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자,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나요? 큰 이슈가 발생했거나 위기상황에 처한 기업에서 컨설턴트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무언가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를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복잡한 상황을 툭툭 끊어내고 잘라내서 가지런히 정렬할 수 있는 마법 가위를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 많은 것이 그렇지만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시대다. 어제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옆 회사의 정답이 우리 회사에게는 최악의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되었지만, 우리는 안 되는 거다. 정답이 영원히 정답일 수 없게 만드는 무한한 변수들이 혼동 속에서 상호 충돌하기 때문에,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 정답은 존재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시각이다.
예를 들어 빨리 사과하라는 원칙이 정답 같아 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신속하게 한 사과로 인해 추가적인 곤란을 겪는 많은 사례들이 나타났다. 다른 변수들이 사과의 신속함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대표가 직접 나가서 위기관리 하라 하는 것도 정답 같아 보인다. 하지만, 때때로 대표가 나가서는 안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가 무리하게 나서면 전선을 더욱 극대화해 버리는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늘어난다.
뭐든 정답 같아 보이면 일단 의심하고 다시한번 다각적인 고려를 해 봐야 안전하다. 매뉴얼이나 이론서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용가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커만 간다. 그렇다고 매뉴얼이나 이론서 없이 이슈나 위기관리를 해 보려 하니 더욱 더 난감하다. 의사결정이 바로 정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참고해야 할 텐데 마땅한 것이 없다.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이 정답일지 아닌 지에 대해 확신이 없고, 식은땀만 난다.
일단 정답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보자. 정답은 없고, 다양한 해답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새로 가져 보자. 정해진 답이 정답이다. 그렇게 정해진 것은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해답을 찾아 유연하게 사고하고, 폭 넓게 범위를 활용해 보자. 좀더 나은 이슈관리와 위기관리가 가능 해 질 것이다.
기업이 고통받는 젠더이슈, 정답이 있나?
기업들이 최근 들어 젠더간 갈등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는 사실 이번 자사 이슈 발생 이전에는 젠더 이슈에 대해 별로 알지 못했다며 한숨을 쉰다. 일부에서는 만약 자신들이 그런 극단적인 젠더 갈등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면, 자사 직원들이 그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냐 한다. 그런 직원들이 없기 때문에 아무 의식 없이 디자인이나 카피를 사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 좋다. 정상 기업이 일부러 그런 논란을 일으켰을 리 없다. 일부 실무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일부러 게임을 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사후 담당자들이 받을 스트레스와 각종 인사적 불이익을 미리 감내하면서까지 게임을 할 직원은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중은 기업이나 직원을 의심한다. 그런 여론으로 중요한 사업적 이해관계자들이 불이익이나 피해를 받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해당 기업은 그 상황을 심각한 이슈나 위기로 정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은 무엇인가? 유일한 정답은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위해도 높은 해프닝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문제의 해프닝의 지속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내용이나 소스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사과를 하고 개선이나 재발방지 약속을 하는 것이 해법이다. 아니, 해법들 중에 하나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그 해법에는 이해 안 되는 것이 많다. 우리가 진짜 특정 사상을 가지고 그런 컨텐츠를 만든 것이 아닌데, 왜 우리가 유죄를 인정해야 하는가? 컨텐츠를 내려 버리는 것은 문제를 인정하는 행동 아닌가? 전체가 아닌 아주 일부 집단에 의해 지적 받고 있는 컨텐츠를 내리고 사과하는 것이 과연 전략적인가? 다양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반론들이 따라붙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을 뿌리로 해서 급격하게 자라난 해프닝에 합리성이나 이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서는 정답은 커녕 해답도 찾기 힘들어 질 뿐이다. 아예 답이 없다는 허망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기업과 관련 한 온라인발 해프닝은 점점 더 다양해 지고 심각해 질 것이다. 온라인 여론의 특성에 대한 기업의 이해 노력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향후 어떤 정답 비슷한 것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빨리 해프닝의 지속기간을 최소화 하는 것이 가장 유익한 해답 같아 보인다. 맞서 싸워 더 나아질 성격의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해법이 있다면 회사마다 그 해법을 따르면 된다.
글로벌 사업에서의 한중일 삼국간 갈등, 정답이 있나?
얼마전까지 우리나라 기업들 중 일본 시장에서 사업을 하거나, 국내에서 일본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장기간의 고통을 경험했다. 국가적으로 반일정서가 심각해서, 사업 자체가 위기를 겪었다. 일부는 한국내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고, 반대로 일본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한국에서 사업하는 일본기업에서 많은 자문 요청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을 간절하게 찾았다. 그러나 정답은 없었다. 정답에 가장 가까운 답이라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자’ 정도가 결론이었다. 그 답 같지 않은 답을 보면서 그 회사 임원들은 한숨을 쉰다. 어떻게 그것이 정답이나 해답이 될 수 있습니까 하며 울상이 된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 이외에는 상황에 맞는 해답이 없는데 말이다. 조용히 견디자. 아무것도 하지 말자. 눈에 띄지 말자. 이런 것들이 어쩔 수 없는 해답이었다.
최근 한 기업에서는 중국 시장에서의 문제로 큰 고민에 빠졌다. 중국의 동북아 역사 수정 갈등의 중심에 자사가 끼어 버린 것이다. 글로벌 출시한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 컨셉에서 한류를 강조했는데, 중국 시장 반응이 심각했다. 그 디자인과 컨셉은 최초 중국의 것인데 왜 한국적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하는가 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비판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중국 소비자 시각에 맞추어 해당 제품을 접고, 브랜드를 포기하며 사과하면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그런 이슈관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반대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무슨 소리냐 이건 한국적인 것이라며 강력 대응한다면 중국에서의 사업은 어떻게 될까? 앞의 젠더 이슈와 같이 한쪽의 편을 들면, 한쪽이 문제를 지적하고, 반대로 해도 동일한 골치 아픈 진영 갈등 속에서 회사는 어떤 결정도 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심지어 해답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이게 현실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ESG 관련 이슈, 정답이 있나?
