 그 제품을 저희에게 보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저희가 분석을 해서 원인규명을 해보겠습니다. 보통 이런경우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혼입이 된 건지, 유통과정이나 소비자측에서 혼입이 된 것인지가 먼저 규명이 되어야 하거든요…”
 
“제품은 없고, 사진만 있어요. 이거 이메일로 보내드릴테니까. 잘 보시고 전화주세요” (딸깍)

이메일이 왔다. 아주 잘 찍은 사진에는 심난한 광경이 들어있다. ‘f……u….c…..k…..’

보쓰에게 보고를 했다. 생산중역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 ‘어떻게 여기에 이런게 들어갈 수 있는지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소비자 상담 담당자를 불러 ‘이런 신고가 이전에 있었냐’고 물었다. 이메일들이 왔다갔다 하고, 전화를 몇통하고, 회의를 몇분동안 선채로 해야했다.

나를 당황하게 만든건…이런 1차 반응들이다.

보쓰: Fuck…이거 못나가게 막어. 어디야 이거 취재한다는데가?
소비자상담실: 어….네…그거 한 한달전인가 신고 접수된거예요. 우리 영업직원 보내서 제품 수거 분석할려고 했는데…만나기를 거부하고 해서…계속 try해보라고 했는데…
생산담당: 어?? 그게 들어갈수가 없는데…이상하네. 실제 제품을 봐야 하겠는데요?

기자에게 이야기 해 줄 답이 없다. 이 관계자들의 답변을 종합해서 메시지를 만든다면…

“한달전에 접수된 사건으로, 저희가 제품을 직접 보고 분석을 해봐야 확실한 원인규명이 되겠습니다. 제발 쓰지는 말아주세요…네?” 이런 멍청한 답변이 된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그들의 관여는 여기에서 ‘끝’이었다는 거다. 이제부터 홍보팀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 되버린거다. 그들은 그냥 자문이었지, 위기관리의 실행자가 아니었다. 그 이후 수십통의 전화와 몇번의 기자미팅 그리고 여러가지 활동들을 통해 일단…상황이 어느정도 종료가 되었다.

그러자 이런 공통적인 2차 반응들이 나왔다. 더욱 당황스러움.

“잘했어. 근데 얼마나 들었어?”

오늘 기사들을 보면서…얼마나 이 회사 홍보팀이 힘들까 생각한다. 홍보팀이 무슨 죄인가? 항상 악역을 해야하고, 힘들게 집에 못들어가면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데…그래서 소방수라고도 불리는데. 회사에서는 홍보팀을 좀더 잘 대우해 줘야 한다. 이들이 거의 유일한 위기관리 실행자다.

3월 122008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두개도 너무 많다

손학규 “바보야 문제는 물가·민생이야”



손 대표는 요즘 당 회의에서 “클린턴이 부시에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했다지만, 우리는 ‘문제는 물가야, 문제는 대학등록금이야, 문제는 민생이야’ 이런 말씀을 대통령께 드리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 왔다.

# # #

손학규 대표가 예전 클린턴이 사용해 히트를 쳤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차용해 자신의 슬로건으로 변형해 사용하고 있다 한다.

전략적 메시징 스킬 차원에서 핵심 메시지…히스형제가 이야기하는 ‘Message to Stick’은 일단 ‘하나’이어야 한다. 둘도 많다. <날이 예리하게 선 가느다란 창(槍) 끝을 생각하자. 뭉툭한 3지창 또는 2지창 보다 관통력은 당연히 더 낫겠지>

클린턴과는 달리 손대표는 물가야, 대학등록금이야, 민생이야… 이렇게 3개의 핵심 메시지를 주장한다. 너무 많다. <그래서인지 ‘바보야’라는 단어에만 눈길이 간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냥 ‘민생’이라는 내용의 큰 범위에 다 떨어지는 것들이다.

핵심 메시지를 하나로 만들라고 하면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내용들이 많아 주저하게 된다. 열손가락 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심정이 된다. 그러나 핵심 메시지를 선정할 때는 열손가락 물어서 가장 아픈 손가락을 선정해야 한다. 욕심을 부리다보면 메시지는 생명을 잃는다.

근데 사실 모두들 이게 안된다. 요즘 유행하 듯 ‘도마뱀의 뇌’를 가져서일까…?

