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9월 012008 Tagged with , , , 0 Responses

How와 소통

증시에 파장이 커지자 회사측은 오후4시 긴급 IR을 열었지만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평소 회사측의 정보 제공이 부족한데다 갑작스런 유상증자 발표 후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며 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만으로 주가가 이렇게 폭락하지는 않는다. 오늘 시장의 반응은 신뢰의 문제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도 “두산그룹이 이렇게 비전문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안을 밝힌 것에 대해 상당히 놀랐다”고
꼬집었다. [머니투데이, 기자수첩,두산의 착각? 애널의 오판?]

금호아시아나 케이스와 같이 두산도 최근 유상증자로 인한 시장반응에 상당히 고통 받고 있다. 애널들이 또 ‘소통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왔다. 애널들의 불만은 두산측이 밥캣 인수와 관련한 자금관련 정보를 오픈하지 않고 있으며, 유상증자와 향후 밥캣의 시장전망을 비전문적인 방법으로 진행 설명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한마디로 두사측에서 주장하듯이 향후 전망이 좋다면 그를 위한 자세한 ‘How’를 내 놓으라는 주문이다.

이를 토대로 두산 케이스 관련 가정들은 몇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다.

1. 두산이 확실한 how를 가지고 있으며, 소통방식 또한 어느 정도 적절 했음. ==> 즉, 애널과 마켓이 틀렸음.
2. 두산이 확실한 how를 가지고 있지만,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었음. ==> 애널들과의 소통에 좀더 힘쓴다면 문제 없음
3. 두산이 확실한 how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소통방식이 그럴 수 밖에 없었음. ==> 문제가 큼.
4. 두산이 확실한 how를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소통방식을 개선해서라도 애널들의 불만과 비판적인 시각은 완화해야 함. ==> 문제가 더 큼.

보통 두번째 가정을 대부분 문제점과 해결책으로 느끼고 기사를 쓰고 읽는다. 그러나 일부 케이스에서는 3번째나 4번째 가정이 현실인 경우들도 있다. 이번 두산의 케이스는 1번 또는 2번 이기를 바란다.

8월 292008 Tagged with , , , 2 Responses

Trap vs. Key Messages

Trap을 빠져 나가는 아주 전형적이고 교과서적인 방식이 참 멋진 답변을 발견했다. LPGA의 영어시험의무화 조치에 대한 연합뉴스의 LPGA 대변인 서면 인터뷰인데 답변 방식이 아주 형식에 잘 들어맞는다.

— 이번 영어시험 의무화조치가 LPGA의 미국 선수들이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상황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다.


이번 조치는 협회 소속 모든 선수들에게 적용된다. 모든 선수들은 언론인터뷰와 프로암대회, 우승 소감 발표시 우리의 중요한 고객인
팬과 언론, 후원자들과 영어로 소통을 해야 한다. 이번 조치의 목적은 순전히 영어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있다. 만약
선수들이 팬으로부터 그들의 모국어로 인터뷰 요청을 받을 경우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캐디나 다른 선수들과도 모국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겨냥한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다.’ 이 부분이 흔히 답변자를 고민하게 하는 trap이다. 답변은 논란을 그냥 무시하고 원칙을 강조했다.

  • 이번 조치는…
  • 이번 조치의 목적은…

원칙을 핵심 메시지화 해서 그 안에 머물렀다.

— 영어 평가가 LPGA 참가를 원하는 외국 선수들에게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협회는 영어가 골프실력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


이번 조치는 협회가 소속 선수들의 전문가 자질 개발과 언어훈련을 위해 수년 전부터 해온 일을 단순히 확대한 것이다. 지금
활동중인 선수와 앞으로 (LPGA에) 올 선수들에게 (우리의) 기대를 알리고 싶었다. 그래야 그들이 영어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LPGA 사업과 선수들의 성공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연합뉴스, LPGA 마이크 스캔런 대변인 일문일답]


사용자 삽입 이미지‘협회는 영어가 골프실력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 이 부분이 trap이다. 상당히 insulting한 trap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답변자는 또 다시 직접적인 trap에 대한 재언급을 피하고, 핵심 메시지를 제시했다.

  • 이번 조치는…

솔직히 기자들이 이런 답변을 받으면 아무 야마가 없어서 밋밋하다고 한다. 기자들은 무언가 자극적인 스토리를 원하는데, 기업에서 핵심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제시하면 짜증을 내게된다.

어느정도의 감정적인 라인을 잘 관리하는 것도 위기시 질문에 대한 답변의 묘미다.

