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08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 위기 발생시 ‘입은 물론 손도 조심하라’

모종의 위기가 발생했다 치자. 당시 해당 사실은 홍보팀도 몰랐고 CEO도 모르셨던 이슈. 갑자기 지하철 주간지 기자가 홍보팀으로 전화해 해당 이슈를 홍보팀이 최초 인지. 홍보팀에서 해당 이슈 관련 해 법무팀에게 문의하니, 법무팀에서만 오랫동안 끌고 왔던 해묵은 이슈로 판명.

그러나 이슈의 자극적 성격과 제3자들이 보았을 때 회사의 유죄부분이 상당부분 존재. 홍보팀에서는 잔뜩 긴장하면서 법무팀과 CEO면담을 통해 해결책과 대응책을 동시에 고민. 잘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 규제기관이나 다른 유사 거래처들, 그리고 소비자단체에 이르기 까지 이해관계자들의 부정적 반응이 예측됨.

이 ‘실제’ 위기에 대해 (가상) 녹취록을 한번 적어본다. (실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속어를 포함했다.)

[ 회의 시 녹취 ]

모 임원 : 아이고…아이고. 그걸 기자가 알아버렸군. 골치 아프게 생겼네.

A 팀장 : 우리가 그 기자에게 뭐라 코멘트 할 필요가 있겠어요. 이 XXX는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대) 한마디로 미친년이라니까. 말이 안 통해요. 그리고 그 뒷면에 우리 회사 OOO이랑 OOOOOO했었어요. 그게 원인이죠. 둘이 좋아 그런 건데 나중에 이것 저것 안되니 우리에게 겐찌 붙는 건데 우리가 말려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데.

B팀장 : 기자한테는 모른다고 하죠.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이야기니까 신뢰할 수 없다고. 뭐요? 그쪽에서 증거를 다 깠데? 이것 저것 모두?? 그걸 기자가 다 가지고 있다고? 아이구…죽겠네. 그 미친년 하나 때문에…

CEO: 이전 사장 때 있던 일을 왜 나까지 책임져야 해? 그건 법무팀에서 깨끗하게 처리했었어야지. 나한테 이런 거 보고하지도 말아. 골치 아픈 일들도 많아 죽겠어. 홍보하고 법무에서 알아서 책임지고 해결 해. 해결책을 가지고 들어와.



[회의 후 맥주집으로 옮겨 실무자들끼리 대응안 고민시 녹취]

A 팀장: 문제의 그 아줌마 말이야. 내가 보니 여자가 색기가 흘러. 남자 호리게 생겼더라고..그 문제의 OOO이가 그걸 노리고 접근한 거지 뭐. 일차적으로는 개인적 문제예요. 우리가 안건 4-5년 전이고. 그래서 그 OOO이 잘랐잖아. 근데 그 OOO이가 변제할 돈이 없는 거야. 모두 다 집사람 명의로 해 놓고 배째라 하는 거지.

B팀장: 일단 우리는 개인문제로 포지션 잡고 밀어 부쳐야 해요. 우리가 말리면 안 된다니까. 그 퇴사한 OOO이를 나쁜 놈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 하는 거지.

홍보팀장: 만약 기자가 그 OOO이를 인터뷰 하게 되면 더 큰일이 벌어질걸요. 회사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잖아요?

B팀장: 이…그렇구나. 안되지 그럼. 그럼 진짜 큰일난다…

A팀장: 사장도 그렇지 지가 배째라 하면 되나? 그 때 자기도 그 라인에 있었는데, 그 자료보면 그때 자기가 싸인 까지 했었어. 그게 우리 변호사한테도 가 있다니까. 모른 척 하니 우리가 더 황당 한 거지.

홍보팀장: ……………………….



하루 8시간 이상의 연속 미팅과 연이은 맥주회의. 포지션은 계속 갈팡질팡하고, 해결책은 각기 다르지만 딱히 굵직한 것이 없다. 다음날 아침 CEO보고할 때 또 무지하게 깨질 각오들을 한다.

이 이야기는 2000년대 초 이야기. 이런 모든 민감한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장소는 회사의 비밀 회의실과 밀실화 된 고급 술집이었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내부 다른 직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내부 의사결정자들의 생각이나 언급들을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등등에서 종종 목격 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위기가 발생한 회사의 CEO가 그 바쁜 중에도 페이스북에 황당한 개인적 의견을 올린다. 트위터를 통해 임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외부로 주장한다. 직원들이 그 내용을 RT하거나 댓글에 좋아요를 클릭하고 화이팅을 서로 외친다.

공식적으로 홈페이지 팝업창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전달한 메시지와는 180도 다른 이야기를 개인 SNS를 통해 공개하는 거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이 둘 중 어떤 것이 이 기업의 진짜 메시지인지 혼란스럽다.

위기 시 비밀스러운 이야기나 개인적인 감정 그리고 공개해서 적절하지 않은 메시지들은 계속 가두어 두는 게 좋다. 아무리 세상이 SNS 세상이라고 해도 사내의 비밀 회의실이나 밀폐된 고급술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메시지들은 있는 법이다.

말조심은 물론 손조심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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