3월 12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위험한 비유와 지식의 저주

기름값 고공행진… 손석희 ‘날선 질문’에 정유사협회 대표 ‘쩔쩔’

“라면에도 권장소비자가격이라는 게 있습니다. 생산업체가 라면을 대형할인마트, 편의점, 슈퍼마켓에 공급을 하죠. 그런데 각각 다른 판매가격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윤삼 대한석유협회 산업홍보본부장)

“비유를 자꾸 그런식으로 하다 보면 논리적 비약이 생길 수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지금 라면으로 예를 들었으니까 말씀드리겠는데요. 어느 특정업체 라면회사가 어느 슈퍼에다가 이 슈퍼는 우리 라면만 판다고 간판을 내걸어라 하진 않지 않습니까?” (손석희 진행자)

# # #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터뷰나 대화를 하면서 비유를 많이 한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사안을 다른 사안에 빗대어서 유사하게 또는 더욱 알기쉽게 풀어 설명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비유라는 것이 100개중에서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1-2개다. 각 사안마다 context가 틀리고, 모든 성질이 틀리기 때문에 아이디어 수준에서 ‘비유’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전략적인 메시징 스킬에 있어서도 비유를 하면서 타업종이나 타사의 사례를 끌고 들어오는 것은 오히려 논점을 확대하거나 더욱 복잡하게 이끄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리 권장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얕은 비유는 화자의 주장을 값싸게 하는 느낌이 있다. 글로 적을 때는 어느정도 이해의 보완이 가능해 보이지만, 말로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초등학교 교사에게만 권장된다.

그러면, 대한석유협회의 이번 비유는 어땠나? 일단 100%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다.

그러면, 협회가 바보가 아닌 이상 왜 이 비유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을까? 답은 화자의 입장에서 메시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자의 입장에서 해당 메시지를 다시한번 점검했었다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메시징을 할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 ‘지식의 저주’다. 나는 당연히 아는데 왜 저들은 모를까? 이렇게 단순하고 당연한 것을 왜 저들은 모를까? 하는 생각이 효력없는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 

3월 112008 Tagged with , 4 Responses

Why Are You So Angry????

 

미국 공화당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한 기자가 질문을 했는데, 그게 다혈질(?) 매케인의 성질을 건드린 듯 하다. 화가난 매케인에게 계속 따발 총을 쏘아 대는 기자도 나름 멋지다. (가장 백미는 Why are you so angry?”했다가 바로 “Never Mind”해 버리는 부분이다. 일단 타이틀은 건진거다.)

미국 선수들의 인터뷰를 가만히 분석해 보면 이 친구들은 화가나거나 말싸움을 할 때는 항상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상대방의 반응은 일단 접어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에만 열중해서 SOV(Share of Voice)를 순간에 장악해 버린다.

우리들은 보통 이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원펀치 받고 치고 하는 성격이 일반적이라서 다 듣고나서 말꼬리를 잡거나 하는데 이 친구들은 조금 다른것 같다.

방금전 하단에 올린 글 처럼 기자가 Why are you so angry?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이런 질문이 나오면 일단 진거 아닌가?

3월 092008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대표 앵커들에게 배우는 미디어 인터뷰

국내에서 제대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는 선수 앵커들이 밝히는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 유익하다고 생각해서 정리를 해 본다. 항상 생각은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그런 것들이 반복된다. 이런 반복은 진정 문제다.

[weekly chosun] 라디오들의 아침 전쟁!

MBC 손석희 앵커

“모든 사안에 대해 당사자와의 직접 인터뷰를 원칙으로 한다. 편집 없는 생방송을 통해 숨소리까지 들리는 인터뷰를 내놓는다”

그는 인터뷰 당사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너무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때로는 청취자들이 듣기에 불편한 부분도 있겠지만 포장해서 전달하려는 인터뷰 당사자와 포장 없는 날 것 그대로 듣고 싶어하는 청취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제 역할은 질문하는 것이지 논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논쟁적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이 있지요. 제가 잘 이해를 못 했거나, 상대의 답변이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거나 할 경우에는 재차 질문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나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터뷰가 상대방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면서 “인터뷰가 왜곡되지 않으려면 충분한 자료 조사와 사전 준비가 필수” (교과서에서 수만번 읽어 상식 처럼 알고 있는데도 종종 이런다)

SBS 백지연 앵커
 
시사 프로그램 진행의 진짜 매력은 역시 인터뷰에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탁구와 같아요. 아니 그보다 더 어렵죠. 상대의 공을 받아내면서 다음 서브까지 생각해야 하잖아요.”

“시사 프로그램은 현안이 된 민감한 뉴스를 다루죠. 출연자는 날카롭고 예민하고요. 계획에 있든 없든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도록 신경을 곤두세워 듣고 질문합니다. 행간의 뜻을 읽어야 하고 이야기가 어디로 튀어갈지 예상해야 하죠. 그런 문제일수록 목소리는 더 차분해야 합니다.