8월 292008 Tagged with 0 Responses

세상은 참 간단한 건데…

If you don’t want spam in your inbox, never respond, never buy anything. Not even if it’s a good deal. (니 이메일에 스팸을 받고 싶지 않으면 절대로 답메일 하지마, 아무것도 사지마. 그게 괜찮은 딜이라도 말이지.)

If you don’t like TV commercials featuring loud aggressive announcers, don’t buy what they’re selling. Ever. (시끄럽고 공격적인 TV 광고가 싫다면, 그냥 걔들이 파는걸 사지마)

If you don’t want people ringing your door asking for donations, don’t give, no matter what. (도네이션 하라고 초인종 누르는 애들이 싫으면, 돈주지마, 어떤 경우라도)

If you think politics is too nasty and not focused enough on
creating value, then don’t donate to a candidate that’s nasty, even if
you agree (and even better, call or write and tell them why). (정치하는 넘들이 너무 재수없고, 별가치있는 짓을 안한다고 생각하면, 그런 후보에게 도네이션 하지마, 만약 니가 지지하더라도 말이지, 더 나아가서 전화를 하던가 편지나 이메일을 써서 왜 도네이션 안하는지 이야기해 줘)

If you don’t like bait and switch marketing, where promises don’t match the product, don’t buy it. (약속했던 것과 다른 제품을 들이미는 낚시질이나 스위치 마케팅 같은 게 싫으면, 걍 사지마.)

If you don’t like snarky, angry blogs, don’t read them. (괴상하고 화나게 하는 블로그가 싫으면, 걍 읽지마)

If you deplore the lousy service at big chains or certain airlines, don’t shop there, even if it’s cheaper. (큰 체인이나 항공사의 거지같은 서비스에 열받으면, 걍 구매하지마. 걔네들이 싸더라도.)

[Seth Godin, You Get What You Pay For]

세스 고딘의 의견에 100% 동의한다. 세상을 옳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왈가왈부 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못하는 사람들이 말들만 많다. 세상이 그렇다.

8월 292008 0 Responses

흥미로운 다름

에이전시 업계로 돌아오고 나서 각종 미팅이나 술자리에 가면 화제는 항상 나의 전직으로 모여진다. 그중에 상당히 공통적이고 흥미로운 다름들이 있다.

여자 인하우스나 에이전시 홍보인력들은 이렇게 묻는다.

“부사장님, 다시 돌아 오(가)시니까 좋으세요?”

거의 모두들 이렇게 묻는다. 나는 거의 이렇게 대답한다.

“좋아요”

그런데…남자 인하우스들은 거의 다 이렇게 물어온다.

“왜 에이전시로 가셨어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원래 내가 있던 곳이니까”

어제는 늦게까지 기자들과 인하우스 홍보팀장들이 여럿 모여 술자리를 했는데…나이로나 업계 짬밥으로나 나보다 어린 모 그룹 홍보실 선수가 이렇게 물었다.

“형, 거기는 왜 갔어요?”

상당히 다른 질문이라서…술몇잔을 마시고 답변했다.

“원래 있던 곳이니까”

나를 마치 외계인 처럼 본다. 어떻게 그렇게 척박한 곳에 가서 자생할 수 있느냐는 눈빛이다. 그 선수가 무엇을 모른다고도 생각하지만…솔직히 인하우스에서 에이전시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 한번 느낄수 있었다.

사실 그 선수라고 해봐야 유수의 그룹 홍보실에서 일한다고 자기 연봉이 10조는 아니지 않나. 일부 인하우스 선수들은 자신의 연봉을 그룹의 매출로 착각하는 것 같다. 삶 속에 자신이 없는거 아닌가…후후후.

8월 282008 Tagged with , , , , , 1 Response

[PR 퀴즈] 무엇을 가장 먼저?

[질문]

자. 위기가 발생했다고 쳐요. 위기관리팀 전체 회의가 있었고 긴급한 상황 개요 브리핑과 회사의 포지션이 공유되었구요. 그러면 회의가 끝난 후에 홍보팀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 가장 먼저 무엇을 하죠?

