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9월 01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커뮤니케이션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IR팀장은 “중요한 이사회 결의 사항에 대해 특정 애널리스트에게 미리 정보를 준다면 이는 공시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당당하게 해명했다.


론 IR팀장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두산의 책임이 없지는 않다. ‘아직 이사회에서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과
‘사실 무근’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에도 “사실 무근”이라고 답한 것 자체가 한편으로는 의도된
거짓말이다.


또 그간 회사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더라면 증자 가능성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었겠지만, 모두가 “너무 갑작스럽다”고 느낄만큼 회사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두산의 일방적인 발표만을 들어야했던 시장의 실망은 그래서 더 컸다. [이데일리, `두산과 시장` 그리고 소통]

항상 IR 담당자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이 분들은 상당히 타이밍에 대한 엄격함과 공시법에정해진 규제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 만큼 메시지의 정제(refine)에는 품을 덜들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시를 하더라도 정해진 문구에 상황을 대입시켜서 기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곤 한다. (물론 이것이 공시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일단 지금 두산에 대한 불만은 애널들의 직접적인 불만이 제일 크다. 언론 관계(MR)로 보면 기자들의 불만인 셈이다. 애널들은 두산이 ‘거짓말’을 한다고 믿는다. 위의 기사에서도 유상증자에 대해 바로 몇 분전까지도 ‘사실무근’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는 거다. 기자는 이에 대해 ‘아직 이사회에서 결정되지 않았다.’고 커뮤니케이션 했었으면 더 나았지 않았을까 제안을 한다.

이런 입장은 언론 관계 담당자에게도 공히 해당되는 딜레마다. 사실 위의 두가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유상증자 발표 후 떨어지는 주가를 치받쳐 줄 핵심 메시지도 둘다 아니다. 갑작스러움을 반감 시킬 효력도 없다. 단, ‘사실무근’이라는 강력하고 단정적인 메시지는 애널에게 ‘거짓말’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을 사후에 일으키기에 충분한 표현이었다는 거다.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표현등으로 단언적 표현을 완화했다면 애널로 하여금 최소한 ‘배신’의 느낌을 주지는 않지 않았을까. 최종결과는 같더라도 애널들을 화나게 하는 부작용은 더해지지 않았을 것 아닌가 생각한다.

IR 담당자들께서는 이에 대해 ‘뭐 그리 대수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언론관계 관점에서도 말이다.

8월 262008 Tagged with , , , , , , 2 Responses

[PR 퀴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위기관리??

[모 기자]

“제가 여러번 기업들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가까이서 지켜 보았을 때 CEO가 자꾸 나서면 일을 그르친다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습니다. 위기 때 마다 CEO가 나서 버릇하면 보통 자잘한 건들에서도 CEO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방식이 일반화 되서…나중에 힘들어 지죠. 일이 터지거나 이슈가 있으면 일단 실무자들 차원에서 커버하고 꼭 나서야 하는 마지막에 가서 CEO가 나서는 게 좋겠습니다.”

[모 PR 컨설턴트]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는 CEO가 리더십을 가지고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이 잘 안 보입니다. 실무자들만 허둥지둥 할 뿐 CEO가 직접 나서서 책임있게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거지요. 해외에서는 기업 위기시에 CEO가 직접 동영상을 만들어 홈페이지에서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등을 통해 오디언스들과 대화하려 힘쓰지요. 아직 우리나라는 조금 이런면에서 어색한 듯 합니다.”

[질문] 그러면…위기시에 CEO가 앞에 나서는 게 좋은건가요? 아니면 가능한 나서는 것에 신중해야 하는 건가요? 누구말을 따라야 하나요? 

[답변] 상황을 따르는게 좋다. 모든 위기시에 CEO가 매번 나서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그렇다고 절대 나서면 안된다거나 가능한 적게 나서라는 원칙도 없다.

