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ition Paper

8월 282008 Tagged with , , , , , 1 Response

[PR 퀴즈] 무엇을 가장 먼저?

[질문]

자. 위기가 발생했다고 쳐요. 위기관리팀 전체 회의가 있었고 긴급한 상황 개요 브리핑과 회사의 포지션이 공유되었구요. 그러면 회의가 끝난 후에 홍보팀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 가장 먼저 무엇을 하죠?

[답변]

대부분 기업 홍보팀들은 사건 파악에만 힘을 쓴다. 사건이 어떻게 일어 났는지, 왜 일어 났는지, 어떻게 회사에서 처리를 할 것인지 좀더 세부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기자들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답변 할 내용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에게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하면 홍보팀장이나 키맨 하나가 그 전화들을 다 처리한다. 기자들의 질문에 경험을 바탕으로 은글 슬쩍 답변해 넘기거나 현란하게 애드립 한다. 기본적으로 내용은 거의 같지만 이 기자의 특별한 질문에는 또 이런 답변. 저 기자의 독특한 질문에는 또 그런 답변을 한다. 나중에 기자들에게 한말들 중에 서로 상충되는 것들이 생기면 또 말을 바꾸곤 한다.

가만히 보면 외국계 기업들은 대부분 포지션 페이퍼 또는 오피셜 스테이트먼트라고 불리는 공식 문서를 꾸민다. 국내에서 짬밥이 쌓인 홍보담당자들이 보면 ‘놀고 있네~’할 만큼 공을 들여 문구를 다듬고 다듬는다.

그리고 나서 예상질의응답(Expected Q&A) 팩을 만든다. 이 과정도 국내 기업의 빠릿 빠릿한 실무자들이 들여다보면 ‘쩝…그걸 꼭 써놔야 아니? 끌끌…’ 할께 틀림 없다. 하지만, 외국기업 홍보 실무자들은 그냥 그렇게 한다. 그게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문서 작업을 하느냐 아니면 구두 기억을 하느냐의 차이지만…비지니스 조직 차원에서 안정성은 문서작업에 더 있다. 포지션 페이퍼 또는 오피셜 스테이트먼트를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키메시지들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는 것은 물론 그와 관련된 로직들과 표현해도 되는 것과 피해야 할 것들에 대한 아웃라인이 실무자의 머릿속에 박히게 된다.

예상질의응답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서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할까? 하고 상상을 해보면 찰나에 기껏해야 두 세가지 핵심적 질문이 떠오르는게 전부다. 그렇지만 홍보팀이 모여서 기자들이 할수 있는 질문들을 함께 예상 해 보고 답변을 구성해 보는 것은 좀더 다양한 질문들에 완벽하게 답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사내적으로 책임 소재 및 내부 align의 측면에서도 문서화 공유 과정은 중요하다. 보통 외국기업들은 한국 지사 컨펌과 본사 컨펌까지를 득하게 되는데, 일단 컨펌을 득한 포지션과 메시지들은 홍보팀의 지정된 대변인에 의해 정확하게 전달 되기만 하면 사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인 메시지들을 가지고 나중에 책임 소재를 운운하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일이 터졌을 때 아주 동물적 본능적으로 홍보 담당자는 포지션을 생각해야 하고, 메시지를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아주 정교하게 문서화해서 공유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예상질의들에 대한 응답을 구성해 이 또한 공유 해야 한다.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이 겨우 1%라면? 그래도 만들어야 한다. 그게 홍보팀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냥 사건을 포지션과 메시지 무장 없이 ‘지켜만’ 보는 것은 곧 직무유기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