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피

8월 16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12 Responses

진짜 ‘대화’는 어디에 있나?

(실제 케이스 1)

와이프와 딸을 데리고 모 싱가포르 스타일 차이니스 레스토랑에 갔다. (그냥 중국집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달라서…어쩔수 없이 이런 긴 명칭을 씀)

여러 음식을 시키고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스프는 음식들과 같이 주세요!”


주문을 받은 매니저급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은 정중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10분 후 스프가 나왔다. 달랑 먼저 나왔다. 그 이후 어색한 10분이 흐르고 나서야 음식들이 차례로 서빙되었다. 우리는 식어가는 스프를 앞에다 놓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도 우리가 그렇게 해달라 해도 그렇게 서브를 한적이 없어. 앞으로 그러지마”


와이프가 이야기했다.

궁금하다. 왜 그 매니저는 “예, 알겠습니다!”라고 정확하게 약속을 했었을까? 기억력이 없는 것일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습관 때문일까? 아니면 손님을 무시하는 걸까? 왜 매번 그 식당에서 동일한 손님의 요청이 한번도 지켜지지 않을까?

어제 식은 스프를 음식과 함께 먹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됐다. 커뮤니케이션 그 중에서도 ‘대화’의 어려움에 대한 것이다.

(실제 케이스 2)

가끔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아주머니들의 휴대 전화 통화(대화)를 엿들어보자.

“여보세요? 응, 응, 나 지금 집에 가고있어. 응, 집에 가고 있다고. 응 응…아니 집에 간다니까. 거긴 너무 늦어서 못가구…응..응? 아니 내가 집에 가는데 거길 어떻게 가냐구…그래 나 집에 간다니까. 그래 그래 집에 갈 테니까 그러니까 집에서 봐. 그래…집에 엄마 간다. 그래 집. 그래 끊어”


5분동안 소리를 지르면서 대화를 하는 듯 해 보이는데 사실상은 대화의 품질이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공유에 있어서 거의 실패하거나 비효율적인 결과를 맺고 대화를 종료한다. 왜 이 아주머니는 평생동안 대화를 진행해 왔던 딸과 단순한 메시지 하나 ‘집에 감’을 공유하기 위해 수십번의 동일한 메시지들을 반복 반복해야만 했을까?

소셜미디어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셜미디어상에 얼핏 보면 대화가 존재하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 어디에 보아도 진정한 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댓글이 대화인가? 아니다 그냥 단순한 신호 교환이라고 본다. 애인 사이가 아닌이상 블로그 포스팅 하나에서 댓글로만 10-20번 대화를 진행하는 사람은 없다.

트랙백이 대화인가? 나에게 건 트래픽을 찾아가 댓글을 다는게 진정 대화인가?

솔직히 남의 포스팅을 항상 한자 한자 꼼꼼히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RSS리더기에 수록된 그 수많은 insight들을 깨알을 짚어 내듯이 읽어 내는 사람의 비율은 또 얼마나 되나?

트위터상에서 수없이 많은 RT들이 반복되면 그건 대화라고 볼 수 있을까? 그 공유의 질을 볼때 효율적인가?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단편적이거나 직선적인 신호 교환들을 진정한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오프라인에서도 진정한 대화를 우리는 평소에 얼마나 경험하나? 배우자, 자녀, 직장동료, 친구와 진짜 대화를 일주일에 몇번이나 나누나? 필요한 모든 것을 대부분 그들과 대화를 통해 충분히 공유하고 있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대화’라는 것을 상당히 익숙한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만족할만하게 오프라인에서 대화를 해 왔다고 전제하는 듯 하다. 그래서 소셜미디어상에서도 오프라인과 같이 대화에 열중하는게 이롭다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하지만….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다. 사람에게 진정한 의미로서의 대화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유사 대화에 표피적으로 감격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소셜미디어상 대화는 그냥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