위기의 상황에 따라 CEO가 나서야 할 때가 있고, 나서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또한, 위기의 유형이 잠재적이고 점증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형태의 경우에는 CEO의 잦은 visibility는 권장되지 않는다.

반대로 위기의 유형이 폭발적이고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개선을 통해 재발이나 반복이 불가능한 위기의 형태에서는 CEO의 적절한 visibility가 권장된다.

[질문] 말이 쉽네요. 막상 위기가 딱 발생되면 이 위기가 이런 형태인지 저런 형태인지 어떻게 판가름을 하나요? CEO가 나서야 하는 유형인지 아닌지 어떻게 일선에서 판단을 해야 하는거예요?

[답변] 답은 공중에게 있다. 회사의 사정이나 현실에 대해 돌아보고 논의하는 시간에, 위기상황과 관련된 공중들을 분석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기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투자자들이, 정부가, 직원들이, NGO들이, 그리고 협력업체들이 어떤 것을 우리에게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그대로 따르면 된다. 내부적으로 그런 파악이 힘들다면 당연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활용해서 분석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수혈 받는 게 좋다.

[질문] 쩝…우리 회사에 무슨일이 벌어졌다고 쳐요. 소비자들이 이 상황에서 우리보고 문을 닫으래요. 사장을 짜르래요. 그러면 공중들이 그렇게 원한다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거예요? 이건 위기관리가 아니 잖아요. 그냥 벌 받으라는 소리지. 안그래요?

[답변] 소비자들은 용서하는 사람들이다. 공중은 용서할 줄 알고 하고 싶어한다. 어떤 엄청난 일을 저지른 회사에게 문을 닫으라고 한다면 그 주장들의 행간을 읽어라. 그 이야기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완전히 새로워 지라”는 뜻이다. 사장보고 물러나라 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책임을 지고 완전히 바꾸라”는 것이다. 위기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공중들이 주장하는 행간을 읽어라. 그리고 그 행간의 의미를 메시지화 해서 해결책으로 커뮤니케이션 해라. 진정성을 가지고. 그게 곧 위기관리다.

[질문] 거…말장난 같군요. 위기관리라는 게 일이 벌어지면 타다닥…처리해서 아무일 없듯이 평상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 거 아닌가요?

[답변] 기업에서 위기관리는 더 나은 지속 가능한 경영환경 구축을 지향한다. 열악한 생산환경으로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이물질이 나오게 되면 본질적으로 그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하다. 위기를 통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완벽한 생산라인을 구축하게 되면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게 위기관리다. 일종의 카이젠 활동이라고도 본다.

[질문] 그대로 위기는 가능한 안 일어나게 하는게 가장 좋은거 아니냐 이거죠. 저번에 우리 제품 포장에 문제가 있다고 논란이 벌어져서 그냥 애꿎은 예산이 한 100억정도 날라갔다니까요. 그런 논란만 없었으면 그냥 가는건데요. 100억이면 어디야 그게.

[답변]논란의 성격에 따라 그 포지션은 틀려야 한다. 누가봐도 문제가 없는데 공연한 논란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논란이 있는 것이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그 논란에 있어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능한 빨리 확정해서 그 문제를 공략해 해결책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논란 자체에 떠밀려 다니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그 제품 포장 논란이 있었다면 그 포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검토했었을 것이고, 그 해결방안으로 새로운 포장 재질을 도입한 것 아닐까.

[질문] 에이…시원하지가 않아요. 위기관리 전문가라고 찾아가 봐도. 원론적인 이야기들 뿐이고 시원하게 해결사 노릇을 해 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답변] 철학과 원칙이 바로 위기관리의 툴이다. 철학과 원칙이 없는 기업에게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절대 없다. 미봉책과 덧칠하기만 있을 뿐이다. 지속 가능한 경영도 힘들다. 시원하지 않다는 말은 이런 여러가지 원인들에 기인한다.

