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관리를 위해 클라이언트 미팅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미팅이 질의와 응답으로 이루어질 때가 많다. 그 이유는 컨설턴트들이 클라이언트에게 해당 이슈와 관련 된 ‘사실관계 확인’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클라이언트측이 진행하지만, 그 이외에 외부시각을 기반으로 한 민감한 쟁점에 대한 질문은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이때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클라이언트의 설명과 답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늘은 이 설명과 답변에서 종종 발견되는 혼란에 대해서 몇가지로 정리 해 본다.
클라이언트들이 흔하게 혼동하는 상황 설명 및 쟁점 답변 형식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함
클라이언트: 분명하게 잃어 버린 소는 한강대교를 건너 간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강대교 입구에 그 소의 똥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컨설턴트: 사라지기 전날 쯤에는 그 소가 한강대교 입구에 간 적이 없었나요? 평소 그 지점에 가고 그런적이 없나요?
클라이언트: 없습니다. 그 소가 그 전에 거기에 왜 갔겠어요? 분명해요. 한강대교를 넘어 갔을 겁니다.
(며칠 후) 언론 보도: 목격자들에 의하면 문제의 소가 그 이전부터 종종 한강대교 입구에서 서성였었다고 합니다.
컨설턴트: 보도에 의하면 이전에 그 소가 한강대교 입구에 종종 갔었다는 목격담들이 나오는 데요? 이건 무슨 이야기일까요?
컨설턴트: 제가 다시 확인 해 보니 소를 관리하는 파트에서 한강대표쪽에서 풀을 먹게 했다고 하네요…저는 몰랐던 사실입니다.
이런 케이스들이 상당히 많다. 컨설턴트들은 대부분 클라이언트의 설명과 답변을 믿어야 하는데, 종종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제대로 된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의 답변에서 “그 소가 그 전에 거기에 왜 갔겠어요?”라고 언급할 때, “그렇죠. 그 소가 그 전에는 거기에 가지 않았다는 걸 확인 해 줄 수 있는 분이 어떤 분일까요?”라고 질문해서 확인 해 보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신뢰를 클라이언트를 망칠 수 있다.
개인적 추측을 팩트로 간주함
클라이언트: 소가 한강대교를 건너가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노량진쪽에 있을겁니다. 저번에도 노량진에서 발견되었거든요.
컨설턴트: 소 우리가 있는 반포와 한강대교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요. 자꾸 한강대교와 노량진에 집착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클라이언트: 저번에도 비슷한 실종사고가 있었는데, 그때보니까 그 소가 한강대교 쪽을 좋아하더라구요. 노량진쪽에서 풀도 많이 뜯고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컨설턴트: 그렇다고 이번에 그 소가 그쪽으로만 이동했다고 보기에는 좀…
클라이언트: 제 말이 맞아요. 노량진쪽을 좀 살펴주세요. 한강대교를 건너가지 않았다면 거기 있을겁니다.
컨설턴트: (한강대교와 노량진에 왜 이렇게 집착하실까…) …… 알겠습니다.
물론 이슈관리의 전반적인 방향 지휘는 클라이언트가 한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 문제는 이 지휘 방향에 있어 실질적인 팩트를 베이스로 한 방향설정이냐, 아니면 추측이나 감에 따른 방향 설정이냐는 큰 차이가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라거나, ‘확인된 팩트만 가지고’와 같은 이야기들을 하긴 하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추측이나 감을 팩트로 혼동한다. 컨설턴트라면 클라이언트의 이 방향성을 일단 존중하되, 모든 가능성에 대한 팩트 수집과 분석에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 이는 클라이언트에게 반론을 하거나, 클라이언트이 방향지휘를 무력화 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이슈관리의 과정을 좀더 탄탄하게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일부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정확하다 간주함
클라이언트: 소가 노량진에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면 반포와 노량진 사이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건데요. 어디있을까요?
컨설턴트: 사라진 소가 평소 하루에 어느정도 걸어다녔나요?