[답변]

대부분 기업 홍보팀들은 사건 파악에만 힘을 쓴다. 사건이 어떻게 일어 났는지, 왜 일어 났는지, 어떻게 회사에서 처리를 할 것인지 좀더 세부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기자들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답변 할 내용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에게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하면 홍보팀장이나 키맨 하나가 그 전화들을 다 처리한다. 기자들의 질문에 경험을 바탕으로 은글 슬쩍 답변해 넘기거나 현란하게 애드립 한다. 기본적으로 내용은 거의 같지만 이 기자의 특별한 질문에는 또 이런 답변. 저 기자의 독특한 질문에는 또 그런 답변을 한다. 나중에 기자들에게 한말들 중에 서로 상충되는 것들이 생기면 또 말을 바꾸곤 한다.

가만히 보면 외국계 기업들은 대부분 포지션 페이퍼 또는 오피셜 스테이트먼트라고 불리는 공식 문서를 꾸민다. 국내에서 짬밥이 쌓인 홍보담당자들이 보면 ‘놀고 있네~’할 만큼 공을 들여 문구를 다듬고 다듬는다.

그리고 나서 예상질의응답(Expected Q&A) 팩을 만든다. 이 과정도 국내 기업의 빠릿 빠릿한 실무자들이 들여다보면 ‘쩝…그걸 꼭 써놔야 아니? 끌끌…’ 할께 틀림 없다. 하지만, 외국기업 홍보 실무자들은 그냥 그렇게 한다. 그게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문서 작업을 하느냐 아니면 구두 기억을 하느냐의 차이지만…비지니스 조직 차원에서 안정성은 문서작업에 더 있다. 포지션 페이퍼 또는 오피셜 스테이트먼트를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키메시지들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는 것은 물론 그와 관련된 로직들과 표현해도 되는 것과 피해야 할 것들에 대한 아웃라인이 실무자의 머릿속에 박히게 된다.

예상질의응답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서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할까? 하고 상상을 해보면 찰나에 기껏해야 두 세가지 핵심적 질문이 떠오르는게 전부다. 그렇지만 홍보팀이 모여서 기자들이 할수 있는 질문들을 함께 예상 해 보고 답변을 구성해 보는 것은 좀더 다양한 질문들에 완벽하게 답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사내적으로 책임 소재 및 내부 align의 측면에서도 문서화 공유 과정은 중요하다. 보통 외국기업들은 한국 지사 컨펌과 본사 컨펌까지를 득하게 되는데, 일단 컨펌을 득한 포지션과 메시지들은 홍보팀의 지정된 대변인에 의해 정확하게 전달 되기만 하면 사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인 메시지들을 가지고 나중에 책임 소재를 운운하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일이 터졌을 때 아주 동물적 본능적으로 홍보 담당자는 포지션을 생각해야 하고, 메시지를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아주 정교하게 문서화해서 공유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예상질의들에 대한 응답을 구성해 이 또한 공유 해야 한다.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이 겨우 1%라면? 그래도 만들어야 한다. 그게 홍보팀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냥 사건을 포지션과 메시지 무장 없이 ‘지켜만’ 보는 것은 곧 직무유기라는 뜻이다.

8월 272008 Tagged with 5 Responses

어느 목사님의 비전략적 메시징…

잦은 방송·강연 활동 등으로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목사’로 알려진 장 목사는 지난 11일 미국의 뉴욕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집회의
설교에서 “내가 경동교(장경동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며 “원불교나 통일교도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불교 비하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또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며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의 발언에 대한 반박을
염두에 둔 듯 “(나의 이런 발언이) 불교를 비하한다고 하는데, 나는 바른 말을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불교 들어간 나라 다 못살아” 목사 설교 … 조계종 큰 반발]

한미디로 점입가경이다. 장목사의 발언을 분석해 보면 ‘일정한 의지를 가지고’ 한 표현으로 작심을 한 표현같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심발언이 과연 커뮤니케이션 목적에 충실했는가 또 ‘오디언스’를 생각해서 나온 발언인가 아니면 자신만의 믿음과 고집에 의해 나온 발언인가 하는 점이다.

장목사의 발언의 분명 의도된 발언이었고,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러면 그런 전략적 목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기독교나 그의 철학을 감안해 보면 ‘이종교를 가진 불교신자들이 이 메시지를 통해 깨닫고 예수님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될 수 있겠다. 이런 목적을 가진다면 이 메시지의 오디언스는 ‘불교신자들’이겠다. 조금 더 확대 하자면 불교를 믿을까 기독교를 믿을까 고민 하는 ‘무종교자들’이겠다.