[질문] 아무튼, 맘에 안들어요. 이번 위기관리 컨설팅 fee 좀 깍아줘요. 별로 도움이 안되네…

[답변] 차라리 받지 않겠다. 우리도 위기관리 실패 사례에 협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앞으로 우리 비지니스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 우리가 위기관리에 실패 할꺼라는 악담을 하는 건가요? 거 너무하네…

[답변] 철학과 원칙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그 말이 들어 맞을 꺼다. 수많은 전례들이 그런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질문] 아니 우리가 할께 아무것도 없으니 그런거 아녜요. 뭐 시원하게 할께…

[답변] 기업의 철학과 원칙을 바꿔라. 그게 할일이다. 기업이 항상 이야기하는 맨트라(mantra)를 진정성을 가지고 따라라. 그게 우선이다.

[질문] 아니…이 양반이 지금 위기관리를 해 달라니까…설교를 하네. 쩝.

[답변] 잘 되길 바란다. 진정.

7월 212008 Tagged with , , , 0 Responses

휴가도 커뮤니케이션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최근 한 핵심 측근에게 ‘지금 국민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내가 한가하게 휴가를 가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고민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李대통령 “이럴때 휴가가도 되겠나”]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가 가장 신경써야 할 포지션 중 하나가 ‘위기가 우리의 통제하(under control)에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부분이다. 자칫 이 부분이 위기의 관리 및 극복에 대한 ‘객기’나 ‘허세’로 비춰지면 절대 안되지만, 적절한 위기관리 방안을 수립했으며 이에 대해 일단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면 이런 ‘통제하’ 포지션은 오디언스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확신’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업이나 세계 여러나라 지도자들은 자신의 기업이나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될 때 휴가철이 다가오면 고민을 하게된다. 물론 휴가지나 휴가기간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휴가 자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상 고민이다.

대통령이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떠나자니 국민들이 ‘위기인데도 아랑 곳하지 않고 팔자 좋다’ 말할까봐 신경을 쓰게되는거다. 또 반대로 휴가를 과감하게 포기하자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대화 될 것이 뻔하다. 대통령도 휴가를 반납하고 위기와 싸우는데…정말 문제가 있기는 있나 보다…하게 되는 거다.

이도 저도 못하는게 이 휴가에 대한 형국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대통령이나 기업의 CEO가 위기시 휴가를 가야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의 문제는 ‘위기를 극복할 실질적 대안이 존재 하는가 하지 않은가’에 달려있다 말할 수 있다. 극복을 위한 실질적 대안이 있다면 휴가를 가는 게 좋다. 그 반대라면 휴가를 취소하면 된다. 이 두가지는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후유증을 제한할 수 있겠다.

문제는 실질적 대안이 없으면서도 휴가를 가는 지도자나, 실질적 대안이 있는데도 그냥 오버액션으로 휴가를 취소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분들이다. 비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 하겠다.

휴가도 커뮤니케이션이다.    

7월 16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침묵도 커뮤니케이션

삼성그룹은 16일 이건희 전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재판 결과에 대해 크게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

삼성그룹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으며 그룹 관계자들의 비공식 논평도 일절 삼갔다.

삼성그룹 공동 현안을 논의하는 사장단협의회 소속 대변인이나 임직원들도 판결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연합뉴스, 삼성, 이 前 회장 집행유예 판결에 안도…논평은 자제]

만약 삼성이 “이번 판결에 만족한다. 앞으로 …” 이런류의 공식 논평을 냈다면 어떨까?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란 메시지를 관리 경영 하는 것이다. 삼성은 이번 판결에 대해 침묵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논리적으로는 전직임원들에 대한 판결에 대해 논평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만…삼성의 침묵은 분명히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구현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런 일들이 요즘에는 진귀해 보이는 이유가 뭘까…

7월 072008 Tagged with , , , , 7 Responses

소비자들에게 어쩌라는 건가…

모 생선 통조림 회사의 꽁치 통조림에 구두충이라고 불리는 꽁치 기생충이 계속 발견된다는 보도가 있다. 연속적인 이런 상황에 대해 회사측은 ‘불가항력’이라는 논리를 피고 있다.