클라이언트: 기록에 의하면 매일 반포에서 한강대교까지 풀을 찾아 걸어 다닌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왕복 거리를 하면 한 9km 안팎입니다.
컨설턴트: 그러면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된 소가 하루에 대략 어느정도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 확인 해 주실분이 있나요?
클라이언트: 생후 6개월짜리 소라도 하루에 10~20km는 걸어다닐수 있을걸요. 사람도 하루에 만보를 걷는 사람이 있고, 만보만 해도 8km가 넘는걸요. 소가 사람보다 튼튼하잖아요? 두배는 더 걸을 수 있을겁니다.
컨설턴트: 그 소가 하루에 매일 9km를 걸었다고는 하는데요. 해당 소를 이전에 진찰한 수의사에 의하면 이 소가 선천적으로 다리 장애가 있어서 하루 9km 걷는 것도 상당히 힘들어 했고, 중간에 포기한 경우도 절반이 넘었다고 하네요.
클라이언트: 그래도 그 소가 9km를 걸은 적도 있잖아요…
클라이언트이 주장이 팩트의 제시 이후 절반 정도나 그 이하로 줄은 장면이다. 추측을 팩트라고 간주하는 케이스는 수없이 많다. 일부는 이 추측을 팩트를 넘어 과학적인 진실로 논리까지 갖추어 설명한다. “그건 상식 아닌가?” 하는 설명에 많은 위험이 존재할 수도 있다. 컨설턴트는 모든 주장들에 대하여 각각 팩트를 기반으로 검증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자.
자신(들)의 희망을 사실인 것으로 간주함
클라이언트: 그 소는 아직 살아 있을 겁니다. 살아 있어야 하고요.
컨설턴트: 실종된 지난 10일간 아무도 목격했다는 신고가 없는게 좀 문제입니다. 인구가 집약되어 있어서 경찰이나 119등에 신고라도 들어와야 정상인데요.
클라이언트: 그 소는 어디에선가 숨어 있을 수도 있어요. 원래 걷는걸 싫어해서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스타일이니까.
컨설턴트: 10일간 한 자리에서 이동 없이 은거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일단 먹을 걸 찾아 움직일 겁니다. 움직이게 되면 목격이 될 거고요. 그 부분이 미스테리입니다.
클라이언트: 풀밭 주변 어딘가에서 숨어 있을 수도 있죠. 주변 풀만 숨어 뜯어 먹으면서요… 그 소는 죽으면 안됩니다. 큰일나요.
종종 희망을 기반으로 상황을 정의하고, 설명하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난다. 긍정적인 생각은 좋지만, 희망 사항을 가지고 이슈관리를 지휘하게 되면 여러 문제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시나리오를 만든다면서, 희망사항들이 혼입된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개발하곤 하는데, 이 또한 별반 의미가 없다.
모든 시나리오는 팩트와 팩트가 연결되어야 한다. 동시에 해당 팩트 하나 하나에 대한 실현 가능성(feasibility)이 전제되어야 한다. 전체 시나리오가 현실적이냐 하는 논의보다도 그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팩트 각각이 모두 실현 가능성이 있다면 그의 합인 전체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희망은 일단 팩트가 아니다.
결론
- 이슈관리 시 모든 상황 설명은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 이슈관리 시 모르는 것은 확인해서 진짜 팩트가 무엇인지 밝힌 뒤 설명해야 한다.
- 이슈관리 시 설명에서 희망, 추측, 일부 확인되지 않는 사안 등은 철저히 분리/배제/확인해야 한다.
- 컨설턴트들은 이상의 프로세스를 거쳐 전달받은 설명내용을 끊임없이 재검증 해야 한다.
정보는 분명하게 이슈관리를 위해 가장 힘있는 무기다. 하지만,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정보는 칼자루 없는 칼이다. 매우 위험하다. 위험한 칼날을 쥐고 이슈관리를 하면 더욱 위험해 진다.
2016. 5. 3.
정용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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