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

7월 072008 Tagged with , , , , 7 Responses

소비자들에게 어쩌라는 건가…

모 생선 통조림 회사의 꽁치 통조림에 구두충이라고 불리는 꽁치 기생충이 계속 발견된다는 보도가 있다. 연속적인 이런 상황에 대해 회사측은 ‘불가항력’이라는 논리를 피고 있다.

[인터뷰:OOO, OOOO 생산본부 부장]
“3단계의 세척, 또 최종 캔에 담기고 나서도 약 10명의 인원들이 최종검사를 하고 있습니다만은 아직까지는 저희 실력으로는 완벽하게 제거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OOO, OOOO 생산본부 부장]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보더라도 통조림 속에 들어가게 되면 고온고압의 멸균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인체에는 전혀 무해하다고 판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두충 특유의 선홍색 빛깔로 인해서 고객님들은 구두충을 굉장히 혐오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업체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YTN, 현장 24시]

이 회사의 키 메시지를 분석해 보면

1. 외국사례를 봐도 이런 경우들은 종종 있다.
2. 시각적으로는 혐오 스럽더라도 인체에는 무해하다.
3. 완전히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4. 그러니 식약청은 규제 수위를 완화하고, 소비자들은 이해하고 안심하고 드시라.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평의 Mu님이 지적하신대로 협오스러움(역겨움)은 그냥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

흔히 놀람 공포 슬픔 분노 역겨움 기쁨 등 6가지를 사람의 기본감정이라고 하는데, 이중 공포 역겨움 기쁨은 그 기본중에서도 기본에 속하는 감정입니다. 특히 역겨움은 아주 원초적인 감정이라 할수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과 사회심리학자들은 역겨움 감정을 상한음식을 피하는 과정에서 형성돼, 사회감정으로까지 발전된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역겨움 감정은 그 감정형성의 원인이 남에게 있다고 판단되면 강한 분노로 발전합니다. [지평, 광우병, 도덕감정, 불확실성: 설득이 설득이 아닌 경우]

협오스럽지만 무해하다는 논리는 해당 위기 상황에 적절한 키 메시지는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식품공학도들이 아니고, 그 (혐오스럽지만 무해하다는) 구두충을 그대로 아이들의 입에 넣어 주어야 하는 부모들이다.

이 커뮤니케이션을 구경하면서 소비자인 나는 스스로 이 제품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분노 이전에 고민이 되기는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