[인터뷰:OOO, OOOO 생산본부 부장]
“3단계의 세척, 또 최종 캔에 담기고 나서도 약 10명의 인원들이 최종검사를 하고 있습니다만은 아직까지는 저희 실력으로는 완벽하게 제거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OOO, OOOO 생산본부 부장]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보더라도 통조림 속에 들어가게 되면 고온고압의 멸균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인체에는 전혀 무해하다고 판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두충 특유의 선홍색 빛깔로 인해서 고객님들은 구두충을 굉장히 혐오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업체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YTN, 현장 24시]

이 회사의 키 메시지를 분석해 보면

1. 외국사례를 봐도 이런 경우들은 종종 있다.
2. 시각적으로는 혐오 스럽더라도 인체에는 무해하다.
3. 완전히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4. 그러니 식약청은 규제 수위를 완화하고, 소비자들은 이해하고 안심하고 드시라.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평의 Mu님이 지적하신대로 협오스러움(역겨움)은 그냥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

흔히 놀람 공포 슬픔 분노 역겨움 기쁨 등 6가지를 사람의 기본감정이라고 하는데, 이중 공포 역겨움 기쁨은 그 기본중에서도 기본에 속하는 감정입니다. 특히 역겨움은 아주 원초적인 감정이라 할수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과 사회심리학자들은 역겨움 감정을 상한음식을 피하는 과정에서 형성돼, 사회감정으로까지 발전된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역겨움 감정은 그 감정형성의 원인이 남에게 있다고 판단되면 강한 분노로 발전합니다. [지평, 광우병, 도덕감정, 불확실성: 설득이 설득이 아닌 경우]

협오스럽지만 무해하다는 논리는 해당 위기 상황에 적절한 키 메시지는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식품공학도들이 아니고, 그 (혐오스럽지만 무해하다는) 구두충을 그대로 아이들의 입에 넣어 주어야 하는 부모들이다.

이 커뮤니케이션을 구경하면서 소비자인 나는 스스로 이 제품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분노 이전에 고민이 되기는 처음이다…

7월 012008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자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자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보통 기업 소송등과 관련해서 CEO에게 법원 출두명령이 떨어지면 출두하기 전 일정기간 동안 그 CEO는 회사 법무팀과 법률 자문 컨설턴트들과 예상질의응답 내용에 대해 숙지를 하곤 한다. 법정에서는 CEO의 답변 하나 하나가 모두 법적인 책임을 가지기 때문에, 주요한 이슈들에 대한 일관성 있고 논리적인 답변내용의 준비는 필수적이다.

위기시 ‘여론의 법정’에 서는 CEO나 회사 대변인들에게도 이와 똑같이 예상질의응답의 준비와 숙지과정은 꼭 필요하다. 예상질의응답의 개발 목적은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서 CEO나 대변인 그리고 홍보담당자들이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같은 목소리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의 입장과 대응방안을 발표하는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놀라거나 당황’하게 되면 해당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모든 관련 이슈들을 대변인과 홍보담당자들은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해당 위기를 통제(control)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공중에게 주는 것은 위기관리의 가장 중요한 기본 포지션이다.

만약 사고로 사망자들이 발생했다면 정확하게 그 사망자들이 몇 명이고, 그 사망자들과 기타 부상자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이들에게 어떤 배상을 실시할 것인지 또 더 나아가서 이러한 사고 상황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어떤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 실시할 것인지를 모두 메시지로 준비해서 기자들 앞에 서야 한다.

피해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거나, 처리에 있어서도 무질서하게 뒤죽박죽 메시지들을 흘리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배상 계획이나 개발 방지 계획 등은 발표를 해도 당연히 신뢰가 가질 않게 된다.

갑옷이냐? 화살비냐?