최근 유행하는 ESG 경영 트렌드와 관련된 이슈에도 정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그럼 예전에는 기업들에게 환경이나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에 대한 생각이나 체계가 없었을까? 이미 존재하던 개념이었다. 최근 들어 그 세가지 개념이 하나로 묶여 경영 트렌드로 재강조되고, 정부나 시민단체나 기업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 가고 있는 과정일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기업은 아직도 환경관련 문제를 터뜨리고 있다. 예전에는 그리 관심 끌지 못했던 단순 환경 사고로 해당 기업은 ESG경영에 반하는 겉과 속 다른 기업으로 비판 받게 되었다. 환경 사고가 나는 그 순간에도 대표이사는 ESG 경영에 대한 강의를 하거나, 글을 올리고 있었다면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앞장서서 ESG경영을 외치는 신문사들이 발행하는 종이 신문에 주목한다. 그 상당부분이 그대로 버려지거나 해외에 포장지로 수출되는 상황을 비꼰다. 진정한 ESG를 위한다면 신문사들이 먼저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라는 비아냥이 이어진다. 웃지 못할 이런 이슈에 대해서는 신문사들의 이슈관리 정답은 무엇일까? 해법은? 무시가 가능한 해법으로는 보인다.
어떤 기업은 ESG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약속하고도, 사회적 논란을 연이어 일으킨다. 어떤 기업은 오너 중심의 심각한 지배구조를 유지한 채 ESG경영을 브랜드로만 내걸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에는 무시나 침묵으로 대응한다. 해답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정답은 찾는 것을 포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현실적이다.
현란한 MZ 세대 직원들 관련 이슈, 정답이 있나?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새로운 인류군의 직원들은 어떤가? 굳이 어떤 회사라고 꼽지 않아도 작고 큰 다양한 MZ 세대 관련 이슈들은 발생되어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와 브이로그, 각종 소셜미디어 등과 연계된 여러 해프닝이 기업 이슈의 한 카테고리를 이룬지 오래다.
큰 세대차를 드러내고 있는 경영진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그렇고, 공개적으로 대표의 허심탄회 한 대화 노력을 평가하는 직원들까지 한둘이 아니다. 공개적으로 성과급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여 사내는 물론 언론에까지 노이즈를 만들어 낸다.
부정적인 이슈로 회사가 어려울 때에도 MZ 세대 직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일부 이해관계자들과 대립하거나 충돌하기도 한다. 법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 윤리적 문제 등과 버무려진 MZ 세대 이슈는 세부 유형을 나누기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기업측에서는 그런 새로운 환경인 MZ세대 관련 이슈에 대해 어떤 정답을 가질 수 있을까? 정해진 답을 가지고 오색찬란 한 MZ세대의 생각과 움직임을 관리해 나갈 수 있을까? 진짜 그런 정답이 있어 효력을 발휘할 수 있기는 한 것인가?
기업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에 있어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은 처해진 상황에서 가능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 뿐이다. 해법은 그럼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우선 적절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당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 지향하는 목적이나 목표를 정해야 한다. 우리가 현 상황에서 관리 활동을 통해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어떤 상황을 목표로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젠더간 갈등과 관련된 부적절해 보이는 이미지로 컨텐츠를 만들어 논란이 되었다면, 그 상황에서 해당 기업은 어떤 이슈관리 목적과 목표를 세울 수 있을까? 어떤 기업은 ‘해당 논란의 조기 진화로 회사 매출 및 거래처 피해 방어’를 목적과 목표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합당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신속하게 해당 컨텐츠를 내리거나 수거해 버리고, 부주의했음을 신속히 사과해서 논란을 조기 종식시키는 노력을 하는 관리방식도 그중 하나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다.
목적과 목표를 세웠다면 그에 정렬되어 있는 가용한 모든 대응방식을 찾아 검토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다. 해당 컨텐츠를 삭제하고 말 것인가? 해당 컨텐츠를 새로운 플랜 B컨텐츠로 대체할 것인가? 재발방지 프로그램에 어떤 계획을 넣을 것인가? 누구 명의로 사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어떤 표현과 설명을 해야 이슈관리 목적과 목표에 가장 정렬될 수 있을 것인가? 이 모든 것을 언제 해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검토와 고민 그리고 결정이 필요하다.
개선이나 재발방지책에는 어떤 옵션들이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 단계의 것이다. 일단 이전에는 재수가 없어서 관련 논란에 휩싸여 고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 그리고 세 번 비슷한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 공중들 시각에서는 그것이 회사의 의지나 숨겨진 의도라 간주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정답이 없다면, 가능한 다양하고 여러 차원의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그때 그때 적용해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 개선해야 한다. 그 뿐이다.
추후 그 동안 회사는 어떤 실질적 개선과 재발방지 노력을 했는가 하는 질문을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답 없는 이슈나 위기라고 해서 해답을 찾고, 실제로 해답을 적용하는 활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서 든 최악으로 상황이 번지는 것을 막고, 적절한 지점에서 상황과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해 내는 것이 잘된 이슈 및 위기관리다. 그 과정에는 해법들이 존재한다. 정답 대신 해법을 찾아보자. 좀더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여러 고민을 해보자. 그리고 다양하게 실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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