그러면 오디언스들이 장목사의 메시지를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불교신자들은 갑자기 깨달아 개종을 연이어 하거나 무종교자들이 우루루 기독교 신앙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런 효과는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만약 메시지의 목적이 달라서 ‘기존 기독교인들의 단합과 믿음에 대한 확신’을 추구했다면, 기존 기독교인들이 오디언스가 되겠다. 그러면 다른 불교 신자들이나 무종교자들은 무시하고 일단 기독교인들간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 옳겠다.

기독교인들이 장목사의 메시지를 접했을 때 ‘맞아, 맞아’한다거나 ‘불교도들이 너무 불쌍하다…’하는 마음이 새로 강하게 생길 것인가는… 의문이다.

장목사의 메시지는 위의 몇가지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더나아가서 타겟 오디언스들을 목적한데로 변화 시키지도 못했다고 본다. 결국은 본 메시징이 전략적이지 않았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속시원’한 말을 한번 하고 싶었다거나…’한번 지금과 같은 시기에 센세이션을 일으켜 봐야겠다’하는 사적인 목적이었다면 할말이 없다.

근데 그는 목사님이다. 하나님이 그 메시지를 원하셨을꺼라 믿는 다면 그는 목사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 그는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집을 믿는 것이다. 비전략적인 고집말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현재의 비종교자들이 ‘기독교 인사들의 수준 낮은 메시지들…’로 인해 도리어 타종교로 귀화하거나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비하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그 책임은 장목사와 같은 몇몇 교계 지도자들에게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곧 적그리스도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단은 처음만 같고 끝이 다르다는 말이다. 적그리스도는 그리스도안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정신좀 차리자.

8월 262008 Tagged with , , , , , , 2 Responses

[PR 퀴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위기관리??

[모 기자]

“제가 여러번 기업들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가까이서 지켜 보았을 때 CEO가 자꾸 나서면 일을 그르친다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습니다. 위기 때 마다 CEO가 나서 버릇하면 보통 자잘한 건들에서도 CEO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방식이 일반화 되서…나중에 힘들어 지죠. 일이 터지거나 이슈가 있으면 일단 실무자들 차원에서 커버하고 꼭 나서야 하는 마지막에 가서 CEO가 나서는 게 좋겠습니다.”

[모 PR 컨설턴트]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는 CEO가 리더십을 가지고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이 잘 안 보입니다. 실무자들만 허둥지둥 할 뿐 CEO가 직접 나서서 책임있게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거지요. 해외에서는 기업 위기시에 CEO가 직접 동영상을 만들어 홈페이지에서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등을 통해 오디언스들과 대화하려 힘쓰지요. 아직 우리나라는 조금 이런면에서 어색한 듯 합니다.”

[질문] 그러면…위기시에 CEO가 앞에 나서는 게 좋은건가요? 아니면 가능한 나서는 것에 신중해야 하는 건가요? 누구말을 따라야 하나요? 

[답변] 상황을 따르는게 좋다. 모든 위기시에 CEO가 매번 나서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그렇다고 절대 나서면 안된다거나 가능한 적게 나서라는 원칙도 없다.

위기의 상황에 따라 CEO가 나서야 할 때가 있고, 나서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또한, 위기의 유형이 잠재적이고 점증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형태의 경우에는 CEO의 잦은 visibility는 권장되지 않는다.

반대로 위기의 유형이 폭발적이고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개선을 통해 재발이나 반복이 불가능한 위기의 형태에서는 CEO의 적절한 visibility가 권장된다.

[질문] 말이 쉽네요. 막상 위기가 딱 발생되면 이 위기가 이런 형태인지 저런 형태인지 어떻게 판가름을 하나요? CEO가 나서야 하는 유형인지 아닌지 어떻게 일선에서 판단을 해야 하는거예요?

[답변] 답은 공중에게 있다. 회사의 사정이나 현실에 대해 돌아보고 논의하는 시간에, 위기상황과 관련된 공중들을 분석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기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투자자들이, 정부가, 직원들이, NGO들이, 그리고 협력업체들이 어떤 것을 우리에게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그대로 따르면 된다. 내부적으로 그런 파악이 힘들다면 당연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활용해서 분석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수혈 받는 게 좋다.

[질문] 쩝…우리 회사에 무슨일이 벌어졌다고 쳐요. 소비자들이 이 상황에서 우리보고 문을 닫으래요. 사장을 짜르래요. 그러면 공중들이 그렇게 원한다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거예요? 이건 위기관리가 아니 잖아요. 그냥 벌 받으라는 소리지. 안그래요?