   

위기가 발생했으면 일단 그 상황을 관리하는 부서의 활동과 병행해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해당 위기를 둘러싼 예상질의응답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이 전에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 위기관리를 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합의가 CEO를 위시로 해서 전체 사내에 존재해야 한다.

정해진 포지션을 기조로 해서 작성된 예상질의응답은 충분히 많고 다양해야 한다.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공식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논리적이어야 하고, 전략적으로 디자인 되어야 한다. 물론 최후에 법적인 리뷰도 실행해야 한다. 일부분의 사소한 표현이나 메시지 내용들이 추후 불필요한 소송의 빌미를 제공하거나, 소송에서 불리한 증거자료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미리 필요하다.

개발된 예상질의응답은 상당히 집중적인(intensive) 세션을 통해 빨리 공유 되어야 한다. 사내에서 대변인의 역할을 실행하는 전문가의 경우에는 예상질의응답의 내용의 대부분이 생소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1~2시간 정도의 세션을 통해서도 많은 부분의 논리적인 답변 내용 습득이 가능하다.

이러한 예상질의응답 팩의 경우 외부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팩 개발 방식은 다년간 위기를 관리한 경험이 있는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내부와 외부의 시각을 한자리에 모으는 방식이다. 예상질의응답을 내부인사들끼리만 만들다 보면 분명히 너무 내부 중심적인 답변 태도와 메시지들이 주를 이루게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팩을 개발하는 당시의 상황은 상당히 촉박한 시간적 압박을 느끼게 되고, 정확한 상황 판단에 한계를 느낄 수 있으며, 분위기에 있어서 흥분되고 격앙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표현과 메시지들을 완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본적으로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날카로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의 내용들은 기업 내부의 홍보전문가들이 취합을 하고, 그 내용을 메시지화 하는 단계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내부의 이해관계자들 보다 좀 더 차분하게 제3자의 시각을 견지하는 그들의 인풋은 위기 시 예상질의응답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다.

위기시 완벽한 예상질의응답 팩은 전시 갑옷에 비할 수 있겠다. 모든 화살을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치명적인 부분이라도 잘 막아내 주는 그런 갑옷이라도 고마울 따름이다. 반대로 예상질의응답 팩을 개발하지 않거나 공유하지 않고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임하는 것은 벌거벗은 채로 화살비를 맞는 것과 같다. 운이 좋으면 살겠지만, 죽을 확률이 더 많은 도박이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7월 012008 Tagged with , , 2 Responses

정부에 대해 바라는 점…

오전 11시50분. 정 장관의 발언이 끝나자 사회자는 “장관님들이 허심탄회하게 가슴에 와닿는 얘기를 해주셔서 의문점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 같다. 이제 돌아가셔도 된다”며 산회를 알렸다. 당초 질의응답 시간이 예정돼 있었지만 설명회는 흐지부지 끝이 났다.

설명회장을 나서는 동장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부산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새벽에 올라왔다는 한 동장은 “10여 분 듣다 그냥 로비로 나와 버렸다”며 “이미 언론에 다 보도된 내용을 똑같이 읽을 거면서 왜 굳이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구에서 왔다는 50대 동장은 “전국의 읍·면·동장을 이렇게 서울로 모두 모이라고 한 것은 1980년대 후반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들 하더라”며 “취지야 이해하지만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대국민 홍보가 제대로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동장 3500여 명 모아 놓고 ‘하나마나 소통’]


커뮤니케이션(소통)이 무서운 것은 이 것을 하는 방식 자체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런면에서 정부는 참 잘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를 수준 그대로 잘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단, 이 행사의 목적이 ‘쇠고기 문제에 대한 소통’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6월 182008 Tagged with , , , 2 Responses

비논리적 커뮤니케이션

비논리 커뮤니케이션 사례 A. 연예인 OOO

1. OOO는 기자회견을 통해 4월 말 서울 이태원에서 70대 노인을 폭행한 사건으로 사회에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산속에 들어가 칩거 생활을 하며 자숙의 시간을 보내겠다”

