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10월 012010 Tagged with , , , , , , , , , 1 Response

상대를 탓하지 말자 : 위기관리 insight











일부 기업 임원들(특히 비홍보 부문)이나 고위 공무원분들(물론 비홍보 부서)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 “탐사보도 말이에요. 그게 진정한 언론입니까? 그렇게 잠입취재하고 몰래 카메라 써서 취재하는 게 언론이 할 짓이냐 말입니다. 아주 맘에 안 들어요”
  • “찌라시 같은 신문에게도 우리가 꾸벅 꾸벅 해야 합니까? 그러다 보면 여기 저기 뜯기기만 하고 비즈니스는 어떻게 합니까? 단호하게 나가서 아주 망하게 해버리던가…”
  • “언론이 참 문제에요. 먹고 살기 힘드니까 괜히 이것 저것 트집이나 잡고 말이지…”
  • “소셜 미디어 소셜 미디어 하는데…그 사람들 가만히 보면 이래 쏠렸다 저래 쏠렸다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인데…우리가 어떻게 그 비위를 맞추나요”
  • “네티즌들이 참 문제야. 이게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뭐 콩 나라 팥 나라 말들이 많고…”
  • “솔직히 소셜 미디어 하는 양반들 거의 다 좌파지 뭐요. 정부 하는 일에 항상 딴지 거는 식이지…높은 분께서 말 한마디 하면 거기에다가 뭐라 뭐라 토나 달고 말이지. 아주 악랄해요”
  • “출입기자들이 문제입니다. 악의적으로 이상한 기사들 쓰는 걸 아주 자랑으로 알아요. 자기네 맘에 안 들면 마구 책임감 없이 써대니까…우리 같은 기업하는 사람들은 죽겠는 거지”


사실 마케팅이나 기획, HR, 생산, 기술 담당하시는 임원들이 보기에는 그런 이해관계자들이 참 문제가 많다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싶다. (일반적으로 영업 임원들은 그래도 이런 환경을 이해 해준다)

일부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기관 고위 관계자들의 경우에도 익명 언급을 통해 종종 위와 같은 ‘이해관계자의 문제를 지적’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위기와 이슈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일단 위와 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시 상황이나 환경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모습을 부정하거나 탓해보았자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탐사보도는 원래 그런 식으로 취재 한다. 임원들이 비록 찌라시라 부르지만 그 언론도 상당히 위협적인 언론이다. 언론이 문제 있다 해도 (현 위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소셜 미디어 공중들이 부화뇌동하는 게 현실이라면 현실이고, 좌파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문제 있는 출입기자들을 이길 방법이 있나? 아무것도 탓하고 비평해서 위기관리에 도움 되는 부분은 없다.

그런 언론, 그런 소셜미디어 공중, 그런 출입기자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그런 현실에 대응하고 그런 현실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최선의 시스템과 플랜이 중요한 거다.

“절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
“협박하는 언론과는 상대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의 부화뇌동은 무시한다!”
“출입기자의 청탁은 거부한다!”
“악성 소비자는 무시하거나 강력 대응한다”

이런 내부원칙(특히 CEO께서 지니신)을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해관계자들을 우리 나름대로 정의하고 이들을 폄하하며 이들은 옳지 않고 우리가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거다.

그러나 가만히 이런 케이스들을 지켜보면 그렇게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했던 이해관계자들은 위기 이후 별반 밑지지 않는다. 아니 밑질게 없다. 대신 그렇게 위기에 대응한 우리는 상당한 타격을 입곤 한다. 명성과 이미지, 매출과 사기가 흔들린다. 실패한 위기관리다.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듣고 보기에는 멋져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의 주판알을 튀겨보면 그렇게 멋진 원칙은 아니다. 상대를 탓하기 보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위기시 그들을 활용 또는 그들과 타협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게 성공하는 길이다.


대통령의 ‘양배추 김치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SBS 앵커가 “(기자가) 기사를 야리꾸리하게 썼다” “(네티즌들이) 그렇게까지 해석하고 논란을 벌일 일인지는 의문이다“하는 어제 finger pointing 논평들을 보면서 기억나는 생각들이다.



7월 152008 Tagged with , 0 Responses

속으로 진 싸움이다

SBS 관계자는 13일 “오늘 밤 방송되는 ‘신의 길, 인간의 길’ 마지막 편인 제4부 도입부에 한기총 쪽의 반론을 약 2분 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며 “한기총이 서울 목동 SBS 사옥 앞에서 벌인 항의 시위 모습을 30초 정도 내보낸 뒤 한기총 대표회장 엄신형 목사의 인터뷰 장면을 1분30초 가량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오늘, SBS, 반론 요구 수용…한기총 ‘신의 길’ 반발 진정]


한기총과 SBS의 줄다리기에서 SBS가 이긴 듯 하다. 한기총은 SBS의 보도 내용에 대한 반론을 요구했음에도 적절한 반론을 수용자 중심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실패 한 것으로 분석된다. 몇가지 아쉬웠던 반론보도 1분 30초에 대한 포인트들을 짚어본다.

1. 대변인(spokesperson)은 외모에 있어서 호감이 가는 부분이 가능한 많아야 한다. 이 TV 반론보도가 이 대변인을 평소에 아는 일부 신자들 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문제야 없겠다. 하지만, 이번 대변인의 용모는 (개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메시지 수용을 방해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존재했다.

2. 대변인에게는 목소리의 질감과 톤, 색깔도 매우 중요하다.

3. 반론 보도는 보도 내용에 대한 반론이다. ‘보도 형식’으로 똑같이 이루어지므로 동영상으로 진행된다. (이전의 텍스트 반론 형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는 한 발자국 진화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보도 형식의 반론 보도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거다. 이번 반론 보도는 보도 형식이라기 보다는 책상 위에 놓여진 문서를 보고 읽는 ‘강독’ 시간이었다.
 
4. 문장이나 표현이 자기중심적이고 너무 길다. 간단한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기에 너무 복잡했다. SBS 일반 청취자들이 아니라 신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 1분 설교 말씀으로 대신 하는 듯 한 인상을 주었다.

5. 메시지 내용에서 논리적 실체(substance)가 부족한감이 있었다. SBS의 이번 보도가 믿음으로 해결/극복 할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결과적으로 한기총은 명분은 취했고, 목적했던 결과는 이룬셈이다. 그렇지만 오디언스들에게 끼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겉으로는 이겼지만, 속으로는 분명 진 싸움이다.