[답변] 소비자들은 용서하는 사람들이다. 공중은 용서할 줄 알고 하고 싶어한다. 어떤 엄청난 일을 저지른 회사에게 문을 닫으라고 한다면 그 주장들의 행간을 읽어라. 그 이야기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완전히 새로워 지라”는 뜻이다. 사장보고 물러나라 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책임을 지고 완전히 바꾸라”는 것이다. 위기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공중들이 주장하는 행간을 읽어라. 그리고 그 행간의 의미를 메시지화 해서 해결책으로 커뮤니케이션 해라. 진정성을 가지고. 그게 곧 위기관리다.

[질문] 거…말장난 같군요. 위기관리라는 게 일이 벌어지면 타다닥…처리해서 아무일 없듯이 평상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 거 아닌가요?

[답변] 기업에서 위기관리는 더 나은 지속 가능한 경영환경 구축을 지향한다. 열악한 생산환경으로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이물질이 나오게 되면 본질적으로 그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하다. 위기를 통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완벽한 생산라인을 구축하게 되면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게 위기관리다. 일종의 카이젠 활동이라고도 본다.

[질문] 그대로 위기는 가능한 안 일어나게 하는게 가장 좋은거 아니냐 이거죠. 저번에 우리 제품 포장에 문제가 있다고 논란이 벌어져서 그냥 애꿎은 예산이 한 100억정도 날라갔다니까요. 그런 논란만 없었으면 그냥 가는건데요. 100억이면 어디야 그게.

[답변]논란의 성격에 따라 그 포지션은 틀려야 한다. 누가봐도 문제가 없는데 공연한 논란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논란이 있는 것이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그 논란에 있어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능한 빨리 확정해서 그 문제를 공략해 해결책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논란 자체에 떠밀려 다니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그 제품 포장 논란이 있었다면 그 포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검토했었을 것이고, 그 해결방안으로 새로운 포장 재질을 도입한 것 아닐까.

[질문] 에이…시원하지가 않아요. 위기관리 전문가라고 찾아가 봐도. 원론적인 이야기들 뿐이고 시원하게 해결사 노릇을 해 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답변] 철학과 원칙이 바로 위기관리의 툴이다. 철학과 원칙이 없는 기업에게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절대 없다. 미봉책과 덧칠하기만 있을 뿐이다. 지속 가능한 경영도 힘들다. 시원하지 않다는 말은 이런 여러가지 원인들에 기인한다.

[질문] 아무튼, 맘에 안들어요. 이번 위기관리 컨설팅 fee 좀 깍아줘요. 별로 도움이 안되네…

[답변] 차라리 받지 않겠다. 우리도 위기관리 실패 사례에 협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앞으로 우리 비지니스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 우리가 위기관리에 실패 할꺼라는 악담을 하는 건가요? 거 너무하네…

[답변] 철학과 원칙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그 말이 들어 맞을 꺼다. 수많은 전례들이 그런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질문] 아니 우리가 할께 아무것도 없으니 그런거 아녜요. 뭐 시원하게 할께…

[답변] 기업의 철학과 원칙을 바꿔라. 그게 할일이다. 기업이 항상 이야기하는 맨트라(mantra)를 진정성을 가지고 따라라. 그게 우선이다.

[질문] 아니…이 양반이 지금 위기관리를 해 달라니까…설교를 하네. 쩝.

[답변] 잘 되길 바란다. 진정.

8월 252008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간편한 사과의 시대

이선영 아나운서가 KBS 2TV ‘연예가중계’가 故 이언 관련 방송을 하며 물의를 일으켰던 것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방송인 김제동과 함께 ‘연예가 중계’의 MC를 맡고 있는 이선영 아나운서는 24일 오후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故 이언씨의 명복을 빕니다”는 애도의 말로 운을 뗀 이 아나운서는 “23일 ‘연예가중계’에서 故 이언의 사망소식과 올림픽 관련 소식이 함께 나가며 물의를 빚게 된 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고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마이데일리, 이선영 아나, 故이언 방송 물의 ‘공식 사과’]

최근들어 설화에 휩싸인 연예인들을 보면 많은 수가 개인 미니홈피에 ‘사과문’을 올리거나 ‘해명글’을 올리는 경향을 목격할 수 있다. 종전의 시각을 가지고 본다면 이런류의 커뮤니케이션 행태는 결코 인정되지 않는 것이었다.