2. 이후 최민수의 은둔 생활은 언론의 노출을 피할 수 없었고 그는 인터뷰를 통해 “사치나 물욕 등 심신의 즐거움을 주는 쪽을 거부하고 싶다”며 “평생 마음을 연마하면서 살겠다. 이런게 나한테는 편하고 어울린다” [뉴스엔]

3. 서울나들이

4. “주변에서 은둔이니 칩거니하며 나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데 나는 내 자신과의 약속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내 자신이 선택한 부분에 대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생각이다.자연을 좋아하고, 홀로 떨어져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라면서 “여론을 형성해서 바람몰이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당분간 여러곳에 머물며 시간을 보낼 예정” [스포츠서울]

결론

  • 사죄–> 자숙 –> 즐거움 거부 –> 평생 연마 –> 나와의 약속일 뿐 –>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
  • 사죄 –>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

사죄라는 것은 분명히 대상이 있다. 피해자인 70대 노인 또는 그를 포함한 국민 전체에게 대한 사죄의 뜻으로 초기에는 인터뷰를 했었던 것으로 보이고, 또 그렇기에 그 대상들은 화를 누그러 뜨렸던 것 같다.

그러나 2달여가 지나자 그 사죄에서는 대상의 개념이 사라졌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대신 자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 정도라는 주장의 발전이다. 그가 자연을 생각하는지, 차기작품을 생각하는 지, 아니면 무엇을 생각하는 지 그에 대한 설명이나 논리가 없다. 커뮤니케이션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분이다.

[제안 답변] 미안하다.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보고 싶어 잠깐 나왔다. 자숙의 시간은 계속된다. 나의 행동으로 피해 입으신 분 그리고 실망하신 다른 여러분들에게 계속 용서를 구하고 있다.  이번 서울 방문은 인간 OOO이 아닌 아버지 OOO의 마음으로 인한 방문이었다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다시 한번 미안하다.

비논리 커뮤니케이션 사례 B. 연예인 OOO

[모 연예 케이블 뉴스] 미스코리아 출신 탈렌트 OOO씨가 지난 O월 결혼을 했다. 종군위안부 화보집등의 문제로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졌있던 그녀가 부산에서 화촉을 밝혔다. 그런데 그녀는 결혼식 내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결혼이벤트사 담당자 인터뷰) 그녀가 예식내내 눈물을 흘렸나?

(답변) 글쎄요..저희도 메이크업 하시는 분들이랑 모두 왜 이렇게 우세요? 했었어요. 아마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좋아서 그랬을꺼에요. 그리고 지금까지 오랫동안 지켜보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는 눈물이라고 생각해요…”

결론

  • 신부가 운다 –> 좋아서 운다 –> 오랫동안 지켜보아 주셔서 감사해서 운다

신부가 우는 것은 보통  자라온 생각,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  기쁨등등의 이유가 대부분이다. 여기에서 이 배우는 여러가지 스캔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 고생했던 과거들을 기억하면서 울었을 수도 있다. 인터뷰어는 그 부분을 듣기 위해 물었는데…답변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지켜보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는 눈물’이란다. 이 ‘지켜보다’라는 표현은 무슨 뜻일까…

[제안답변] 아마 지난 여러가지 가슴 아팠던 일들을 생각하시니 눈물이 나셨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신부분만 아시겠지요.

비논리 커뮤니케이션 사례 C. 아침방송

[모 TV의 아침방송] 최근들어 팥빙수에도 웰빙 시대가 열렸다. 오미자등 갖가지 재료로 더욱 풍성해지고 고급스러워진 팥빙수들을 소개한다.

[인터뷰] 어떻게 오미자와 같은 전통재료로 이런 고급 팥빙수를 만들게 되었나?

