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발생 전 진인사(盡人事)하고 나서 대천명(待天命) 하는 것이 항상 맞다

특정 위기발생 사실을 예견하고 전사적 대응준비를 하는 가운데 홍보실은 환경분석과 해당 위기발생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들을 예견해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경쟁사들 및 유사기업들의 유사 위기상황들을 벤치마킹하고, 그들 각각의 대응방식들을 입체적으로 돌아봤다.

각 사들의 성공과 실패들을 통해 우리 회사가 견지해야 할 전략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면서 회사의 입장과 핵심 대응 메시지들을 내부적으로 공론화 해서 명확하게 정리를 했다. 이를 기반으로 핵심적인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할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홍보실과 핵심 임원들은 해당 위기상황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각각에 대한 대응 논리와 메시지들을 정렬할 수 있었다. 임원들뿐만이 아니라 일선 CS와 영업라인들에 이르기 까지 가이드라인이 공유되고, 현실적인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들이 일괄적으로 진행되었다.

전사적으로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가 되었다. 모든 이해관계자 별 대변인들과 일선 이해관계자 접점들 모두가 하나의 생각과 대응방향을 공유하는 것 이상으로 더 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루가 가고, 한 주가 갔다. 결국 발생하리라 예상했던 위기가 실제로 발생했다. 모든 관련 인력들이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실제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이상하게도 관련 위기에 대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관심을 쏟지 않았다. 언론도, 고객들도, 정부도, NGO도, 관련 거래처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반 주목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최초부터 위기 발생 이후의 파장에 대한 예측이 과장된 것도 아니었다. 해당 위기관련 분석과 경쟁사 및 유사업종 기업들의 유사 위기발생시와는 다른 이해관계자 환경이 펼쳐진 것일 뿐이었다.

홍보실장은 ‘모든 준비를 해 놓고 이런 환경까지 더 해지니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참 운이 좋아 고마운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위기관리 원칙을 통해 보더라도 ‘모든 준비를 하고 위기를 기다리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사 어디에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왜 우리가 미디어를 대상으로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어야 했지? 왜 우리가 시간을 투자해 가면서 대응훈련을 받아야 했던 건가?”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홍보실이 너무 과도하게 준비를 한 것 같아. 정부에서도 NGO에서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리가 오버한 게 틀림없어”라고 홍보실의 준비작업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너무 디테일 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대충 일이 터지면 어떻게 하겠다는 아주 심플한 방향성만 있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야”하는 개선안(?)도 제시되었다.

매우 흥미로운 정치적 피드백이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또한 충분히 내부적으로도 제기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핵심은 일련의 방향성이 회사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데 있다. 반대로 ‘평시 관리’에 도움이 되고 간편한 제안들이 위기관리에 까지 그 적용범위를 넓혀와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많은 성공적인 클라이언트들과의 공통적인 경험과 그들과 함께 공유했던 인사이트는 ‘준비는 아무리 해도 충분하지 않다’였다. 하늘이 준 운(運)과 사람의 준비를 헷갈려 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려 하지 말자. 진인사(盡人事)하고 나서 대천명(待天命) 해야 한다 하는 것이 기업이 항상 견지해야 할 위기관리관이라고 본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