개인이 일상의 글들을 올리는 ‘사적 생활 매체’를 ‘공적 대중 매체’로 인정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런 ‘간편한’ 미디어를 통해 사과나 해명을 하는 커뮤니케이터의 진정성에도 많은 점수를 주긴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미니홈피 커뮤니케이션을 보면서, 그리고 이 커뮤니케이션 시도를 받아들이는 오디언스들의 시각을 보면서 미니홈피라는 것이 이제는 대중을 향하는 개인 미디어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한편…개인 비지니스인 연예인들이 아닌 기업들의 경우에도 기업 블로그를 사과나 해명을 위한 미디어로 사용할 수 있을까? 사용한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 효과를 발휘 할까? 연구해 볼 문제다.

8월 222008 Tagged with , , , 2 Responses

재미있는 사회

예전에 포스팅에서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가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재미있어져야 PR도 좀더 잘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썼었는데…

이번 휴가 때 하와이에 있는 버거킹 매장에서 재미있는 포스터 하나를 보았다. [아래 사진은 Flickr 출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나라에서 이런 광고를 경쟁사 매장에서 발견했다고 하면 그 회사 마케터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사실 이런 광고를 보고 비꼬임을 당한 회사 마케터라도 “어? 쨔식들…후후…”하고 웃으면서 넘어 갈 수 있어야 좀더 재미있는 세상이 될꺼 같다. 흑색선전과 모략만 아니라면 재미있게 경쟁하는 것은 권장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serious 해서는 모든게 하기 힘들다.

8월 222008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PR퀴즈] 모른척할까요?

[클라이언트]

저희 회사는 여러개 사업장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역 사업장에서 갑자기 큰 사고가 난적이 있어서 지역 언론에서 취재가 오고 아수라장이 됬습니다. 근데 몇개 방송사에서 현장을 수습하던 직원들한테 인터뷰를 요청하는거예요. 그래서 현장에서 작업반장이 인터뷰를 했는데…이분은 사실 현장실무담당이지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아니라서 트레이닝도 받지 않았고 해서 인터뷰 결과가 그렇게 좋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누가 어떻게 인터뷰를 해야 합니까?

저희 매뉴얼에 보면 인터뷰는 홍보실에서 정해진 몇명이 하게 되어 있는데, 막상 일이 터지면 그 홍보실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전에 방송사 인터뷰는 끝나게 되고요, 홍보실 직원이 올 때까지 현장 직원들이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도 전략적이지 못한 듯 하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 어려운 문제다.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는 분들은 ‘조직은 한개의 입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대변인만이 인터뷰에 응해야 한다’고 말하는데…현장에서 실무에 맞닥뜨리는 사람들은 그 원칙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금방 느끼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조직원들이 대변인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조직원들이 언론을 알고 인터뷰를 핸들링하는 요령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터뷰를 하는 법’을 알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어떻게 핸들링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두번째 포인트는 ‘매뉴얼에 따라 일하라’는 것이다. 전직원이 매뉴얼에 따라 discipline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매뉴얼에 심플하게 대변인만이 인터뷰를 한다는 문구를 삽입해 놓고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대변인을 활용하지 못하는 지역과 시간에는 어떻게 한다’는 Plan B에 대한 내용이 적시되어야 마땅하다.

세번째 포인트는 ‘원칙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다. 기자들이 온다. 수천명의 기자라고 해도 현장에서 인터뷰 하기 원하는 질문들은 몇가지로 정해진다.

1. 사건의 개요
2. 피해자나 피해규모
3. 사건의 원인
4. 처리 및 수습 방안

이중 현장 직원들이 인터뷰를 하게 될때 민감한 부분은 3번이다. 또한 4번의 경우에는 현장실무자가 이야기 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따라서 현장 실무자가 피치 못하게 인터뷰를 하게되는 경우네는 사건의 개요와 피해자나 피해규모등에 대한 ‘현장의 facts’만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된다.

사건의 원인에 대한 부분은 speculate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근간한다. 현장 실무자는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에 있습니다.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면 그때 저희 회사 공식 라인을 통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의미의 답변만이 가능하다.

처리 및 수습 방안의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른 사고 수습입니다. 현장 실무자로서 피해자와 피해현장 수습을 위해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내에 저희 회사 공식 라인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의미의 답변만이 가능하다.

사고의 규모나 피해자 유무등에 따라서 인간적인 공감을 표현하는 것도 원칙 중 하나다. 피해자가 보고 들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자세와 톤앤매너면 된다. 내용이 길거나 자세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 under control되어 있고, 현재 최선을 다해 복구를 진행 중이며, 마지막으로 공감하고 유감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의 ‘누구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도 동일한 내용을 진실하게 말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누구만’ 말할 수 있다는 게 시스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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