[전통 팥빙수 집 주인] 네…요즘에는 손님들이 인스턴트를 싫어하시고 해서 이렇게 전통재료를 이용한 팥빙수를 만들게 되었어요…

결론

  • 손님들인 인스턴트를 싫어 함 –> 그래서 전통재료 고급 팥빙수를 만듬

인스턴트의 반대말은 아마 슬로우 푸드나 직접 집이나 가게에서 만든 재료를 사용한 home made가 어울리지 않을까?  인스턴트의 반댓말이 전통재료의 고급은 분명 아닌 것 같다.

[제안답변] 요즘 손님들께서는 저희 전통 음식 재료들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강하셔서 이렇게 우리나라 전통의 웰빙 팥빙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대결론]]

보통 연예 프로그램이나 오락 프로그램들에서 이렇게 비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들이 창궐한다.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이 이런 프로그램이나 기사들을 많이 보고 읽는데, 그들에게 이러한 비논리적 커뮤니케이션의 반복적 노출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 궁금하다. Brainless Communication의 세대가 되가는 것은 아닌지…

6월 162008 Tagged with , , , 0 Responses

협회가 성장해야 한다

전경련 등 일부 특수 업계 몇을 제외하고는 업종별 협회(association)라는 것이 실제는 유명무실한 경우들이 많다. Trade Association의 설립 목적에 들어가는 공통된 가치는 ‘우리 업계 회원사들의 이익을 도모하고…’가 있다. 또한 ‘업계 회원사들의 권리를 대변하고…’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각 업계의 협회들이 좀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파워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최근 들어 위기발생 유형들을 들여다보면 어느 개개 회사의 이슈라기 보다는 전체 업계 자체의 위기 이슈인 유형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위기발생 후 해당 업계 협회의 대응능력은 그 부족함이 개선 되지 않고 있다.

협회 운영이 회원사들의 각출에 의한 예산 운용에 기반하기 때문에 그 능력의 제한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시급한 부분은 협회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강화다. 업계차원의 위기관리를 위한 시스템과 자체 대응 능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업계 이슈에 대해 업계를 대변할 잘 훈련된 대변인(spokesperson)이 필요하다. 또한 업계 차원의 FAQ를 지속적으로 개발 업데이트해서 전회원사들과 one voice를 만드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할 필요 또한 있다. 강력한 모니터링 역량으로 회원사들에게 예상되는 이슈들에 대한 watchdog 기능을 수행할 필요도 있다.

협회가 습관적으로 진행하는 브로슈어나 팜플렛 제작, 각종 trade show 진행, 정기적 친선 모임등은 회원사들이 원하지 않으면 비지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과감하게 제한하고, 차라리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더 강화해서 위기시 업계 차원의 대변 창구로 성장했으면 한다.

업계를 견제하는 NGO들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업계를 뒤흔드는 운동가들도 출현하고 있다. 통제가 불가능 한 온라인상의 공격도 상시적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일선의 방패 역할을 협회가 해야 한다. 말로만 회원사들의 권익을 말하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존재감을 확보해야 한다. 좀더 능력있는 전문가들이 협회로 조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모 업계 협회의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한계를 바라보면서 안타까움에 글을 적어 본다.

6월 09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부부처의 홍보관

최근 영국 커뮤니케이션 전문 공무원들의 네트워크인 Government Communication Netork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일종의 intranet 성격이라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은 어렵지만, 외부에서 보는 역할과 평가에 대해서 관심을 두고 있다.

관련 자료들을 일다보니, GCN에서 공유하고 있는 ‘정부 커뮤니케이션 공무원들의 역할과 업무 목적’ 부분에 눈이 간다. 분명히 한국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공무원들에게도 해당이 되는 가치인 것 같다.

Whatever their speciality, all government communicators are working towards the same goals, namely: informing the public about their rights and responsibilities, helping people to access government services, understand government policy and keep up to date about important issues.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담당 공무원들의 역할을 오프라인 미디어나 온라인 미디어들이 대신 한다거나…NGO들이 대신 해 주는 것이 문제다. 본래의 제 역할은 하지 못하고, 다른 짓을 하니까 문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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