가장 까다로운 인터뷰 상대를 묻자 백지연 앵커는 “막무가내식 인사”라고 말했다. 논리적인 논객들은 얼핏 까다롭게 보여도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만 ‘떼법이 가장 어렵다’는 말처럼 생방송인데 막무가내식으로 나오는 사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 백지연 앵커는 “방송이 유아독존(唯我獨尊)할 수는 없다”면서 “소통,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EBS 유용화 앵커

자연스럽고 편하게 얘기하다 치고 들어가는 질문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정치인들의 경우 ‘기(氣)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새 정부의 장관 인선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박희태 의원을 연결했습니다.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의 단점을 노린 질문에 앞서 장점을 언급해 달라고 했는데 몇 가지를 이야기하던 박 의원이 ‘또 안 좋은 점, 모자라는 점 말입니까’ 하고 치고 나왔어요. 질문의 의도를 간파 당한 셈이었죠.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 때도 어려웠는데 처음에 부드럽게 얘기를 시작하기 위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니 어떤가’ 물었더니 ‘정치권에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어요. 순간 참 난감했죠. 공천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참 질문을 하자 ‘다 듣지 못했다’며 다시 질문을 달라고 했고요. 결국 두 방 먹은 셈이죠.”

**** 물론 바보같은 반복들도 있지만, 대단한 인터뷰이들도 계시네요. 참 흥미롭습니다.

2월 282008 Tagged with , , , 7 Responses

정갈한 인터뷰-media training 101

Media Training
Media Interview Skill 101

Machine Gunning

여러 다양한 질문들을 퍼부어 답변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이를 통해 답변자의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를 얻고자 하는 방식

이에 대한 대응
여러 질문들을 하나 하나 답변하려 하지 말 것 여러 질문들 중 가장 답변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는) 질문만을 선정해 간단하게 답변할 것

기타 주의사항
현재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등에 대해서는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종류의 메시지 전달도 금할 것

*** 교과서 지침에 따른 아주 정갈한 인터뷰입니다.

2월 272008 Tagged with , , , , 2 Responses

낙마(落馬)

오늘 오후 까지 몇 몇 장관 후보들이 사퇴들을 하셨다. 이유는 재산형성과정이나 보유 부동산, 세금누락, 가족 국적등등의 몇가지 핵심적 사안들이 불거진 때문이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너무 욕심을 부린 탓이다. 새로운 내각이 구성될 즈음 “장관을 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라는 전화가 오면 먼저 ‘내가 지금까지 결점없이 살아왔나?’를 먼저 생각했었어야 했다.

만약 내가 스스로 볼 때도 이건 약간 문제다 싶은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욕심은 접는것이 자신에게 좋았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가족과의 시간이 더 소중합니다” 라던지 “아직 국가를 위해 일할 준비가 안되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했다면…신문기사에도 날 것이고, 멋진 학자와 NGO 수장으로 영원히 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너무 앞 만보고 달려와서 자신의 결점에 대해서는 미처 돌아 볼 새가 없었다는 주장도 이해는 간다. 그렇게 열심히 살와 왔으니 장관이라는 큰 직책에 하마평이 되는거겠지. 그러나 자신은 몰라도 주변에서는 이야기를 해 주었어야 한다. 부인이나 자식이라도 “아버지 이건 아닌것 같습니다”해야 했다.

그냥 로또를 사 놓고 가슴두근거리며 기다리는양으로 남편, 아버지의 장관직 임명을 바라보고만 있던게 문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최근 인사 청문회가 하도 까다로와서 인선시에 여러가지 개인 검증을 하다보니, 정말 능력있고 실력있는 A급 인재들은 타의반 자의반 다 제외된다는 말까지 있다. 말을 반대로 보면 정부 고위직에 임명되는 분들은 그러면 비교적 깨끗한 ‘B급’ 인재들이라는 말이다. 이해도 간다.

또 달리 보면 현재 자신의 명예와 재물 그리고 자식들에 대해서만 만족하고 더 이상의 욕심은 안 부리시는 현실적인(?) A급 인재들도 많다는 이야기다. 이런 분들은 평민들이 욕할 이유나 기회가 없으니 별문제가 아니다.

모 전직 장관님 왈 “장관은 딱 하루만 해도 평생 영광이다”는 말을 했단다. 그러나 이런 하룻 영광도 욕심 많은 B급 인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언감생심이다.

이게 정의다. 바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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